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미디어/사례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보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 연구의 대상도 변해왔다. 특히 극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에 마케팅의 목표는 불확실성의 제거에 맞춰지고 있다.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도덕성과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속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한 뒤 소비하는 ‘제품 위주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경험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전, 소비 후의 모든 일상적 경험이 마케팅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본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지만 국내 마케팅 실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원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이다.

… 애플은 2016년 연말 광고에 두려움을 주는 외모 때문에 동굴에서 혼자 사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켄슈타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애플스럽지 않은 이 광고의 주인공인 프랑켄슈타인은 노래는 못하지만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 음악을 아이폰에 녹음한 뒤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하지만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흉물스런 외모에 프랑켄슈타인을 멀리하는 어른들과 달리 외모나 목소리에 편견이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모두가 다 함께 합창하며 “모두에게 마음을 여세요(Open your heart to everyone)”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 이제까지 소개한 여러 광고는 이전 광고들과 크게 다르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더 나은 삶을 보여주거나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최근 광고는 윤리적인 구호를 분명하게 외치고 있다. 예전 광고가 권력, 명성, 아름다움, 성적 매력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소구했다면 오늘날의 광고는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집중한다. 즉, 오늘날의 광고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는 대신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2013년 11월, 연말 휴일을 겨냥해 코크제로(Coke Zero)는 독특한 제안을 했다. 모든 연령층을 겨냥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으며 상품이 따르는 스웨터 전쟁(Sweater battle)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 이벤트는 예쁘거나 멋진 스웨터를 만들고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 못생긴 스웨터를 제작하고 뽑는 이벤트였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 휴일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 찾아가면 할머니가 오래된 못생긴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창안한 이벤트로, 참가자는 색상, 패턴, 아이콘을 선택해 스웨터를 만든 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친구들에게 투표를 장려하고, 2013년 12월1일에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100개의 스웨터는 실제로 생산돼 사용자의 집에 보내지는 형식이었다. 이 이벤트는 객관적인 우월함이 필요한 멋지고 잘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주가 되는, 못생기고 모자란 것을 찾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결론적으로,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도 도덕성이 결부된 사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준비가 돼 있으므로 국내 마케터들은 깊게 고민한 후에 조심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고 단순히 “좋아요”를 모으거나 상위 부서에 보고하기 위해 급조한 캠페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발표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가임 여성 인구수가 표시된 대한민국 출산지도’다. 우리가 보내려는 메시지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먼저 확인하고, 우리가 전개하려는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담보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민감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선택에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

어디서 시작했는지가 정통성과 신뢰의 근간

무엇을, 왜 연구했나?

