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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서치는 꼼꼼하게, 실행은 과감하게. 정체된 입병약 시장 판도 바꾸다

경험이 적었던 B2C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코오롱제약이 첫 신제품 ‘아프니벤큐’로 9개월 만에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1) 겉보기에는 성장이 정체된 구내염 치료제 시장이지만 기존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외돼 있었던 ‘비고객’ 환자 65%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설계

2) 약사를 공략하는 영업조직의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최종소비자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추진

3) 대표이사부터 담당 부서장과 PM, 외부 컨설팅 업체까지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제품의 철학을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

… 코오롱제약은 이 약물을 세 가지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만능 물약’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플 때 그 특정 부위를 치료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산다. 목이 아프면 인두염약을 사고, 이가 아프면 치은염약을 산다. 미리 약을 사뒀다가 목이 아프면 목에 바르고, 잇몸이 아프면 잇몸에 바르자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즉, 이 약이 세 가지 질병 처치에 모두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중 하나에만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 “기존 제품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들을 스위칭 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대신 잠재 수요자들이 많이 있었다. 입병의 불편함을 참지 말고 가글 1분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1차 목표는 오라메디와 알보칠의 양강 구도를 깨고 3자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삼국지(三國志)의 천하삼분지계처럼 우리는 삼구지(三口志)의 천하삼분지계를 세웠다.”

… 기존 구내염 약품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했기에 장기간의 불편함과 순간적인 아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가글 형태로 만들어진 아프니벤큐는 두 가지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대신 “가글이 약효가 있을까”라는 새로운 문제를 얻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병엔 가글이 치료제입니다”를 통해 혁신 제품의 효력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생각의 전환만으로는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동원돼 사용행동과 구매행동의 전환을 유도했다. 광고는 가글이라는 다소 낯선 행동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뜯고 붓고 1분 동안 가글가글”이라고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병에 담거나 사각형 파우치 대신 스틱형 파우치로 포장하면서 가글이라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효가 극대화되는 3일 동안 하루 3번의 가글을 유도하기 위해서 9개를 포장했다.

… “무엇이 필요하다”처럼 니즈를 가르치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무엇이 좋다”처럼 전문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가르치면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시장에서 실패한 세그웨이나 3D TV의 경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니즈를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다수의 초기 애플 제품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형태, 색깔, 촉감, 소리를 통해서 더 나은 경험이 제공된다’는 점은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애플은 소비자 조사 결과의 가중치를 낮추고 CEO와 CDO를 포함한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시장 성공과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한꺼번에 작동하지만 소비자에게 수준 높은 선호(취향)를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접근법일 것이다.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보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 연구의 대상도 변해왔다. 특히 극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에 마케팅의 목표는 불확실성의 제거에 맞춰지고 있다.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도덕성과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속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한 뒤 소비하는 ‘제품 위주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경험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전, 소비 후의 모든 일상적 경험이 마케팅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본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지만 국내 마케팅 실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원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이다.

… 애플은 2016년 연말 광고에 두려움을 주는 외모 때문에 동굴에서 혼자 사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켄슈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애플스럽지 않은 이 광고의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은 노래는 못하지만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 음악을 아이폰에 녹음한 뒤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하지만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흉물스런 외모에 프랑켄슈타인을 멀리하는 어른들과 달리 외모나 목소리에 편견이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모두가 다 함께 합창하며 “모두에게 마음을 여세요(Open your heart to everyone)”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 이제까지 소개한 여러 광고는 이전 광고들과 크게 다르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보여주거나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최근 광고는 윤리적인 구호를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예전 광고가 권력, 명성, 아름다움, 성적 매력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소구했다면 오늘날의 광고는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집중한다. 즉, 오늘날의 광고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2013년 11월, 연말 휴일을 겨냥해 코크제로(Coke Zero)는 독특한 제안을 했다. 모든 연령층을 겨냥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상품이 따르는 스웨터 전쟁(Sweater battle)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 이벤트는 예쁘거나 멋진 스웨터를 만들고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 못생긴 스웨터를 제작하고 뽑는 이벤트였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휴일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 찾아가면 할머니가 오래된 못생긴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창안한 이벤트로, 참가자는 색상, 패턴, 아이콘을 선택해 스웨터를 만든 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를 장려하고, 2013년 12월1일에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100개의 스웨터는 실제로 생산돼 사용자의 집에 보내지는 형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객관적인 우월함이 필요한 멋지고 잘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주가 되는, 못생기고 모자란 것을 찾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결론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도 도덕성이 결부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국내 마케터들은 깊게 고민한 후에 조심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를 모으거나 상위 부서에 보고하기 위해 급조한 캠페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발표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가임 여성 인구수가 표시된 대한민국 출산지도’다. 우리가 보내려는 메시지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먼저 확인하고, 우리가 전개하려는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민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에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

