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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제품 쓰다보면 인간관계 소홀해질까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음성 인식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애플은 시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SK텔레콤은 누구, KT는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주변에 음성 인식 제품이 많아지면서 강의실이나 집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사용자의 목소리와 헷갈린 아이폰의 시리가 강의 중인 교수님에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혼자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 버거킹 광고(미국)에 삽입된 “오케이 구글, 와퍼가 무엇이지?”라는 목소리에 반응한 구글이 위키피디아에서 와퍼에 관한 설명을 자동으로 열기도 한다. 음성 인식 제품은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친구가 돼주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성 인식 제품과 쉽게 대화를 시작하며 언젠가는 영화 ‘그녀’에 나오듯이 좋은 대화 상대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 배제돼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 실제 인간이 아닌 의인화된 (anthropomorphic) 제품과 상호 교류를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거나 온라인 공간의 인간관계를 확인해서 외로움을 극복해왔다. 예를 들어 봉사단체에 가입하거나 페이스북의 친구 숫자를 늘리곤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교류를 하면 실제 인간과의 관계를 만들거나 확인하는 활동을 덜 하거나 중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Amazon Mechanical Turk(아마존이 운영하는 지식 아르바이트 중계 플랫폼)’를 통해서 327명의 응답자를 모집했다. 먼저 “상상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호 공 던지기 게임”이라는 제목하에 컴퓨터에 등장하는 내 캐릭터와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30번 주고받는 ‘사이버볼’ 게임을 수행하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는 조건의 참가자는 처음 3번만 공을 받은 후 그다음부터는 완전히 배제돼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만 있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 조건의 참가자는 공을 주고받는 모든 과정에 약 4분의 1만큼 참여하게 했다. 게임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는 3가지 중 하나의 룸바(Roomba) 진공청소기를 봤다. ‘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였고, ‘비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90도 옆으로 놓여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고, ‘비의인화이면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룸바’는 90도 옆으로 놓여 있는 동시에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350개 스킨 중 하나인 바닷가 해변 스킨을 씌워두었다. 이렇게 모든 응답자에게 룸바에 관한 구매의도를 물어본 다음에 핵심 질문인 “다음 달에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로 통화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통화할 예정인가요?”에 7점 척도(1 = 평균보다 훨씬 적게, 7 = 평균보다 훨씬 많이)로 응답했다.

실험 결과. 사회에서 배제된 조건에서는 사람 얼굴처럼 보이게 해 놓은 룸바를 본 응답자들이(3.25) 다른 룸바를 본 응답자들에 비해서(3.87, 4.15) 가족이나 친구에게 더 적은 시간을 쓸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룸바의 의인화/비의인화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 시간 예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우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 작용을 하면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의도가 줄어든다는 가설을 지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2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절반에게는 중요한 이벤트에서 스스로가 배제됐던 경험에 대해서 쓰고, 다른 절반은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응답자들은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의인화된 룸바를 봤는데 이 중 절반의 응답자에게만 “룸바가 당신을 향해서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더해주었다. 이후에 본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가를 측정하는 8개의 글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어봤다(예, 내 옆의 친구가 없다면 내 삶이 불가능하다, 항상 나와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등).

