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woo Joo의 모든 글

Jaewoo Joo is a Professor of Marketing at Kookmin University. He also teaches in the Experience Design program at the Graduate School of Techno Design. Jaewoo holds a PhD in Marketing from the University of Toronto and earned his MBA and BA from Seoul National University. During his doctoral studies in Canada, he developed an interest in design thinking and behavioral economics to overcome the limitations of conventional practices in design and marketing. Jaewoo currently collaborates with industrial leaders, marketing agencies, and startup founders. Through field experiments, he designs experiences that are both intuitive and strategic. He enjoys sharpening practical insights and contributing to academic research.

스타벅스가 닫은 문, 더치 브로스가 여는 미래

미국 틱톡에서 더치 브로스는 드라이브 스루 중심 매장과 시크릿 메뉴, 개인화된 음료 조합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치 브로스의 강점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브로이스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가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고카페인·고당 음료 중심의 인기는 건강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서는 개인화와 웰빙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 틱톡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브랜드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더치 브로스(Dutch Bros)’다. 매장 앞에서 음료를 인증하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아직 매장이 없는 동부 지역 학생들이 이 커피를 맛보기 위해 서부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다.

2025년, 스타벅스는 매장 400개를 폐쇄하고 900명을 감축했다. 반면 더치 브로스는 1,100개 매장을 확보하면서 미국 4대 커피 체인으로 올라섰다. 스타벅스가 도심에서 임대료가 비싼 매장을 유지하는 동안, 더치 브로스는 도심 외곽에 드라이브 스루 중심의 소형 매장을 촘촘히 배치했다.

두 브랜드는 매장이나 비용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한 명의 소비자가 개인으로서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더치 브로스는 만들어진 커피를 파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소비자가 원하는 에너지 조합을 찾아주는’ 공간에 가깝다. 공식적인 커피 메뉴보다 팬들 사이에서 확산된 시크릿 메뉴가 더욱 유행하는데, 초콜릿과 카라멜이 결합된 ‘골든 이글(Golden Eagle)’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아샷추’가 유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브로이스타(Broista: 더치 브로스와 바리스타의 합성어)’와의 상호작용도 제품의 일부가 된다. 브로이스타는 응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을 확인하고 새로운 조합을 제안하기도 한다. 즉 소비자는 기성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동적 소비보다 능동적 생산에 가치를 두는 최근의 사회 성향과 맞닿아 있다.

물론 이 모델은 구조적 리스크도 있다. 소비자들은 단기적인 각성 효과와 단맛이 과한 음료에 열광한다. 예를 들어 ‘골든 이글’ 라지 사이즈 한 잔에는 카페인 370mg과 설탕 139g이 들어있으며 총열량이 900kcal에 이른다. 짜릿한 순간의 경험을 추구하다 보면 건강 이슈를 피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브랜드 지속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다.

결국 더치 브로스의 성장은 표준화된 대형 브랜드가 놓친 ‘개인화’의 힘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구성하고 표현한다. 다만 표현된 취향이 장기적인 웰빙과 함께해야만,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특강] 오프라인은 어떻게 마케팅이 되는가

교환학생으로 뉴욕에 머물던 중, 우연히 영화 〈위키드〉 팝업 스토어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OST가 좋았다는 감상 정도만 있었지만 팝업을 구경하면서 공간이 가진 몰입감을 경험했고, 위키드 브로드웨이 티켓 구매와 현지 영화관 관람 등 충성도 높은 반복 소비자로 만들어주었다. 이 특강은 내가 뉴욕에서 한 선택의 이유에 언어를 붙여주는 시간이었다.

특강을 관통하는 핵심은 ‘소비자는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경험하러 오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카페를 가도 그 공간을 온전히 채우는 사장님의 고유한 취향과 미감, 축적된 경험이 함께 느껴지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의 맛보다 카페라는 공간을 향유했던 나를 기억하고, 팝업에서 산 물건보다 그 속에서 느꼈던 나의 감정과 취향을 더 오래 기억한다. 방문객들이 투웨니투데이 팝업이 사라질 때 아깝지 않느냐고 했던 이야기도 같은 맥락으로 이들이 아쉬워했던 것은 사실 그 팝업공간 안에서 향유했던 자신만의 고유한 감상과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 명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 특강의 ‘와인색’ 색상 예시였다. 물리적으로 거의 차이 없는 두 색을 사람들은 전혀 다르게 읽는다. 바로 브랜드가 쌓아온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인식의 축적이라는 특강 내용처럼 팔리는 것은 기능과 가격의 문제지만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인식과 감정의 문제이다. 인식 설계란 결국 소비자의 자아 이미지와 브랜드를 겹치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강하게 추천하는 브랜드가 ‘나를 잘 표현해주는 브랜드’라는 것은 팝업이 단순한 판촉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의 거울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키드> 팝업은 나에게 바로 그 거울이었다. 콘텐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공간을 걷고 후기를 읽고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다시 경험을 상기하는 걸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주었다. 귀국 후에도 평론가의 글과 관람 후기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고, 성수에서 열리는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 팝업도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팝업 방문으로 얻은 공간에 대한 인식이 내 취향의 메커니즘을 확립해준 것이다. 특강에서는 팝업의 성공을 방문객 수나 SNS 좋아요 수가 아니라 ‘공간을 나설 때 어떤 정서적 감동을 얻었는가’ 라고 말한다. 나는 더 나아가, 팝업의 진짜 성공은 ‘소비자가 공간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확정하는 경험을 하느냐’ 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내린 결론을 가장 강하게 믿는다. <위키드> 팝업 방문 이전 나의 관심정도나 취향은 그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었지만 팝업공간이 그 가설 위에 경험의 도장을 찍어주었기에 취향 확립이라는 확신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판촉형 팝업은 이 가설을 확정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가설 단계에 머무는 한, 그 팝업은 결국 소비되고 잊힐 수밖에 없다.

