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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관계가 행복해지는 지름길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회 계층(social class)이란 규범, 가치, 자신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의 어려움에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고, 상황이 어려울 때 돈보다 커뮤니티를 우선시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관련성을 더 많이 찾는다. 즉, 계층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관계 맺기에 더욱 집중하지만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 주의를 덜 기울인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돈이나 힘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대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동기적 관련(motivational relevance, 타인이 나에게 보상을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이유로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여야할 정도)이 감소한다는 가설을 도출한 뒤 사회적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시각적 주의를 덜 기울이는지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구글글라스(Google Glass)를 사용했다. 뉴욕시의 두 곳에서 보행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71명의 신청자 중에서 뉴욕 거주 기간이 2년 이하라서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는 외지인을 배제한 뒤 총 61명(남자 53명, 여자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구글글라스를 쓴 상태로 평균 58초가 걸리는 한 블록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고개를 돌려서 자세히 쳐다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인 모든 것은 VideoBlack이라는 앱을 통해 녹화됐고 실험 이후에 6명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social gaze)와 시간(visual dwell time)을 측정했다.

거리에서의 실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사람들은 사회 계층을 이야기할 때 주로 빈곤층, 노동자층, 중산층, 상위 중산층, 상류층을 구분합니다. 스스로가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5점 척도의 질문에 응답했다. 실험 결과,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에 비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타인을 응시하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EyeLink 1000라는 아이트래커(눈 움직임 측정·eye-tracking system)를 사용했다. 77명의 뉴욕대 학부생은 구글 스트리트 뷰에 찍힌 뉴욕시에 관한 41개의 사진 중 무작위로 선택된 하나의 사진을 7초 동안 쳐다봤다. 사진 속에는 공사장 인부, 회사원, 노숙자 등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 나무, 가게 등 여러 사물이 들어 있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과 사물에 시선이 머무는지 측정했고, 참가자들의 사회 계층에 대한 질문 응답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상위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노동자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에 비해서 사물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사람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은 여러 나라에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나 경제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계층 간 불신에 따라서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계층의 간극을 줄이려는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있지만 심리학자들이 수행한 본 연구에 따르면 사회 계층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의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미국에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자산인 한국의 고연령 세대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면서 타인에게 둔감해지는 한국의 저연령 세대에게는 이 연구 결과가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혼자 먹는 밥도, 혼자 마시는 술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