“예쁘긴 한데 비싸고 복잡하대요” 스마트 홈을 향한 시행착오… 교훈은?

b-box

2014년 SK텔레콤이 기획/설계하고 SK브로드밴드가 판매한 셋톱박스 ‘비박스(B box)’는 여러 모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외형부터 고급스러운 조명등 이미지였고 리모콘에도 터치스크린과 충전식 배터리가 제공됐다. 홈 모니터링, 화상전화 등 ‘스마트 홈 허브’ 기능도 추가됐다. 하지만 출시 첫해부터 디자인은 전통적인 셋톱박스의 형태로 되돌려졌고 브랜드는 서서히 사장됐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파격적 디자인에 따른 단가 상승, 발열, 안전 우려 등 제조 측 면에서의 어려움
2. 회사 내부의 다른 프리미엄 제품과의 경쟁
3. 고급 소비자 접점 확보의 어려움과 유통채널의 차별화 부재

연예인 육성하듯 캐릭터를 키웠다. 아시아 비즈니스 아이돌 꿈꾼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쓰는 이모티콘을 가지고 캐릭터 사업을 시작한 라인프렌즈는 2014년 4월부터 현재까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정규 매장 15곳, 팝업스토어 27곳을 운영할 정도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인프렌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DML_Linefriends1) 공유: 프로젝트에 관련된 직원이 온라인 도구로 업무 상황을 공유한다. 사무실에서 팀장급은 다른 팀과의 원활한 정보 교류를 위해 복도 쪽 자리에 앉는다. 디자인, 구매, 제조, 영업, 마케팅 등 모든 담당자들이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공유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준다.

2) 속도: 서류 결재는 없다. 시제품은 3D프린터로 바로 뽑는다. 대표의 지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업무가 흘러간다. 일단 시도해보고 실패에서 학습하는 것을 권장한다.

3) 협업: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해외 기업과 협업해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다.

4) 연예 기획사 모델: 상품 라인업을 관리한다기보다는 걸그룹 같은 연예인들을 매니징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토리텔링과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시한다.

 

좋은 경험은 고객을 움직인다 샤오미도, 산펠레그리노도 마케팅 강자가 된다

Article at a Glance

표적 세분 시장과 산업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됐고 이는 소비자들이 ‘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세밀한 개인경험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IT의 발달과 다양한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산업 구분 자체가 희미해진 것 역시 전통적 마케팅 분석과 전략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이 시대 마케터들은 시장과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분석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시장 대신 고객 경험을 ‘깊이 있게’ 분석해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라. 이를 위해 다양한 정성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라.

2)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폭넓게’ 분석해 차별화하라. 이를 위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와 서비스 전체를 보고 그로부터 고객이 얻는 경험의 전체를 재구성하라.