특강을 들으며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질문이 있다. ‘AI가 기능적 경험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프라인 팝업으로 향할까?’ 였다. 특강이 끝나고 <위키드> 팝업을 떠올리면서 내린 나의 결론은 오히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오프라인을 찾게 되리라는 것이다. AI가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은 복제되지 않는 나만의 고유한 것들을 가지고 싶어할 것이고, 이는 결국 자신만의 취향과 정체적 확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기능은 대체할지라도 ‘이 공간에 있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느꼈는가?’ 라는 인식은 대체되거나 복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렌트는 모두가 온라인으로 달려가던 시기에 반대 방향을 택하며, 온라인이 채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기능의 경쟁은 의미를 잃고 인식을 설계하는 능력이 진짜 경쟁력이 되기에 저마다의 고유한 인식은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팝업공간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특강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인식과 취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간을 기획하는 프로젝트 렌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단단한 방향성인지에 대해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Written by 조예지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해외영업과 마케팅 관련 직무를 진로로 고민해온 나에게 이번 특강은 처음부터 흥미롭게 다가왔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공간이라는 채널이 어떤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내가 앞으로 마주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후기에서는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내가 이해하고 재해석한 방식으로 기술해 보고자 한다.

  • 왜 지금 오프라인인가 — 채널의 붕괴와 공간이라는 미디어의 부상

대표님은 시장이 기능적 교환 → 편리함 → 경험 → 커뮤니티의 4단계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은 이미 쿠팡 플레이나 유료 멤버십처럼 커뮤니티 단계까지 도달한 반면, 오프라인은 여전히 편리함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그 빈자리가 기회였다.

기존 광고 채널의 붕괴도 오프라인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켰다. 현재 TV 시청률은 사실상 60대 이상에게만 유효하고, 소비자의 평균 집중 시간은 1.3초 이내로 줄어들었다. 전달해야 할 정보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소비자의 집중력은 급감한 이 비대칭적 상황에서, 공간은 충분한 몰입과 정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했다.

내가 준비하는 해외영업 관점에서도 이 논리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다. 이메일과 카탈로그만으로 글로벌 바이어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어떤 채널로, 어떤 밀도로 상대방의 인식에 남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 인식을 설계하는 것이 비즈니스다 — Need에서 Desire로의 전환

강의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개념은 소비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대표님은 소비자는 더 이상 필요한 것(Need)이 없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중요한 것은 욕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맛있는 셰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처럼, 소비자의 Desire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라가 36만 종의 디자인을 선보여도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도 같다. 소비자를 멈추게 만드는 건 디자인의 완성도가 아니라, 사야 할 이유와 명분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계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키 사례는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며 오프라인 유통을 축소한 나이키의 의도는 효율화였지만, 소비자가 느낀 것은 “나이키와의 거리감”이었다. 대표님의 말처럼, 생산자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느낀 사람이 느낀 것이 진실이다.

해외영업도 결국 인식의 설계다. 가격 경쟁력 이전에, 이 브랜드와 함께함으로써 바이어가 얻게 될 의미와 포지셔닝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무역에서도 물건을 수출하는 일련의 과정이 단순한 비즈니스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이 우리 브랜드를 통해 어떤 모습의 자신이 될 수 있는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 경험의 질이 성공을 결정한다 — 새로운 것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것

“사람들은 시설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경험하러 온다.” 강의에서 역시 인상깊은 말씀이였다. 스타벅스가 커피빈보다 맛이 없어도 선택받은 이유, 에르메스 버킨백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이유가 모두 같은 원리다.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대표님은 성과 측정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회수·방문객 수 같은 양 기반에서, 얼마나 깊이 소비자를 움직였는가라는 질 기반으로의 전환이다. CJ 팝업 분석에서 핵심 컨셉 ‘슬로우에이징’이 소비자 후기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나의 관심사인 해외영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바이어와의 접촉 횟수보다 한 번의 미팅이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가가 장기적 관계를 결정한다.

