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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 외로움이 AI 스피커의 수용을 증가시킨다

신윤철, 주재우 (2019), “나홀로 집에: 외로움이 AI 스피커의 수용을 증가시킨다,” 대한인간공학회지, 38 (6), 499-515.

Objective: The aim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effect of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on the AI speaker adoption and whether crowdsourced cue moderates the effect of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on consumers’ adoption of the AI speakers.

Background: We study how to nudge consumers to recognize their needs for AI speakers, which is the first stage of their decision-making processes. In particular, we investigate whether two variables including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as a psychological variable and crowdsourced cue as a behavioral economics variable jointly increase consumers’ adoption of AI speakers.

Method: We conducted two surveys to test two hypotheses: whether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increases consumers’ adoption of AI speakers and whether crowdsourced cue moderates the effect of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on consumers’ adoption of AI speakers. To secure the external validity of our experiments, we selected an actual AI speaker as an experimental stimulus and manipulated two variables in reality.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was manipulated by the content of the message shown on the messenger dominant messaging service and the crowdsourced cue was manipulated by the content of the promotional message about AI speaker shown on the poster.

Results: We obtained two findings. Firstly, when business school students felt lonely, their adoption of AI speakers was greater than when they did not feel lonely. Secondly, when there was a crowdsourced cue, design school students’ adoption of AI speakers increased in the lonely condition. However, design school students’ adoption of AI speakers did not increase when there was no crowdsourced cue even though when they are lonely.

Conclusion: Our findings suggest that consumers are more likely to adopt AI speakers when they feel situational and social lonely and when it reflects other consumers’ needs.

Application: This research is the first attempt to apply loneliness and crowdsourced cue to nudge consumers to recognize their needs about AI speakers, which increases their adoption of the new product. Unlike previous researches, this study is different in that it tries to solve the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of young people. We propose AI speaker and crowdsourced cue as a solution to solve situational and social loneliness. Our findings provide fresh insights into designers and marketers who should develop an advertisement about their AI speakers.

Keywords: New product adoption, AI speaker, Loneliness, Crowdsourced cue, Behavioral economics

기존 연구에서는 노인의 외로움은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외로움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고, 국내외 AI 스피커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A사와 S사 또한 노인의 만성적, 개인적 외로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청년들의 일시적, 사회적 외로움 또한 만성적, 개인적 외로움만큼 중요한 감정이며 AI 스피커 수용의도에 있어 외로움이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설문을 통해 증명했다. (pg. 510)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일시적, 사회적 외로움과 크라우드소싱 단서가 혁신 제품의 수용의도를 높이는 행동경제학 기법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기존에 알려진 정보 표시 방법의 변화, 공간 정리, 제품 진열, 명화 차용, 사용자 의견 무시에 더해서 신제품 수용을 증대하는 새로운 기법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설문 결과를 염두에 두고, AI 스피커나 AI와 관련된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이러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마케터는 크라우드소싱 단서를 광고에 입히는 순차적으로 사용자의 일시적, 사회적 외로움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pg. 510)

