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미디어/사례

편의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확장 – 이마트 24

2017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의 개수는 39,549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이 편의점은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편의점의 사전적 정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 으로, 주로 일용 잡화, 식료품을 취급하며 현대인들에게 다른 장소 대비 빠른 시간 내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편의점을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확장으로 보고 마케팅을 진행한 기업이 있다. 이마트 24는 2013년 위드미를 인수하여 런칭하였으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성장 중이며, 다음 사례분석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1. 기어 1 – 공감을 통한 기회 찾기

1) 고객 관점 : 기존 편의점에서의 식사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 빠르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 혹은 귀찮아서 간단하게 무언가를 먹기 위한 장소의 개념이었다. 이마트 24는 이러한 개념에서 좀 더 나아가 쾌적한 카페와 같은 공간 구성, 클래식음악, 넓은 식탁 등을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하여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제품 구성에 있어서 기존 브랜드에서 다루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들로 구성하여, 편의점에서도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 대리점 관점 : 기존의 편의점들은 가맹점의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계약기간이 남은 채로 폐점할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계약문제들이 있었는데, 이마트 24는 기존 관행과  달리 3무정책 (로열티, 24시간영엽, 영업위약금을 없앰) 을 실시하여 가맹점주와의 상생경영을 추구하여 대리점 계약을 늘리고자 하였다.

2. 기어 2 : 콘셉트의 시각화

1) 공간: 넓은 탁자와 의자, 깨끗한 점포의 진열, 클레식 음악 등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하여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2) 프리미엄 제품: 초밥 도시락, 하와이안 쉬림프 등 기존의 편의점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다소 고가 제품들을 가성비 좋은 도시락으로 만들어 판매 하였으며, 건강한 식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자 저염, 저지방, 저칼로리 등을 반영한 ‘올가니카 클린푸드’, 채식 전문 쉐프의 레시피를 반영한 도시락 등을 기획했다. 또한 1인가구의 혼술 트렌드를 고려하여 와인 80여 품목, 위스키 20여 품목, 크래프트비어(소규모 자체 생산 맥주) 10여 품목 등 120여 개 품목을 취급하는 주류 전문 코너를 편의점 내 설치하였다. 이러한 프리미엄 제품들의 편의점 입점은,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도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3) 서비스: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콘셉트을 선보여,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직원이 프리미엄급 원두커피를 제공하며 기존 카페보다 더 싼 가격으로 맛있는 커피를 구매할 수 있다.

3. 기어 3 : 전략적 비지니스 디자인

1) 새로운 컨셉의 편의점: 이마트24는 클래식 음악을 테마로한 편의점인 예술의 전당점을 시작으로 밥짓는 편의점, 북카페 편의점, 루프톱 편의점, 한옥 편의점,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문화가 있는 라운지 편의점 등 다양한 차별화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동작 구름·노을 카페 (문화가 있는 라운지 편의점) 매장은 8월 오픈 이후 20일 만에 방문객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고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2) 3무(無) 정책 전략: 이마트24의 점포 확장에는 기존 편의점업계와 차별화 되는 3무(無) 정책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 이마트24는 가맹점주와의 계약 조항에 로열티, 폐점 위약금, 24시간 의무 영업이 없는 3무(無) 정책을 기본으로 한다. 3무 정책이 가맹점주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이마트24로 전환하는 가맹점주도 늘고 있다. 2017년 경쟁사에서 이마트24로 전환한 매장은 전체 출점의 5.5%(61점)였으나 2018년 9월까지의 전환 비율은 14.4%(148점)로 3배가량 증가했다.

사진 출처: 동작대교 위에 북카페·편의점 가미한 문화공간 떴다 (매일경제, 2018.08.29)

4. 나의 생각

최근 나의 소비패턴을 확인해 보니, 가장 큰 변화는 학교 주변에 이마트 24가 입점하면서, 횡단보도를 하나 더 건너야 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24를 주로 이용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먼저 이마트 24에서는 다른 편의점에는 없는 여러 나라의 과자를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는것과, 커피의 퀄리티가 다른 편의점에 비해 높다는 점, 그리고 통일적이지만 각 제품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된 상품의 일률적인 진열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그것을 좋아하는데 서 나오는 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노브랜드, PEACOCK의 입점으로 1인가구에게 인기 좋은 가성비 식품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것이 이마트 24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브랜드 중복으로 가맹점주들과 노브랜드매장이 갈등이 생겼고 이로 인해 이마트24 만의 PB 상품인 ‘아이미’ 를 개발 중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내가 막연히 좋다고 생각했던 기업을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분석하니, 전체적인 프레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Written by 권혜림, SADI (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부부싸움에서 차량 공유 아이디어를 얻다 – 쏘카(SOCAR)

공유경제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나눠쓰기’로 자동차나 빈방, 책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활동이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win-win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소유보다는 공유개념의 트렌드에 적중해서, 단순히 차를 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유하는 것으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이 있다. 바로 카쉐어링 기업 쏘카(SOCAR)이다.