  • 결론

대표님의 특강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강의가 끝난 후 내가 가져간 것은 훨씬 더 넓은 원리였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제품이나 가격이 아닌, 소비자의 인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인식은 양보다 질, 새로움보다 압도적인 경험, 기능보다 의미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해외영업을 진로로 고민하면서 나는 더 좋은 제품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특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받는 브랜드는 더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더 강력한 의미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느낀 사람이 느낀 것이 진실이라면, 해외 파트너와 바이어가 우리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가 내가 앞으로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질문이 됐다. 실행의 디테일이 성공을 만드는 시대, 나는 그 디테일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Written by 김정열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우리 시대의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당신은 어떻게 기념하고 있나요?

어김없이 찾아온 5월은 평소에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하는 ‘가정의 달’이다. 그중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두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0대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 50대 부모님까지 여러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선물 소비 증가한 어버이날, 기념 간소화된 스승의 날

한국의 어버이날은 미국의 ‘어머니의 날’의 영향을 받아 1956년 5월 8일 지정된 ‘어머니날’에서 시작됐다. 이후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자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RCY) 단원들이 병환 중이거나 퇴직한 교사를 찾아가 위로를 전했던 위문 활동에서 유래했으며, 1965년부터 5월 15일 스승의 날이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카네이션과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한 어버이날은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과 소비문화 변화에 따라 물질적 표현이 중요시되는 형태로 변모했다. 실용성과 편의성이 우선시되면서 최근에는 용돈, 건강식품 등에 대한 선호가 더욱 높아졌다. 성인 2000명이 응답한 지난해 롯데멤버스 조사에 의하면 어버이날 ‘드리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모두 용돈(각각 83.9%, 70.8%)이었다. 또한, 농촌진흥청이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가정의 달 맞이 농식품 소비 행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가정의 달 선물로 건강기능식품을 가장 선호했으며, 선물 가격대는 10~15만원 대를 가장 선호했다. 카네이션은 여전히 어버이날을 상징하지만, 예전보다는 존재감이 약해져 요즘은 주로 보조적인 선물로 활용되는 편이다. 

어버이날의 선물 상품의 소비는 매년 더 활발해지는 한편, 스승의 날은 과거보다 확연히 간소화되는 추세이다. 위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어버이날(55.5%) △어린이날(26.1%) △스승의 날(5.7%) 순으로 가정의 달 기념일을 챙겼다. 스승의 날의 본래 취지와 달리, 한때 촌지와 선물 관행, 사제간 금품 수수 문제가 빈번했다. 1997년 교육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기록한 ‘촌지기록부’가 적발되면서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 문제가 누적되면서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됐고 자연스럽게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나 선물 문화는 크게 위축됐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관련 행사가 대부분 사라졌으며 교사와 학생 모두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날’보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날’로 인식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올해 어버이날 기념 계획

20대 공세현(사회·22)씨는 “초·중·고등학생 때는 학교가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챙기는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대학생이 된 후에는 전보다 기념일을 챙기기가 여의치 않아졌다고 덧붙였다. “성인이 되면서 부모님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특히 어버이날의 경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생략되거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김예슬(국제통상·25)씨도 올해 전화로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는 편지를 썼고, 중학교 때는 용돈을 모아 꽃을 사드렸던 기억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직접적인 표현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30대 박석중 씨는 어버이날을 바쁜 일상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라고 여겼다.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하게 돼,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에는 꼭 찾아뵈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이명준 씨는 어버이날 당일에는 일정상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렵지만, 그 주 주말에 시간을 내 본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편지와 용돈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예정”이라며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 찾아뵙는 행위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녀가 챙겨줄 어버이날에 대해서는 “자녀가 주는 선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 그 자체로 감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버이날, 감사함보다 부담이 먼저 다가오는 이유