…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두 개의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자동차의 광고에는 흥미가 없고 테슬라의 영상에 강한 호감을 보인다.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세련된 K5 광고에 비해서 말이 자주 끊겨서 예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소개 영상은 소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미식 축구장에서나 들을 법한 남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취향이 다른 소비자를 겨냥한 이른바 ‘표적 시장 세분화에 따른 차별화’라는 마케팅의 정석을 따른 K5 광고가 Model X 영상과 같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광고의 초점이 자동차 구매에 맞춰져 있을 뿐 자동차 경험과는 관련이 적기 때문이다…

… 고객 경험을 분석하면 기존의 시장 분석보다 깊이가 있고 기존의 산업 분석보다 폭이 넓은 결론을 얻게 된다. 더 깊게 이해하면 기존에 없던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할 수 있고, 더 넓게 이해하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효율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엔진의 화력을 극대화하려면 시장이나 산업보다 고객 경험이라는 질 높은 연료를 구하는 탐험을 떠나야 한다. 먼저 마케팅 실무자들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파워포인트나 엑셀의 2차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객 경험을 “줍기 위해서” 사무실 밖으로 직접 나가야 한다…

Jaewoo Joo_CX_Visual note taking

[특강] 현실에서 신상품 개발은 체계적이지 않다

이번 강연은 동아비즈니스리뷰(이하 DBR),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이하 HBR Korea)조진서 기자님이 함께 해주셨다. 기자님께서는 이전에 진행하였던 신문사에서의 새로운 섹션 기획을 사례로 실제 필드에서 신제품 개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DML_Business Focus조진서 기자님의 중요한 메시지는 3가지였다. 좋은 모델을 벤치마킹 하라, 필요할 때는 전문가를 고용하라, 적절한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강연에서 들었던 의문점은 좋게 말하면 제작과정의 유연성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현실에서의 프로젝트 구현 과정이었다. 결국 현실에서는 신제품 개발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고 개발된 신제품의 성공에 대해서 다양한 인식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책과 현실의 간극: 프로젝트는 중개자인가 매개자인가

책에 따르면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기 까지 많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사를 분석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내의 니치 마켓을 찾는 시장 세분화 (Segmentation)를 수행하고, 산업을 분석하고, 기획안을 준비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이러한 조사들이 신제품 개발의 작은 시작점에 불과하다.

현업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업에 입문하기 전에 해당 업무에 관한 직∙간접적인 교육을 받는다. 강의, 사내 교육, 사수로부터 배우는 업무 교육 등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의 기획을 시작한다.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의 의미 또한 배울 때와 일할 때 다르다. 대학이나 사내 교육을 듣는 배우는 입장에서 프로젝트란, 하나의 과정을 배우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 단순한 중개자(Interpreter)일 뿐이다. 배운 분석 방법을 프로젝트를 통해 적용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결과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는다. 즉, 프로젝트란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신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실무자들에게 프로젝트란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개선하는 매개자(Mediator)이다. 이러한 경우 과정의 진행에 의미가 없다. 대신 신상품 개발이라는 공통의 통과지점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부서에서 참가한 실무자들이 팀이라는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프로젝트 자체가 하나의 도구로써 혼자서 의미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다른 여러 실무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여러 관계가 중요하다.

 

  • 필드가 가진 양날의 검: 제약조건

필드가 가진 관계의 중요성은 책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약조건 때문에 생겨난다.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와 시간 제약, 그리고 조직 내부의 의사 결정권이 갖는 여러 제약 사항들을 거쳐가면서 진행되는 것이 바로 필드의 프로젝트이다. 여러 제약 조건들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낮추기도 하지만, 완벽을 포기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수준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이번 강연을 통하여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1. 좋은 모델을 벤치마킹 하라
  2. 필요할 때는 전문가를 고용하라
  3. 적절한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20150506_Jinseo Cho @ NPD(7)

 

  1. 좋은 모델을 벤치마킹 하라

전체 20여 페이지 남짓의 코리아 타임스 신문에 새로이 8페이지로 만들어지는 기획 섹션이었지만, 소수의 편집자들이 참여했으며 디자인을 전담하는 담당자 또한 없었던 상태에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Business Focus였다. 이러한 강한 제약을 뚫고 새로운 섹션을 기획할 수 있게 한 힘이 바로 벤치마킹이었다. 인·물적으로 자원이 제약된 상황에서 Financial Times와 Weekly Biz를 자신들에 맞춰 재구성함으로써, 시행착오에 따른 한정적인 자원들의 제약을 넘어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섹션의 연재가 가능했다.