디지털의 역습: 디지털 시계를 보면 신제품 수용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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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배경 신제품 수용에 대해 오랜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정보 표시 방법이 신제품 수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는 부족하다. 본 연구에서는 제품과 무관한 정보를 디지털로 표시할 때보다 아날로그로 표시하는 경우 사용자의 해석 수준이 증가한다는 가설을 수립하고, 해석 수준이 증가할수록 신제품 수용의도가 증가한다는 또 다른 가설을 수립했다.
연구방법 2개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혁신 상품인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를 사용하여 베트남 하노이에서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결과 실험 결과, 아날로그 시계를 본 뒤 3시간 15분이 지난 시간을 아날로그 시계 형태로 표시한 실험 참가자들은 디지털 시계를 본 뒤 3시간 15분이 지난 시간을 디지털 시계 형태로 표시한 실험 참가자들에 비해서 해석 수준이 증가했다. 또한 해석 수준이 증가할수록 신제품 수용의도가 증가했다. 추가로 수행된 매개 분석에 따르면, 정보 표시 방법이 신제품 수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해석 수준을 통해서 매개됨을 확인했다.
결론 본 실험은 기존 연구에서 좀처럼 다루어지지 않은 상황 변수인 정보 표시 방법이 사용자의 심리적 변수인 해석 수준을 통해서 신제품 수용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 주었기에, 신제품 수용의도를 높이려는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개입을 제안했다는데에 학문적 의의가 있다. 특히 기존의 실험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디지털 정보 표시의 단점과 아날로그 정보 표시의 장점은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가설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 디자인 실무자들은 매장 방문자에게 신제품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서, 제품과 무관한 매장 내 환경 정보인 시간, 온도, 습도 등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공간을 정리하지 않음으로서 사용자의 창의성을 북돋우거나, 아름답지 않은 제품을 곁에 두어 아름다움의 가치를 일깨우거나, 사용자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중에서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작품을 제품에 차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심지어 독특하기만 하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여기는 사용자의 의견은 무시하는 것이 신제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간 정리, 제품 진열, 명화 차용, 사용자 의견 무시와 더불어 아날로그 정보 표시 방법이 신제품 수용을 증대하는 또 하나의 행동경제학 기법이 될 수 있다 (pg. 111)

실험 결과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실무자에게 강력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오늘날 많은 매장에서는 디지털 정보 표시 방법이 가진 특유의 장점에 기반해 정보를 디지털로 표시하는 것이 하나의 추세이다. 하지만, 사용자나 소비자가 좀더 추상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여 판매하는 제품의 장점에 집중하게 하려면, 제품과 무관한 환경 정보를(예, 시간, 온도, 습도, 등) 아날로그로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pg. 111).

2만5000개 소비패턴 분석해서 혜택 제안 필요할 때 귀신같이 알려주는 ‘똑똑 카드’

Article at a Glance

신한카드는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할인과 이벤트 등의 혜택을 앱으로 전달하는 초(超)개인화 프로젝트를 3년에 걸쳐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하는 것처럼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2만5000개의 소비 패턴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고객이 딱 원하는 혜택을, 딱 원하는 타이밍, 메시지, 채널(TMC)로 자동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를 위해 성별, 연령, 요일, 날씨 등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전하는 마케팅 메시지가 달라지는 행동경제학 실험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규모로 실시했다.

…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담당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진 게 있었다. 빅데이터사업본부 이중재 부부장은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느끼는 것은 자기에게 떨어지는 메시지이며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이 초개인화를 실감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한다. 즉, TMC 중에서 T(타이밍)와 C(채널)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지만 M(메시지)은 근원적으로 섬세한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해법으로 거론됐다. 행동경제학은 풍부한 연구 결과와 다양한 성공 사례로 해외에서는 그 효과가 증명됐다. 최근 20년간 북미 마케팅 박사 과정의 절반 이상은 행동경제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구의 공공기관이나 기업 현장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있다.

…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며 연구팀은 행동경제학의 여러 기법을 수집한 뒤 이 실험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다. 먼저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의 바이블인 ‘Behavioral Economics Guide’와 ‘Nudge Database’를 기반으로 하고 최신 연구에서 밝혀진 새로운 기법을 추가해 총 108개의 기법을 수집했다. 이 중에서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기법은 제외하고, 2000년 이후 반복적으로 효과가 검증돼 연구자들에게 의미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기법들만 10개 남겼다. 선택된 10개의 기법이 적용된 메시지를 제작한 뒤 연구팀은 신한카드 담당자들과 내용을 공유했다. 현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 기법이 좋은지에 대한 선호도도 알아야 했고, 규제가 빡빡한 금융업의 특성상 준법감시팀의 심의도 통과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5가지 행동경제학 기법이 선택됐다.