어버이날의 표현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기념을 위해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경제적 능력이 생기고 가족 내 역할이 커지면서,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일종의 ‘책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대학생 공세현 씨는 “감사 편지와 함께 번듯한 선물을 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고, 나이가 들수록 점차 부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물질적 부담이 사회적 분위기와 가정의 달 마케팅의 영향으로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정의 달 마케팅에 대해, “4월 중순부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가정의 달 케이크를 홍보하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관련 광고를 전면 도배하는 것, 또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어버이날 추천 선물 광고 등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기념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30대 박석중 씨는 “매년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용돈”이고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더 성의를 표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며 경제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부담의 크기는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기념일을 챙기기 위한 용돈을 별도로 마련해야 했던 대학생 때보다는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서 어버이날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윳돈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2030세대 자녀들은 경제적 여유에 따라 어버이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의 크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감사를 표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각종 마케팅과 물질적 표현의 보편화로 인해 그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명준 씨는 “내가 2030세대였던 시절에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당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용돈보다는 상품 선물이 주류였고, 부모님께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며 선물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기념일에 대한 부담이 심해진 현상을 주재우(경영)교수는 ‘감사 자원의 불균형’ 관점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정성과 노력이라는 ‘시간적 자원’을 투입해 부족한 경제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마음을 전할 수단이 물질적 ‘액수’로 고착화됐다는 해석이다. 주 교수는 “정성을 증명할 길이 돈으로 단일화되며, 자녀들은 각자의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심리적 부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일의 상업화와 소셜미디어 역시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개개인의 배려가 끼어들 ‘개별적 서사’를 지워버리고, SNS는 고가의 선물들로 대중의 ‘기준점(reference point)’을 과도하게 높여 학생들이 타인에게 휩쓸리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주 교수는 감사의 수단이 돈으로 고착화된 변화를 자녀 세대의 희생만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기업 플랫폼이 선물에 담긴 진심과 감정을 온전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정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받는 이의 태도’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부모님이 금액에 상관없이 ‘잘 받았다’, ‘진짜 좋더라’와 같은 명확한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며 선물의 가치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완성됨을 강조했다.

스승의 날, ‘조심스러운 기념일’의 긍정적인 영향들

여러 세대의 인터뷰 참여자는 스승의 날 기념 문화가 축소된 현상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공세현 씨에게 대학교의 스승의 날 분위기를 묻자 “학생회 차원에서 교수님께 카네이션을 챙겨드리는 등의 간소한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행사는 과거보다는 가벼운 의미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이 생겨 거창하게 챙겨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졌다”며 “법 도입 직후에는 작은 선물조차 거절당해 무안할 때도 있었지만, 제도가 안정화된 지금은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면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석중 씨는 현재의 문화를 과거 자신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며 스승의 날 기념 간소화가 학생들이 서로의 경제적 형편을 비교하는 문제를 완화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초등학생 시절 반장이 돈을 걷어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때 어린 나이임에도 가정 형편의 차이를 느꼈다”며 “경제적인 차이에 따른 비교와 같은 민감한 부분이 지켜질 수 있어 더 건강한 문화가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 세대인 이명준 씨는 “물질의 화려함은 걷어내고, 배움을 주신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카네이션과 편지에 담아 전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은 공공성이 큰 영역이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립학교 교사와 교수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에게도 적용된다. 김현진(교육)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외에도 공립학교 교사 같은 공무원의 경우 이해 충돌 방지, 청렴의 의무, 품위유지 등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률과 의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금품수수로 인해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법 제정으로 인해 스승의 날 기념에 있어 조심스러움이 과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는 긍정적인 변화도 많다고 강조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느끼던 심적인 부담이 공식적인 법의 제정에 따라 완화됐다”며 “물질에서 벗어나 편지, 문자 혹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추가로 “감사를 나누고자 하는 욕구는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본성적인 감사 표현의 욕구를 법적 문제 없이,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 개최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행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예산 배정이 중요하며 행정적인 절차를 통한 공식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공적인 제도를 통해 감사 표현이 학교의 문화로 정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버이날에는 선물과 용돈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감사함보다는 부담감이 먼저 들기도 하고, 스승의 날에는 제약이 있어 감사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념일을 챙기는 입장, 챙김을 받는 입장 모두 기념일 본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서로 다른 세대 모두 진심이 담긴 편지와 말 한마디가 주는 울림, 함께 하는 시간 자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표현의 형식보다 받는 이가 체감할 전달자의 마음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생긴 기념 방식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에 진심을 눌러 담던 기념일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고마움을 전하는 소중한 하루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 AI도 모르는 인간의 습성, 행동경제학자와 함께 읽다

저만 그런가요? 요즘 생각을 너무 적게 하는 것 같아요. 조금만 갸웃한 일이 생겨도 AI에게 바로 물어버려요. 보고서 초안도, 전략 방향도, 이메일 답장도. 그럴듯한 답이 몇 초 만에 나오죠. 그런데 그 답을 받아 든 순간, 우린 정말 ‘생각’하고 있을까요?

고민이 돼서 ‘생각’에 대한 책을 찾아봤어요. 이런 책이 있어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원래 생각하는 걸 싫어한다”고 주장해요. 빠르고 그럴듯한 답이 나오면, 검증을 생략하고 받아들인다고.