쏘카(SOCAR)의 창업주인 김지만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 구매 및 이용에 대한 니즈가 높은 지역적 특징을 분석한뒤 (기어1), 문제를 해결할 컨셉을 시각화하고 (기어2), 이를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제시했다 (기어3). 국내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의 기업 가치는 7,000억원으로 평가되며,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기반 연 매출 1천억대를 기록한 벤처기업이 되었다.

기어 1 : 아내와의 싸움에서 얻은 아이디어 _ 창업주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 창업주 경험 – 주중엔 하루 23시간을 주차장에 ‘모셔 놓는’차. 어쩌다 한번 차가 꼭 필요할 때 실랑이를 해야하는 상황. ‘세컨드 카’ 한 대 뽑을까 싶다가도, 경제적 부담에 금세 꼬리를 내리고 마는 이 순간. 여느 집에선 부부싸움으로 끝나고 마는 딜레마에서 비즈니스를 발견한 사람이 있다. 지난 2012년 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카쉐어링 기업 ‘쏘카’(SOCAR)의 김지만 대표다. 김 대표는 고가의 차, 하루 종일 쓸모 없이 주차되어 있는차, 하지만 꼭 필요할 때면 말썽을 부려 아내와의 싸움을 만드는 차를 보면서, 자동차 열대만 (공유차량으로) 놓고 빌려 쓸 수 있다면 집집마다 불필요한 싸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지역적 특성과 고객의 니즈 – 부부싸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한 무대는 제주도였다. 다음에서 일하던 계기로 살기 시작한 제주가 카쉐어링 실험에 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중교통망이 촘촘하지 않아 평범한 집에서도 자동차 두어대를 굴렸고, 관광 성수기만 지나면 주차장에 렌터카 수 백대가 잠을 자는 섬이었다. 관광객도 달라져갔다. 올레길 걷기가 유행하자 3~4일 씩 차를 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변화의 가능성이 보였다.

기어 2 : 내 차 없이도 차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_ 컨셉의 시각화 및 비전 수립

  • 기존 비즈니스에서의 문제를 발견하라 (렌터카 업체를 통한 차량 렌트) – 차량을 렌트하기 위해서는 렌터카 업체를 직접 방문하여야 한다. 대부분 도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꽤 먼거리를 이동해야 업체에 방문할 수 있다. 방문한다 하더라도 서류작성, 신분증 복사, 보험가입 등 다소 까다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절차가 지나야 비로소 차를 인계받을 수 있지만 차량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운전하기 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10분 단위로 대여할 수 있고, 가까운 곳에서 차를 빌릴 수 있으며, 모바일로 간단하게 예약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러한 요소가 쏘카를 이용하게 하는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 정확한 소비자 니즈 파악 –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을 찾아 집중 공략했다. 쏘카의 경우 전체 고객 중 90%가 20~30대다.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소비로 변화하면서 차량도 빌려 쓰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굳이 큰 돈을 들여 차량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초반에는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 정도에 그쳤지만 점차 카 쉐어링에 대한 시장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넥슨 등 제주도 소재 기업을 찾아다니며 법인 영업도 펼치고, 제주대 학생들 사이에 분 단위로 필요할 때만 빌려 쓸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증차 요구가 빗발쳤다. 이들을 입소문 창구로 활용해 이용자 범위를 점차 넓혀 갔다. 
  • 다양하고 효과적인 파트너십 – 독불장군 식으로는 오래가기 힘들다. 비즈니스 아이템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핵심 성공 요건이다. 쏘카는 창업 초기 보유 차량 100대에서 출발해 현재 11,000대 (2018년 기준)를 돌파했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분야는 주차장 사업자, 금융권, IoT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서울시 나눔카 서비스 공식 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에도 토요타와 프리우스 무료 시승 이벤트, 카카오택시 제휴 등 다양한 기관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성장하고 있다.

기어 3 : 쏘카의 탄생 _ 비즈니스로의 진전

  • 카쉐어링 이용자 관점 – 급하게 차량이 필요할때, 연인과 여행을 떠나고 싶을때, 특별한날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을때, 유지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차량을 소유하는 것보단 필요할 때만 타는 카쉐어링을 쉽고 빠르게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에 갈증을 느끼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읽은 솔루션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용시간을 예약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차 문을 열고, 사용 후 제자리에 주차하면 반납이 끝난다. 최소 30분부터 이후엔 10분 단위로 빌릴 수 있게 했다. 신용카드 정보를 회원가입 때 입력해두면 GPS 기반으로 계산된 주행거리에 따라 이용료와 유류비가 결제됐다. 현대 아반떼를 30분 빌리는 데 이용료 3940원(주행요금 km당 170원 별도)이면 됐다. 렌터카 영업소에 찾아가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고 차 키를 받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사고시 보험처리는 자차 파손분에 대해서만 자기부담금(30만~50만원 한도)을 내면 된다.
  • 경제/사회적 관점 – 궁극적으로는 이미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동안 카쉐어링을 내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교통, 주차 문제도 훨씬 나아질 것이며, 은퇴세대의 추가 수입을 발생시켜 사회의 긍정적인 역할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 커뮤니티 구축 – 쏘카는 서비스 초기부터 이용자들 간 커뮤니티 환경을 구축하는데 힘썼다. 쏘카 이용자들은 차량을 이용한 뒤 후기를 남기고 이를 다른 이용자, 잠재적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후기에는 반납지에 대한 정보, 맛집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주거 지역, 직장 소재지 등 겹치는 요소가 많은 이용자끼리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된다. 이는 일회성 고객이 아닌 단골 고객 유치에도 효과적이다. 더불어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성과