원산지(Country Of Origin·COO)는 제품이 생산된 장소다. 공산품의 경우 생산 및 제조가 이뤄진 장소를 의미한다. 기존의 원산지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제조된 제품은 덜 선진화된 국가에서 제조된 동일한 제품에 비해서 품질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준다. 정밀한 스위스 제조 시계, 견고한 독일 제조 기계, 화려한 프랑스 제조 화장품 등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원산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자들은 국가 이미지에 따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제품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와는 달리 예일대의 두 연구자는 국가 이미지와 관련 없는 원산지 효과를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제품에 유명인이 접촉하면 사람들이 돈을 더 낸다는 전염(contagion)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기업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되는 제품은 일종의 원산지 효과를 얻어서 브랜드의 정통성(authenticity)을 가지게 되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통성이란 개념이 분명하지는 않다. 어쨌든 연구자들은 특정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만 정통성을 갖는 것처럼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제품에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에르메스(Hermes) 브랜드를 가진 머그잔을 예로 들면, 프랑스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중국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품질이 우월하다고 느끼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 에르메스 브랜드의 오리지널(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다른 어딘가에 위치한, 나중에 지어진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2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리바이스 청바지에 대해 실시했다. 공장(초기 공장 vs. 정통성 없는 공장)과 판매처(공식 판매처 vs. 비공식 판매처)를 2개의 큰 축으로 설정해 총 4가지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각 상황에서 청바지가 얼마나 진짜 같은지, 청바지가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essence)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 얼마나 프리미엄을 쳐줄 것인지를 물었다.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모든 응답자는 한 페이지로 서술된 리바이스 회사(Levi Strauss & Co.)의 역사를 읽었다. 이 회사는 1853년에 처음 세워졌고, 1873년에 청바지를 처음 만들었고,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첫 공장을 세웠으며, 현재는 35개국에 수백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음 페이지에선 2개의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청바지를 보여줬다. 절반은 “샌프란시스코 발렌시아 거리에 있는, 1906년에 세워진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으며, 절반은 “1996년에 해외에 설립된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기술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2개의 판매처 중 하나를 제시했다. 절반은 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나머지 절반은 제3자가 운영하는 비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실험 결과, 판매처는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을 했다. 반면 공장은 브랜드 정수와 연결됐다. 즉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는 정통성 없는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에 비해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여졌다. 이때 ‘정수’는 브랜드의 진실성, 브랜드의 유산(legacy), 브랜드의 혈통과 역사에 대해 소비자가 인식하는 평가점수로 측정됐다. 점수 차이는 6.43점(초기 공장) 대 4.13점(정통성 없는 공장)이었다. 또 실험자들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초기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를 사겠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볼 수도 있기에 연구자들은 공장의 ‘정통성’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설계했다. 즉 공장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고 1996년 세워진 공장”이라는 세 번째 상황이 추가됐다. 실험 결과, 응답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더라도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 대해서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와 비슷한 가격(각각 46.47 달러와 44.06 달러)을 지불했다. 오직 샌프란시스코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만 더 높은 가격(55.32 달러)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의 초기 공장 제품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새로운 공장 제품에 대한 인식을 비교했다. 또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도 프랑스 파리의 초기 공장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브뤼셀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서는 평균 3.12달러의 추가 지불 의향이 조사됐다. 또 파리의 초기 공장에서 생산된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는 평균 54.17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염 메커니즘’을 더욱 강하게 믿는 응답자의 경우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해 추가 가치를 강하게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깨끗이 씻은 파리채로 휘저은 스프는 먹지 않는다거나, 전날 밤 누군가가 심장병으로 사망한 방에서는 묵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전염 메커니즘에 의해 브랜드의 정수를 얻고, 더 높은 가치를 얻게 된다. 국가 브랜드와 상관없이 사업이 시작된 지역에 위치한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들러붙는다. 결론적으로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제품에 싣기 위해서는 제품이 생산된 근원이 되는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 프랜차이즈를 시도하는 국내 식음료 업체들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첨단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도,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나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고객이라도, 제품이나 음식이 맨 처음 시도된 장소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부여한다. 경영자는 초심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초기 장소도 잃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 웍스” 번역서 출판

원서명: Design works / 저자 헤더 프레이저 / 역자 주재우, 윤영란 / 이콘 출판사 / 발행일: 2017년 3월 13일 / ISBN: 978-89-97453-82-5

 

 

  •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헤더 프레이저 Heather M. A. Fraser / 로트만 디자인웍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디렉터. 현재 토론토 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디자인 실습과목을 진행하고, 디자인 기반 학생 프로그램을 만들며, 맞춤형 기업 교육을 이끌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기업, 공공 기관, 학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P&G, 오길비 앤 매터Ogilvy & Mather, 택시 광고 디자인 TAXI Advertising & Design 에서 근무한 바 있다.

옮긴이: 주재우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테크노디자인대학원 경험디자인학과 참여교수. 토론토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판단과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있으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옮긴이: 윤영란 / SK 텔레콤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으며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도 다수의 사내외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상품 기획과 마케팅 파트에서 일한 바 있다.

 

 

디자인 웍스 구매 @ 이콘 출판사 웹사이트

 

 

  • 간단 소개

이 책은 로트만 디자인웍스 센터가 비즈니스 디자인을 연구하고 실제 기업에 적용하며 얻은 결과물로, 비즈니스 디자인의 사례와 방법론을 담고 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새로운 전략을 생각해야 하는, 즉 혁신을 갈구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권한다. – 로저 마틴 (세계의 경영사상가, 전 로트만 경영대학원장)

