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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브랜드 생존에 걸린 모든 것을 한다

온누리스토어에서 브랜드매니저(BM)로 일하고 있는 정다은 선배님께서 특강을 진행해 주셨다. 정다은 선배님은 경영학부 13학번 졸업생으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가 스타벅스를 거쳐 온누리스토어에 BM으로 입사하였다. 온누리스토어는 온누리약국을 기반으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온누리스토어는 헬스케어 관련 제품에 투자하거나, 회사 자체 PB 브랜드를 개발, 그리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한국에서 공식 런칭하는 등의 업무들을 수행한다. 이전까지는 BM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어 이 직무에 관한 인사이트가 거의 없었는데, 특강을 통해 기업에서의 실무적인 내용을 토대로 BM이 무슨 역할을 수행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특강이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BM의 직무에 대해 들으면서 수업 내용과 연결해 볼 수 있었던 점이다. 이런 흥미를 바탕으로 BM이라는 직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우선 브랜드 매니저가 하는 일에 대해 알아보기 전, 헷갈리기 쉬운 MD와 간단히 비교해 보았다. BM과 MD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업무의 범위라고 볼 수 있다. MD는 어떤 카테고리에서 여러 상품 및 브랜드를 판매하는 일을 수행한다면 BM은 브랜드에 관한 총체적인 관리를 수행한다. 이러한 차이점을 가진 MD와 BM은 협업 관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MD가 플랫폼 파워와 기획전 등으로 BM에게 브랜드 상품을 요청하고, BM은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고 마케팅 목적으로 MD에게 채널을 요청하는 식으로 협업한다. 그럼, BM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브랜드의 생존에 걸린 모든 일, 즉 브랜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브랜드의 총체적인 관리를 수행하는 BM은 전체 판매 채널의 매출뿐만 아니라 생산⦁발주, 영업, 마케팅, 매출, 물류, CS 등 모든 프로세스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관리해야 한다. 관리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BM은 브랜드/제품에 대한 단기적인 성과가 목적이 아니라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런칭 이후 매출이 늘거나 줄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BM에게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그럼 브랜드 매니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일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 무엇이 아닌 ‘이익’인 것처럼 BM 역시 ‘이익’이 가장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BM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BM은 자신의 브랜드/제품을 정의하는 한 문장의 킬링메시지를 전달한다. 온누리스토어의 대표는 수많은 정보 중 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서 그들의 “불편, 불안, 공포”를 찔러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통해 사람들은 편안하고 익숙한 것에서는 별다른 자극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킬링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은 STP(Segmenting, Targeting, Positioning)와 연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BM은 우선 킬링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제품을 판매하려는 시장을 명확히 세분화하고, 그 시장의 소비자들이 타제품으로부터 가지는 Pain Point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타겟팅 한 후 소비자의 머릿속에 그 Pain Point를 겨냥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제품 이미지를 명확하게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일련의 목표로 잡고 활동한다고 생각된다. 단, 이 과정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하나여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는데 메시지가 여러 개가 있다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신뢰도를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Promotion 단계와도 연관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트렌드 리딩, 구조화, 위기 대처 능력을 말씀해 주셨다. 이 역량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각 역량이 중점적으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단지 사교성이 좋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 내는 소통 능력을 강조하고, 트렌드 리딩 능력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창의성이 아니라 이미 퍼져있는 트렌드를 발견하는 관찰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구조화와 위기 대처 능력은 포함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 대처 능력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업무에 대한 전체 프로세스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화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BM은 브랜드의 시작과 끝을 관리하는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브랜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되 전체의 업무의 구조 및 단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구조화’ 능력을 늘릴 필요가 있고, 그 결과로 ‘위기 대처 능력’이 계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 중 니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활동은 이것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이번 특강은 특히, BM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진로와 관련해 새로운 관점을 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때까지 나는 ‘경영’이란 너무 넓고 얕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여러 전공과목은 모두 유기성을 가지지 않은 채 각각 독립되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중, 내가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선택하게 된다면 경영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마케팅 외의 다른 분야는 알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BM은 나의 예상과 달리,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이용해야 했다. 너무 많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들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모든 분야를 열심히 할 동기가 생길 수 있었다. 아직 진로를 구체화하지 않은 입장에서 느끼는 직무 선정의 부담감과 진로의 막연함이 학습의 의지를 흩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무에 대한 정보는 내가 배운 이론들이 어떻게 적용될지 고민해 보면서, 개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이번 마케팅 특강은 실무자의 경험을 통해 BM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얻음과 함께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뻗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동문 선배님을 직접적인 롤모델로 삼고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written by김태령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우선 정다은 마케터님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고, 요즘 대학생들은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실패했다는 손가락질이 무섭기 때문이겠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시다가, 바리스타로 일하시고, 그 뒤에 마케터가 되셨다. 누가 보면 왜 허송세월을 보냈지? 진작에 마케팅 쪽으로 나갔으면 더 성공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 또한, 대학에 25살에 입학한 나로서는, 오히려 과거의 경험들이 더 중요하단걸 안다.