실험 결과, 어제의 일과를 쓴 응답자들은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있건 없건 간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3.48, 3.48). 하지만 사회에서 배제된 경험에 대해 적은 응답자들의 경우에는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없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고(3.14),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있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다(3.78). 즉, 별도의 설명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는 모습의 룸바가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돼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에 룸바를 통해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만약 누군가 최근에 아이폰 시리와 여러 번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가 실제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사회적 니즈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최근의 많은 신제품은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 교류가 필수적이었지만 인간의 형태를 가진 제품(humanlike products)의 등장 때문에 실제 인간관계는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이지는 않으며 제품과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없어진다. 결국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여주면서 동시에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지는 않는, 인간적인 음성인식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욱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도 컴퓨터나 휴대폰을 잠시 멈추고 진짜 인간을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 만져보니 다르네” 감각불일치는 유용하긴 한데…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이폰은 얼핏 보기에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예상과 달리 차갑고 무거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시각에서는 플라스틱을 기대하지만 촉각에서는 금속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흔히 ‘룩앤필(look and feel)’이라고 부르는 시각과 촉각에서 발생하는 감각 불일치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는 사람처럼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라 한다. 특히 혁신적(innovative) 브랜드와 진실된(sincere) 브랜드는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 버진, MTV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혁신적인 브랜드이지만 노키아, 포드, 홀마크 등은 현실적이고 진실한 브랜드의 전형이다.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시각-촉각의 감각 불일치와 브랜드 성격이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가지는지 연구함으로써 감각 불일치가 신제품을 판매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브랜드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한 커피숍에 찾아온 207명의 북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커피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실험을 위해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2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6개의 상황을 설정했다. 먼저 브랜드 성격을 제공하지 않는 통제집단의 경우 ‘JAUNT’라는 가상의 커피 브랜드를 하얀 배경에 Ariel 폰트로 썼다. 또 웹사이트에는 이 브랜드에 관련된 그림이나 글, 브랜드 태그라인(tagline) 등을 넣지 않았다.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거나 진실한 조건의 경우 웹사이트의 5가지 핵심 속성(색상, 그림, 폰트, 내용, 태그라인)을 이용해 JAUNT라는 브랜드를 적절히 변경했다. 이렇게 세 가지 변형 중 하나의 브랜드 성격을 접하게 한 이후 두 가지 감각 상황을 제시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burlap)처럼 보이면서 실제로 감촉도 마대인 포장용기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고(감각 일치),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이 재질인 봉투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감각 불일치).

이렇게 실험한 결과, 브랜드 성격이 ‘진실’한 경우 마대에 들어 있는 감각 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5.00 > 3.66).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면 반대로 마대처럼 보이는 종이봉투에 들어 있는 감각 불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4.48 > 3.63).

또 다른 실험에서는 276명의 북미 학부생을 대상으로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3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긍정적 감각 불일치 vs. 부정적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9개의 상황 중 하나의 상황에서 신규 팝콘 제품의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먼저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웹사이트 구성을 통해 MAKKA라는 팝콘 브랜드의 성격을 세 가지로 달리 조작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세 가지 용기 중 하나를 제시했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질의 통이거나(감각 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루미늄 통이거나(긍정적 감각 불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거나(부정적 감각 불일치)였다.

실험 결과, 브랜드가 진실된 경우에는 감각 일치 팝콘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더욱 높았지만(3.57 > 2.84, 2.51), 브랜드가 혁신적인 경우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 모두 감각 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높았다(3.41, 3.30 > 2.62). 즉, 브랜드가 진실되면 감각 일치가 선호됐지만 브랜드가 혁신적이면, 심지어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각 불일치가 선호됐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제품의 정통성(perceived authenticity)이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진실된 브랜드일 경우 감각 일치가 되는 제품의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고 혁신적인 브랜드는 반대로 감각 불일치일 경우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브랜드가 다르면 제품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이나 버진과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조금 거칠지만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노키아나 홀마크 같은 진실된 이미지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즉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그 브랜드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경쟁자로 가득찬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서 감각 불일치를 집중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가 혁신적이라면 심지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인다고 하더라도(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종이 패키지) 감각 불일치가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진실하다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량 늘려주는 웨어러블기기… 운동의 즐거움은 되레 줄어

최근 애플, 삼성선자, LG전자 등 수많은 기업이 옷처럼 입거나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wearable)’ 전자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산 사람 중 약 3분의 1은 6개월 안에 사용을 그만둔다고 한다. 질려서, 건강해져서 기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혹은 타인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 등의 이유다.