“프로젝트 진행 방식과 결과물이 궁금했던 나는, 헤더의 초청으로 학교 캠퍼스 바깥에서 새롭게 리노베이션 하는 건물에 구경가기 시작했다. 빨간 벽돌을 가진 1층과 지하실의 문을 없애고, 채광이 잘 되는 커다란 유리창을 달고, 벽을 칠판처럼 칠해서 마커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고, 바퀴 달린 책상과 의자를 여러 개 가져오고, 냉장고 한 대와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하나, 소파를 가져다 놓았다. 밝은 연두색과 짙은 파란색이 더해진 화사한 공간에는 로트만디자인 웍스 (Designworks)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 일주일에 한두번 정기적으로 놀러가기 시작했다…” (역자 서문 중에서)

 

  • 디자인 웍스 3기어

 

 

 

 

  • 디자인웍스의 한 기법: 마인드 매핑 (Mind Mapping)

 

“어, 만져보니 다르네” 감각불일치는 유용하긴 한데…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이폰은 얼핏 보기에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예상과 달리 차갑고 무거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시각에서는 플라스틱을 기대하지만 촉각에서는 금속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흔히 ‘룩앤필(look and feel)’이라고 부르는 시각과 촉각에서 발생하는 감각 불일치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는 사람처럼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라 한다. 특히 혁신적(innovative) 브랜드와 진실된(sincere) 브랜드는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 버진, MTV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혁신적인 브랜드이지만 노키아, 포드, 홀마크 등은 현실적이고 진실한 브랜드의 전형이다.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시각-촉각의 감각 불일치와 브랜드 성격이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가지는지 연구함으로써 감각 불일치가 신제품을 판매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브랜드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한 커피숍에 찾아온 207명의 북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커피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실험을 위해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2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6개의 상황을 설정했다. 먼저 브랜드 성격을 제공하지 않는 통제집단의 경우 ‘JAUNT’라는 가상의 커피 브랜드를 하얀 배경에 Ariel 폰트로 썼다. 또 웹사이트에는 이 브랜드에 관련된 그림이나 글, 브랜드 태그라인(tagline) 등을 넣지 않았다.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거나 진실한 조건의 경우 웹사이트의 5가지 핵심 속성(색상, 그림, 폰트, 내용, 태그라인)을 이용해 JAUNT라는 브랜드를 적절히 변경했다. 이렇게 세 가지 변형 중 하나의 브랜드 성격을 접하게 한 이후 두 가지 감각 상황을 제시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burlap)처럼 보이면서 실제로 감촉도 마대인 포장용기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고(감각 일치),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이 재질인 봉투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감각 불일치).

이렇게 실험한 결과, 브랜드 성격이 ‘진실’한 경우 마대에 들어 있는 감각 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5.00 > 3.66).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면 반대로 마대처럼 보이는 종이봉투에 들어 있는 감각 불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4.48 > 3.63).

또 다른 실험에서는 276명의 북미 학부생을 대상으로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3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긍정적 감각 불일치 vs. 부정적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9개의 상황 중 하나의 상황에서 신규 팝콘 제품의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먼저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웹사이트 구성을 통해 MAKKA라는 팝콘 브랜드의 성격을 세 가지로 달리 조작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세 가지 용기 중 하나를 제시했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질의 통이거나(감각 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루미늄 통이거나(긍정적 감각 불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거나(부정적 감각 불일치)였다.