대니얼 카너먼. 노벨경제학상(2002년)을 받은 최초의 심리학자에요.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함께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며 행동경제학의 토대를 놓았죠. 700페이지가 넘는 이 벽돌책은 3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팔렸어요…

비쌀수록 더 건강해 보이는 이유

로스앤젤레스에는 Erewhon (에러원) 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매장이 있다. Erewhon은 1872년에 출간된 사무엘 버틀러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 단어는 ‘nowhere’를 뒤집은 표현으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사회를 의미한다. 버틀러는 당시 사회가 지나치게 도덕과 규범을 기반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을 비판하고자 했다. 특히 산업화 이후 확산된 자기 책임과 도덕적 판단 기준을 풍자하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 속 Erewhon 사회는 매우 독특하다. 사람들은 질병에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 반대로 금융 사기와 같은 범죄는 병으로 간주된다. 즉, 몸이 아프면 벌을 받고 범죄를 저지르면 치료를 받는다. 이 사회에서는 건강이 개인의 도덕성과 책임의 문제로 여겨진다. 아프다는 것은 개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설정을 알고 나면, Erewhon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브랜드명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건강이란 개인의 선택이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이 이름을 가진 식료품점은 실제로 그 메시지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Erewhon은 단순히 비싼 식료품점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미국 전역에 있는 체인이 아니라, 남부 캘리포니아 특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매장이 고소득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 매장은 부유한 주거 지역에 위치한다. 캘리포니아 바깥에는 매장이 없다. 이 제한된 확장은 Erewhon이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특정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Erewhon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료품점으로 알려져 있다.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은 유기농이거나 건강을 강조한 상품들이다. 일부 제품은 유명 인물의 이름을 붙여 판매된다. 예를 들어 Hailey Bieber (헤일리 비버) 의 이름이 붙은 스무디는 18달러에 판매된다. 작은 참치 스시 롤 하나도 14달러에 판매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32온스 스테인리스 컵이 65달러에 판매된다. 가격만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장을 둘러보면 가격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근 하나, 잎채소 한 장까지 정교하게 정렬되어 있다. 마치 식재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 공간처럼 보인다. 채소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이 장면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관리된 식재료라면 더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에는 중요한 소비자 심리가 작동한다.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은 더 비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모든 건강식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가격을 단서로 건강함을 추론한다. 비싼 가격은 품질과 효능을 설명하는 신호가 된다.

Erewhon은 이 점을 매우 정교하게 활용한다. 유기농 식재료, 정돈된 진열, 유명 인물과의 연결, 그리고 높은 가격이 하나의 일관된 경험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는 건강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시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음식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는 감각을 함께 소비한다. 비싼 가격은 오히려 그 선택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마케팅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자주 강조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가격을 높이는 것이 더 강한 설득이 된다. 특히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울 때, 가격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Erewhon은 건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격과 공간을 통해 구체적으로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가격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을 정당화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더 좋은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산다. 그리고 그 확신이 가격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것이 Erewhon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이는 기술은 다르게 기억된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운동화가 있다. 밑창이 여러 개의 구름처럼 나뉘어 있는 신발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스위스 브랜드 On의 러닝화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On과 Hoka의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미국 캠퍼스와 러닝 트랙에서는 On, Hoka, New Balance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러닝화 강자인 Nike보다 이 세 브랜드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On은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이 강했다.

On의 시작은 단순했다. 전직 철인 3종 경기 선수였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더 부드럽게 착지하면서도 다시 강하게 튀어 오르는 러닝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실험을 반복하다가 밑창에 고무호스를 잘라 붙여 보았다. 착지할 때는 눌리고, 디딜 때는 다시 튀어 오르는 구조였다. 이 단순한 프로토타입이 오늘날 CloudTec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러닝화는 비슷한 언어로 설명된다. 가볍고, 쿠셔닝이 좋고, 반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 차이를 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신발은 기능을 신발 안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On은 기술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밑창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구름 모양의 구조는 착지와 반발이라는 기능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소비자는 신어 보지 않아도 무엇이 다른지 추론할 수 있다.

여기서 Hoka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Hoka 역시 두꺼운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그러나 소비자가 특정 기술 이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반면 On은 CloudTec 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름 기술”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다. 소비자가 직접 부를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기술이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 명칭이 된다.

비슷한 사례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우디는 사륜구동 기술에 Quattro라는 이름을 붙였다. Quattro는 기술을 넘어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소비자는 이 단어 하나로 성능을 떠올리고, 브랜드를 기억한다.

On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쿠셔닝이라는 일반적 기능을 CloudTec이라는 이름으로 고정시켰다. 고무 호스에서 시작한 구조는 이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기술이 눈에 보이고,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때 소비자는 그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한다.

러닝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수많은 브랜드가 가볍고 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구조와 입에 붙는 이름이다. 기술은 좋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보이고 불려질 때 브랜드는 강해진다. On의 출발은 단순한 실험이었지만, 그 실험을 드러내는 방식이 오늘의 차이를 만들었다.

같은 티셔츠 다른 가격

야구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물건은 선수 이름이 등에 적힌 티셔츠다. 같은 티셔츠지만, 어떤 이름이 적혀 있는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티셔츠의 원가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티셔츠를 두고도, 팬과 일반 소비자는 전혀 다른 가격을 받아들인다.