Etkin, Jordan (forthcoming April 2016), “The Hidden Cost of Personal Quantific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듀크대 경영학과 조던 엣킨 교수는 활동을 측정하는 행위가 그 활동 자체의 즐거움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는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첫 번째 실험은 걷기였다. 학생들을 두 무리로 나눠서 한 무리에겐 일반적인 만보계를 줬고 다른 무리에겐 숫자를 볼 수 없는 만보계를 줬다. 실험 결과, 걸음 수를 볼 수 있었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걸었다. 하지만 ‘걷는 것이 즐거웠느냐’는 질문에는 걸음 수를 몰랐던 학생들이 더 긍정적으로 답했다.

두 번째 실험은 전자책 읽기였다. 한 무리에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금까지 몇 페이지를 읽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다른 무리에겐 보여주지 않았다. 걷기 실험과 마찬가지로 페이지 수를 확인한 학생들이 더 많이 읽었지만, ‘즐거웠는가’라는 물음에는 페이지 수를 모르고 읽은 그룹이 더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측정의 부작용을 모른다는 것이다. 걷기 실험에서 88%의 응답자는 만보계를 계속 차고 싶다고 말했고 책 읽기 실험에서도 74%가 페이지 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활동을 측정하려는 집착이 있고 이런 집착이 즐거움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예상을 못한다.

따라서 일상활동을 측정하는 기기를 만들거나 사용할 때는 측정 자체가 가져오는 역효과를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마나 먹는지 측정하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어서 살 빼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나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측정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측정하는 순간 ‘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씽킹의 3大 난제: 경험디자인, 협업, 시행착오

“최근 필자가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들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이제는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설계할 때 전반적인 시장조사에 근거하기보다 개인의 요구들을 현명하게 해결해주는 아이디어가 ‘대박’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솔루션을 찾는 데 디자인 사고나 디자인 기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또 공공기관 컨설턴트들과 얘기를 해보면, 디자인 씽킹이 공공 영역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보고서에는 여러 디자인 조사기법과 디자이너들이 쓰는 콘셉트 개발 도구들이 등장한다. 세계에서 유례 없이 빠른 응용력을 보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는 디자이너의 사고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번 스포트라이트 기사는 디자인 씽킹을 동반한 변화가 항상 순조롭지는 않다는 사실도 일깨워주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제조업에서는 디자인 씽킹에 반발하게 마련이다. 회사 내부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강력한 브랜드와는 경쟁 관계에 놓이게 마련이며, 변화를 원치 않는 이해 관계자들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 되곤 한다…

…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필자는 대학에서 지난 2년 동안 상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 실무진을 초청해 국내에서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듣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이 세미나를 통해 한국에서 디자인 씽킹을 성공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특강] 기업에서 디자인의 영역 그리고 UX 부서의 방향성에 대하여

<부제: 미생에서 완생까지 UX의 발돋음>

 

이번 강연은 다음 카카오 (Daum Kakao)의 백성원 UX 팀장님께서 진행해 주셨다.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 다음 카카오의 서비스 비전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셨다. 모바일 초창기의 서비스가 단일플랫폼 안에 머물렀다면, 최근 IOT (Internet Of Things)와 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주목하니 다음카카오의 “New Connections New World”라는 비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영상에 등장한 카카오 택시 모델은 단기적인 수익이 목표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통해 사용자 가치를 창출하는 다음카카카오의 비전을 잘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느꼈다. 이러한 새로운 모바일 시대에 UX와 디자인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강연에 빠져들었다.

팀장님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두 분야, IT와 디자인이라는 영역의 교집합인 UX분야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UX 분야는 발전과 성장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아직은 기업에서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온전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문제는 누구의 책임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UX디자인의 역사가 짧기에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의 무기력한 답변 대신 능동적인 해결책을 UX 종사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이셨다.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먼저 UX가 위치한 현재와 과거를 명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DML_백성원_UX진화

 

  1. 독야청청의 시대 UX1.0

IT기업에 UX가 자리잡기 시작한 첫 5년을 UX 1.0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시기에 UX담당자들의 업무는 UT(Usability Test)와 UR(User Research)가 대부분이었다. 리서치 업무 특성 상 서비스 제작 과정 전반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 채 파편적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리서치 결과물들이 실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은 UX 전문 역량에 때때로 의존하면서도 한편으론 UX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였다.

