무엇을, 왜 연구했나?
원산지(Country Of Origin·COO)는 제품이 생산된 장소다. 공산품의 경우 생산 및 제조가 이뤄진 장소를 의미한다. 기존의 원산지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제조된 제품은 덜 선진화된 국가에서 제조된 동일한 제품에 비해서 품질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준다. 정밀한 스위스 제조 시계, 견고한 독일 제조 기계, 화려한 프랑스 제조 화장품 등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원산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자들은 국가 이미지에 따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제품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와는 달리 예일대의 두 연구자는 국가 이미지와 관련 없는 원산지 효과를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제품에 유명인이 접촉하면 사람들이 돈을 더 낸다는 전염(contagion)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기업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되는 제품은 일종의 원산지 효과를 얻어서 브랜드의 정통성(authenticity)을 가지게 되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통성이란 개념이 분명하지는 않다. 어쨌든 연구자들은 특정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만 정통성을 갖는 것처럼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제품에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에르메스(Hermes) 브랜드를 가진 머그잔을 예로 들면, 프랑스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중국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품질이 우월하다고 느끼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 에르메스 브랜드의 오리지널(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다른 어딘가에 위치한, 나중에 지어진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2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리바이스 청바지에 대해 실시했다. 공장(초기 공장 vs. 정통성 없는 공장)과 판매처(공식 판매처 vs. 비공식 판매처)를 2개의 큰 축으로 설정해 총 4가지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각 상황에서 청바지가 얼마나 진짜 같은지, 청바지가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essence)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 얼마나 프리미엄을 쳐줄 것인지를 물었다.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모든 응답자는 한 페이지로 서술된 리바이스 회사(Levi Strauss & Co.)의 역사를 읽었다. 이 회사는 1853년에 처음 세워졌고, 1873년에 청바지를 처음 만들었고,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첫 공장을 세웠으며, 현재는 35개국에 수백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음 페이지에선 2개의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청바지를 보여줬다. 절반은 “샌프란시스코 발렌시아 거리에 있는, 1906년에 세워진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으며, 절반은 “1996년에 해외에 설립된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기술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2개의 판매처 중 하나를 제시했다. 절반은 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나머지 절반은 제3자가 운영하는 비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실험 결과, 판매처는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을 했다. 반면 공장은 브랜드 정수와 연결됐다. 즉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는 정통성 없는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에 비해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여졌다. 이때 ‘정수’는 브랜드의 진실성, 브랜드의 유산(legacy), 브랜드의 혈통과 역사에 대해 소비자가 인식하는 평가점수로 측정됐다. 점수 차이는 6.43점(초기 공장) 대 4.13점(정통성 없는 공장)이었다. 또 실험자들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초기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를 사겠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볼 수도 있기에 연구자들은 공장의 ‘정통성’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설계했다. 즉 공장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고 1996년 세워진 공장”이라는 세 번째 상황이 추가됐다. 실험 결과, 응답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더라도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 대해서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와 비슷한 가격(각각 46.47 달러와 44.06 달러)을 지불했다. 오직 샌프란시스코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만 더 높은 가격(55.32 달러)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의 초기 공장 제품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새로운 공장 제품에 대한 인식을 비교했다. 또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도 프랑스 파리의 초기 공장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브뤼셀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서는 평균 3.12달러의 추가 지불 의향이 조사됐다. 또 파리의 초기 공장에서 생산된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는 평균 54.17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염 메커니즘’을 더욱 강하게 믿는 응답자의 경우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해 추가 가치를 강하게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깨끗이 씻은 파리채로 휘저은 스프는 먹지 않는다거나, 전날 밤 누군가가 심장병으로 사망한 방에서는 묵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전염 메커니즘에 의해 브랜드의 정수를 얻고, 더 높은 가치를 얻게 된다. 국가 브랜드와 상관없이 사업이 시작된 지역에 위치한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들러붙는다. 결론적으로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제품에 싣기 위해서는 제품이 생산된 근원이 되는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 프랜차이즈를 시도하는 국내 식음료 업체들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첨단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도,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나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고객이라도, 제품이나 음식이 맨 처음 시도된 장소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부여한다. 경영자는 초심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초기 장소도 잃지 말아야 한다.
- 어디서 시작했는지가 정통성과 신뢰의 근간 (동아 비즈니스 리뷰 저널워치, DBR Journal Watch, 2017, March (2))
- Newman, E. George, Ravi Dhar (2014), “Authenticity Is Contagious: Brand Essence and the Original Source of Produc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1(3), 371-386.









우리는 종종 감정을 듬뿍 실은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술 취해서 ‘업된’ 상태에서 낮에 혼난 상사에게 화풀이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기분이 ‘센치’해진 밤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나자고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이 맑아진 다음날에는 보낸 메일을 취소할 수가 없다. 이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메일Gmail 엔지니어였던 존 퍼로 Jon Perlow는 공학적 해결책 대신 메일을 작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메일 고글스 Mail Goggles라는 기능을 2008년에 선보였다. 이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메일을 작성하면, 보내기 버튼을 눌러도 곧바로 전송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칙연산 문제 5개가 들어있는 화면이 등장하면서 제한시간 60초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모두 맞히고 다시 한번 보내기 버튼을 눌러야만 비로소 메일이 전송된다. 메일고글스는 산수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메일을 쓰면서 뜨거워졌을지도 모르는 본능을 끄고 차가운 이성을 켜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카네기멜런대 조지 로웬스타인 George Loewenstein 교수가 진행하는 본능에 관한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이 기능은 특히 알코올 등의 작용으로 본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4시까지 많이 사용되었고 2012년에 서비스가 중단되기 전까지 많은 지메일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메일의 엔지니어는 비합리성을 ‘차단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국내 공간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카드다. 디자인, 여행, 음악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잇달아 오픈하고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바이닐&플라스틱’이라는 음반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분화하고 이에 걸맞은 경험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다소 딱딱한 금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쏟아져 나온 광고·마케팅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시키거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이를 마땅히 검증할 방법이 없었던 소비자들은 그럭저럭 믿으며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은 왕’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경험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