… 신한카드 마케팅전략 부서는 매회 약 20만 명의 페이판 앱 사용자에게 6가지 메시지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서 발송했다. 메시지당 약 3만 3000명이 배정된 셈이다. 발송일은 2019년 1월 11일(금), 1월15일(화), 1월17일(목)이었다… 종합하자면, 이 실험은 무작위로 선발된 59만 2589명의 신한카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오퍼를 동일한 채널로 보내되 조건을 18가지(6가지 메시지 × 3가지 타이밍)로 달리 만들어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한 것이다.

… 요일과 날씨에 따라서 행동경제학의 효과가 다르다는 결과를 해석할 때에도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은 일상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행동경제학이 전반적으로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벗어나는 특수 상황에서는 행동경제학이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정적 혹은 쾌락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생기는 주말과 금요일, 또 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 정서를 (쇼핑 등으로) 환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 등이다. 즉, 한국에서는 일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생겨야만 비합리성이 관여하는 행동경제학이 효과가 있음이 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주재우 교수와 함께 실험을 주도한 신한카드 이중재 부부장의 말이다. “예전에는 기업이 고객에게 혜택을 쫙 뿌리고 알아서 쓰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점점 고객 각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고민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이런 요일,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지 알아내면 그에 맞는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초개인화다.”

미래 지향 강조하려면 ‘동작 얼리기’ 브랜드 개성 키워주는 디자인의 힘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인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종류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다. 학계에서의 연구를 통해 실증적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므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볼 만하다.

1.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는 로고에 ‘동작 얼리기’를 가미한다.

2. 인간미가 필요한 브랜드는 손으로 쓴 브랜드 폰트를 사용한다.

3.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고려해 패키지 디자인을 교체한다.

4. 원산지 효과가 필요한 브랜드는 생산 공장을 강조한다.

5. 혁신적 브랜드는 시각과 촉각 사이의 감각 불일치를 적용한다.

… 1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최신 음악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다. 그 후 두 가지 중 하나를 로고로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봤더니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동적 로고일 때 선호도가 높았고,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로고가 정적일 때 선호도가 높았다…

… 만약 제품을 생산하는 장소에서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Made in China는 세계에 잘 알려진 단어다. 애플은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고 쓴다. China 대신 California를 내세운 것이다. Microsoft가 한때 판매했던 Zune 제품에는 Hello from Seattle, Assembled in China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중국 대신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강조한 문구다.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인 플러스엑스가 생산한 휴대폰 케이스에는 Designed by Lab C in Gangnam을 썼다. ‘강남’을 통해 원산지 효과를 얻으려 한 경우다…

… 감각 불일치는 시각과 촉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미각 사이에서도 존재하며 반응이 나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그림은 특정 식당에서 여름철에 제공하는 아이스티다. 필자와 함께 식당에 간 대부분의 동료들은 기대하는 아이스티의 색깔이 아니므로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꺼렸다. 하지만 같은 식당을 찾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원한 색깔을 갖고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며 좋아했다…

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지속적 사용의도를 높이는 행동 경제학 기법: 의인화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되었지만 많은 사용자가 기술의 미흡함으로 인해 생기는 기기의 오류 때문에 사용을 중단한다. 본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지속적 사용의도를 증가시키는 의인화라는 행동 경제학 기법을 제안한다.

시각적 의인화와 언어적 의인화에 관련된 하나의 가설을 수립하고, 2번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가상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고 이에 시각적 의인화를 시도했다. 실험결과 웃는 눈을 넣어 시각적으로 의인화한 스피커는, 오류를 일으켰을 때에도 사용자들의 지속적 사용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SKT의 누구(NUGU)의 사용설명서를 수정하여 언어적 의인화를 시도했다. 실험 결과 의인화된 설명서가 주어진 스피커는, 사용자가 오류 상황을 만났을 때에도 지속적 사용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의인화를 통해서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자의 제품 사용 중단 문제를 행동 경제학 기법을 활용하여 해결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으며, 실무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법을 제안함으로서 의인화 연구에 대한 폭을 넓혔다.

