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창간 15주년을 맞아 창간 이래 최근까지 DBR에 가장 많은 기고를 해주신 필자 다섯 분을 최고 기여자(Best Contributor)로 선정하고 감사패를 수여했습니다. 오랜 시간 DBR의 든든한 파트너로 활동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DBR에 기고하게 된 계기와 의미, 앞으로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습니다. (가나다순) 이 다섯 분 외에도 한국의 경영계를 대표하는 많은 비즈니스 리더 및 학자들께서 DBR의 지식 아카이브를 독보적인 경영 관련 콘텐츠의 보고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모든 필진께 큰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정리=배미정, 이규열, 최호진 기자
2011년 가을, 캐나다에서 마케팅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나의 가장 큰 관심 주제는 인간 중심 접근법인 디자인싱킹과 행동경제학이었다. 디자인과 경영 관련 실무자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던 중 디자인싱킹에 관한 글을 요청받았다. 그렇게 DBR 11호(2012년 8월 2호)의 스페셜 리포트 ‘Design Thinking’에 첫 기고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논문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점점 일반 독자에 대한 이해도가 커졌다. 이후로 내가 직접 케이스 스터디 취재를 제안하거나 DBR 기자의 제안으로 다양한 사례를 케이스 스터디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실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겪는 문제와 해결책을 직접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저널워치 코너에도 기고하면서 주목받는 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DBR 기고 덕분에 가상의 연구자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연구자들은 논문의 핵심적인 가설과 데이터에 집중한다. 하지만 DBR에 기고할 때는 상황과 사람을 자세하게 서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추상적으로 생성된 인과관계를 진공 상태에서 검증하는 대신 상황과 사람이 고려된 현실에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오래전부터 문제는 현실에서 발견하고, 해결책은 학문에서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DBR 기고를 통해 스스로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DBR 기자들의 다양한 제안과 도움 덕분에 현장에서 이슈를 지속적으로 듣고 그중 내가 아는 학문적 접근법을 적용해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DBR 190호(2015년 12월 1호)의 스페셜 리포트 ‘Experience Design’에 기고한 글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많은 실무자가 마케팅의 한계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던 차에 나는 기존의 마케팅 엔진을 사용하되 연료를 바꿔야 한다고 믿었다. 제품이나 시장 관점에서 데이터를 주입하는 대신 개인 고객 관점의 경험을 주입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러한 믿음을 최근의 여러 사례로 뒷받침했다. 이후에 고객 경험 (CX, Customer eXperience)이 급부상하면서 학계와 기업에서 많은 협업 요청을 받았고 연구 주제로도 구체화할 수 있었다. DBR 272호(2019년 5월 1호)에 기고한 신한카드의 초개인화 마케팅 프로세스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는 내가 직접 진행한 신한카드와의 산학 프로젝트를 설명한 글로 행동경제학을 접목해 엄밀하게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58만 명이라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를 수집했더니 학계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행동경제학이 현실에 적용된 모범 사례로 국내 경영대학의 소비자행동 박사 과정에서도 사례로 읽는다고 전해 들었다.
DBR은 현실 이야기를 전해주는, 국내 유일의 비즈니스 사례 전문지다. 핫하게 떠오르는 기업의 사례를 다루면서 한국이라는 상황과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을 고려하니 해당 기업이 내리는 의사결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장단점을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독특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영감을 많이 받는다. 동시에 현실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집어넣기도 한다. 케이스 스터디 기사의 마지막에 소개되는 연구자의 시각은 하나의 동일한 사례를 보면서도 어떤 부분이 흥미로운 연구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공간이다. 독자들은 연구자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연구자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DBR에서 다루는 사례가 HBR Case study처럼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한 교육 자료로 적극 지원되길 바란다. 독자들에게 사례의 빈공간을 메꿔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또 나와 같은 필자들이 더 많이 발굴돼서 학계의 연구자들이 현실을 좇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궁극적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학계에 더 많이 퍼지기를 기원한다.
주재우 (2023), “‘DBR Best Contributor’ 5인, “학계 업계 잇는 최고의 지식 보고”” March (1), 22-24.
+ “더 깊이 공감, 더 많이 공유: 여성면도기의 신화 쓰다,” 2012, August (2), 90-93.
+“좋은 경험은 고객을 움직인다. 샤오미도, 산펠레그노도 마케팅 강자가 된다,” 2015, December (1), 74-82.
+ “2만5000개 소비패턴 분석해서 혜택 제안 필요할 때 귀신같이 알려주는 ‘똑똑 카드’” 2019, May (1), 7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