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네크웍스 남민우 회장님의 특강을 듣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은 새로움과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어딘가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준다. 기업과 정부가 ‘혁신’이라는 단어를 남용해온 탓일까? 아니면 ‘혁신’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정작 무엇도 혁신하지 못한다는 점에 수없이 실망을 거듭해온 탓일까. 어쨌든 연사님께서 말씀하셨듯 혁신은 어려운 것이다. 변화에는 언제나 반발이 뒤따르므로.
“이 세상에 상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있고 내 생각이 있는 거지, 상식이라는 건 없습니다. 공정에 대해서 얘기 많이 하잖아요. 여러분, 공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없습니다. 그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해 관계가 있을 뿐이에요.” 연사님의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변화를 외치는 쪽이었고, 변화하지 않음에 분노하며 행동하고자 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왜 사회는 이러한 당연하고도 손쉬운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는가에 많은 의문을 가져왔다. 그러니까, 나는 연사님이 말하는 ‘하수’였던 것이다.
하수는 세상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해석하려 하고, 중수는 이해 관계의 잣대로 해석하며, 고수는 단순한 돈의 흐름이나 이해 관계를 초월한 무언가까지 보는 사람이라고, 연사님은 말씀하셨다. 맞다. 공정도, 정의도, 모두 개인의 가치관이지 세상 사람 모두가 공유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개념이다. 세상에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위에 굴러가는 사회일진대, 명료한 판단 기준이나 해결책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나. 연사님께서는 이것이 혁신이 직면한 문제라고 하셨다. 현상 유지로 이득을 보는 집단, 그러니까 기득권이 혁신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하지만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혁신해야 하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려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연사님께서는 ‘이해 관계자의 관점이 아니라 전체 소비자, 국민의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혁신의 복잡한 본질을 이해하고,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지금껏 내가 혁신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에 대한 말씀이었다. “많이 가진 사람, 있는 사람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맞지만, 가진 것도 없고 벌릴 일도 없는 사람이 선택하라는 게 말이 되나요.” 연사님은 변화에 대한 어딘지 모를 거부감은 ‘꼰대’들의 잘못된 의식 때문에 비롯된 것이며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도전해보는 것.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한 혁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면 또 모를까, 굳이 험난한 창업의 길을 택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인생의 혁신을 꿈꾼다면 창업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라는 거예요.” 여전히 창업을 생각하면 망설임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싶었다.
다산네트웍스의 성장기는 국내 경제사와 우여곡절을 함께했다. “우리가 살다보면 수단과 목적을 가끔 혼돈하죠. 우리 경영의 목표가 이익 많이 내는 거라고 하지 마세요. 이익을 낸다는 건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수록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이자 시간이지, 그게 목적이 되면 안된다는 거예요.” 이 말씀이 앞서 언급하셨던 ‘고수’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돈의 흐름, 이해관계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 수단과 목적을 혼돈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향해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사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혁신하고, 그 과정에서 기득권과 충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샘솟는 순간이었다.
김현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남민우 회장님께서 질문을 던지셨다. 본인이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른 개념은 ‘기업의 대표로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경영을 펼치려는 의지와 능력’을 떠올렸다. 리더십과 조금 유사한 영역일 수 있지만 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다른 사람은 절망해도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궁리하려고 노력하려는 의지, 기업이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면 너무 심취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내는 능력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회장님께서는 기업가 정신의 3요소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의지,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전 정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조 정신을 제안하셨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하셨는데 나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새로운 혁신으로 새로운 세상을 펼쳐야 한다. 특히 기업가의 기술혁신이 세상을 바꾼다. 에어팟으로 예를 들자면 에어팟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두 줄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에어팟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침투했다.
이렇게 신규 혁신의 핵심 문제는 리스크 문제이고 대체 혁신의 핵심은 이해관계 문제라고 말하셨다. 이해관계는 모든 경영에 얽혀있는데 그 예로 ‘타다’라는 기업과 택시 기사간의 이해관계를 말하셨다. 이에 대해 알아봤는데 타다 베이직의 사업에 속력이 붙으면서 택시업계와 강력하게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법률에 근거해 합법 영업을 하고 있다지만 택시면허 없이 승객 유상 운송을 하는 사업이 자신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주장이었다. 법인 및 개인택시는 전국에서 약 25만 개에 이르는 ‘택시면허’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있고 이 면허는 지금도 일종의 재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수천 만 원에서 1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이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울 수 있었는데 타다 베이직의 등장으로 이런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을 택시업계가 두고 볼 수는 없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택시업계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결국 분신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 속에 만들어진 타다금지법은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렌터카 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법에 더 제한을 두면서 타다 베이직을 불법화했다고 한다 (‘타다금지법’ 2년, 택시 모빌리티 산업들, 동아일보, 김도형).