 

 

“두 실험의 결과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실험에서 사용한 시각적, 언어적 의인화 기법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의 제품 사용 중단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 따라서 첨단 기술이 탑재되는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본 연구의 실험결과를 고려하여, 기술의 한계로 인해 발생되는 사용자의 제품 사용중단 문제를 심리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pg. 52)

 

 

실험 2: 조작 – 언어적 의인화

 

실험 2: 자극 – 음성인식 실패 오류 동영상 (1:22)

 

 

맞춤 광고 만드는 과정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쇼핑몰 타깃(Taget)은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서 할인 쿠폰을 보내다가 임신한 십대 여학생에게 임산부 관련 상품 할인쿠폰을 보내는 바람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데이터 기반 추론의 정확성도 놀라웠지만 사생활이 원치 않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맞춤 광고 (target ad)가 등장하면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웹사이트와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은 개인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높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기반한 맞춤 광고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모아서, 맞춤 광고를 어떻게 만드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광고투명성 (ad transparency) 이슈가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특정 메세지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맞춤 광고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기능을 더했다. 다른 많은 회사는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기록하는 쿠키 (Cookie)를 모은다는 점을 밝히며 나아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투명성 제고 노력이 과연 맞춤 광고의 효과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개인정보의 흐름 (information flow)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서 맞춤 광고의 효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개인정보가 일반적인 관례(norm)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집되고, 또 노출돼서 사용자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광고 효과에 도움이 되지만 만약 사용자가 개인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라면 투명성이 광고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아마존을 통해서 모집한 4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광고 투명성이 타깃 광고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92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인 정보가 어디서 모이는가와 안내 문구가 어떻게 제공되는가에 따라서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92 vs. 3.07, 1~7의 척도로 응답). 웹사이트와 안내 문구를 통해서 정보 흐름의 자연스러움 정도를 조작하기로 결정하고 총 2단계 실험을 수행했다.

첫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이 ‘로건’ ‘라라랜드’ 등 10개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은 뒤 마음에 드는 영화를 클릭하면 마지막에 자신이 클릭한 영화 리스트가 보이도록 했다.정보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는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영화 리스트가 같은 브라우저 창에서 보여였고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새로운 브라우저 창에서 보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는 설명을 한 후 가상의 온라인 책방인 UBook.com 광고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됐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고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건),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외부 (third-party)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다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두 단계의 조작 이후, 맞춤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기 위해서 UBooks.com 웹사이트에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 UBook.com에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두 개의 질문에 7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또 개인 사생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위해서 추가로 10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실험 결과, 정보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조건의 경우 맞춤 광고의 효과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3 vs. 3.56). 또한 이런 조건에 처할때 사람들이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47 vs. 6.97).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개인 정보의 구매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월마트, 애슐리메디슨, 에퀴팍스는 개인정보 유출로 큰 비난을 받았다. 2018년 3월에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27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CEO가 의회 청문회에 호출됐다. 2018년 5월에는 모든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GDRP,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용자에게 쿠키 사용 동의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문제는 종류와 양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에 호의를 보인다. 디지털광고협회 (Digital Advertising Alliance)와 마케팅, 광고 기관이 협력해 만든 AdChoices 아이콘은 개인 특성이 반영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맞춤 광고 한 구석에 파란색 아이콘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도 “내가 이 광고를 왜 보고 있나요?” 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고객이 정보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광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들이 직접 인정했듯 가상의 실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법은 현실성이 떨이지고 한계점이 많다. 아쉽게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연구 용도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에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공동 연구를 수행해 현실적으로 의미있고 효과가 강력한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보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 연구의 대상도 변해왔다. 특히 극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에 마케팅의 목표는 불확실성의 제거에 맞춰지고 있다.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도덕성과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속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한 뒤 소비하는 ‘제품 위주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경험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전, 소비 후의 모든 일상적 경험이 마케팅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본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지만 국내 마케팅 실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원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이다.