나도 대학 입학 전에는, 조선소에서 일하고, 호프집 서빙, 전단지, 상 하차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학업에 취미가 없었고, 그저 100만원, 200만원 돈 벌어서 사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계기로 수능을 준비하게 됐고, 그때 번돈으로, 군대에서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나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조금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마케터님도 여러 직업을 가지시면서 더 강한 사람이 되어 자신의 마케팅 역량을 펼치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이 맡은 브랜드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브랜드 생존에 걸린 모든 것을 한다’ 라는 브랜드 마케터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 마케터 특강을 통해, 직접 실무에서, 필드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들었는데 몹시 흥미로웠다. 생산/발주, 영업, 마케팅, 매출, 물류, CS 등 전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고객과 시장에 대한 분석, 구매 동선에 대한 파악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은 몰랐다. 특강을 듣기 전까지는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져, 그저 판매 촉진이 주 업 인줄 알았는데, 전 범위에 촉을 세우고 검토하고 평가해야 하니까, 브랜드 마케터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워라밸이 중요하고, 여가 시간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 의식이 강하고, ‘내 브랜드’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천직이 아닐까 싶었다. 판매량이 저조하던 브랜드를 맡아서, 마케터로서, 이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그 성장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을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브랜드 마케터는 마케터로서 길러야 할 역량 중에서 트렌드 리딩과 위기 대처 능력이 더 중요시되는 것 같다.

마케터로서 트렌드 리딩 능력은 중요하지만, 정말 컨텐츠 하나, 타인이 열광하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은 브랜드 마케터에게 더욱 강조되는 것 같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의 혜택은 다른 은행의 체크카드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발급 건수는 2400만장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럼 사람들은 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발급했을까? 고객들의 대답은 굉장히 의외였다. ‘귀여워서’ 가 주된 답변 이였다고 한다. 이 간단한 답변을 그 전까지의 마케터들은 몰랐을까? 하지만 ‘타인이 열광할 만한 것’에 집중한 관찰력은 폭발적인 결과를 낳았다.

또 위기 대처 능력 중에서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정말 ‘내 브랜드’ 라는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브랜드 마케터 로서의 자질은 없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이 없다면, 한 브랜드를 런칭하고 시장에 내놓는 과정들이 즐겁고 보람차기 보다는 하기 싫은 지옥처럼 느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회피하려 할 것이고, 그 마케터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또, 전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미시적인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과정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하는 브랜드 마케팅은 어느 미시적인 과정 하나에 치중하다 보면, 전체 프로세스를 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테라브레스, 프레스샷 등 실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들어서 반갑기도 했고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필드에 계신 열정을 가진 브랜드 마케터분에게 특강을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고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written by 이태열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뷰티 분야에 관심 있는 여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올리브영을 뒤적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6월 세일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이번엔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고민하다가 프레스샷 제품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비타민인데 병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또 최근 기존에 설정했던 진로의 방향을 전환해 보고자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프레스샷’의 BM이자 같은 학교에 다니셨던 선배님의 특강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단어 하나하나 집중해서 강연을 듣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한 브랜드의 BM이자 선배님의 특강에 대한 후기를 학부생의 시선으로, 또 후배의 시선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1. 학부생의 시선

가장 먼저 ‘내가 이렇게까지 한 직업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됐다. 또 실무에서 직접 사용하는 자료를 가져와 주신 점도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한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 어느 시기에, 얼마나 제품을 생산이나 발주해야 하는지 그리고 매출에는 끼치는 영향을 어떻게 피드백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BM은 수많은 상황을 고려하고 움직여야 하는 직업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자료였다. 세부 마케팅 직군에 대한 비교 또한 기억에 남는다. 준비해 주신 시각 자료에서 MD/BM, In-house/Agency, Performance/Contents 와 같이 서로 연관이 있지만, 각각 요구하는 능력이 조금씩 다른 직업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진입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차이점들을 미리 세세하게 알 기회가 되었고 이 방향성을 바탕으로 진로 선택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이번 강연을 들으며 기존에 들어왔던 마케팅 강의부터 실무 업무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교수님이 분야별로 강조해서 수업하셨던 3C(자사, 고객, 경쟁사), 4P(제품, 가격, 채널, 마케팅)가 실무 현장 분석에 어떻게 사용이 되고, 무엇을 중점으로 분석되는지 알 수 있었다. 몇 주 전 수강했던 디지털마케팅 특강에서 사용되었던 CTR. CPC, 전환율과 같은 단어들 또한 언급되고 이해할 수 있어 반가웠다. 이러한 연결은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분야에서 일을 담당하더라도 전반적인 마케팅 지식은 필수이며 또 계속해서 공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한 학기가 지나간 지금에서야 마케팅 분야에서의 한 걸음을 겨우 내디딘 기분이 든다.