실험 결과, 브랜드가 진실된 경우에는 감각 일치 팝콘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더욱 높았지만(3.57 > 2.84, 2.51), 브랜드가 혁신적인 경우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 모두 감각 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높았다(3.41, 3.30 > 2.62). 즉, 브랜드가 진실되면 감각 일치가 선호됐지만 브랜드가 혁신적이면, 심지어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각 불일치가 선호됐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제품의 정통성(perceived authenticity)이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진실된 브랜드일 경우 감각 일치가 되는 제품의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고 혁신적인 브랜드는 반대로 감각 불일치일 경우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브랜드가 다르면 제품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이나 버진과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조금 거칠지만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노키아나 홀마크 같은 진실된 이미지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즉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그 브랜드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경쟁자로 가득찬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서 감각 불일치를 집중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가 혁신적이라면 심지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인다고 하더라도(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종이 패키지) 감각 불일치가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진실하다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마케팅 YES/NO ‘버튼의 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우리는 종종 신규 서비스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하단에 “가입하려면 여기를 누르세요(Click here to enroll)” 또는 “가입하려면 로그인하세요(Login to enroll)”와 같은 버튼이 붙은 e메일을 받는다. 대부분은 무시한다. 입장을 바꾸어보자. 당신이 신규 서비스를 e메일로 마케팅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버튼을 클릭하고 신규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잘 알려진 것은 옵트아웃(opt-out,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체크) 방식이다. 즉, 무언가 정해진 디폴트(default) 옵션이 이미 선택돼 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만 사용자가 클릭하는 것이다. 옵트아웃 방식은 장기기증, 은퇴연금 가입, 독감 예방주사 등 많은 분야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서비스 가입을 유도해야 하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는 이렇게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는 옵트아웃은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두 연구자는 옵트아웃 방식을 사용할 수 없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은 “예, 가입하겠습니다”와 “아니요, 가입하지 않겠습니다”라는 Yes/No 버튼을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예”라는 버튼을 누르고 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으로 가정했다. 위험해 보이지만 매우 간단한 이 방법은 사람들이 “예” 버튼을 디폴트로 본다는 성향, 부정 버튼에 비해서 긍정 버튼을 쉽게 누르는 성향, 1인칭으로 대답할 때에는 긍정적으로 대답하려는 성향이 합쳐져서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북미의 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서 총 2만3863명의 프로그램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내는 e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모든 e메일은 아래 문구로 동일하게 시작했다. “당신은 우리가 제안한 체력증진 프로그램에 가입했지만 지난 35일 동안 육체 활동에 관한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체력 증진 활동이란 아이와 놀아주거나, 춤을 추거나, 계단을 걷거나, 집을 청소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 다음 3개 그룹으로 나눠서 각기 다른 문구를 제공했다. 1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으면 ***에 로그인하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고, 2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다면 여기를 누르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건의 응답자들에게는 “예,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습니다”와 “아니요,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Yes/No 버튼 두 개가 제공됐다.

실험 결과, 옵트인 방식으로 버튼 하나만 제공된 e메일을 받은 1번 그룹과 2번 그룹의 가입자들은 9.5%가 그 버튼을 눌렀지만 Yes/No 버튼이 제공된 e메일을 받은 3번 그룹 가입자들은 13.3%가 Yes 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보상이 더해졌을 때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약 1만5000명의 체력 증진 프로그램 가입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하나의 버튼만 주어지는 옵트인 방식, 또는 Yes/No 방식으로  e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절반씩에게는 “**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포인트가 제공된다”는 정보를 더해주었다.

실험 결과, 이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옵트인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에 비해서 Yes/No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이 Yes 버튼을 클릭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3.2% vs. 7.2%). 또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실제로 가입하는 가입률도 2배 높았으며(1.4% vs. 2.8%), 마지막으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1번 이상 직접 참가하는 참여율도 높게 나타났다(1.2% vs. 2.3%). 그러나 포인트 제공 정보는 클릭률, 가입률,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Yes/No 방식은 응답이 강제된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장기를 기증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에 No라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이 연구에서는 응답이 강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Yes/No 방식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e메일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클릭률을 높여야 하는 온라인 마케터에게 간단하지만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Yes/No 방식은 온라인에서만 효과가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선택의 가능성을 Yes/No로 열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관계가 행복해지는 지름길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회 계층(social class)이란 규범, 가치, 자신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의 어려움에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고, 상황이 어려울 때 돈보다 커뮤니티를 우선시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관련성을 더 많이 찾는다. 즉, 계층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관계 맺기에 더욱 집중하지만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 주의를 덜 기울인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돈이나 힘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대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동기적 관련(motivational relevance, 타인이 나에게 보상을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이유로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여야할 정도)이 감소한다는 가설을 도출한 뒤 사회적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시각적 주의를 덜 기울이는지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구글글라스(Google Glass)를 사용했다. 뉴욕시의 두 곳에서 보행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71명의 신청자 중에서 뉴욕 거주 기간이 2년 이하라서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는 외지인을 배제한 뒤 총 61명(남자 53명, 여자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구글글라스를 쓴 상태로 평균 58초가 걸리는 한 블록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고개를 돌려서 자세히 쳐다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인 모든 것은 VideoBlack이라는 앱을 통해 녹화됐고 실험 이후에 6명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social gaze)와 시간(visual dwell time)을 측정했다.