2025년 8월 현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의 티셔츠를 예로 들어보자.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3루수이면서 1600만 불의 연봉을 받는 “Matt Chapman”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에 팔리고 있고, 팀의 주축 투수인 “Logan Webb”의 티셔츠는 39달러 99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현재는 팀을 떠나 Los Angeles Angels로 팀을 옮긴 “Jorge Soler”의 티셔츠는 19달러 99센트로 크게 할인되어 있었다. 디자인과 소재는 동일하지만, 선수의 현재 위치와 팬의 관심도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인 이정후 티셔츠의 가격이었다. 이름이 알파벳으로 표기된 “J.H. Lee”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였는데,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이정후” 티셔츠는 가장 비싼 49달러 99센트였다. 같은 팀, 같은 선수, 동일한 디자인임에도 가격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판매 결과였다.

“J.H. Lee” 티셔츠는 아직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정후” 티셔츠는 이미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가격이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한글 이름이 적힌 제품을 먼저 선택했다. 비슷해 보이는 티셔츠이지만, 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물건이었던 셈이다.

놀랍게도 KBO 리그에서는 반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의 경우, 영문 표기 “Erick Fedde” 티셔츠는 39,000원에 판매되었지만, 한글로 “페디”라고 적힌 티셔츠는 45,000원에 판매되었고 한글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먼저 품절되었다. 영문 표기 제품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있었다.

티셔츠의 가격 차이는 실용성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한글 이름은 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 선수가 한국 야구의 일부가 되었다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반면 영문 이름은 정보에 가까운 표식이다. 같은 제품이지만, 감정의 밀도가 다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지불의향 가격이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실제로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이 지불의향이 제품의 객관적 가치보다, 소비자의 경험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팬에게 선수 티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응원의 표현이고, 소속감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반대로 일반 소비자에게 티셔츠는 합리적 비교의 대상이 된다. 디자인과 가격이 먼저 비교되고, 선수에 대한 감정적 연결이 없다면 높은 가격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같은 제품이지만,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격이 형성된다.

야구 티셔츠 한 장은 이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의미를 산다. 그리고 그 의미가 클수록, 지불의향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것이 마케팅이 가격을 다루는 방식이다.

불안한 변곡점을 넘어서 with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주재우 교수
전략적 변곡점이란 무엇인가요?

#리타 맥그래스 교수
저는 ‘전략적 변곡점’을 환경의 변화로 가능성의 범위가 한 자릿수 이상으로 달라지는 순간이라고 정의합니다. 10배 더 빠르거나, 저렴하거나, 강력해지는 식으로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전제가 근본적으로 바뀝니다.

#리타 맥그래스 교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거대한 변곡점 중 하나가 비물질화 (Dematerialization) 인데요, 이 흐름 속에서 제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수리할 권리’라는 이슈입니다. 과연 우리는 구매한 제품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저희 집에는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온도 조절기가 있습니다. 기기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죠. 그런데 최근 구글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기 자체는 멀쩡히 잘 작동하는데도 소프트웨어가 구형 모델과 호환되지 않아 저는 결국 새 제품을 사야 했습니다. 만약 제품의 지능을 제조사가 소유하고 소비자가 더 이상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게 된다면,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와 소비자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주재우 교수
CEO가 변곡점을 감지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신호를 포작할 수 있을까요? 기존의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약한 신호(Weak Signals)’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나요’?

#리타 맥그래스 교수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충분히 많은데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틸리 노우드 (Tilly Norwood)’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틸리는 2025년부터 실제 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AI 배우입니다.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틸리를 고용해 작품에 출연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할리우드는 ‘이건 끔찍한 일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라며 귀를 막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이는 한 산업이 직면한 거대한 변곡점을 애써 외면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타 맥그래스 교수
제가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요. ‘타임 제로 이벤트’를 하나 상상해 보세요. 미래에서 날아온 신문의 헤드라인 같은 겁니다. 그것은 호재일 수도, 악재일 수도 있지만 당신의 비즈니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미래의 사건을 의미합니다. 그 지점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며 자문해보는 것이죠. ‘저 일이 현실이 되기 전 내가 무엇을 관찰해야 할까?’ 각각의 미래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그 미래가 실제로 실현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 불안한 변곡점을 넘어서 with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Rita McGrath, Professor at Columbia Business School), 2026.04.08. – SERI CEO – 온택트 인사이트

AI시대 인간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with 앵거스 플레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프로젝트 내러티브 교수

  • 앵거스 플레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프로젝트 내러티브 교수 (Angus Fletcher, Professor of Story Science at Ohio State’s Project Narrative) / 저서 <고유지능>,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스토리 씽킹>

#주재우 교수
인간의 뇌와 AI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앵거스 플레처 교수
인간의 뇌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도 똑똑하게 작동하도록 진화해 왔고, 컴퓨터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똑똑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컴퓨터는 가장 높은 확률을 식별하는 데는 매우 뛰어나지만, 오직 인간의 두뇌만이 최선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앵거스 플레처 교수
아인슈타인이 통계 이론을 창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가 통계 안에서만 사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대성 이론에 관한 강의에서 데이터나 통계 중심 접근법만으로는 혁신이나 근본적인 과학적 발견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여러 지능적인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통계는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통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의 지능을 스스로 제한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재우 교수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거군요.