2. 후배의 시선

이 특강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하나 꼽자면 역시 강연을 해 주시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BM인 본인의 브랜드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다. 자기 분야에서 성의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다시 한 번 느낀다. 특강이 끝나고 나서도 성심성의껏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아직 실무 현장에 뛰어들지 않은 학생으로서 선배님처럼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수많은 사람들의 책임을 어깨에 얹고 일을 끌어 나갈 수 있을지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개인 질문에 성심성의껏 해 주신 답변을 후기에 꼭 언급하고 싶다. 내 질문은 ‘BM이 된 지금의 미래를 알고 과거로 돌아가신다면 어떤 활동을 하실 것 같은가요?’였는데 선배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리지 않고 많은 활동을 했고 할 것 같으며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이 없었다’고 답변해 주셨다. 평소 내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나로서 진로에 대한 특강을 숱하게 많이 들어왔다. 그때마다 교수자 분들은 ‘아무 활동이나 하는 것보다 본인의 진로와 알맞은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2 학년이 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해 봤자 도움이 안 되는 활동’이 될까 봐 무서웠다. 그렇기에 활동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려 신중하게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고 1학년보다 훨씬 더 무거운 2학년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선배님의 답변을 듣고 이런 내 행동에 ‘도전이 무서웠던 나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핑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답변은 내가 이번 여름에 기존의 방향과 다소 다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어쩌면 여름방학 전 조금 늘어졌을지도 모를 삶의 테이프를 팽팽히 다시 감고 새로운 경험들을 입힐 수 있는 계기가 된 특강이었다.

written by 송채영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의 비결: 바꾸되 바꾸지 않는 디자인

초코와 크림이 어우러진 동그랗고 부드러운 파이는 오리온, 롯데, 해태 등 제과 회사가 모두 출시하지만 우리가 사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정(情)’이고, 더 많이 함유된 비타민이 내 피부 세포를 아무리 밝혀줄지언정 비타1000대신 ‘비타 500’에 손이 가는 이유는 이 선택받은 브랜드들이 이미 이성적인 계산이 필요 없는 안전 지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들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인지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감성 코드를 자극하기 위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제의 승자가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비슷한 경쟁력으로 무장한 동종 브랜드가 얼굴을 내밀고, 신기술을 탑재한 더 똑똑한 제품군이 등장하고,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복합적인 욕구가 어우러지면서 브랜드는 매일 아침 ‘또다시 잊힐 위기’를 마주한다. 헤리티지 있는 장수 브랜드들이 리바이탈라이징, 즉 브랜드 재활성화로 소비자들에게 재인식되려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브랜드 재활성화는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BLC)을 거치며 생겨나는 다양한 시장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브랜드 자산 가치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마르셀 푸르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진정한 탐험의 여정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데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에 있다’고 했다. ‘바꾸되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는 포르쉐의 디자인 정책은 ‘세태에 맞는 변신은 계속하되 가장 중요한 원형은 바꾸지 말라’는 의미일 테고 말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는 바꾸지 말라는 것일까?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브랜드로 남은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변함없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층에게 ‘가장 친절한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그 미학을 논하기 이전에 태도의 문제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기에 얼마큼 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열의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그 브랜드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평한 심사대이기도 하다. 정말 좋은 콘텐츠가 없는 제품의 성공적인 디자인은 불가능하며, 반대로 성공적인 제품치고 난해한 디자인으로 불친절하게 군 사례는 드물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려 18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양약이자 오늘날 표현으로 브랜드에 해당하는 까스활명수는 여전히 ‘과음, 과식엔 활명수’라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한 광고와 더불어 콘셉트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한 한정판 패키지로 이슈를 이끌어낸다. 활명수 탄생 117주년인 2014년에는 팝 아티스트 이동기와의 협업으로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 일부를 활명수에 접목해 젊은 소비자가 이 증조할아버지와도 같은 브랜드를 애니메이션 보듯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의 주방 세제 애경 트리오또한 투명한 펌프형 용기에 사용 성분을 낱낱이 적은 ‘트리오 투명한 생각’ 라인을 론칭했다. 노란색 병에 빨간 뚜껑으로 각인된 기존 디자인이 주던 ‘합리적 가격의 강력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자연 성분의 순한 세제를 선호하는 시장에 반응해 정직함과 깨끗함을 강조한 디자인을 고안했다. 세제 패키지에 곧잘 등장하는 윤이 나는 접시나 과일 이미지 대신 단단한 바람체의 로고타입만을 강조한 ‘투명한 생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예스러운 세로 쓰기로 적었다.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주재우 교수는 브랜드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 말한다. 즉 고유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잘못된 디자인을 바르게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는 “물론 재정립에 따르는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 철저한 시장 리서치를 통해 타깃군이 원하는 디자인 철학과 수요를 간파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5년 인터 브랜드의 톱 10 브랜드를 보면, 1998년 창업한 구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브랜드 성년이라고 말하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다. 얼마나 많은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고군분투 해오며 브랜드를 지켜왔을지를 생각해보면 톱 10에 주어지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역사는 짧지만 SNS를 통해 전에 없던 파급력으로 강렬한 러브마크를 날리는 신생 브랜드가 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 사이에서도 짧은 주기로 촘촘히 시도하는 브랜드 재활성화는 여전히 화두다.