쏘카는 지난 2012년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7년 여 만에 회원수 500만 명에 육박, 차량 공유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높은 구매 비용을 부담하면서 차량을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공유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카쉐어링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경험이 전 연령대에 걸쳐 축적되면서 현재 쏘카 회원은 30대 이상이 50%에 달한다. 설립한 지 7년여 만에 회원 수는 450만명을 돌파했고, 보유차량 대수는 1만1000대를 넘어섰다. 쏘카보다 2년가량 앞서 출범한 그린카의 회원 수와 보유차량 대수가 각각 300만명, 65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속도가 꽤 빠르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엔 기업가치도 7000억원가량으로 껑충 뛰었다. 2015년 평가액이었던 3000억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다른 공유경제형 모델과의 차별성

  • 경영 철학 – 쏘카 서비스의 핵심은 ‘공유’에서 출발한다. ‘쉐어링’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공유 경제 실현을 위해 한발 한발 대딛고 있다. 하지만 타 카쉐어링 업체는 공유보다는 렌탈에 초점을 맞추고, ‘10분 단위로 빌려 쓰는 렌트카’라고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다.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커뮤니티 – ‘쏘친’이란 단어가 생겼을 정도로 쏘카 커뮤니티는 활성화 되어 있다. 다음 이용자를 위해 차량내에 물티슈를 두거나,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껌을 놓거나 심지어 쏘친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쏘포터즈’를 자청해 편도 탁송 서비스도 대신해 주기도 한다. 그린카는 물론, 업계에 없는 커뮤니티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쏘카 문화로 자리매김해가고자 한다.
  • 라이프스타일 – 고객의 90%를 차지하는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고 있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용해 보고 싶은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20~30대 청년들이 소형차부터 준중형, 중형, 외제차 등 여러 차량을 타보는 경험을 손쉽게 할 수 있어 쏘카를 많이 이용한다. 또한 20~30대의 성향에 맞게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그들의 문화에 카쉐어링 라이프 스타일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과제

  • 차량관리 부실 – 다른 차량 공유 업체와 마찬가지로 허술한 차량관리는 문제이다. 때에 따라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관리 상태를 보인다. 2017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국내 차량 공유 업체 4곳의 30대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7대에서 1개 이상의 이상 항목이 발견됐다.
  • 들쑥날쑥한 이용자의 운전 수준 – 시스템적으로 손쉬운 공유를 최적화했지만 사용자의 운전 숙련도에 대한 최적화는 이루지 못했다. 운전면허를 갓 취득한 사람이 빌리기 쉬운 공유차로 도로연수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 자격 없는 이용자의 불법 사용 – 자격이 없는 사람이 차를 빌리는 문제는 심각하다. 스마트폰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이용이 가능하기에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차량 공유를 이용한 사례도 있고 인명사고를 낸 일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쏘카는 2017년 9월부터 단계적 검증 작업을 통해 회원가입이 이뤄지게 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그린카가 단계적 검증 외에도 갑자기 이용패턴이 변화한 회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법사용에 대한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만약, 차량 및 운전자 관리 부실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면 비용 절약, 친환경 등 차량 공유의 장점은 묻히고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될 것이고, 공유 사업을 지지하는 법적, 제도적 기반 도입은 더 느려질 것이다. 공유라는 단어는 아름답지만,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날 수 있다.

레퍼런스

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712166622453824&mediaCodeNo=257&OutLnkChk=Y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711523&memberNo=29949587&searchRank=43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848002&memberNo=12121295&searchRank=118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711194&memberNo=33804250&searchRank=72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329537&memberNo=11441650&searchRank=84

http://bizwriting.kr/221066113882

Written by 서가원, SADI (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미래 지향 강조하려면 ‘동작 얼리기’ 브랜드 개성 키워주는 디자인의 힘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인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기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종류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한다. 학계에서의 연구를 통해 실증적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므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볼 만하다.

1.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는 로고에 ‘동작 얼리기’를 가미한다.

2. 인간미가 필요한 브랜드는 손으로 쓴 브랜드 폰트를 사용한다.

