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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량 늘려주는 웨어러블기기… 운동의 즐거움은 되레 줄어

최근 애플, 삼성선자, LG전자 등 수많은 기업이 옷처럼 입거나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wearable)’ 전자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산 사람 중 약 3분의 1은 6개월 안에 사용을 그만둔다고 한다. 질려서, 건강해져서 기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혹은 타인과 비교되는 게 싫어서 등의 이유다.

Etkin, Jordan (forthcoming April 2016), “The Hidden Cost of Personal Quantific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듀크대 경영학과 조던 엣킨 교수는 활동을 측정하는 행위가 그 활동 자체의 즐거움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는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첫 번째 실험은 걷기였다. 학생들을 두 무리로 나눠서 한 무리에겐 일반적인 만보계를 줬고 다른 무리에겐 숫자를 볼 수 없는 만보계를 줬다. 실험 결과, 걸음 수를 볼 수 있었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걸었다. 하지만 ‘걷는 것이 즐거웠느냐’는 질문에는 걸음 수를 몰랐던 학생들이 더 긍정적으로 답했다.

두 번째 실험은 전자책 읽기였다. 한 무리에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지금까지 몇 페이지를 읽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다른 무리에겐 보여주지 않았다. 걷기 실험과 마찬가지로 페이지 수를 확인한 학생들이 더 많이 읽었지만, ‘즐거웠는가’라는 물음에는 페이지 수를 모르고 읽은 그룹이 더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측정의 부작용을 모른다는 것이다. 걷기 실험에서 88%의 응답자는 만보계를 계속 차고 싶다고 말했고 책 읽기 실험에서도 74%가 페이지 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활동을 측정하려는 집착이 있고 이런 집착이 즐거움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예상을 못한다.

따라서 일상활동을 측정하는 기기를 만들거나 사용할 때는 측정 자체가 가져오는 역효과를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마나 먹는지 측정하는 것은 먹는 즐거움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어서 살 빼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나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측정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측정하는 순간 ‘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험 vs 일상의 기쁨… 어느쪽이 더 행복할까

행복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오는 걸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학생들에게 “소년들이여, 현재를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하며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영화 ‘버킷리스트’는 다른 얘기를 한다. 이 영화는 가족과 함께 부엌이나 뒷마당에서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 얘기일까.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와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학자들은 행복의 원천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자랑하는 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상적인 경험보다 특별한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젊은층일수록 높았다.

심지어 동일인이라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얼마나 길게 느끼는지에 따라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상품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당신의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직후엔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에 잘 반응하는 반면, ‘당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후에는 ‘일상의 행복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에 상대적으로 더 잘 반응했다.

이 결과는 기존 심리학 연구와도 일치한다. 사람은 젊었을 때 미래 지향적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 점차 현재 지향적이 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보다는 익숙한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쓴다. 이는 곧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를 겁내지 않는 청년층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더욱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