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무지

고객의 아이디어 써놓으니 제품 매출 크게 늘어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델, 레고, 스타벅스는 크라우드소싱 (crowd sourcing)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은 신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티셔츠 회사인 Threadless 는 전세계 80만명의 사용자로부터 하루에 150-200개의 프린팅 디자인을 받아서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애경산업과 아모레 퍼시픽은 새로운 샴푸와 화장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경쟁 기반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2017년에는 40대 남성의 냄새를 제거하는 샴푸가 애경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크라우드소싱을 통해서 혁신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상품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실무자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소싱으로 나온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유기농임을 알면 더 맛있어하고, 제품이 수작업 생산품임을 알면 더 좋아하고, 기계가 독일에서 만들어졌음을 알면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POP: Point of Purchase) 제품이 고객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 니즈가 더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품을 더욱 좋아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무지 (Muji) 에서 개발하고 판매한 신제품 2개의 일본내 판매 실적을 조사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무지 (Muji)가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을 조사했다. 이 회사는 실리콘 재질의 전자 태그와 앱을 연동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기획자들이 만보계, 온도계, 알람시계를 생각하는 동안, 크라우드소싱 대회에서는 한번 누르면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고 한번 더 누르면 알람이 꺼지는 비상용 알람 (Security Buzzer) 아이디어가 나와 최종 선발됐다. 이 아이디어는 1500엔의 가격을 가진 제품으로 실제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비상용 알람이 시장에 선보인 67일 동안의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인 46개의 무지 매장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비상용 알람 옆에 전시하는 128 x 91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다르게 조작했다.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단순 신제품임이 명시되었고 다른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라는 점이 명시됐다. 두 조건에 배정된 23개 매장은 평균 크기, 평균 매장 형태, 평균 지역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POP 디스플레이에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임이 명시되자 총 48개가 더 많이 판매됐다 (330개 vs. 282개). 개별 매장으로 환산하면 매장당 17%의 추가 판매가 있었으며 일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67일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58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매장이나 특정 일에 판매가 갑자기 차이를 보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기 위해서 무지 (Muji)가 실행한 또 다른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인 프레젤 스낵의 판매 실적을 비교했다. 내부 기획자들은 할라피뇨 향을 제안했지만 크라우스소싱에서는 완두콩 향이 최종 결정됐다. 이번 실험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모두 같은 가격의 (105엔) 제품으로 생산되었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프레젤이 시장에 출시된 16일 동안, 128 x 90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총 4가지로 다르게 조작하면서 일본 전역의 194개 무지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먼저 고객이 제안한 완두콩 프레젤과 디자이너가 제안한 할라피뇨 프레젤을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고객이 제안한 프레젤이 디자이너가 제안한 프레젤에 비해서 더 많이 판매됐다 (8507 vs. 5533). 또 똑같은 완두콩 프레젤이라도,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가 명시되면 신제품임만 명시될 때에 비해서 평균 20% 정도 판매가 증가됨을 확인했다 (고객 조건 vs. 기준 조건). 이번 결과는 이전 실험의 결과와 동일했는데, 매장 크기, 매장 내 스넥에 배정된 크기, 매장 형태, 매장 위치, 지역을 고려해서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명시되면 판매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대부분의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크라우드소싱 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객으로부터 환영받고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무지가 일본에서 실제로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제품을 실험 대상으로 정하고 제품 정보를 매장에 따라 다르게 조작한 뒤, 매장 당 실제 판매 실적을 분석했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행한 기존의 연구들보다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결과는 공모전을 통한 크라우드소싱이 자주 사용되는 여러 공공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동일한 공공 정책이라도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나 국민이 제안한 것이라는 단서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소비자 오감만족의 묘수…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라

[新 디자인 경영 / 시즌3] <2> 주목받는 ‘디자인 싱킹’

 

최근 디자인 경영에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주목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 디자이너처럼 사고한다는 의미다. 사업을 구상할 때 경영자들은 수익 창출 모델을, 엔지니어들은 기술적 가능성을 먼저 고려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와 직원 등 이해 당사자를 직접 관찰한 뒤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이에 디자인 싱킹은 대체로 ‘관찰과 이해→문제점 발견→해결책 도출→시제품 시험→사업화’ 과정을 거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마케팅이나 리더십, 품질 경영 등 기존의 경영방식이 한계에 다다르자 많은 기업이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디자인이 새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라

