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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몰고 노숙하고 구걸하는 기자들 – 경험시대 발맞춘 체험기사 봇물…“마케팅 기능 점점 고도화”

이벤트나 공간, 실험영상 등을 통한 기업들의 경험마케팅은 이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만, 경험시대는 기업들 사이에서만 부각되는 키워드는 아니다. 언론계에서도 부쩍 ‘체험저널리즘’을 표방한 콘텐츠가 나타나고 있다.

체험저널리즘은 기자가 직접 특정 직업이나 이슈에 뛰어들어 현장분위기와 체험을 르포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기업의 간접경험 전달과 비슷하지만 기자가 직접경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보도자료만으로도 기사 하나 뚝딱 만드는 시대에서 ‘발로 뛴다’는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체험저널리즘은 언론사의 무분별한 난립과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어뷰징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를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무기로 뉴스소비자들의 눈을 끌기 위한 노력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기사문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뉴스) 수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며 “잘 만들어졌다면 언론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활밀착형 기사가 다수인지라 브랜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진보도 체험형 기사를 양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연구위원은 “취재 기자재나 통신망의 발전도 간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기자재가 소형화되면 즉각적인 기사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합법적이라는 전제만 있다면 최근 등장하는 체험저널리즘은 직업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명절시즌 택배기사부터 지하철 천장 청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극한직업을 체험하는 기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체험형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형국이지만 눈에 띄는 케이스들은 있다. <중앙일보>의 박민제 기자는 택시기사 체험에 나섰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승객들로부터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4년 전 취재 목적으로 취득한 택시면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는 ‘예비아빠’라는 개인사를 살려 만삭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장비를 착용하고 일주일간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기사를 지난달 내놓았다. <한겨레> 이정국 기자는 ‘웃픈’ 체험기사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SPA 브랜드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현장에서 노숙을 한 것. 자칭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이 기자는 오픈을 기다리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이즈에 맞지 않는 옷까지 구입했다. 그야말로 생고생에 돈 낭비였지만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수고가 아깝지는 않았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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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에 그치는 체험기를 떠나 장기기획으로 용감하게 승화시킨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약 한 달간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연재한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기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리포트는 교육, 육아, 주거 등의 소주제를 나누고 상위 1% 부유층과 절대빈곤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특히, 남녀기자가 각각 걸인의 하루와 최고급 호텔스위트룸을 경험하고 비교한 기사는 언론계의 큰 화제를 모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팀장을 맡았던 김상연 기자는 “1면부터 3면에 걸쳐서 나간 기획이었는데 독자는 물론 타사 기자들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빈부리포트’는 지난 4월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기획탐사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신문기사로는 보기 드물게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들이 후속작으로 내놓은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는 스마트폰, PC와의 단절을 통해 디지털 금단현상을 경험하는 체험저널리즘의 형태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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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체험저널리즘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지면을 위한 체험에 국한되는 기사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상연 기자는 “기자가 왜 체험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는 곤란하다”며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주제로 다가가야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한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또 다른 관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장점도 많지만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자의 주관적 경험에 기반한 기사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험 넘어 아이덴티티와 참여 시대로

마케팅과 PR, 광고, 언론 영역까지 아우르는 경험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미 ‘경험’이라는 단맛을 본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험시대는 새로운 소비자 패턴을 가능케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고 만지는 경험 이상으로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참여형 마케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기업에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품 개선에 참여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경험의 다음 단계로 ‘아이덴티티’를 제시하며 “유행을 쫓아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연애라면 아이덴티티 브랜딩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백년가약을 맺을 자격이 된다면 이는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마케터들의 역할 축소를 예견했다. 주 교수는 “마케팅을 연구한 이들보다는 공간을 창출한 경험을 가진 아티스트,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마케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마케팅의 기능이 점점 고도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 마케터들의 역할은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전략 설정에 국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 교수는 “예전에는 마케터가 소비자를 불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게 된다”며 “점점 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VR같은) 가상공간까지 이르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을 완벽하게 세팅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체험저널리즘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뉴스) 수용자의 관심사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으로 이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체험형 기사에 대한 요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사 입장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 ‘네이티브 광고’ 등을 통해 수익과 연동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VR 등 경험형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보급은 체험형 기사 진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공간에 심는 경험마케팅, 라이프스타일로 침투. 브랜드 연관성 흐릿해도 무방, ‘키워드’ 존재해야

공간을 활용한 경험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체험관도 일종의 공간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하는 시도가 각광받는 추세다. 소비자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자 하는 의도다.

ms-store국내 공간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카드다. 디자인, 여행, 음악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잇달아 오픈하고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바이닐&플라스틱’이라는 음반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분화하고 이에 걸맞은 경험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다소 딱딱한 금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봄 전북 고창군에 농촌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오픈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체험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식품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최근 주목받는 전원라이프에 최적화된 공간마케팅을 시도한 경우다. 단지 공간만 마련한 것은 아니다. 농원을 배경으로 예비신혼부부에게 웨딩 촬영기회를 제공하는가하면 ‘어린이 북 페스티벌’을 통해 책 만들기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는 장기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있기에 기업에게는 두말 할 나위없는 마케팅 타깃이 된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남는 공간마케팅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서수원점 옥상에 풋살장을 개설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를 개방했다. 공간마케팅과 지역사회공헌을 접목한 셈이다. 구장 주변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잔디길을 조성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 안에 텃밭을 꾸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저마다 장르와 방법은 다르지만 이러한 공간마케팅은 단 하나의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자사와 별다른 연관성을 갖지 않아도 일단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굳이 제품판매를 위한 무리한 접근도 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즐겁게 만나는 접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체험공간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언급했다.