이 사례를 읽고 나서 기술의 혁신은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도록 도와주는 건데 어느 한 측면에서는 이를 통해 일자리를 뺏기거나 경제적으로 위협이 느껴지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 세상에서 인간이 더 살기 좋게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민우 회장님께서는 위협이 다가오면 우리가 새로운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최근에 ‘역행자’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역행자의 쳇바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좋아하라고 했다.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마인드를 가졌기에 결국은 경제적 자유의 경지까지 오르는 것 같다. 아직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마음가짐이지만 차근차근 시도해 볼 좋은 자극이 된 강의였다.
이선화 (국민대학교 미디어 광고 학부)
- 창업의 이유
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의 강연을 통해서, 기업가 정신을 시작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느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기업가 정신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임을 언급하며 기업가의 기술혁신, 경영혁신, 시대 정신 뿐만 아닌 문제해결 의지, 도전 정신, 창조 정신을 강조하였다. 혁신이란 낡은 가죽을 벗겨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세상에는 1. 공짜는 없다 2. 비밀은 없다 3. 상식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다소 파격적인 문구로 기억에 남는다. 남민우 회장은 왜 창업을 했는지에 대해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였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 6년, 중소기업 2년을 거치며 회사 생활로서는 빈곤한 삶을 바꿀 수 없다고 깨달은 것이다.
- 위기를 기회로
지금의 다산네트웍스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91년도 창업을 시작으로 4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1) 97년 IMF를 직면하고 기업을 넘기게 되며 실리콘밸리에서 지냈던 1년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2) 2001년 IT 버블 붕괴, 3) 2004년 중소‧대기업 갑질 문제와 여러 상황이 겹치어 유럽 시장에 기업을 정리하고 4) 2008년 기업을 재인수하며 맞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남민우 회장의 사업 철학 뿐만 아닌 삶에 있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창업 이후 3~4년 주기로 계속되는 위기에 따라 한 우물만 파라, 선택과 집중을 해라 등의 이야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이 크고 작은 위험에도 굳건히 버티는 능력은 문어발 경영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시장에 적합한 생계 모형이다. 2012년 인수합병을 시작으로 사업 다각화, 시장 글로벌화, 신사업 진출을 통해 일명 지네발 경영을 시작하였다. 이후 다산네트웍스는 2023년 현재 총 17개 계열사를 포함하여 약 2,000명의 임직원과 매출액 8천억을 달성하였다.
- 경영철학
남민우 회장의 삶, 다산네트웍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앞서 충격으로 다가왔던 세상의 3가지 관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창업은 꿀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이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은 위기와 위험을 극복해낸 삶의 경험이자 철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민우 회장은 기업 경영은 정답이 없으며 순간의 CEO 판단이 중요하다, 이는 사업과 인생도 같은 맥락임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이익을 창출하되 이익은 방법이자 수단일 뿐 단순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삶이 어려울 때 반드시 견디고 이겨내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며 이는 결국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하였다.
- 닥치고 창업
졸업에 가까워지는 순간에도 취업과 창업 중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강연을 들으며 나는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으며 도전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학생의 신분을 핑계 삼아 현실에 안주하거나 다가오는 불안감을 회피하는 현재의 모습을 돌아 볼 수 있었다. 고민과 어려움을 내가 아닌 세상의 탓으로 돌리며 불투명한 미래에 낙담하고 있는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고 작게 느껴졌다. 강연이 진행됨에 따라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닥치고, 창업이다. 강연에서와 같이 창업은 학생의 특권이며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이다. ‘위기와 위험에 무너지지 말고 극복하자, 이는 곧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다’ 남민우 회장의 말을 깊이 새기어 나도 훗날 학교에서 강연을 할 수 있는 성공한 창업자가 되어있기를 꿈꾸어 본다.
최현석 (국민대학교 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