거리에서의 실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사람들은 사회 계층을 이야기할 때 주로 빈곤층, 노동자층, 중산층, 상위 중산층, 상류층을 구분합니다. 스스로가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5점 척도의 질문에 응답했다. 실험 결과,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에 비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타인을 응시하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EyeLink 1000라는 아이트래커(눈 움직임 측정·eye-tracking system)를 사용했다. 77명의 뉴욕대 학부생은 구글 스트리트 뷰에 찍힌 뉴욕시에 관한 41개의 사진 중 무작위로 선택된 하나의 사진을 7초 동안 쳐다봤다. 사진 속에는 공사장 인부, 회사원, 노숙자 등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 나무, 가게 등 여러 사물이 들어 있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과 사물에 시선이 머무는지 측정했고, 참가자들의 사회 계층에 대한 질문 응답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상위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노동자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에 비해서 사물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사람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은 여러 나라에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나 경제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계층 간 불신에 따라서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계층의 간극을 줄이려는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있지만 심리학자들이 수행한 본 연구에 따르면 사회 계층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의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미국에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자산인 한국의 고연령 세대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면서 타인에게 둔감해지는 한국의 저연령 세대에게는 이 연구 결과가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혼자 먹는 밥도, 혼자 마시는 술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디자인에 접목되는 행동경제학: 습관의 의미

A.G. 래플리 P&G 전 회장과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의 로저 L. 마틴 학장은 디자인의 비즈니스 가치를 설득할 수 있는 북미의 절친 콤비다. 래플리 회장은 마케팅사관학교로 불리던 P&G를 디자인 파워하우스로 변신시켜서 다양한 신제품을 성공시킨 사람이고, 마틴 학장은 토론토대 경영대를 혁신컨설팅이 가능한 비즈니스디자인 교육기관으로 변신시킨 사람이다. 이전까지의 토론토대 경영대는 파생상품의 대가인 존 헐 교수가 있던 파이낸스 중심이었다.

래플리와 마틴 두 사람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전략의 대안으로서 고객의 근본적인 니즈를 찾는 디자인을 주장해 왔다. 흥미롭게도 이번 글에서는 고객의 니즈 변화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서 혁신적인 제품을 추구하는 대신, 고객의 습관 자체를 추구할 것을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인스타그램과 마이스페이스를 들었으며,유니레버는 실패하고 페이스북, P&G의 타이드 세제가 성공한 이유도 습관의 시작이 되는 익숙함이라 말했다. 이들은 익숙함을 습관으로 만들고(필수원칙 2), 이를 강화하는 브랜드 확장(필수원칙 3)과 커뮤니케이션 전략(필수원칙 4)을 수행하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형성된다고 결론을 맺었다.

흥미롭게도 본 글에서는 익숙함, 역치, 직관, 처리 유창성, 중독 등 심리학과 경제학이 접목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용어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마케팅과 전략의 대안으로 디자인을 받아들인 저자들이 이제는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탈러, 댄 에리얼리 등으로 대표되는 행동경제학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블링크>를 쓴 맬컴 글래드웰 같은 사람을 통해서 그 학문적 성과가 외부에 많이 알려졌다. 이제는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이 연구될 만큼 실무에 접목되는 속도가 빠르다. 이는 니르 이얄과 라이언 후버가 펴낸 <훅>이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럼 래플리와 마틴이 쓴 아티클을 심도 있게 살펴보자.

 

 

1. (기획자/마케터에게) ‘소비자가 습관을 형성하게 하라는 ‘시장이나 제품 대신 사람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2. (디자이너에게) ‘습관을 강화하라는 말은 분석이 아니라 직관적인 대안이다.

3. (행동경제학자들에게) 습관 형성과 강화에 필요한 것은 ‘익숙함’뿐이 아니다.