물론 단순히 로고를 바꾸고, 바이럴 영상을 제작하고, 한시적 퍼포먼스를 한다고 모두 리바이탈라이징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펜타그램의 마이클 비어루트(Michael Bierut)가 한 말처럼 원래 ‘나머지는 쉽다(The rest is easy)’. 콘텐츠가 좋으면 시작이 반이듯 그 이후는 잘하기 나름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서 또 한번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성숙한 브랜드 시장에서 좋은 제품은 훌륭한 스펙 못지않게 소비자에게 얼마큼 좋아 ‘보이느냐’를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아보이고자 함’의 위력을 아는 진정 좋은 브랜드가 가장 자기다운 친절한 디자인 언어로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만이 최고로 이상적인 브랜드 생태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이라인: 글 김은아

참고 자료: <러브마크Lovemarks: The Future Beyond Brands, 2004 >, <브랜드 매니지먼트Strategic Brand Management, 2007>, <오바마를 디자인하다Designing Obama, 2009>.

미래 지향 강조하려면 ‘동작 얼리기’ 브랜드 개성 키워주는 디자인의 힘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인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종류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다. 학계에서의 연구를 통해 실증적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므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볼 만하다.

1.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는 로고에 ‘동작 얼리기’를 가미한다.

2. 인간미가 필요한 브랜드는 손으로 쓴 브랜드 폰트를 사용한다.

3.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고려해 패키지 디자인을 교체한다.

4. 원산지 효과가 필요한 브랜드는 생산 공장을 강조한다.

5. 혁신적 브랜드는 시각과 촉각 사이의 감각 불일치를 적용한다.

… 1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최신 음악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다. 그 후 두 가지 중 하나를 로고로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봤더니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동적 로고일 때 선호도가 높았고,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로고가 정적일 때 선호도가 높았다…

… 만약 제품을 생산하는 장소에서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Made in China는 세계에 잘 알려진 단어다. 애플은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고 쓴다. China 대신 California를 내세운 것이다. Microsoft가 한때 판매했던 Zune 제품에는 Hello from Seattle, Assembled in China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중국 대신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강조한 문구다.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인 플러스엑스가 생산한 휴대폰 케이스에는 Designed by Lab C in Gangnam을 썼다. ‘강남’을 통해 원산지 효과를 얻으려 한 경우다…

… 감각 불일치는 시각과 촉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미각 사이에서도 존재하며 반응이 나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그림은 특정 식당에서 여름철에 제공하는 아이스티다. 필자와 함께 식당에 간 대부분의 동료들은 기대하는 아이스티의 색깔이 아니므로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꺼렸다. 하지만 같은 식당을 찾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원한 색깔을 갖고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며 좋아했다…

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로고에 힘이 없다면 ‘동작 얼리기’ 기법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브랜드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로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브랜드에서 사명(이름)이나 다른 글씨를 줄이고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추세에 따라, 로고가 단독으로 회사의 시각적 사인(sign)이 되거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도 로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로고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영국의 정유회사 BP Amoco 는 1억3600만 파운드, 펩시는 100만 달러, 런던 올림픽은 40만 파운드를 썼다. 로고에 관해서는 실무적 관심만큼이나 학문적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로고의 역할이 시선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로고 디자인의 어떤 부분이 사람의 인지, 감정, 의미 파악과 연관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심지어 최근의 한 연구는, 로고를 의도적으로 미완성시켜서 신뢰감을 포기하는 대신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얻으라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로고는 어떠할까? 화가들은 움직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순간을 캡쳐해서 그리는 ‘동작 얼리기(frozen motion)’ 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릴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신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락말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미국 미시간대와 브리검영대 연구자들은 로고에 이러한 기법이 사용되면 고객이 브랜드를 더욱 좋아할 것이라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두 사람이 시소를 타는 로고를 제작했다. 하나는 양쪽의 무게가 같아서 동일한 높이에 멈춘 모습을 그린 정적(靜的)인 로고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이 아래로 내려간 동적(動的)인 로고였다. 1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실험을 수행한 결과, 2개의 로고는 예쁜 정도, 복잡성, 정보전달, 친숙함, 새로움에서 차이가 없고, 오직 움직이는 느낌에서만 차이가 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본 실험에서는 74명의 대학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눠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각 로고가 가리키는 브랜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9점 척도로 물어보았다 (1=싫어함, 9=좋아함).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일 때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 (5.58 vs. 4.75).

