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맞춤 광고

맞춤 광고 만드는 과정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쇼핑몰 타깃(Taget)은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서 할인 쿠폰을 보내다가 임신한 십대 여학생에게 임산부 관련 상품 할인쿠폰을 보내는 바람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데이터 기반 추론의 정확성도 놀라웠지만 사생활이 원치 않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맞춤 광고 (target ad)가 등장하면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웹사이트와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은 개인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높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기반한 맞춤 광고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모아서, 맞춤 광고를 어떻게 만드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광고투명성 (ad transparency) 이슈가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특정 메세지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맞춤 광고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기능을 더했다. 다른 많은 회사는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기록하는 쿠키 (Cookie)를 모은다는 점을 밝히며 나아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투명성 제고 노력이 과연 맞춤 광고의 효과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개인정보의 흐름 (information flow)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서 맞춤 광고의 효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개인정보가 일반적인 관례(norm)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집되고, 또 노출돼서 사용자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광고 효과에 도움이 되지만 만약 사용자가 개인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라면 투명성이 광고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아마존을 통해서 모집한 4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광고 투명성이 타깃 광고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92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인 정보가 어디서 모이는가와 안내 문구가 어떻게 제공되는가에 따라서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92 vs. 3.07, 1~7의 척도로 응답). 웹사이트와 안내 문구를 통해서 정보 흐름의 자연스러움 정도를 조작하기로 결정하고 총 2단계 실험을 수행했다.

첫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이 ‘로건’ ‘라라랜드’ 등 10개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은 뒤 마음에 드는 영화를 클릭하면 마지막에 자신이 클릭한 영화 리스트가 보이도록 했다.정보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는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영화 리스트가 같은 브라우저 창에서 보여였고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새로운 브라우저 창에서 보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는 설명을 한 후 가상의 온라인 책방인 UBook.com 광고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됐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고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건),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외부 (third-party)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다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두 단계의 조작 이후, 맞춤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기 위해서 UBooks.com 웹사이트에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 UBook.com에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두 개의 질문에 7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또 개인 사생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위해서 추가로 10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실험 결과, 정보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조건의 경우 맞춤 광고의 효과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3 vs. 3.56). 또한 이런 조건에 처할때 사람들이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47 vs. 6.97).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개인 정보의 구매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월마트, 애슐리메디슨, 에퀴팍스는 개인정보 유출로 큰 비난을 받았다. 2018년 3월에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27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CEO가 의회 청문회에 호출됐다. 2018년 5월에는 모든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GDRP,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용자에게 쿠키 사용 동의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문제는 종류와 양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에 호의를 보인다. 디지털광고협회 (Digital Advertising Alliance)와 마케팅, 광고 기관이 협력해 만든 AdChoices 아이콘은 개인 특성이 반영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맞춤 광고 한 구석에 파란색 아이콘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도 “내가 이 광고를 왜 보고 있나요?” 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고객이 정보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광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들이 직접 인정했듯 가상의 실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법은 현실성이 떨이지고 한계점이 많다. 아쉽게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연구 용도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에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공동 연구를 수행해 현실적으로 의미있고 효과가 강력한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