#주재우 교수
서사적 사고가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통계적 사고와 결합한다면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서사적 사고는 데이터셋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걸까요?

#앵거스 플레처 교수
서사적 사고는 데이터셋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사실 데이터를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하면 오히려 결과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서사적 사고, 스토리 씽킹에 집중해야 합니다.

#앵거스 플레처 교수
리더들이 서사적 사고를 활용해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 하나의 최우선 순위를 반드시 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여정과 같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하나뿐이어야 합니다.

#주재우 교수
스토리는 사람들이 한 가지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거군요. 그걸 압축해서 담아내는 역할을 하고요.

#앵거스 플레처 교수
맞습니다, 스토리가 별로라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며 여러 방향으로 새어 나갑니다. 반대로 좋은 이야기는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단일한 곡선을 그리며 쭉 나아갑니다. 여러분 기업의 스토리는 곧 여러분 기업의 전략입니다.

  • AI시대 인간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with 앵거스 플레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프로젝트 내러티브 교수 (Angus Fletcher, Professor of Story Science at Ohio State’s Project Narrative), 2026.02.04. – SERI CEO – 온택트 인사이트

내 소비 습관, 머릿속 가계부에 달려 있다? 심적 회계가 우리 지갑에 미치는 영향

“이번 달 커피값은 5만 원까지만!” 우리 모두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심적 회계가 같은 돈도 ‘통장 개수’, ‘출처’, ‘라벨’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는 사실! 갑자기 생긴 돈은 쉽게 쓰고, 나눠둔 돈은 아까워하고, 여러 개의 작은 할인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모두 이 심리 덕분입니다. 일상의 소비 습관을 조용히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회계 시스템, 심적 회계의 비밀을 함께 알아봅니다.

키워드

#가계부 #마케팅 #소비 #소비습관 #심적회계 #저축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돈을 분류하고 예산을 세웁니다. 실제 가계부에 적지는 않아도 머릿속으로는 이미 각 항목과 예산을 정해 두고 그에 맞추어 쓰고 있죠. 행동경제학에서는 머릿속 가계부를 작성하고 따르는 것을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부릅니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회계 게임

심적 회계란 사람들이 돈을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서로 다른 ‘계정(account)’으로 분류해서 관리하는 현상입니다. 마치 은행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용도별로 관리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돈을 식비, 교통비, 학원비, 저축 등의 계정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이 ‘머릿속 가계부’는 실제 가계부와 달리 매우 유연합니다. 즉, 계정을 마음대로 만들거나 없애고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달 옷 살 돈이 부족하네? 그럼, 외식비에서 좀 빼자”와 같은 식으로 계정을 조정합니다. 이런 유연성 때문에 때로는 과다 지출을, 때로는 과소 지출을 하게 됩니다.

계정을 깨는 것의 심리적 비용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계정을 옮겨 쓰면서도 동시에 한 번 만든 심리적 계정을 깨는 데 심리적 저항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적금’이라 마음먹고 모은 돈을 갑자기 생활비로 써야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끼곤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돈이지만, 용도가 달라지면 마음의 부담이 생기는 거죠. 이는 우리가 돈에 ‘라벨’을 붙여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각 계정에는 고유한 목적과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심적 회계를 활용한 현명한 저축법

이런 심리적 특성을 잘 이용하면 돈을 덜 쓰고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 생겼다고 생각해 볼게요. 이 돈을 덜 쓰려면 하나의 큰 통장에 돈을 모두 넣기보다는 여러 개의 통장에 돈을 나누어 넣어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00만 원짜리 통장 하나보다는 20만 원, 30만 원, 50만 원짜리 세 개로 나누어 넣어 두는 거죠.