 

  1. 필요할 때는 전문가를 고용하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제약 상황과 더불어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에는 프로젝트 구성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 역시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로 어려움을 극복하려 할 때에, 기업은 그 아이디어를 받아주기 보다는 자원의 한계를 이유로 제약 조건을 더 넓혀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러한 간격을 좁혀주는 사람이 전문가이다. DBR에서 HBR Korea를 런칭할 때, 초안의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담당자들이 고민한 경우가 있었다. 아쉽게도 기업에서는 업무 담당자들의 외침을 관심있게 듣지 않아서 내부적인 담당자의 컴플레인이 묵살되었다. 이 때에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고 폰트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전문성이라는 간판을 가지고 의사 결정 조직을 보다 쉽게 설득할 수 있었으며, 책임 소재 역시 분명해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컨설팅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팀 내의 커뮤니케이션이나 과업 수행에 있어서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유연성은 필요하다.

 

  1. 적절한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아웃소싱이란 기업 내부의 활동을 기업 외부의 제3자에 위탁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인소싱(Insourcing)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은 이전과 같이 모든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면서 핵심이 아닌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한편, 외주 업체들과 강한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 특히 아웃소싱을 통한 거래 비용이 정보 기술의 혁신을 통해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더욱 적합하다. HBR Korea 역시 Harvard Business Review 원문을 변역할 때는 외부 업체를 통해 1차 번역을 한다. 언뜻 보면 HBR Korea판에서 제일 중요한 이슈인 번역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1차 번역된 문서를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여러 번 수정하고 탈고하는 과정을 통하여 적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단순 번역에서 오는 경제·경영 오류를 바로 잡고 원본 내용의 깊이 있게 재구성을 하여 기사의 질(quality)에 집중했다.

 

 

  • 네트워크 안에서 재정의 되어야 하는 성공의 의미

신상품 담당 부서는,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만든 이후 상품의 성공 여부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성공에는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기획 단계의 예측 수량을 달성하지는 못하였지만 기존에 없던 컨셉을 시장에 도입할 수도 있고, 수익 측면에서는 손해지만 CSR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고, 한계에 봉착한 시장에 CSV적인 가치를 창출하거나, 수익이나 점유율 성과는 없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순한 수익 증대나 점유율 증대 등 고정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관계에 따라서 다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는 여러 제약 조건이 있다.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완벽한 조건을 이룬 상황에서 제품이 탄생하는 경우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에는 여러 제약 안에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진행의 체계성이나 엄밀성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된 관계들 간의 상대적인 입장과 여러 제약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임기 응변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여러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산출물의 결과를 다양한 방면으로 바라본다면 또 다른 새로운 신상품 개발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Written by 박준우 박윤규 유하정 이지은 몽몽,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셋톱박스는 TV 부속품이라고? 백자 느낌에 조명까지… 독자 브랜드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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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무선통신사 SK텔레콤은 통신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신시장 개척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 2012년부터 시작해 2014년 초 출시된 고급형 셋톱박스 비박스(B box)는 경험 부족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전통적으로 TV의 부속품이며 차별화가 불필요한 제품이라 여겨졌던 셋톱박스를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바꾸기 위해 이 회사는 다음의 방법을 썼다.

1) 매끈한 백자 도자기 느낌과 무드 조명 기능을 갖춰서 TV 장식장에 처박아두는 셋톱박스가 아니라 밖으로 꺼내놓고 싶은 셋톱박스를 만들었다. 리모콘의 고급화에도 신경 썼다.
2) 홈모니터링(CCTV 기능)처럼 편리한 무료 부가기능을 넣되 TV의 기본인 채널 시청과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화면 UI를 구성했다.
3) 스마트폰 업체, 인터넷 포털업체 등에서 채용한 개발자들을 상품기획 단계서부터 참여시켜 제품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맞췄다.