 

 

  1.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UX2.0시대

1.0과 2.0시대를 가르는 기준은 스마트폰, 정확하게는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이 가져다 준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마우스를 이용하는 GUI 방식의 데스크톱 PC의 활용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너도나도 “Mobile First”를 외쳤고 눈깜짝할 사이에 PC에서 모바일로, 웹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버렸다. 터치와 제스처 기반의 NUI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터치 디바이스에서는 보다 정교한 인터페이스 설계와 인터랙션 디자인이 부각되었고, 자연스레 UX전문가를 향한 손짓이 잦아지게 되었다. 현재 UX부서의 업무 범위는 매우 넓다. 사용자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면서 서비스 제작 전반에 참여하고, 프로젝트 진행을 돕기도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이자 함께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촉진자’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제작 프로세스에서 UX의 비중이 날로 커지다 보니 타 직군의 업무와 중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고 경우에 따라UX의 역할은 조직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 논쟁은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UX3.0에서의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야기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UX가 조직 내에서 굳건하게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전문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서비스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마인드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는 UX의 역할이 진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말이 있다. 반 고흐의 작품 처럼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받은 몇몇 예술작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디자인계에는 그러한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철저하게 사용자를 기반하므로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제품, 서비스만이 좋은 디자인을 실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좋은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디자인을 소비하게 되면 기업은 이윤을 획득하게 되고, 추가 비용을 투입하여 더 나은 제품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궁극의 사용자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소수 사용자를 만족시켰더라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지 못했다면 실패한 서비스 일뿐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서비스는 현재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점차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이어지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바람직한 선순환인 것이다.

DML_백성원(2)IT업계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모바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제작 방식이 부각 되고 있는데, Agile, Lean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지면, 사용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해서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해나가는 방식이다. 이 때의 첫 개발 버전을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요건 제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UX부서는 한층 진일보한 역량과 업무 방식을 요구한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전통적인 리서치 방법론은 더디고 비실용적이다. 신속하게 서비스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 목적지향적이고 실용적인 리서치 방법론이 중용되고 있다. 이 밖에 업무 도구와 방식에 대한 개선도 절실하다. 결국, UX 디자이너는 여러 도구 및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1. 우리가 완생이 될 수 있을까? UX3.0시대를 기대하다.

바야흐로 UX3.0 시대다. 이 시대의 새로운 UX의 역할은 “불확실한 환경 하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빨리 검증하고 이를 반영하면서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찾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역할 정의의 필요성은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메시지 “Stop saying user value”와도 연결된다. 과거 다소 모호했던 UX의 역할을 미화시키거나 포장하지 말고 시대에 걸맞는 역할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UX의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UX3.0은 서비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보다 진화한 리서치 방법론, 빠른 프로타이핑 능력, 그리고 구현 역량을 강화할 시기이다. 이를 통해서 기업의 이윤과 서비스 지표를 향상시키고 서비스 실패 확률을 낮추며 제작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새로운 종의 등장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DML_Sungwon Paik

 

UX1.0은 변화를 경험하고 축적하는 시기라면 UX2.0은 변화를 적용하여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종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고 UX3.0시기에는 새로운 종이 활동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사용자의 니즈는 언제나 변하므로 UX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연 “사용자에게 어떤 benefit을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사회적인 context안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동시에 이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UX,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UX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Written by 권기정, 응웬손하, 박상진, 김민석, 나주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터치스크린이 마우스보다 소비심리 더 일으켜

데스크톱 컴퓨터 대신 휴대하기 편한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태블릿 화면에 메뉴판을 띄우는 식당과 터치스크린 기기에 최적화된 온라인 패션몰도 점점 눈에 많이 띈다.