<사례 1>
우리는 종종 감정을 듬뿍 실은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술 취해서 ‘업된’ 상태에서 낮에 혼난 상사에게 화풀이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기분이 ‘센치’해진 밤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나자고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이 맑아진 다음날에는 보낸 메일을 취소할 수가 없다. 이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메일Gmail 엔지니어였던 존 퍼로 Jon Perlow는 공학적 해결책 대신 메일을 작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하고 메일 고글스 Mail Goggles라는 기능을 2008년에 선보였다. 이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메일을 작성하면, 보내기 버튼을 눌러도 곧바로 전송되지 않는다. 그 대신 사칙연산 문제 5개가 들어있는 화면이 등장하면서 제한시간 60초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모두 맞히고 다시 한번 보내기 버튼을 눌러야만 비로소 메일이 전송된다. 메일고글스는 산수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메일을 쓰면서 뜨거워졌을지도 모르는 본능을 끄고 차가운 이성을 켜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카네기멜런대 조지 로웬스타인 George Loewenstein 교수가 진행하는 본능에 관한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 이 기능은 특히 알코올 등의 작용으로 본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4시까지 많이 사용되었고 2012년에 서비스가 중단되기 전까지 많은 지메일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메일의 엔지니어는 비합리성을 ‘차단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결론: 습관은 강력하다

저자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서 기업의 전략과 한 몸이 되기(align)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주력으로 하는 행동경제학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듯싶다. 즉, 끝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이를 무시해도 괜찮다는 주장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존 주장, 즉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더욱 정교화하고 있다. 저자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앞으로 경영학, 마케팅 분야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디자인과 행동경제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인사이트를 더욱 많이 받아들여서, 영역에 상관없이 풍부하고 정교한 비즈니스 개선의 기회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본능, 자기관리,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 미래의 감정에 대한 예측 등 다양한 종류의 비합리성을 파고드는 행동경제학을 이해해서 가정이나 직장 또는 사회에서도 더 나은 의사결정이 유도되기를 기대한다.

 

 

택시몰고 노숙하고 구걸하는 기자들 – 경험시대 발맞춘 체험기사 봇물…“마케팅 기능 점점 고도화”

이벤트나 공간, 실험영상 등을 통한 기업들의 경험마케팅은 이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다만, 경험시대는 기업들 사이에서만 부각되는 키워드는 아니다. 언론계에서도 부쩍 ‘체험저널리즘’을 표방한 콘텐츠가 나타나고 있다.

체험저널리즘은 기자가 직접 특정 직업이나 이슈에 뛰어들어 현장분위기와 체험을 르포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기업의 간접경험 전달과 비슷하지만 기자가 직접경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보도자료만으로도 기사 하나 뚝딱 만드는 시대에서 ‘발로 뛴다’는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체험저널리즘은 언론사의 무분별한 난립과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어뷰징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를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무기로 뉴스소비자들의 눈을 끌기 위한 노력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기사문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뉴스) 수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며 “잘 만들어졌다면 언론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활밀착형 기사가 다수인지라 브랜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진보도 체험형 기사를 양산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연구위원은 “취재 기자재나 통신망의 발전도 간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기자재가 소형화되면 즉각적인 기사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합법적이라는 전제만 있다면 최근 등장하는 체험저널리즘은 직업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명절시즌 택배기사부터 지하철 천장 청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극한직업을 체험하는 기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체험형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형국이지만 눈에 띄는 케이스들은 있다. <중앙일보>의 박민제 기자는 택시기사 체험에 나섰다. 지난 4·13 총선 당시 승객들로부터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4년 전 취재 목적으로 취득한 택시면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는 ‘예비아빠’라는 개인사를 살려 만삭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장비를 착용하고 일주일간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기사를 지난달 내놓았다. <한겨레> 이정국 기자는 ‘웃픈’ 체험기사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SPA 브랜드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현장에서 노숙을 한 것. 자칭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이 기자는 오픈을 기다리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사이즈에 맞지 않는 옷까지 구입했다. 그야말로 생고생에 돈 낭비였지만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수고가 아깝지는 않았을 터다.