디자인 싱킹 디자인 경영 애경 산업 SSG 디자인 싱킹으로 빛을 본 대표적인 사례는 애경산업 ‘케라시스 퍼퓸’ 샴푸다. 애경산업은 2012년 국내 ‘퍼퓸 샴푸’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애경산업은 여대생들을 관찰한 뒤 여성들이 긴 머리를 흔들었을 때 좋은 향이 나면 세정이 잘됐다고 느낀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샴푸는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히면서 일단 한정판 제품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2012년 5월 한정판을 내놓은 뒤 반응이 좋자 12월 정규 제품으로 선보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퍼퓸 샴푸는 전체 샴푸시장에서 12%를 차지하며 하나의 제품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가 최고경영자(CEO)인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의 사무실 곳곳에는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업무 시작 시간이 오전 9시라는 뜻이다. 회사 비전인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라는 문구도 곳곳에 붙여 놨다. 주 교수는 “시각적 매개체로 모든 직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한다”며 “김 대표가 전 직원과 카카오스토리로 연결돼 수평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직관적 감각으로 이뤄지는 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IBM이 디자인 싱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M은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성장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디자이너 1500명을 채용하고 있다. 기존 개발 방식이 관료주의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든 관리직 임원들에게는 디자인 사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디자인 싱킹의 궁극적 목적은 디자인을 중시하고,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선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교수는 “디자인 싱킹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기반해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공감력”이라고 강조했다.

 

○ 경험까지 디자인해야

전문가들은 디자인 싱킹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결국 제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경험까지 디자인해 소비자의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식품·생활 전문관 ‘SSG푸드마켓’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산물은 유럽 시장 느낌이 나도록 큰 바구니에 담아 진열했다. 색상의 조화에도 신경 썼다. 가공육 코너에서 쇠고기를 원하는 두께만큼 썰어주는데, 소비자들이 두께를 체감할 수 있도록 0.5cm 단위로 잘라둔 나무 조각을 함께 진열했다. 모든 고객에게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본 무인양품의 여행용품 매장 ‘무지 투 고(TO GO)’도 좋은 사례다. 무지 투 고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유튜브 영상은 한 일본인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도착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순간마다 파우치, 캐리어, 노트, 쿠션, 선블록 등 무지 제품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케아는 ‘이케아 카탈로그’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집 안에서 이케아 카탈로그를 가구를 두고자 하는 공간에 놓은 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촬영하면 화면 속에서 가구가 놓여 있는 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턱대고 샀다가 집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황유진 인터브랜드 상무는 “초기의 경험 디자인은 편리하고 효과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최근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하고 재미있게’라는 부분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좋은 경험은 고객을 움직인다 샤오미도, 산펠레그리노도 마케팅 강자가 된다

Article at a Glance

표적 세분 시장과 산업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분화됐고 이는 소비자들이 ‘대단위 시장 기반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세밀한 개인경험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IT의 발달과 다양한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산업 구분 자체가 희미해진 것 역시 전통적 마케팅 분석과 전략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이 시대 마케터들은 시장과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분석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른 조언은 다음과 같다.

1) 시장 대신 고객 경험을 ‘깊이 있게’ 분석해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라. 이를 위해 다양한 정성적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라.

2) 산업 대신 고객 경험을 ‘폭넓게’ 분석해 차별화하라. 이를 위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와 서비스 전체를 보고 그로부터 고객이 얻는 경험의 전체를 재구성하라.

…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두 개의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자동차의 광고에는 흥미가 없고 테슬라의 영상에 강한 호감을 보인다.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세련된 K5 광고에 비해서 말이 자주 끊겨서 예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하는 일론 머스크의 소개 영상은 소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미식 축구장에서나 들을 법한 남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취향이 다른 소비자를 겨냥한 이른바 ‘표적 시장 세분화에 따른 차별화’라는 마케팅의 정석을 따른 K5 광고가 Model X 영상과 같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광고의 초점이 자동차 구매에 맞춰져 있을 뿐 자동차 경험과는 관련이 적기 때문이다…

… 고객 경험을 분석하면 기존의 시장 분석보다 깊이가 있고 기존의 산업 분석보다 폭이 넓은 결론을 얻게 된다. 더 깊게 이해하면 기존에 없던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할 수 있고, 더 넓게 이해하면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효율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엔진의 화력을 극대화하려면 시장이나 산업보다 고객 경험이라는 질 높은 연료를 구하는 탐험을 떠나야 한다. 먼저 마케팅 실무자들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파워포인트나 엑셀의 2차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객 경험을 “줍기 위해서” 사무실 밖으로 직접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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