DML_Mouse touch
Brasel, Adam and James Gips (2014), “Tablets, touchscreens, and touchpads: How varying touch interfaces trigger psychological ownership and endowment,”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4 (2), 226-233.

최근 미국 보스턴칼리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할 때보다 손가락 터치로 쇼핑할 때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물건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물건을 구경하면 마우스를 잡고 움직여 클릭할 때보다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를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동부지역 56명의 학생을 3개 집단으로 나눈 후 각각 마우스, 터치패드, 터치스크린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똑같은 스웨터를 구경하게 했다. 그리고 먼저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만일 그 스웨터를 현재 소유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얼마를 받고 팔겠는가를 물었다.

마우스를 움직여 스웨터를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36달러에 구매해서 47달러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터치스크린을 눌러가며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43달러에 구매해 73달러에 팔겠다고 답했다. 터치스크린 쪽이 마우스 쪽보다 구매 의향 가격도 높았고 판매 의향 가격은 더욱 높았다. 터치패드는 그 중간쯤이었다. 스웨터 외에 다른 제품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를 보이고 애착도 높아진다. 온라인 쇼핑몰과 소매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터치스크린 기기를 피하고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용자 경험 평가를 개선하는 물리적 입장 바꾸기

 

 

연구배경 본 연구에서는 사용자 경험 (UX) 연구자가 사용자 경험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진단가(Diagnosticity)가 낮은 정보들을 함께 고려함으로서 오류가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이에 따라 진단가가 낮은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사용자 경험을 더욱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기법으로 물리적 입장 바꾸기를 제안한다.

연구방법 사용자 경험 평가의 오류와 물리적 입장 바꾸기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하나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동일한 자동차 경주 게임 영상을 두 개의 입장 중 (1인칭 시점 vs. 3인칭 시점) 하나의 입장에서 시청한 뒤, 두 개의 진단가가 낮은 정보들 중에서 (긍정적 여행 vs. 부정적 여행) 하나의 정보가 더해진 동일한 공항 이용 경험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결과 실험 결과, 진단가가 낮은 긍정적인 정보가 더해진 공항 이용 경험에 관해서는 (멕시코의 휴양지에 놀러 가는 경우),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시청한 실험 참가자들이 3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시청한 참가자들에 비해, 공항 이용을 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와 반대로, 진단가가 낮은 부정적인 정보가 더해진 공항 이용 경험에 관해서는 (심심한 도시에 비즈니스 미팅을 하러 가는 경우), 1인칭 시점의 참가자들이 3인칭 시점의 참가자들에 비해 공항 이용을 덜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결론 본 연구는 사용자 경험 (공항 이용 경험) 을 평가할 때, 물리적 입장 바꾸기 방법이 진단가가 낮은 정보 (공항 이후의 경험)를 통제함으로써, 평가 목표로 삼은 사용자 경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DML_Mechanial perspective-taking“사용자 경험 조사자는 사용자의 특정 경험뿐만 아니라 특정 경험 이후의 사용자 경험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사용자의 경험만을 평가할 때에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 경험 조사자가 특정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물리적 입장 바꾸기를 제안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하나의 실험을 통하여, 물리적 입장 바꾸기의 사용자 경험 평가에 관한 효과를 검증하였다. 실험을 통하여, 물리적 입장 바꾸기는 경험 정보 취득의 초기단계에서 진단가가 낮은 경험을 통제함으로써, 공항을 이용한 이후에 이루어지는 긍정/부정 경험들이 공항 경험을 평가할 때 끼치는 영향을 줄여준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물리적 입장 바꾸기는 사용자 경험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후 행위들에 대한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용자 경험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물리적 입장 바꾸기가 사용자 경험 조사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pg.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