3.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고려해 패키지 디자인을 교체한다.

4. 원산지 효과가 필요한 브랜드는 생산 공장을 강조한다.

5. 혁신적 브랜드는 시각과 촉각 사이의 감각 불일치를 적용한다.

… 1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최신 음악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라고 설명했다. 그 후 두 가지 중 하나를 로고로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물어봤더니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동적 로고일 때 선호도가 높았고,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일 때는 로고가 정적일 때 선호도가 높았다…

… 만약 제품을 생산하는 장소에서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Made in China는 세계에 잘 알려진 단어다. 애플은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고 쓴다. China 대신 California를 내세운 것이다. Microsoft가 한때 판매했던 Zune 제품에는 Hello from Seattle, Assembled in China라고 쓰여 있었다. 역시 중국 대신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강조한 문구다.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인 플러스엑스가 생산한 휴대폰 케이스에는 Designed by Lab C in Gangnam을 썼다. ‘강남’을 통해 원산지 효과를 얻으려 한 경우다…

… 감각 불일치는 시각과 촉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미각 사이에서도 존재하며 반응이 나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그림은 특정 식당에서 여름철에 제공하는 아이스티다. 필자와 함께 식당에 간 대부분의 동료들은 기대하는 아이스티의 색깔이 아니므로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꺼렸다. 하지만 같은 식당을 찾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원한 색깔을 갖고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며 좋아했다…

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부 대상자 명확하면 기부자의 마음 더 열려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70%가 정기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구하거나, 자연환경 보존을 목표로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10년에도 2009년 대비 3.8% 증가한 연간 2억9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최근에는 약 8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기부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부를 독려하는 기부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76억 달러가 NGO의 마케팅 활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 마케팅에 관한 보고서와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하지만 기부 마케팅의 효과를 현실에서 엄밀하게 검증한 연구는 드물다. 예를 들어, 헌혈에 대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면 헌혈자가 늘고 복권을 제공하면 기부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보고가 되었으나, 그 보상 효과가 학문적/통계적으로 엄밀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학계에서 제안된 보상 방법은 실험실에서만 효과가 검증되었고 현실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인도 출신의 연구자들은 인도 현지에서 실험을 수행하여, 기부 단체의 마케팅 활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총 4가지 기부마케팅 기법의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중 3가지는 기부 대상자와 기부자의 사회적 거리를 줄여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심리학적 방법이다. (1)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기(identified victim effect), (2) 기부 대상자가 기부자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알리기(in-group vs. out-group effect), (3)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는 점을 알리기(reference dependent sympathy) 였다. 마지막 1가지는 행동경제학 기법으로, 사람들이 적은 액수를 여러 번에 나누면 내기 쉬워한다는 점을 이용한 (4)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a pennies a day: PAD)였다.

 

 

  • 무엇을 발견했나?

HelpAge India는 인도 노년층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는 NGO 단체로 1978년에 세워졌다.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Support a Gran”이라는 프로그램은 노년층이게 최소한의 음식, 기초적인 의류, 최저 생계비를 매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은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매년 3월에 보낸다. 참고로 인도의 3월은 선이 악을 이기는 힌두교 축제 홀리 (Holi)가 있고, 연간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기부를 독려하는 종교적, 경제적 유인책이 이미 존재하는 기간이다.

연구자들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기제를 검증하기 위해서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여러 방법으로 수정하고 무작위로 보낸 뒤, 얼마나 많은 응답자가 얼마나 많은 액수를 실제로 기부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2011년 3월에 수행했다. 즉, 내용을 손대지 않은 기본 편지 1개, 그리고 4가지 기부마케팅 기법을 하나씩 다르게 적용한 12가지의 편지를 마련한 뒤, 기부 경험이 없는 18만4396명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총 13가지 편지 중 1가지 편지를 무작위로 보냈다(각 편지 당 약 1만4000명).

4가지 기법은 다음과 같이 적용했다. 첫째, 기부 대상자를 알리지 않은 편지에는 대상자를 퇴직한 여성 4명이라고 소개했고, 기부 대상자를 알린 편지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한 할머니 한 명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더했다. 둘째, 기부 대상자가 다른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기독교였고, 기부 대상자가 같은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였다. 셋째, 상황이 원래 나빴던 편지에는 대상자가 사별한 후 어떤 상황이었는지 불분명하게 썼지만, 상황이 점차 나빠지는 편지에는 대상자가 은퇴 전에는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PAD) 기법이 적용되지 않은 편지에는 매달 750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고, 이 기법이 적용된 편지에는 하루에 25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실험 결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3가지 기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기부 대상자가 1명으로 명시되면 4명일 때 비해서 기부율이 2.55배 증가했고(0.24% vs. 0.09%) 기부액이 2배 증가했다. 기부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이면 기독교인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42% 증가했고(0.28% vs. 0.19%) 기부액이 77% 증가했다. 기부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고 했을 때는 상황이 원래부터 상황이 나빴던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51% 증가했고(0.23% vs. 0.15%) 기부액이 33% 증가했다.