물론, 단순한 호의에서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레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연결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자사 공간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당연히 세일즈 효과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간마케팅은 곧 이미지 마케팅으로도 치환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간 자체가 가진 이미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덧씌워지는 효과가 있다”며 “똑똑하게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공간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흐릿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흐릿하더라도 연관성이 되는 키워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재우 교수는 “두부를 파는데 최첨단 테크노밸리에서 공간마케팅을 하는 것이 어울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경험마케팅에도 반드시 고도화된 전략은 따른다. 한상린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접점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임팩트 있는 경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순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만을 꾀한다면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매 이전부터 구매 이후까지의 소비자 경험여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어떤 터치포인트가 존재하는지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경험과정이 조금씩 다른 소비자층을 세분화시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소비자는 ‘척’이 아닌 ‘접’에 끌린다. 단순체험 넘어 ‘브랜드 가치’ 전달하는 경험 마케팅

신뢰의 상징 OO기업에서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우리 제품에는 OO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담겨있습니다.’ ‘한번 써보시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apple-store지난 수십 년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쏟아져 나온 광고·마케팅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시키거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이를 마땅히 검증할 방법이 없었던 소비자들은 그럭저럭 믿으며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은 왕’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경험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다.

ICT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 등이 상용화되면서 개개인이 감당 못할 만큼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갖가지 정보를 찾아보는 수많은 길이 열렸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집단지성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부풀리기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온 결과였다.

이와 관련,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큰 신뢰를 준다”고 소비 심리의 기저를 짚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이전의 모든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요소는 ‘인지도’였다. 표면적 차별화를 위해서만 마케팅을 하다 보니 ‘우리가 최고’라고 호도해온 경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구매의 절대적인 지표로 삼고 있다. 과다경쟁시대에 생존을 모색해야 할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도 자연스럽게 이같은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전략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인지도를 쌓는다고 해도 (경험시대에는) 친숙도와 선호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경험마케팅이 고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경험은 마케팅의 필수요소가 됐다고 봤다.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은 A제품과 B제품을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카테고리의 교통수단과 비교한다”며 “소비자 경험을 마케팅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배경이다. 일례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9월 삼성 ‘청춘문답’ 강연에서 “과거의 마케팅 키워드는 ‘~척’이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실제 경험 없이 소비자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브랜드의 진정성과 신뢰성 높이는 강력한 수단

소비자 행동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이라지만 경험마케팅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려면 이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경험마케팅은 설득시키는 한편, ‘믿어야 할 이유(reason to believe)’를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한상린 교수는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더 즉각적이고 깊게 나타난다”면서 “소비자 자신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경험이란 개념이 최근에서야 마케팅에 도입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지금도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식이나 시음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고전적 마케팅 기법이다. 옷을 구입하기 전에 입어본다던가, 전자제품을 구동해보는 방식의 순간적 경험도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경험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란 측면이 있다. 한상린 교수는 “과거에는 피상적인 체험에만 머물렀지만 지금은 제품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자사제품들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집대성해놓은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 체험관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업계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실제 스포츠나 레저 활동에서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레슨 형식의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엠리밋의 ‘워터플레이 원데이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한강에 모여 전문강사로부터 수상스키, 카약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수상스포츠를 배우고 체험하는 형식이다. 단지 매장에서 제품만을 착용해보는 일차원적인 체험이 아니라 실제 활동에서 심도 있게 경험하게 한 것이다.

소비재가 아닌 서비스의 경우 직접적인 경험마케팅이 쉽지 않다. 체험 자체가 구매와 다름없기 때문. 그러나 이들도 색다른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항공사인 KLM은 자사 항공기의 1등석이 편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공항로비에 이를 설치했다. 이 자리에서 편안하게 몸을 누인 승객에게는 항공권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8월 시큐리티 업계 최초로 자사의 서비스와 기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을 개설했다.

최근 불고 있는 경험마케팅 열풍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까지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에는 제품 이상의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에 보다 고도화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해당 브랜드의 정신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접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아빠&딸 드라이빙 투어’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빠가 직접 딸에게 운전 노하우를 가르치고 함께 교외드라이브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여성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브랜드의 노력을 각인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자사 차종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가족애’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브랜드에 덧씌워지는 효과도 거뒀다.

페스티벌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전파에 나서는 케이스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7월 유명 래퍼들이 참가하는 ‘언더브릿지 비츠 파티’를 열었는데 카스(Cass)의 브랜드 이미지인 역동성과 활력을 여기에 투영했다. 물론, 자사 제품을 마실 수 있는 바(Bar)도 잊지 않았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특별한 경험 vs 일상의 기쁨… 어느쪽이 더 행복할까

행복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오는 걸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학생들에게 “소년들이여, 현재를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하며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영화 ‘버킷리스트’는 다른 얘기를 한다. 이 영화는 가족과 함께 부엌이나 뒷마당에서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 얘기일까.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와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학자들은 행복의 원천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자랑하는 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상적인 경험보다 특별한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젊은층일수록 높았다.

심지어 동일인이라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얼마나 길게 느끼는지에 따라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상품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당신의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직후엔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에 잘 반응하는 반면, ‘당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후에는 ‘일상의 행복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에 상대적으로 더 잘 반응했다.

이 결과는 기존 심리학 연구와도 일치한다. 사람은 젊었을 때 미래 지향적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 점차 현재 지향적이 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보다는 익숙한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쓴다. 이는 곧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를 겁내지 않는 청년층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더욱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