이처럼 돈을 나누어 관리하는 방식이 실제로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은 실험으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심적 회계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100개의 쿠폰을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준 뒤, 이들이 쿠폰을 얼마나 썼는지 조사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는 100개 쿠폰을 하나의 큰 봉투에 넣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는 25개씩 4개의 봉투에 나누어 주었고, 세 번째 그룹에는 10개씩 10개의 봉투에 나누어 주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같은 100개 쿠폰임에도 불구하고, 봉투가 많을수록 쿠폰 사용량이 적었습니다. 하나의 큰 봉투에 쿠폰을 받은 그룹은 평균 42.62개를 사용했지만, 10개의 봉투에 쿠폰을 나누어 받은 그룹은 16.44개만 사용했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는 사람들이 각각의 봉투를 별개의 계정으로 인식하고, 그 봉투를 깨는 것에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계정을 만들면 계정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계정이 깨져버리면 “에라 모르겠다. 그냥 쓰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100개 쿠폰이 들어간 봉투 1개가 깨지면 한 번에 와르르 써버리지만, 쿠폰이 들어간 봉투가 여러 개 있을 때는 보통 한두 개의 봉투만 열어서 씁니다. 따라서 봉투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에 붙이는 심리적 꼬리표

심적 회계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같은 돈이라도 그 ‘출처’에 따라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직장에 취직해서 받은 첫 월급은 부모님께 드리거나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첫 월급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죠. 또한 내가 일해서 번 특별한 돈이라는 의미 때문에, 그 돈을 함부로 쓰면 심리적 고통이 생깁니다.

반대로, windfall gains라고 불리는 돈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뜻밖에 얻은 돈’을 뜻하는데요. 연말정산 환급금이나 예상치 못하게 생긴 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돈을 상대적으로 쉽게 쓰는 이유는 이 돈에 ‘공짜로 생긴 돈’이라는 심리적 꼬리표가 붙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돈으로 복권을 사거나 평소보다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마케팅에서도 활용되는 심적 회계

심적 회계는 개인의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매우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자주 보는 할인 표시를 생각해 봅시다. “3% 할인쿠폰” 하나보다는 “회원 등급 할인 1% + 보유 쿠폰 할인 1% + 적립금 선할인 1%”로 나누어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3% 할인이지만, 여러 개의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왜 이런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소비자들이 각각의 할인을 별개의 계정에 들어온 각각의 이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큰 할인보다는 여러 개의 작은 할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죠.

이런 방법을 이용해서 기업은 비싼 제품을 합리화하는 심리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비싼 옷이나 전자 기기를 살 때 우리는 종종 망설이는데, 이때 기업들은 제품이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해서 소비자의 심적 계정을 여러 개로 나누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20만 원짜리 블라우스가 비싸게 느껴질 때, 판매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월요일은 원피스 안에 겹쳐 입고, 화요일은 재킷 안에 받쳐 입고, 수요일은 맨투맨 위에 포인트로 활용하세요.” 하나의 옷을 여러 가지 용도로 나누어 생각하게 만들죠. 그러면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상황별 가성비를 계산합니다. ‘직장용으로 3만 원, 데이트용으로 3만 원, 캐주얼용으로 3만 원, …’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같은 20만 원이지만 심리적으로는 훨씬 합리적인 구매로 느껴지는 것이죠.

심적 회계와 현명한 동행

소비자 입장에서는 심적 회계와 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할인들이 정말 별개의 혜택일까?”, “이 제품을 정말 이렇게 많은 용도로 사용할까?”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해요.

또한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가상화폐, 주식 등 물리적 형태가 없는 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돈은 추상적이라 심리적 고통을 덜 주기 때문에 훨씬 쉽게 쓰입니다. 현금을 직접 건네주는 것과 카드를 긁는 것, 디지털 결제 사이에는 분명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하죠.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디지털 결제 후에도 영수증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항목과 금액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진짜 돈을 썼다’라는 실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심적 회계는 양날의 칼입니다. 잘 활용하면 절약의 도구가 되지만, 방심하면 비합리적 소비의 원인이 되죠. 다음번에 “이번 달 커피값은 5만 원까지만”이라고 다짐할 때, 그것이 단순한 예산 관리가 아니라 정교한 심리 게임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머릿속에서 돈을 어떻게 분류하고 관리하는지 이해할수록, 모은 돈은 더 아끼고 필요할 때는 더 잘 쓰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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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Cheema, A. & Soman, D. (2008). The Effect of Partitions on Controlling Consump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5(6), 665-678.

The authors demonstrate that partitioning an aggregate quantity of a resource (e.g., food, money) into smaller units reduces the consumed quantity or the rate of consumption of that resource. Partitions draw attention to the consumption decision by introducing a small transaction cost; that is, they provide more decision-making opportunities so that prudent consumers can control consumption. Thus, people are better able to constrain consumption when resources associated with a desirable activity (which they are trying to control) are partitioned rather than when they are aggregated. This effect of partitioning is demonstrated for the consumption of chocolates (Study 1) and gambles (Study 2). In Study 3, process measures reveal that partitioning increases recall accuracy and decision times. Importantly, the effect of partitioning diminishes when consumers are not trying to regulate consumption (Studies 1 and 3). Finally, Study 4 explores how habituation may decrease the amount of attention that partitions draw to consumption. In this context, partitions control consumption to a greater extent when the nature of partitions changes frequent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