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미생에서 완생까지 UX의 발돋음>
이번 강연은 다음 카카오 (Daum Kakao)의 백성원 UX 팀장님께서 진행해 주셨다.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 다음 카카오의 서비스 비전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셨다. 모바일 초창기의 서비스가 단일플랫폼 안에 머물렀다면, 최근 IOT (Internet Of Things)와 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주목하니 다음카카오의 “New Connections New World”라는 비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영상에 등장한 카카오 택시 모델은 단기적인 수익이 목표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통해 사용자 가치를 창출하는 다음카카카오의 비전을 잘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느꼈다. 이러한 새로운 모바일 시대에 UX와 디자인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강연에 빠져들었다.
팀장님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두 분야, IT와 디자인이라는 영역의 교집합인 UX분야에 서있는 사람으로서, UX 분야는 발전과 성장을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아직은 기업에서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온전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문제는 누구의 책임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UX디자인의 역사가 짧기에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의 무기력한 답변 대신 능동적인 해결책을 UX 종사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이셨다.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먼저 UX가 위치한 현재와 과거를 명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 독야청청의 시대 UX1.0
IT기업에 UX가 자리잡기 시작한 첫 5년을 UX 1.0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시기에 UX담당자들의 업무는 UT(Usability Test)와 UR(User Research)가 대부분이었다. 리서치 업무 특성 상 서비스 제작 과정 전반에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 채 파편적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리서치 결과물들이 실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은 UX 전문 역량에 때때로 의존하면서도 한편으론 UX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였다.
-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UX2.0시대
1.0과 2.0시대를 가르는 기준은 스마트폰, 정확하게는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이 가져다 준 모바일 혁명으로 인해 마우스를 이용하는 GUI 방식의 데스크톱 PC의 활용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다. 너도나도 “Mobile First”를 외쳤고 눈깜짝할 사이에 PC에서 모바일로, 웹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버렸다. 터치와 제스처 기반의 NUI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터치 디바이스에서는 보다 정교한 인터페이스 설계와 인터랙션 디자인이 부각되었고, 자연스레 UX전문가를 향한 손짓이 잦아지게 되었다. 현재 UX부서의 업무 범위는 매우 넓다. 사용자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면서 서비스 제작 전반에 참여하고, 프로젝트 진행을 돕기도 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이자 함께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촉진자’이기도 한 것이다.
한편, 제작 프로세스에서 UX의 비중이 날로 커지다 보니 타 직군의 업무와 중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고 경우에 따라UX의 역할은 조직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할 논쟁은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UX3.0에서의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야기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동시에 UX가 조직 내에서 굳건하게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전문 역량 강화는 물론이고 서비스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마인드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는 UX의 역할이 진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말이 있다. 반 고흐의 작품 처럼 그 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받은 몇몇 예술작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디자인계에는 그러한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철저하게 사용자를 기반하므로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제품, 서비스만이 좋은 디자인을 실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좋은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용자가 디자인을 소비하게 되면 기업은 이윤을 획득하게 되고, 추가 비용을 투입하여 더 나은 제품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궁극의 사용자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소수 사용자를 만족시켰더라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지 못했다면 실패한 서비스 일뿐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서비스는 현재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점차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이어지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바람직한 선순환인 것이다.
IT업계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모바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어렵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제작 방식이 부각 되고 있는데, Agile, Lean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지면, 사용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해서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해나가는 방식이다. 이 때의 첫 개발 버전을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요건 제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UX부서는 한층 진일보한 역량과 업무 방식을 요구한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전통적인 리서치 방법론은 더디고 비실용적이다. 신속하게 서비스개선에 반영할 수 있는 목적지향적이고 실용적인 리서치 방법론이 중용되고 있다. 이 밖에 업무 도구와 방식에 대한 개선도 절실하다. 결국, UX 디자이너는 여러 도구 및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 우리가 완생이 될 수 있을까? UX3.0시대를 기대하다.
바야흐로 UX3.0 시대다. 이 시대의 새로운 UX의 역할은 “불확실한 환경 하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빨리 검증하고 이를 반영하면서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찾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역할 정의의 필요성은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메시지 “Stop saying user value”와도 연결된다. 과거 다소 모호했던 UX의 역할을 미화시키거나 포장하지 말고 시대에 걸맞는 역할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UX의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UX3.0은 서비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보다 진화한 리서치 방법론, 빠른 프로타이핑 능력, 그리고 구현 역량을 강화할 시기이다. 이를 통해서 기업의 이윤과 서비스 지표를 향상시키고 서비스 실패 확률을 낮추며 제작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새로운 종의 등장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UX1.0은 변화를 경험하고 축적하는 시기라면 UX2.0은 변화를 적용하여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종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고 UX3.0시기에는 새로운 종이 활동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사용자의 니즈는 언제나 변하므로 UX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연 “사용자에게 어떤 benefit을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인류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사회적인 context안에서 사용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동시에 이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UX,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UX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Written by 권기정, 응웬손하, 박상진, 김민석, 나주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