다음 실험에서는 ‘뉴턴의 진자’ 이미지를 이용해 로고를 제작했다. 정적인 로고는 4개의 진자가 가만히 모여 있는 모습이었고, 동적인 로고는 4개 중 오른쪽 끝에 있는 진자가 위에서 떨어지면서 아래의 진자를 곧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64명의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브랜드 선호도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이면 정적일 때 비해서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4.94 vs. 3.83).

추가 실험에서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로고의 한계를 검증했다. 17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어떤 오케스트라에 대한 선호를 물어보았다.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 반면에,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최신 음악 트렌드에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응답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이전 실험에서 사용한 뉴턴의 진자 로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이 오케스트라의 로고라며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에는 로고가 동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5.11 vs. 4.25).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 로고가 정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 (4.60 vs. 5.36).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동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는 사실은 교통 표지판을 가지고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표지판에 그려진 보행자 그림에 각도를 주어서 마치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때 표지판을 보는 운전자가 더 빠르게 반응했다. 동적인 표지판은 도로뿐만 아니라, 동물원, 바닷가, 위험물질 취급 상황 등 무언가 주의해야 할 때 종종 등장한다. 본 연구는 로고를 동적으로 만드는 ‘동작 얼리기’라는 구체적인 기법을 제안했으며,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동적인 이미지에 더 깊게 정서적으로 관여하고 더 좋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적 로고의 효과는 전통과 과거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밝혀냈다.

동적 느낌을 주는 표지판, 로고, 광고에 관한 연구가 연속적으로 등장했지만, 동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다이나믹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자동차, 기차, 배 등 여러 운송기관이 승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유선형의 내외관을 가진 건물에서는 사람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동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적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비용과 효익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리서치는 꼼꼼하게, 실행은 과감하게. 정체된 입병약 시장 판도 바꾸다

경험이 적었던 B2C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코오롱제약이 첫 신제품 ‘아프니벤큐’로 9개월 만에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1) 겉보기에는 성장이 정체된 구내염 치료제 시장이지만 기존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외돼 있었던 ‘비고객’ 환자 65%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설계

2) 약사를 공략하는 영업조직의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최종소비자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추진

3) 대표이사부터 담당 부서장과 PM, 외부 컨설팅 업체까지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제품의 철학을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

… 코오롱제약은 이 약물을 세 가지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만능 물약’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플 때 그 특정 부위를 치료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산다. 목이 아프면 인두염약을 사고, 이가 아프면 치은염약을 산다. 미리 약을 사뒀다가 목이 아프면 목에 바르고, 잇몸이 아프면 잇몸에 바르자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즉, 이 약이 세 가지 질병 처치에 모두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중 하나에만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 “기존 제품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들을 스위칭 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대신 잠재 수요자들이 많이 있었다. 입병의 불편함을 참지 말고 가글 1분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1차 목표는 오라메디와 알보칠의 양강 구도를 깨고 3자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삼국지(三國志)의 천하삼분지계처럼 우리는 삼구지(三口志)의 천하삼분지계를 세웠다.”

… 기존 구내염 약품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했기에 장기간의 불편함과 순간적인 아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가글 형태로 만들어진 아프니벤큐는 두 가지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대신 “가글이 약효가 있을까”라는 새로운 문제를 얻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병엔 가글이 치료제입니다”를 통해 혁신 제품의 효력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생각의 전환만으로는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동원돼 사용행동과 구매행동의 전환을 유도했다. 광고는 가글이라는 다소 낯선 행동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뜯고 붓고 1분 동안 가글가글”이라고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병에 담거나 사각형 파우치 대신 스틱형 파우치로 포장하면서 가글이라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효가 극대화되는 3일 동안 하루 3번의 가글을 유도하기 위해서 9개를 포장했다.

… “무엇이 필요하다”처럼 니즈를 가르치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무엇이 좋다”처럼 전문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가르치면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시장에서 실패한 세그웨이나 3D TV의 경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니즈를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다수의 초기 애플 제품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형태, 색깔, 촉감, 소리를 통해서 더 나은 경험이 제공된다’는 점은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애플은 소비자 조사 결과의 가중치를 낮추고 CEO와 CDO를 포함한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시장 성공과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한꺼번에 작동하지만 소비자에게 수준 높은 선호(취향)를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접근법일 것이다.