… 애플은 2016년 연말 광고에 두려움을 주는 외모 때문에 동굴에서 혼자 사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켄슈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애플스럽지 않은 이 광고의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은 노래는 못하지만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 음악을 아이폰에 녹음한 뒤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하지만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흉물스런 외모에 프랑켄슈타인을 멀리하는 어른들과 달리 외모나 목소리에 편견이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모두가 다 함께 합창하며 “모두에게 마음을 여세요(Open your heart to everyone)”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 이제까지 소개한 여러 광고는 이전 광고들과 크게 다르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보여주거나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최근 광고는 윤리적인 구호를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예전 광고가 권력, 명성, 아름다움, 성적 매력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소구했다면 오늘날의 광고는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집중한다. 즉, 오늘날의 광고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2013년 11월, 연말 휴일을 겨냥해 코크제로(Coke Zero)는 독특한 제안을 했다. 모든 연령층을 겨냥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상품이 따르는 스웨터 전쟁(Sweater battle)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 이벤트는 예쁘거나 멋진 스웨터를 만들고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 못생긴 스웨터를 제작하고 뽑는 이벤트였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휴일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 찾아가면 할머니가 오래된 못생긴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창안한 이벤트로, 참가자는 색상, 패턴, 아이콘을 선택해 스웨터를 만든 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를 장려하고, 2013년 12월1일에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100개의 스웨터는 실제로 생산돼 사용자의 집에 보내지는 형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객관적인 우월함이 필요한 멋지고 잘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주가 되는, 못생기고 모자란 것을 찾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결론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도 도덕성이 결부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국내 마케터들은 깊게 고민한 후에 조심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를 모으거나 상위 부서에 보고하기 위해 급조한 캠페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발표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가임 여성 인구수가 표시된 대한민국 출산지도’다. 우리가 보내려는 메시지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먼저 확인하고, 우리가 전개하려는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민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에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

택시몰고 노숙하고 구걸하는 기자들 – 경험시대 발맞춘 체험기사 봇물…“마케팅 기능 점점 고도화”

이벤트나 공간, 실험영상 등을 통한 기업들의 경험마케팅은 이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만, 경험시대는 기업들 사이에서만 부각되는 키워드는 아니다. 언론계에서도 부쩍 ‘체험저널리즘’을 표방한 콘텐츠가 나타나고 있다.

체험저널리즘은 기자가 직접 특정 직업이나 이슈에 뛰어들어 현장분위기와 체험을 르포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기업의 간접경험 전달과 비슷하지만 기자가 직접경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보도자료만으로도 기사 하나 뚝딱 만드는 시대에서 ‘발로 뛴다’는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체험저널리즘은 언론사의 무분별한 난립과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어뷰징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를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무기로 뉴스소비자들의 눈을 끌기 위한 노력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기사문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뉴스) 수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며 “잘 만들어졌다면 언론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활밀착형 기사가 다수인지라 브랜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진보도 체험형 기사를 양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연구위원은 “취재 기자재나 통신망의 발전도 간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기자재가 소형화되면 즉각적인 기사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합법적이라는 전제만 있다면 최근 등장하는 체험저널리즘은 직업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명절시즌 택배기사부터 지하철 천장 청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극한직업을 체험하는 기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체험형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형국이지만 눈에 띄는 케이스들은 있다. <중앙일보>의 박민제 기자는 택시기사 체험에 나섰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승객들로부터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4년 전 취재 목적으로 취득한 택시면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는 ‘예비아빠’라는 개인사를 살려 만삭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장비를 착용하고 일주일간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기사를 지난달 내놓았다. <한겨레> 이정국 기자는 ‘웃픈’ 체험기사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SPA 브랜드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현장에서 노숙을 한 것. 자칭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이 기자는 오픈을 기다리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이즈에 맞지 않는 옷까지 구입했다. 그야말로 생고생에 돈 낭비였지만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수고가 아깝지는 않았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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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에 그치는 체험기를 떠나 장기기획으로 용감하게 승화시킨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약 한 달간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연재한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기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리포트는 교육, 육아, 주거 등의 소주제를 나누고 상위 1% 부유층과 절대빈곤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특히, 남녀기자가 각각 걸인의 하루와 최고급 호텔스위트룸을 경험하고 비교한 기사는 언론계의 큰 화제를 모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팀장을 맡았던 김상연 기자는 “1면부터 3면에 걸쳐서 나간 기획이었는데 독자는 물론 타사 기자들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빈부리포트’는 지난 4월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기획탐사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신문기사로는 보기 드물게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들이 후속작으로 내놓은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는 스마트폰, PC와의 단절을 통해 디지털 금단현상을 경험하는 체험저널리즘의 형태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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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체험저널리즘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지면을 위한 체험에 국한되는 기사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상연 기자는 “기자가 왜 체험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는 곤란하다”며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주제로 다가가야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한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또 다른 관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장점도 많지만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자의 주관적 경험에 기반한 기사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험 넘어 아이덴티티와 참여 시대로