짜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배달시키자; 키치 옷 입은 앱, 월 300만건 신화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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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이는 브랜딩과 보이지 않는 브랜딩의 조화

과거 기업이 진행하는 브랜딩의 역할은 광고, 패키지, 리테일 등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제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브랜드라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보이는 브랜딩(visible branding)’에 집중했다. 그런데 최근 트렌드는 ‘보이지 않는 브랜딩(invisible branding)’이다. 우선 기업 내부의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이 투영된 제품과 서비스 등 ‘소비자 경험’이 지속해서 생산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보이는 브랜드와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역할이 조화를 이룰 때 기업 브랜드가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만들어 내고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보이는/보이지 않는 브랜딩이 조화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내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강한 의지가 필수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보이는/보이지 않는 브랜딩을 균형 있게 통합적으로 구축한 국내의 드문 사례다.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는 기업의 핵심 비전이 조직원들과 최대한 공유되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스러운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이를 통해 구축된 조직 문화는 기업의 핵심 상품인 배달의민족 앱을 브랜딩하는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돼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독특한 조직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또, 배달의민족 브랜드의 성공 이면에는 브랜드 가치를 지속해서 만들어 낸 이 회사만의 재미있는, 함께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브랜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이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각 조직원이 브랜드 챔피언으로 변화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적 비전과 퍼포먼스가 동반돼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조직원들과 비전을 함께 논의하고 공유하기 위해 각종 포스터, 사원증 등 시각적으로 실체화된 구체적인 비전을 회사 곳곳에 배치했다. 또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공간에 재미있는 가구를 배치했다.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는 글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다양한 사내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조직원들은 함께 비전을 만들고 다듬어 나아가는 체험을 했다. 조직원들은 대표의 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전파하고, 개선하면서 기업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재미난 문구들이 적혀 있는 사원증도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조직원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만든 것이다.

 

DML_Delivery people(1)2.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 적용된 ‘찌질한 형아’ 캐릭터와 기업 서체 개발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공감 능력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들은 기존 배달음식 전단지가 무분별하게 뿌려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는 업주들이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이렇게 업주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배달 음식 앱을 개발했다. 이들은 주 고객층인 20대가 편안하게 즐기는 ‘키치스럽고 B급스러운’ 이미지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로 정했다. 이에 따라 동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찌질한 형아’ 모습의 시각적으로 강렬한 캐릭터가 웹툰 스타일로 태어났다. 이는 디자이너들이 흔히 사용하는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다. 연상 가능한 구체적 타깃을 설정하고 보여줘서 이를 본 고객들이 쉽게 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추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캐릭터 중심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 서체인 ‘한나체’도 개발했다. 기업 서체는 삼성전자, KT, NHN, 현대카드와 같이 규모가 큰 기업에서 보고서와 광고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작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나체를 사용한 언어적 유희가 가미된 포스터와 사무용품들을 직원과 고객에게 선보이면서 더욱 일관성 있고 확장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DML_Delivery people(2)3. 통합적 경험을 갖고 있는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리드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는 직관적 사고에 익숙하고 경영자는 분석적 사고에 익숙하다고 여겨진다. 이 두 사고가 통합적으로 이뤄질 때 혁신적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두 가지 다른 사고방식의 통합이 어려운 이유는 두 분야의 사람들이 받아왔던 교육 방식이나 교육 내용과도 연관이 있다. 통상적으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정답이 없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 사고를 하도록 장려되는 반면 경영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형 강의를 통해 복잡한 경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좁혀서 분석하는 것에 익숙하다.