그런데 마지막 행동경제학 기법은 예상과 반대로 효과가 나타났다. 기부액이 월 단위로 제시되면 일 단위로 제시될 때 비해서 기부율이 71% 증가했고(0.24% vs. 0.14%) 기부액이 66% 증가했다.

결국 4가지 기법을 결합하면(기부 대상자를 1명으로 명시하고, 기부자와 기부 대상자가 같은 힌두교 집단에 속하고,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으며, 기부액이 월별 단위로 제안) 그런 장치 없이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낼 때 보다 기부율이 3.3배에 이르렀고 기부액도 3.78배에 달했다. 반대로 기부 대상자가 불분명하고(4명) 일일 기부액이 제안된 편지를 보내면 기본 편지를 보낼 때 비해서 기부율과 기부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발견된 효과가 3월이 아닌 다른 달에는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지진이나 홍수처럼 구체적인 자연재해를 명기하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소규모 실험실에서 검증된 이론이 현실에서 검증되었다는 점이 기쁘고, 무엇보다 기부액 매칭이나 세금 환급과 같이 큰 비용을 들여서 기부를 독려하는 것과 달리 추가 비용 없이 내용만 바꾸어도 기부율과 기부액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을 보여주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본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HelpAge India의 CEO인 Cherian은 “마케팅 활동을 결정하기 위해서 논의를 할 때마다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실험 결과 우리의 직관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론에 기반한 실험이 가져다주는 의의를 확실하게 배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기부자는 2000년대 들어서 2013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해서 580만명에 다다랐지만 2014년 이후 감소하여 2015년에는 529만명까지 떨어졌다. 기부자 감소는 소득이 감소하면서 기부 여력이 있는 국민이 줄어들었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기부한 돈이 기부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기부 단체가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부 자체를 꺼리는 심리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부단체에서도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는” 기법을 활용하여, 기부자의 마음도 얻고 단체의 신뢰도도 함께 회복되길 기대한다.

 

 

 

맞춤 광고 만드는 과정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쇼핑몰 타깃(Taget)은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서 할인 쿠폰을 보내다가 임신한 십대 여학생에게 임산부 관련 상품 할인쿠폰을 보내는 바람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데이터 기반 추론의 정확성도 놀라웠지만 사생활이 원치 않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맞춤 광고 (target ad)가 등장하면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웹사이트와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은 개인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높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기반한 맞춤 광고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모아서, 맞춤 광고를 어떻게 만드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광고투명성 (ad transparency) 이슈가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특정 메세지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맞춤 광고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기능을 더했다. 다른 많은 회사는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기록하는 쿠키 (Cookie)를 모은다는 점을 밝히며 나아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투명성 제고 노력이 과연 맞춤 광고의 효과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개인정보의 흐름 (information flow)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서 맞춤 광고의 효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개인정보가 일반적인 관례(norm)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집되고, 또 노출돼서 사용자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광고 효과에 도움이 되지만 만약 사용자가 개인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라면 투명성이 광고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아마존을 통해서 모집한 4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광고 투명성이 타깃 광고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92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인 정보가 어디서 모이는가와 안내 문구가 어떻게 제공되는가에 따라서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92 vs. 3.07, 1~7의 척도로 응답). 웹사이트와 안내 문구를 통해서 정보 흐름의 자연스러움 정도를 조작하기로 결정하고 총 2단계 실험을 수행했다.