 

seoul-news

 

일회성에 그치는 체험기를 떠나 장기기획으로 용감하게 승화시킨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약 한 달간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연재한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기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리포트는 교육, 육아, 주거 등의 소주제를 나누고 상위 1% 부유층과 절대빈곤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특히, 남녀기자가 각각 걸인의 하루와 최고급 호텔스위트룸을 경험하고 비교한 기사는 언론계의 큰 화제를 모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팀장을 맡았던 김상연 기자는 “1면부터 3면에 걸쳐서 나간 기획이었는데 독자는 물론 타사 기자들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빈부리포트’는 지난 4월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서 기획탐사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신문기사로는 보기 드물게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들이 후속작으로 내놓은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는 스마트폰, PC와의 단절을 통해 디지털 금단현상을 경험하는 체험저널리즘의 형태로 제작됐다.

rich-poor

그러나 체험저널리즘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지면을 위한 체험에 국한되는 기사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상연 기자는 “기자가 왜 체험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는 곤란하다”며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주제로 다가가야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한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또 다른 관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장점도 많지만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자의 주관적 경험에 기반한 기사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험 넘어 아이덴티티와 참여 시대로

마케팅과 PR, 광고, 언론 영역까지 아우르는 경험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미 ‘경험’이라는 단맛을 본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험시대는 새로운 소비자 패턴을 가능케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고 만지는 경험 이상으로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참여형 마케팅’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기업에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품 개선에 참여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경험의 다음 단계로 ‘아이덴티티’를 제시하며 “유행을 쫓아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연애라면 아이덴티티 브랜딩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백년가약을 맺을 자격이 된다면 이는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통적인 마케터들의 역할 축소를 예견했다. 주 교수는 “마케팅을 연구한 이들보다는 공간을 창출한 경험을 가진 아티스트,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마케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마케팅의 기능이 점점 고도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 마케터들의 역할은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전략 설정에 국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 교수는 “예전에는 마케터가 소비자를 불렀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게 된다”며 “점점 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VR같은) 가상공간까지 이르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경험을 완벽하게 세팅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체험저널리즘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뉴스) 수용자의 관심사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으로 이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체험형 기사에 대한 요구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사 입장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 ‘네이티브 광고’ 등을 통해 수익과 연동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VR 등 경험형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보급은 체험형 기사 진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공간에 심는 경험마케팅, 라이프스타일로 침투. 브랜드 연관성 흐릿해도 무방, ‘키워드’ 존재해야

공간을 활용한 경험마케팅은 브랜드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 플래그십 스토어나 체험관도 일종의 공간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하는 시도가 각광받는 추세다. 소비자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자 하는 의도다.

ms-store국내 공간마케팅의 선두주자는 단연 현대카드다. 디자인, 여행, 음악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한 라이브러리들을 잇달아 오픈하고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바이닐&플라스틱’이라는 음반 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분화하고 이에 걸맞은 경험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다소 딱딱한 금융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봄 전북 고창군에 농촌형 테마공원 ‘상하농원’을 오픈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체험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식품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최근 주목받는 전원라이프에 최적화된 공간마케팅을 시도한 경우다. 단지 공간만 마련한 것은 아니다. 농원을 배경으로 예비신혼부부에게 웨딩 촬영기회를 제공하는가하면 ‘어린이 북 페스티벌’을 통해 책 만들기를 체험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는 장기 충성고객으로 발전할 잠재성이 있기에 기업에게는 두말 할 나위없는 마케팅 타깃이 된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남는 공간마케팅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서수원점 옥상에 풋살장을 개설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를 개방했다. 공간마케팅과 지역사회공헌을 접목한 셈이다. 구장 주변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잔디길을 조성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매장 안에 텃밭을 꾸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저마다 장르와 방법은 다르지만 이러한 공간마케팅은 단 하나의 본질적인 공통점을 지닌다. 자사와 별다른 연관성을 갖지 않아도 일단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굳이 제품판매를 위한 무리한 접근도 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즐겁게 만나는 접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체험공간을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언급했다.

물론, 단순한 호의에서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자연스레 브랜드 충성도 강화로 연결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자사 공간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당연히 세일즈 효과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간마케팅은 곧 이미지 마케팅으로도 치환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간 자체가 가진 이미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덧씌워지는 효과가 있다”며 “똑똑하게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공간이 제품이나 브랜드와 흐릿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흐릿하더라도 연관성이 되는 키워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재우 교수는 “두부를 파는데 최첨단 테크노밸리에서 공간마케팅을 하는 것이 어울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경험마케팅에도 반드시 고도화된 전략은 따른다. 한상린 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접점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 초점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가 느끼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임팩트 있는 경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장순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만을 꾀한다면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매 이전부터 구매 이후까지의 소비자 경험여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세밀하게 관찰해서 어떤 터치포인트가 존재하는지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경험과정이 조금씩 다른 소비자층을 세분화시켜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소비자는 ‘척’이 아닌 ‘접’에 끌린다. 단순체험 넘어 ‘브랜드 가치’ 전달하는 경험 마케팅

