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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에 힘이 없다면 ‘동작 얼리기’ 기법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브랜드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로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브랜드에서 사명(이름)이나 다른 글씨를 줄이고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추세에 따라, 로고가 단독으로 회사의 시각적 사인(sign)이 되거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도 로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로고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영국의 정유회사 BP Amoco 는 1억3600만 파운드, 펩시는 100만 달러, 런던 올림픽은 40만 파운드를 썼다. 로고에 관해서는 실무적 관심만큼이나 학문적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로고의 역할이 시선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로고 디자인의 어떤 부분이 사람의 인지, 감정, 의미 파악과 연관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심지어 최근의 한 연구는, 로고를 의도적으로 미완성시켜서 신뢰감을 포기하는 대신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얻으라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로고는 어떠할까? 화가들은 움직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순간을 캡쳐해서 그리는 ‘동작 얼리기(frozen motion)’ 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릴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신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락말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미국 미시간대와 브리검영대 연구자들은 로고에 이러한 기법이 사용되면 고객이 브랜드를 더욱 좋아할 것이라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두 사람이 시소를 타는 로고를 제작했다. 하나는 양쪽의 무게가 같아서 동일한 높이에 멈춘 모습을 그린 정적(靜的)인 로고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이 아래로 내려간 동적(動的)인 로고였다. 1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실험을 수행한 결과, 2개의 로고는 예쁜 정도, 복잡성, 정보전달, 친숙함, 새로움에서 차이가 없고, 오직 움직이는 느낌에서만 차이가 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본 실험에서는 74명의 대학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눠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각 로고가 가리키는 브랜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9점 척도로 물어보았다 (1=싫어함, 9=좋아함).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일 때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 (5.58 vs. 4.75).

다음 실험에서는 ‘뉴턴의 진자’ 이미지를 이용해 로고를 제작했다. 정적인 로고는 4개의 진자가 가만히 모여 있는 모습이었고, 동적인 로고는 4개 중 오른쪽 끝에 있는 진자가 위에서 떨어지면서 아래의 진자를 곧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64명의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브랜드 선호도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이면 정적일 때 비해서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4.94 vs. 3.83).

추가 실험에서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로고의 한계를 검증했다. 17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어떤 오케스트라에 대한 선호를 물어보았다.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 반면에,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최신 음악 트렌드에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응답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이전 실험에서 사용한 뉴턴의 진자 로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이 오케스트라의 로고라며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에는 로고가 동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5.11 vs. 4.25).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 로고가 정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 (4.60 vs. 5.36).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동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는 사실은 교통 표지판을 가지고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표지판에 그려진 보행자 그림에 각도를 주어서 마치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때 표지판을 보는 운전자가 더 빠르게 반응했다. 동적인 표지판은 도로뿐만 아니라, 동물원, 바닷가, 위험물질 취급 상황 등 무언가 주의해야 할 때 종종 등장한다. 본 연구는 로고를 동적으로 만드는 ‘동작 얼리기’라는 구체적인 기법을 제안했으며,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동적인 이미지에 더 깊게 정서적으로 관여하고 더 좋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적 로고의 효과는 전통과 과거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밝혀냈다.

동적 느낌을 주는 표지판, 로고, 광고에 관한 연구가 연속적으로 등장했지만, 동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다이나믹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자동차, 기차, 배 등 여러 운송기관이 승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유선형의 내외관을 가진 건물에서는 사람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동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적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비용과 효익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메일 마케팅 YES/NO ‘버튼의 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우리는 종종 신규 서비스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하단에 “가입하려면 여기를 누르세요(Click here to enroll)” 또는 “가입하려면 로그인하세요(Login to enroll)”와 같은 버튼이 붙은 e메일을 받는다. 대부분은 무시한다. 입장을 바꾸어보자. 당신이 신규 서비스를 e메일로 마케팅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버튼을 클릭하고 신규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잘 알려진 것은 옵트아웃(opt-out,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체크) 방식이다. 즉, 무언가 정해진 디폴트(default) 옵션이 이미 선택돼 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만 사용자가 클릭하는 것이다. 옵트아웃 방식은 장기기증, 은퇴연금 가입, 독감 예방주사 등 많은 분야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서비스 가입을 유도해야 하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는 이렇게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는 옵트아웃은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두 연구자는 옵트아웃 방식을 사용할 수 없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은 “예, 가입하겠습니다”와 “아니요, 가입하지 않겠습니다”라는 Yes/No 버튼을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예”라는 버튼을 누르고 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으로 가정했다. 위험해 보이지만 매우 간단한 이 방법은 사람들이 “예” 버튼을 디폴트로 본다는 성향, 부정 버튼에 비해서 긍정 버튼을 쉽게 누르는 성향, 1인칭으로 대답할 때에는 긍정적으로 대답하려는 성향이 합쳐져서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북미의 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서 총 2만3863명의 프로그램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내는 e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모든 e메일은 아래 문구로 동일하게 시작했다. “당신은 우리가 제안한 체력증진 프로그램에 가입했지만 지난 35일 동안 육체 활동에 관한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체력 증진 활동이란 아이와 놀아주거나, 춤을 추거나, 계단을 걷거나, 집을 청소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 다음 3개 그룹으로 나눠서 각기 다른 문구를 제공했다. 1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으면 ***에 로그인하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고, 2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다면 여기를 누르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건의 응답자들에게는 “예,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습니다”와 “아니요,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Yes/No 버튼 두 개가 제공됐다.

실험 결과, 옵트인 방식으로 버튼 하나만 제공된 e메일을 받은 1번 그룹과 2번 그룹의 가입자들은 9.5%가 그 버튼을 눌렀지만 Yes/No 버튼이 제공된 e메일을 받은 3번 그룹 가입자들은 13.3%가 Yes 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보상이 더해졌을 때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약 1만5000명의 체력 증진 프로그램 가입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하나의 버튼만 주어지는 옵트인 방식, 또는 Yes/No 방식으로  e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절반씩에게는 “**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포인트가 제공된다”는 정보를 더해주었다.

실험 결과, 이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옵트인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에 비해서 Yes/No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이 Yes 버튼을 클릭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3.2% vs. 7.2%). 또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실제로 가입하는 가입률도 2배 높았으며(1.4% vs. 2.8%), 마지막으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1번 이상 직접 참가하는 참여율도 높게 나타났다(1.2% vs. 2.3%). 그러나 포인트 제공 정보는 클릭률, 가입률,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Yes/No 방식은 응답이 강제된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장기를 기증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에 No라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이 연구에서는 응답이 강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Yes/No 방식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e메일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클릭률을 높여야 하는 온라인 마케터에게 간단하지만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Yes/No 방식은 온라인에서만 효과가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선택의 가능성을 Yes/No로 열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