“어, 만져보니 다르네” 감각불일치는 유용하긴 한데…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이폰은 얼핏 보기에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예상과 달리 차갑고 무거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시각에서는 플라스틱을 기대하지만 촉각에서는 금속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흔히 ‘룩앤필(look and feel)’이라고 부르는 시각과 촉각에서 발생하는 감각 불일치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는 사람처럼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라 한다. 특히 혁신적(innovative) 브랜드와 진실된(sincere) 브랜드는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 버진, MTV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혁신적인 브랜드이지만 노키아, 포드, 홀마크 등은 현실적이고 진실한 브랜드의 전형이다.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시각-촉각의 감각 불일치와 브랜드 성격이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가지는지 연구함으로써 감각 불일치가 신제품을 판매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브랜드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한 커피숍에 찾아온 207명의 북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커피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실험을 위해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2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6개의 상황을 설정했다. 먼저 브랜드 성격을 제공하지 않는 통제집단의 경우 ‘JAUNT’라는 가상의 커피 브랜드를 하얀 배경에 Ariel 폰트로 썼다. 또 웹사이트에는 이 브랜드에 관련된 그림이나 글, 브랜드 태그라인(tagline) 등을 넣지 않았다.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거나 진실한 조건의 경우 웹사이트의 5가지 핵심 속성(색상, 그림, 폰트, 내용, 태그라인)을 이용해 JAUNT라는 브랜드를 적절히 변경했다. 이렇게 세 가지 변형 중 하나의 브랜드 성격을 접하게 한 이후 두 가지 감각 상황을 제시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burlap)처럼 보이면서 실제로 감촉도 마대인 포장용기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고(감각 일치),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이 재질인 봉투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감각 불일치).

이렇게 실험한 결과, 브랜드 성격이 ‘진실’한 경우 마대에 들어 있는 감각 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5.00 > 3.66).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면 반대로 마대처럼 보이는 종이봉투에 들어 있는 감각 불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4.48 > 3.63).

또 다른 실험에서는 276명의 북미 학부생을 대상으로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3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긍정적 감각 불일치 vs. 부정적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9개의 상황 중 하나의 상황에서 신규 팝콘 제품의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먼저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웹사이트 구성을 통해 MAKKA라는 팝콘 브랜드의 성격을 세 가지로 달리 조작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세 가지 용기 중 하나를 제시했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질의 통이거나(감각 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루미늄 통이거나(긍정적 감각 불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거나(부정적 감각 불일치)였다.

실험 결과, 브랜드가 진실된 경우에는 감각 일치 팝콘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더욱 높았지만(3.57 > 2.84, 2.51), 브랜드가 혁신적인 경우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 모두 감각 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높았다(3.41, 3.30 > 2.62). 즉, 브랜드가 진실되면 감각 일치가 선호됐지만 브랜드가 혁신적이면, 심지어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각 불일치가 선호됐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제품의 정통성(perceived authenticity)이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진실된 브랜드일 경우 감각 일치가 되는 제품의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고 혁신적인 브랜드는 반대로 감각 불일치일 경우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브랜드가 다르면 제품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이나 버진과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조금 거칠지만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노키아나 홀마크 같은 진실된 이미지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즉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그 브랜드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경쟁자로 가득찬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서 감각 불일치를 집중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가 혁신적이라면 심지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인다고 하더라도(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종이 패키지) 감각 불일치가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진실하다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에 심는 경험마케팅, 라이프스타일로 침투. 브랜드 연관성 흐릿해도 무방, ‘키워드’ 존재해야

공간을 활용한 경험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체험관도 일종의 공간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하는 시도가 각광받는 추세다. 소비자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자 하는 의도다.

ms-store국내 공간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카드다. 디자인, 여행, 음악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잇달아 오픈하고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바이닐&플라스틱’이라는 음반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분화하고 이에 걸맞은 경험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다소 딱딱한 금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봄 전북 고창군에 농촌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오픈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체험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식품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최근 주목받는 전원라이프에 최적화된 공간마케팅을 시도한 경우다. 단지 공간만 마련한 것은 아니다. 농원을 배경으로 예비신혼부부에게 웨딩 촬영기회를 제공하는가하면 ‘어린이 북 페스티벌’을 통해 책 만들기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는 장기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있기에 기업에게는 두말 할 나위없는 마케팅 타깃이 된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남는 공간마케팅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서수원점 옥상에 풋살장을 개설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를 개방했다. 공간마케팅과 지역사회공헌을 접목한 셈이다. 구장 주변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잔디길을 조성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 안에 텃밭을 꾸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저마다 장르와 방법은 다르지만 이러한 공간마케팅은 단 하나의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자사와 별다른 연관성을 갖지 않아도 일단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굳이 제품판매를 위한 무리한 접근도 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즐겁게 만나는 접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체험공간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언급했다.