첫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이 ‘로건’ ‘라라랜드’ 등 10개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은 뒤 마음에 드는 영화를 클릭하면 마지막에 자신이 클릭한 영화 리스트가 보이도록 했다.정보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는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영화 리스트가 같은 브라우저 창에서 보여였고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새로운 브라우저 창에서 보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는 설명을 한 후 가상의 온라인 책방인 UBook.com 광고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됐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고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건),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외부 (third-party)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다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두 단계의 조작 이후, 맞춤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기 위해서 UBooks.com 웹사이트에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 UBook.com에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두 개의 질문에 7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또 개인 사생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위해서 추가로 10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실험 결과, 정보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조건의 경우 맞춤 광고의 효과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3 vs. 3.56). 또한 이런 조건에 처할때 사람들이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47 vs. 6.97).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개인 정보의 구매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월마트, 애슐리메디슨, 에퀴팍스는 개인정보 유출로 큰 비난을 받았다. 2018년 3월에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27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CEO가 의회 청문회에 호출됐다. 2018년 5월에는 모든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GDRP,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용자에게 쿠키 사용 동의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문제는 종류와 양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에 호의를 보인다. 디지털광고협회 (Digital Advertising Alliance)와 마케팅, 광고 기관이 협력해 만든 AdChoices 아이콘은 개인 특성이 반영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맞춤 광고 한 구석에 파란색 아이콘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도 “내가 이 광고를 왜 보고 있나요?” 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고객이 정보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광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들이 직접 인정했듯 가상의 실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법은 현실성이 떨이지고 한계점이 많다. 아쉽게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연구 용도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에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공동 연구를 수행해 현실적으로 의미있고 효과가 강력한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로고에 힘이 없다면 ‘동작 얼리기’ 기법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브랜드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로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브랜드에서 사명(이름)이나 다른 글씨를 줄이고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추세에 따라, 로고가 단독으로 회사의 시각적 사인(sign)이 되거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도 로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로고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영국의 정유회사 BP Amoco 는 1억3600만 파운드, 펩시는 100만 달러, 런던 올림픽은 40만 파운드를 썼다. 로고에 관해서는 실무적 관심만큼이나 학문적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로고의 역할이 시선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로고 디자인의 어떤 부분이 사람의 인지, 감정, 의미 파악과 연관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심지어 최근의 한 연구는, 로고를 의도적으로 미완성시켜서 신뢰감을 포기하는 대신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얻으라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로고는 어떠할까? 화가들은 움직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순간을 캡쳐해서 그리는 ‘동작 얼리기(frozen motion)’ 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릴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신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락말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미국 미시간대와 브리검영대 연구자들은 로고에 이러한 기법이 사용되면 고객이 브랜드를 더욱 좋아할 것이라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두 사람이 시소를 타는 로고를 제작했다. 하나는 양쪽의 무게가 같아서 동일한 높이에 멈춘 모습을 그린 정적(靜的)인 로고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이 아래로 내려간 동적(動的)인 로고였다. 1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실험을 수행한 결과, 2개의 로고는 예쁜 정도, 복잡성, 정보전달, 친숙함, 새로움에서 차이가 없고, 오직 움직이는 느낌에서만 차이가 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본 실험에서는 74명의 대학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눠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각 로고가 가리키는 브랜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9점 척도로 물어보았다 (1=싫어함, 9=좋아함).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일 때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 (5.58 vs. 4.75).

다음 실험에서는 ‘뉴턴의 진자’ 이미지를 이용해 로고를 제작했다. 정적인 로고는 4개의 진자가 가만히 모여 있는 모습이었고, 동적인 로고는 4개 중 오른쪽 끝에 있는 진자가 위에서 떨어지면서 아래의 진자를 곧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64명의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브랜드 선호도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이면 정적일 때 비해서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4.94 vs. 3.83).

추가 실험에서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로고의 한계를 검증했다. 17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어떤 오케스트라에 대한 선호를 물어보았다.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 반면에,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최신 음악 트렌드에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응답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이전 실험에서 사용한 뉴턴의 진자 로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이 오케스트라의 로고라며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에는 로고가 동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5.11 vs. 4.25).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 로고가 정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 (4.60 vs. 5.36).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동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는 사실은 교통 표지판을 가지고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표지판에 그려진 보행자 그림에 각도를 주어서 마치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때 표지판을 보는 운전자가 더 빠르게 반응했다. 동적인 표지판은 도로뿐만 아니라, 동물원, 바닷가, 위험물질 취급 상황 등 무언가 주의해야 할 때 종종 등장한다. 본 연구는 로고를 동적으로 만드는 ‘동작 얼리기’라는 구체적인 기법을 제안했으며,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동적인 이미지에 더 깊게 정서적으로 관여하고 더 좋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적 로고의 효과는 전통과 과거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밝혀냈다.

동적 느낌을 주는 표지판, 로고, 광고에 관한 연구가 연속적으로 등장했지만, 동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다이나믹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자동차, 기차, 배 등 여러 운송기관이 승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유선형의 내외관을 가진 건물에서는 사람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동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적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비용과 효익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화장을 오래 하는 여성 도덕-윤리와 무슨 관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름다우면 호감을 산다는 ‘뷰티 프리미엄’은 심리학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이 더 쉽게 기억하고, 실제로 돈도 더 많이 번다. 뷰티 프리미엄은 여성에게서 더욱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여성이 스스로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강한 압박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투자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화장품 브랜드 메이블린 (Maybelline)의 슬로건은 “어쩌면 원래 타고났는지도 몰라. 어쩌면 메이블린일지 몰라(Maybe she’s born with it. Maybe it’s Maybelline)”이다. 이 슬로건은 자사의 화장품이 적당한 수준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화장을 통해서 매력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과한 노력과 급격한 변화는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애리조나주립대 샘퍼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외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쓰는 여성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궁금해 했다. 구체적으로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것은 일시적으로(transient) 본래 모습을 바꾸기(transformative) 때문에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예비 실험에서는 14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아침 외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것을 남에게 말하기 싫어하는지 검증했다. 절반의 참가자는 옷을 고르고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는데 총 90분 걸린다고 상상하도록 요청받았고, 다른 절반은 30분 걸린다고 상상하도록 요청받았다. 외출 준비에 걸린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꺼려지는지 7점 척도로 물어보았더니, 외출 준비를 오래했다고 상상한 참가자들이 더욱 꺼렸다 (4.18 vs. 2.80).