아쉽게도 기존의 디자인 경영 연구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연구는 디자인을 경험하지 않은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가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김봉진 대표는 정규 디자인 교육을 먼저 받은 뒤에 오랫동안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고 또 개인 사업을 운영하면서 경영을 배운 사람이다. 즉, 일반적인 경영자가 경영을 먼저 배우고 나중에야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과는 반대의 방법으로 얻은 통합적 경험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그를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조화를 이룬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4. 소통을 위한 수평적 공동체 문화와 효율성을 위한 수직적 업무 질서의 조화DML_Delivery people(3)

디자인 중심의 조직 문화는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제품, 기술, 직무를 지속해서 만들어 내게 하는 학습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기업 문화는 정해진 업무의 결과에 기반한 수직적 인사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전통적 산업의 기업들에 시사점을 준다. 디자인이 혁신을 이뤄낸다는 점이 주목을 받으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개인-팀-부서가 각각의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로 평가받는 수직적 인사 평가 시스템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아한형제들의 인사 정책은 단순한 디자인 중심의 조직문화가 아니라 수평-수직 인사 정책이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를 보인다. 우선 수평적 형태의 인사 정책은 한 사람이 상대방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대표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예상보다 일을 많이 했거나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경우, 다른 기업들처럼 인센티브에 근거한 경제적 보상을 하는 대신 대표가 직접 잘했다고 인정해주거나 같은 팀에 속한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는 사회적 포상을 하기도 하고 직원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동남아시아 여행권, 호텔에서의 네일아트 서비스 등)를 선물로 주는 개인적 포상을 실시하기도 한다. 또 경제적 보상이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저해한다는 의견에 따라 영업팀에서도 개인별 성과급 제도를 없애고 영업팀이 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기도 한다. 받은 선물을 나누거나 청소 당번을 뽑을 때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전 직원이 똑같은 확률의 제비뽑기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량적이고, 명문화되지 않고, 조직원 개인의 니즈에 맞춰진 성과 보상 체계는 고용주와 비고용주의 인위적인 차이를 없애려는 대표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수직적 인사 정책도 함께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반 디자이너 중심의 기업들과 차별된다. 이 회사에는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표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의 근태 관리를 중시한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들과 정규직으로 입사한 사람들 간의 차이도 존재하고, 최근에 몇몇 기업에서 시행하는 ‘직급명 없애기’ 운동과는 반대로 직급명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최소한으로 명문화된 인사 정책은 본인과 주변사람들의 경험에 근거해 ‘성실한 디자이너가 성공하더라’는 대표의 주관적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렇듯 ‘우아한형제들’은 수평적 공동체 구조에 수직적 업무 구조를 동시에 만들어 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디자인적 사고가 잘 구성된 조직구조에 적용될 때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 패턴과 관계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찾아낸 패턴과 관계로부터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회사의 비전과 일하는 방식 등 여러 관계와 패턴을 조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여기에 대표의 경험이 합쳐져 효율적인 수직적 업무 구조를 만들어 가는 형식을 보인다. 수직적 구조의 룰을 만들어 조직원들에게 전달할 때에도 언어적 유희를 사용, 강압적 형태를 보이지 않아 저항을 줄였으며 조직원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귀를 기울인다.

고수(高手)될 뻔한 미생(未生) 장고 끝에 나온 최고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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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적인 창작자들이 일하는 방법은 다르다. 이들에겐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더욱 중요하다. 인세, 계약금, 혹은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연재시기를 조정하거나 작품의 스토리를 바꾸는 것보다는 작가 본인이나 본인과 같은 창작가 커뮤니티가 납득할 만한 수준 높은 작품, 혹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 박정서 다음 웹툰 PD에 따르면 다음, 네이버, 파란, 야후 등에서 웹툰을 담당하거나 담당했던 기획자들은 대부분 <보물섬> 만화잡지를 보며 자란 30대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과 오랜 기간 교류하면서 인간적인 친분을 맺고 그들과 외부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들 보물섬 세대는 회사의 이해관계와는 별도로 스스로가 만화를 좋아하고 한국 만화산업에 대한 애정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