물론, 단순한 호의에서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레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연결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자사 공간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당연히 세일즈 효과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간마케팅은 곧 이미지 마케팅으로도 치환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간 자체가 가진 이미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덧씌워지는 효과가 있다”며 “똑똑하게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공간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흐릿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흐릿하더라도 연관성이 되는 키워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재우 교수는 “두부를 파는데 최첨단 테크노밸리에서 공간마케팅을 하는 것이 어울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경험마케팅에도 반드시 고도화된 전략은 따른다. 한상린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접점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임팩트 있는 경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순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만을 꾀한다면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매 이전부터 구매 이후까지의 소비자 경험여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어떤 터치포인트가 존재하는지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경험과정이 조금씩 다른 소비자층을 세분화시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소비자는 ‘척’이 아닌 ‘접’에 끌린다. 단순체험 넘어 ‘브랜드 가치’ 전달하는 경험 마케팅

신뢰의 상징 OO기업에서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우리 제품에는 OO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담겨있습니다.’ ‘한번 써보시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apple-store지난 수십 년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쏟아져 나온 광고·마케팅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시키거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이를 마땅히 검증할 방법이 없었던 소비자들은 그럭저럭 믿으며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은 왕’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경험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다.

ICT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 등이 상용화되면서 개개인이 감당 못할 만큼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갖가지 정보를 찾아보는 수많은 길이 열렸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집단지성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부풀리기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온 결과였다.

이와 관련,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큰 신뢰를 준다”고 소비 심리의 기저를 짚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이전의 모든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요소는 ‘인지도’였다. 표면적 차별화를 위해서만 마케팅을 하다 보니 ‘우리가 최고’라고 호도해온 경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구매의 절대적인 지표로 삼고 있다. 과다경쟁시대에 생존을 모색해야 할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도 자연스럽게 이같은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전략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인지도를 쌓는다고 해도 (경험시대에는) 친숙도와 선호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경험마케팅이 고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경험은 마케팅의 필수요소가 됐다고 봤다.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은 A제품과 B제품을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카테고리의 교통수단과 비교한다”며 “소비자 경험을 마케팅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배경이다. 일례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9월 삼성 ‘청춘문답’ 강연에서 “과거의 마케팅 키워드는 ‘~척’이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실제 경험 없이 소비자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브랜드의 진정성과 신뢰성 높이는 강력한 수단

소비자 행동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이라지만 경험마케팅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려면 이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경험마케팅은 설득시키는 한편, ‘믿어야 할 이유(reason to believe)’를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한상린 교수는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더 즉각적이고 깊게 나타난다”면서 “소비자 자신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경험이란 개념이 최근에서야 마케팅에 도입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지금도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식이나 시음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고전적 마케팅 기법이다. 옷을 구입하기 전에 입어본다던가, 전자제품을 구동해보는 방식의 순간적 경험도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경험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란 측면이 있다. 한상린 교수는 “과거에는 피상적인 체험에만 머물렀지만 지금은 제품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자사제품들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집대성해놓은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 체험관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업계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실제 스포츠나 레저 활동에서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레슨 형식의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엠리밋의 ‘워터플레이 원데이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한강에 모여 전문강사로부터 수상스키, 카약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수상스포츠를 배우고 체험하는 형식이다. 단지 매장에서 제품만을 착용해보는 일차원적인 체험이 아니라 실제 활동에서 심도 있게 경험하게 한 것이다.

소비재가 아닌 서비스의 경우 직접적인 경험마케팅이 쉽지 않다. 체험 자체가 구매와 다름없기 때문. 그러나 이들도 색다른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항공사인 KLM은 자사 항공기의 1등석이 편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공항로비에 이를 설치했다. 이 자리에서 편안하게 몸을 누인 승객에게는 항공권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8월 시큐리티 업계 최초로 자사의 서비스와 기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을 개설했다.

최근 불고 있는 경험마케팅 열풍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까지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에는 제품 이상의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에 보다 고도화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해당 브랜드의 정신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접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아빠&딸 드라이빙 투어’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빠가 직접 딸에게 운전 노하우를 가르치고 함께 교외드라이브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여성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브랜드의 노력을 각인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자사 차종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가족애’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브랜드에 덧씌워지는 효과도 거뒀다.