본 실험에서는 102명의 일반인(여성 33.3%)을 대상으로 외출 준비에 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덕성이 훼손되는지 검증했다. 우선 제나(Jenna)라는 가상의 24세 여성 직장인을 상정한 후 제나의 하루 일과를 들려주었다. 이 때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제나가 화장과 머리손질 등 외출 준비를 1시간 45분 동안 한다고 알려주었고 다른 절반에게는 10분 만에 끝낸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 제나가 얼마나 윤리적인 사람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도덕, 윤리, 성실, 진실과 같은 형용사에 대한 질문에서는 5.13 vs 5.62의 결과가 나왔고,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 잃어버린 지갑 찾아주기 등 윤리적 행동에 대한 질문에서는 4.30 vs. 4.89의 결과가 나왔다. 즉 응답자들은 제나가 외출준비를 짧게 할 경우 더 윤리적인 사람일 것이라 봤다.

다음 실험에서는 300명의 여성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자세한 실험을 했다. 제나가 저녁파티에 참석한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외모를 꾸미는데 들이는 시간뿐 아니라 준비의 종류 역시 3가지로 분류했다. (1) 머리와 색조화장 (2) 다리에 태닝 스프레이 뿌리기 (3) 스킨클렌저와 보습크림 바르기였다. 그런 다음 제나의 도덕성과 진실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앞서 실험과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은 제나가 머리와 색조화장을 하고 태닝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외모를 꾸미는데 시간을 많이 쓸 수록 덜 윤리적인 사람일 것이라 평가했다.(2.33 vs. 1.43, 3.03 vs. 2.10) 하지만 스킨클렌저와 보습크림을 바르는 데는 시간을 오래 들인다 해서 도덕성 평가점수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1.91 vs. 1.74).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도덕과 윤리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외모를 꾸미는데 시간을 적게 들였고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이득이다. 실제로 몇몇 화장품 광고는 “몇 분만 들이면 잡티없이 보인다”는 광고를 통해 준비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통해 원래의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샘퍼 교수는 화장품이 넘쳐나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항상 도덕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취업 인터뷰를 위해서 화장할 때는 오래 준비하더라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며, 화장이 아니라 운동으로 외모가 변하는 경우에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지 않는다.

즉 급격한 변화의 이유가 모두가 납득할 만큼 분명하거나 또는 급격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결과를 확장하면, 영구 눈썹문신 시술이나 성형수술처럼, 화장과 달리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서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도덕성 평가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매장 내 제품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텅 빈 공간의 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포시즌스호텔은 다른 호텔 체인에 비해서 방값이 비싸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포시즌스의 하룻밤 가격은 약 90만 원. 깔끔한 욕실을 제외하면 방에는 침대 하나와 테이블 위에 놓인 스피커 하나가 전부다. 비슷한 이치로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나 야구장의 VIP 박스, 럭셔리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은 비치된 물건의 숫자가 적고 단순해 보인다. 이처럼 한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숫자를 제한하거나 아니면 공간을 넓혀서 혼잡도를 낮추면 혹시 더 비싸고 좋아 보이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연구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공간의 혼잡도 (crowdedness), 공간 내 사람들의 사회계층 (social class), 공간 내 제품의 가치가 각각 연동된다는 가설을 설정했다. 즉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혼잡한 공간에 가서 가치가 낮은 제품을 구매하고, 높은 계층의 사람들은 덜 혼잡한 공간에 가서 가치가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똑같은 제품이라도 혼잡도가 낮은 공간에 놓이면 더 비싸고 좋아 보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먼저 474명의 온라인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공간의 혼잡도에 따른 인식을 조사했다. 우선 이들에게 두 매장의 조감도를 보여줬다. 각각 21명의 손님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는데 첫 번째 매장은 넓어서 덜 혼잡했다. 두 번째 매장은 첫 번째 매장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좁아서 혼잡했다. 응답자들은 넓은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사회계층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04 vs. 3.34, 1=최상위 계층, 5=최하위 계층, 숫자가 낮을 수록 사회계층이 높음). 또 연간 수입도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6만7000 달러 vs. 5만9000 달러).