마케팅과 PR, 광고, 언론 영역까지 아우르는 경험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미 ‘경험’이라는 단맛을 본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험시대는 새로운 소비자 패턴을 가능케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고 만지는 경험 이상으로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참여형 마케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기업에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품 개선에 참여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경험의 다음 단계로 ‘아이덴티티’를 제시하며 “유행을 쫓아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연애라면 아이덴티티 브랜딩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백년가약을 맺을 자격이 된다면 이는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마케터들의 역할 축소를 예견했다. 주 교수는 “마케팅을 연구한 이들보다는 공간을 창출한 경험을 가진 아티스트,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마케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마케팅의 기능이 점점 고도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 마케터들의 역할은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전략 설정에 국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 교수는 “예전에는 마케터가 소비자를 불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게 된다”며 “점점 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VR같은) 가상공간까지 이르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을 완벽하게 세팅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체험저널리즘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뉴스) 수용자의 관심사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으로 이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체험형 기사에 대한 요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사 입장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 ‘네이티브 광고’ 등을 통해 수익과 연동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VR 등 경험형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보급은 체험형 기사 진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공간에 심는 경험마케팅, 라이프스타일로 침투. 브랜드 연관성 흐릿해도 무방, ‘키워드’ 존재해야

공간을 활용한 경험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체험관도 일종의 공간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하는 시도가 각광받는 추세다. 소비자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자 하는 의도다.

ms-store국내 공간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카드다. 디자인, 여행, 음악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잇달아 오픈하고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바이닐&플라스틱’이라는 음반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분화하고 이에 걸맞은 경험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다소 딱딱한 금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봄 전북 고창군에 농촌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오픈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체험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식품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최근 주목받는 전원라이프에 최적화된 공간마케팅을 시도한 경우다. 단지 공간만 마련한 것은 아니다. 농원을 배경으로 예비신혼부부에게 웨딩 촬영기회를 제공하는가하면 ‘어린이 북 페스티벌’을 통해 책 만들기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는 장기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있기에 기업에게는 두말 할 나위없는 마케팅 타깃이 된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남는 공간마케팅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서수원점 옥상에 풋살장을 개설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를 개방했다. 공간마케팅과 지역사회공헌을 접목한 셈이다. 구장 주변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잔디길을 조성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 안에 텃밭을 꾸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저마다 장르와 방법은 다르지만 이러한 공간마케팅은 단 하나의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자사와 별다른 연관성을 갖지 않아도 일단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굳이 제품판매를 위한 무리한 접근도 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즐겁게 만나는 접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체험공간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언급했다.

물론, 단순한 호의에서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레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연결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자사 공간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당연히 세일즈 효과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간마케팅은 곧 이미지 마케팅으로도 치환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간 자체가 가진 이미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덧씌워지는 효과가 있다”며 “똑똑하게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공간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흐릿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흐릿하더라도 연관성이 되는 키워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재우 교수는 “두부를 파는데 최첨단 테크노밸리에서 공간마케팅을 하는 것이 어울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경험마케팅에도 반드시 고도화된 전략은 따른다. 한상린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접점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임팩트 있는 경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순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만을 꾀한다면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매 이전부터 구매 이후까지의 소비자 경험여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어떤 터치포인트가 존재하는지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경험과정이 조금씩 다른 소비자층을 세분화시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