페스티벌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전파에 나서는 케이스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7월 유명 래퍼들이 참가하는 ‘언더브릿지 비츠 파티’를 열었는데 카스(Cass)의 브랜드 이미지인 역동성과 활력을 여기에 투영했다. 물론, 자사 제품을 마실 수 있는 바(Bar)도 잊지 않았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특강] 브랜드 고급화 전략으로서 콜라보레이션

이번 특강은 “라인프렌즈“의 안지훈 브랜드 팀장님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전 세계에 걸쳐 10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3대 메신저에 속한다. “라인프렌즈”는 ‘라인’의 캐릭터 스티커로 출발하여, 현재는 독립적인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로서 자체 상품 제작은 물론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 캐릭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업의 확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인프렌즈가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배경과 진행과정, 그에 얽힌 뒷얘기 등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DML_안지훈 팀장님 @ 라인프랜즈

 

  • 직관적인 표현 수단으로써의 캐릭터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 전화선이 마비된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한 연락망이 됐던 것은 인터넷이었다. 사람들은 메신저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캐릭터 이모티콘은 그저 귀여운 스티커가 아닌, 한 사람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툴로써의 기능을 수행했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 이모티콘은 때때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함축적인 감정을 표현해낸다. 라인 메신저에서 출발한 라인프렌즈 캐릭터는 때로는 사람들의 슬픔을 표현하고, 때로는 반가움을 표현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정서적인 충족감을 주는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 캐릭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콜라보레이션

2015년,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캐릭터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적인 브랜드로 설립되었다. 라인프렌즈는 특히 아시아권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국가적인 차원에서 라인 메신저가 차단되었지만 라인프렌즈 스토어만큼은 고객들로 붐빈다. 독립적인 캐릭터로서의 파워를 입증하는 현상이다. 라인프렌즈 스토어는 전 세계에 누적 43개의 지점을 오픈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존재했다. 보통 캐릭터 제품이라고 하면 우리는 볼펜과 노트 같은 팬시류를 떠올린다. 그만큼 자주 보이고 친숙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캐릭터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인기 있는 캐릭터일수록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것이 맹점으로 작용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라인프렌즈 또한 그 갈림길에 서 있었다. 브랜드 가치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캐릭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색다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때 세운 전략이 바로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포지션이 정확하거나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들 사이에 확고히 자리 잡아 있는 브랜드와 협업하여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그를 통해 라인프렌즈의 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도모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은 큰 효과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만년필 브랜드 LAMY와의 콜라보레이션이있다. LAMY는 특유의 디자인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였다. 그런 LAMY에서 최초의 콜라보레이션을 라인프렌즈와 함께하였고, 곰돌이 캐릭터 ‘브라운’이 달려있는 이 만년필은 총 수량 3만 개 중 출시 첫날 1만 5000여 개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합이 잘 맞는 브랜드끼리 만나면 소장 욕구와 가치를 배로 증폭시키는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이어 몰스킨, 스와로브스키, 록시땅, 구스타프베리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했고, 더 나아가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브랜드에 어떤 감성과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있게끔 제품 제작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전체적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이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단순히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 안에 숨어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팬시류에 국한되었던 캐릭터의 활용 한도를 깨부쉈다는 점 또한 콜라보레이션의 고무적인 성과였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는 도자기, 화장품, 자전거 등에도 등장하였고, 그 자체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캐릭터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Brown Lamp Line Friends Mr Maria

 

  • 브랜드의 정체성과 시너지 효과

브랜드끼리의 협업은 서로에게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라인은 여러 번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캐릭터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고, 타 브랜드는 라인이 가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파워를 등에 업고 사업 확장의 입지을 다졌다. 이때 중요한 점은 이 브랜드와 협업 했을 때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냐는 것인데, 라인프렌즈는 실제로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는 브랜드의 리스트가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그만큼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는 그 브랜드가 시장에서 갖추고 있는 포지션, 이미지, 스토리를 파악해야 하고, 실제로 그것이 라인프렌즈가 추구하는 바와 잘 맞아 떨어졌을 때 대중들은 그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색다름을 느끼고 그들 스스로 프리미엄을 붙이게 된다.

 

  • 결론

특강을 다 듣기 전에는 각각의 브랜드가 가지는 고유의 이미지나 몇십 년간 쌓아온 그 브랜드만의 가치가 존재할 텐데, 그렇다면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만의 색깔과 정체성도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캐릭터’와 ‘친숙함’은 원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 이미지의 무분별한 소비를 타개하기 위해 콜라보레이션은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라인프렌즈만의 프리미엄 캐릭터 브랜드 이미지, 혹은 경계 없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비행기나 로봇에 그려져 있는 곰돌이 브라운을 떠올려보자. 생소하긴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얘기다. 또한 그것을 실현하는 자체로 브라운은 이미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도 영역에 한계가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진화한다. 진화하는 브랜드에 맞게, 혹은 진화를 끌어내기 위해, 브랜드는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으로 갈아입는다. 이번 특강은 그러한 경계를 끊임없이 허무는 라인프렌즈의 행보를 통해 ‘진화하는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Written by 강인경,윤진재,이원재,이태호,권지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