다른 실험에서는 매장의 넓이는 일정하게 유지하되 매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숫자를 조정해서 혼잡도를 3단계로 조작했다. 혼잡도가 낮은 매장(4명), 혼잡도가 중간인 매장(14명), 혼잡도가 높은 매장(35명)이었다. 그리고 각 매장에서 브랜드나 색깔 등의 정보가 없는 구두를 보여주고 이 구두 한 켤레가 얼마인지, 만약 산다면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봤다. 앞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혼잡도가 낮을 때 매장 내 사람들의 사회계층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고(1.85 vs. 2.46 vs. 2.72), 연간 수입도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14만3000달러 vs. 10만1000달러 vs. 9만1000달러). 또 혼잡도가 낮은 매장에 진열된 구두의 평가 가격이 더 높았고(253달러 vs. 193달러 vs. 166달러), 응답자들의 지불 의향 금액도 높았다(86.07달러 vs. 74.08달러 vs. 55.90달러).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추가 실험에서는 응답자가 스스로를 매장 내 사람들과 얼마나 동일시하려는지 측정했다. 응답자들은 매장의 혼잡도가 낮을수록 스스로를 매장 내 사람들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2.53 vs. 1.98, 1=다름, 5=같음).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이 올라갈수록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한다. 비행기는 일등석이 더 넓고, 높은 지위의 직원은 더 큰 사무실에서 일한다. 우리들은 사회 계층과 공간의 혼잡도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결국 넓고 탁 트인 공간에 한가롭게 놓여진 제품은 좁고 혼잡한 공간에 어지럽게 놓여진 제품에 비해서 돈과 시간이 풍족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구매하는, 비싸고 가치 있는 제품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빈 공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더 많은 돈을 낼 용의가 있을 것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종종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사용하려 한다. 빈 공간 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많은 제품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텅 비어있는 공간은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제품을 구경하는 바람에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장 내 사람의 수와 제품의 수를 제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객의 아이디어 써놓으니 제품 매출 크게 늘어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델, 레고, 스타벅스는 크라우드소싱 (crowd sourcing)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은 신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티셔츠 회사인 Threadless 는 전세계 80만명의 사용자로부터 하루에 150-200개의 프린팅 디자인을 받아서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애경산업과 아모레 퍼시픽은 새로운 샴푸와 화장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경쟁 기반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2017년에는 40대 남성의 냄새를 제거하는 샴푸가 애경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크라우드소싱을 통해서 혁신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상품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실무자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소싱으로 나온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유기농임을 알면 더 맛있어하고, 제품이 수작업 생산품임을 알면 더 좋아하고, 기계가 독일에서 만들어졌음을 알면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POP: Point of Purchase) 제품이 고객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 니즈가 더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품을 더욱 좋아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무지 (Muji) 에서 개발하고 판매한 신제품 2개의 일본내 판매 실적을 조사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무지 (Muji)가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을 조사했다. 이 회사는 실리콘 재질의 전자 태그와 앱을 연동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기획자들이 만보계, 온도계, 알람시계를 생각하는 동안, 크라우드소싱 대회에서는 한번 누르면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고 한번 더 누르면 알람이 꺼지는 비상용 알람 (Security Buzzer) 아이디어가 나와 최종 선발됐다. 이 아이디어는 1500엔의 가격을 가진 제품으로 실제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비상용 알람이 시장에 선보인 67일 동안의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인 46개의 무지 매장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비상용 알람 옆에 전시하는 128 x 91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다르게 조작했다.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단순 신제품임이 명시되었고 다른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라는 점이 명시됐다. 두 조건에 배정된 23개 매장은 평균 크기, 평균 매장 형태, 평균 지역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POP 디스플레이에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임이 명시되자 총 48개가 더 많이 판매됐다 (330개 vs. 282개). 개별 매장으로 환산하면 매장당 17%의 추가 판매가 있었으며 일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67일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58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매장이나 특정 일에 판매가 갑자기 차이를 보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기 위해서 무지 (Muji)가 실행한 또 다른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인 프레젤 스낵의 판매 실적을 비교했다. 내부 기획자들은 할라피뇨 향을 제안했지만 크라우스소싱에서는 완두콩 향이 최종 결정됐다. 이번 실험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모두 같은 가격의 (105엔) 제품으로 생산되었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프레젤이 시장에 출시된 16일 동안, 128 x 90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총 4가지로 다르게 조작하면서 일본 전역의 194개 무지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먼저 고객이 제안한 완두콩 프레젤과 디자이너가 제안한 할라피뇨 프레젤을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고객이 제안한 프레젤이 디자이너가 제안한 프레젤에 비해서 더 많이 판매됐다 (8507 vs. 5533). 또 똑같은 완두콩 프레젤이라도,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가 명시되면 신제품임만 명시될 때에 비해서 평균 20% 정도 판매가 증가됨을 확인했다 (고객 조건 vs. 기준 조건). 이번 결과는 이전 실험의 결과와 동일했는데, 매장 크기, 매장 내 스넥에 배정된 크기, 매장 형태, 매장 위치, 지역을 고려해서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명시되면 판매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대부분의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크라우드소싱 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객으로부터 환영받고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무지가 일본에서 실제로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제품을 실험 대상으로 정하고 제품 정보를 매장에 따라 다르게 조작한 뒤, 매장 당 실제 판매 실적을 분석했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행한 기존의 연구들보다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결과는 공모전을 통한 크라우드소싱이 자주 사용되는 여러 공공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동일한 공공 정책이라도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나 국민이 제안한 것이라는 단서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