신뢰의 상징 OO기업에서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우리 제품에는 OO이라는 최첨단 기술이 담겨있습니다.’ ‘한번 써보시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apple-store지난 수십 년간,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 쏟아져 나온 광고·마케팅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인지시키거나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이를 마땅히 검증할 방법이 없었던 소비자들은 그럭저럭 믿으며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고객은 왕’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기업의 메시지가 소비자의 경험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었다.

ICT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 등이 상용화되면서 개개인이 감당 못할 만큼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갖가지 정보를 찾아보는 수많은 길이 열렸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집단지성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부풀리기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염증과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온 결과였다.

이와 관련,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믿을 수 있을까’ ‘내가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큰 신뢰를 준다”고 소비 심리의 기저를 짚었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이전의 모든 마케팅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요소는 ‘인지도’였다. 표면적 차별화를 위해서만 마케팅을 하다 보니 ‘우리가 최고’라고 호도해온 경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구매의 절대적인 지표로 삼고 있다. 과다경쟁시대에 생존을 모색해야 할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도 자연스럽게 이같은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전략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인지도를 쌓는다고 해도 (경험시대에는) 친숙도와 선호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경험마케팅이 고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경험은 마케팅의 필수요소가 됐다고 봤다.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은 A제품과 B제품을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카테고리의 교통수단과 비교한다”며 “소비자 경험을 마케팅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마케팅 분야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배경이다. 일례로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9월 삼성 ‘청춘문답’ 강연에서 “과거의 마케팅 키워드는 ‘~척’이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실제 경험 없이 소비자들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브랜드의 진정성과 신뢰성 높이는 강력한 수단

소비자 행동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선택이라지만 경험마케팅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려면 이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경험마케팅은 설득시키는 한편, ‘믿어야 할 이유(reason to believe)’를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한상린 교수는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더 즉각적이고 깊게 나타난다”면서 “소비자 자신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경험이란 개념이 최근에서야 마케팅에 도입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지금도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식이나 시음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고전적 마케팅 기법이다. 옷을 구입하기 전에 입어본다던가, 전자제품을 구동해보는 방식의 순간적 경험도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경험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란 측면이 있다. 한상린 교수는 “과거에는 피상적인 체험에만 머물렀지만 지금은 제품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자사제품들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집대성해놓은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 체험관 등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업계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실제 스포츠나 레저 활동에서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레슨 형식의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엠리밋의 ‘워터플레이 원데이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이 한강에 모여 전문강사로부터 수상스키, 카약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수상스포츠를 배우고 체험하는 형식이다. 단지 매장에서 제품만을 착용해보는 일차원적인 체험이 아니라 실제 활동에서 심도 있게 경험하게 한 것이다.

소비재가 아닌 서비스의 경우 직접적인 경험마케팅이 쉽지 않다. 체험 자체가 구매와 다름없기 때문. 그러나 이들도 색다른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항공사인 KLM은 자사 항공기의 1등석이 편안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공항로비에 이를 설치했다. 이 자리에서 편안하게 몸을 누인 승객에게는 항공권을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8월 시큐리티 업계 최초로 자사의 서비스와 기술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을 개설했다.

최근 불고 있는 경험마케팅 열풍은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까지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최장순 대표는 “브랜드에는 제품 이상의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에 보다 고도화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해당 브랜드의 정신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로 접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 ‘아빠&딸 드라이빙 투어’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빠가 직접 딸에게 운전 노하우를 가르치고 함께 교외드라이브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여성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브랜드의 노력을 각인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자사 차종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가족애’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브랜드에 덧씌워지는 효과도 거뒀다.

페스티벌을 통한 브랜드 가치 전파에 나서는 케이스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7월 유명 래퍼들이 참가하는 ‘언더브릿지 비츠 파티’를 열었는데 카스(Cass)의 브랜드 이미지인 역동성과 활력을 여기에 투영했다. 물론, 자사 제품을 마실 수 있는 바(Bar)도 잊지 않았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