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미디어/사례

먹으면서 경험하는 통신요금제 – KT 로밍 데이터 ON 요금제

우리나라 인구대비 이동통신 보급률은 2017년 기준으로 122%(6,328만명)를 넘어서며, 국내 이동통신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이다. 성숙기에 진입한 국내 통신시장의 주요 기업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할 때, 2015년 KT는 고객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KT의 로밍 및 요금제 상품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기어1), 문제를 해결 할 콘셉트를 시각화하고 (기어2), 마침내 올해 9월, 팝업스토어 ‘KT ON 식당’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제시했다 (기어3). 한달 동안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3200만원의 수익금을 번 KT는 이를 전액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에 기부하였다. 또한 팝업스토어 실시 두 달 만에 가입자 수 100만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리하여 현재 2018년 기준 KT는, 이동전화 31.42%(19,915,940명)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유선 매출 1위, 유선전화 99%, 무선 30%, 인터넷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기어1] : 로밍과 데이터 요금제의 문제의식_ 고객의 여행경험과 일상생활을 그린 여정지도

로밍 서비스

2017년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여행 경험률은 90.1%에 육박하며 연중 평균 여행 참가횟수는 5.9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에서도 해외여행의 경험은 절반이 넘는 수준으로 해외여행 및 해외 출장이 보편화 되면서, 해외로 출국하는 국내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로밍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로밍 서비스의 실제 이용률은 저조했는데, KT는 로밍 서비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여행의 과정을 그려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여행 여정을 그려본 KT는 20~30대 직장인들이 해외에 나갈 때, 보통 유심 칩을 구매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이유는 KT고객들이 국내 로밍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 보다 유심이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또한 비즈니스 업무상 음성통화 이용률이 높은 직장인 사이에서 유심 칩을 구매하는 것이 꽤 불편하다는 것도 발견했는데, 직장인들에게는 본인의 국내전화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고, 인터넷 환경에서 텍스트에 의존한(메신저) 비즈니스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해외 업무를 하면서 깨끗한 품질의 음성통화가 필요하다는 통찰을 얻은 것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1인당 월 LTE 데이터 사용량은 2017년 기준으로 평균 7.5GB를 넘어섰다. 이는 15년도 대비 거의 평균 2배에 달하는 사용량으로, 국내 통신사 고객의 LTE 데이터 사용량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고객들의 데이터 평균 사용량에 기반한 4G, 6G, 8G, 16G 등의 데이터별 다양한 선택사항을 제공했고, 높은 데이터의 사용량일수록,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요금제를 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인터넷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범람하면서 웹툰, 유튜브 동영상 시청 등 이 보편화되었고 국내 고객들의 데이터의 사용량은 더욱 늘어났다. 이에 따라 KT는 고객이 휴대폰(데이터)을 사용하는 하루의 일상생활을 그려보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인싸이트(insight)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의 하루를 따라 그려본 KT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서 아주 다양한 데이터 소비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단순히 메신저나 웹 서핑 위주로 비교적 적은 데이터 소비를 보이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압도적으로 동영상 컨텐츠를 많이 시청하는 고객도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들 모두는 무제한 데이터를 저렴한 가격에 사용하고 싶다는 공통적인 욕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결국 KT는 더 이상 데이터 소비량에 따른 구분이 아닌,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 목적에 따른 데이터 상품 출시의 필요성을 느꼈고, 또 동시에 이를 저렴하게 제공해야 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기어 2] : 식당에서 요금제의 가격적 이점 경험하기_ 콘셉트의 시각화

KT의 마케팅 전략 – KT ON 식당

이에 따라 KT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로밍과 데이터에서 각각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KT는 로밍에서 가격부담이 되는 로밍 요금을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초에 1.98원이라는 로밍 ON 상품을 출시하였다. 또 데이터부분에서는 데이터 이용패턴을 기반으로 톡(웹 서핑), 비디오, 프리미엄(톡+비디오)으로 각각의 요금을 따로 설정하는 데이터 ON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굉장히 색다른 접근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홍대에 KT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KT ON 식당’을 일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KT는 ‘KT ON 식당’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한 것일까? 이 식당은 한시적인 홍보 목적용 이벤트로 시행하고자 한 것이다. 종류별로 다양한 음식과 함께 가격이 저렴한 뷔페의 형태인데, KT 로밍 ON 요금제인 초당 음성 요금 1.98원과 데이터 ON 요금제를 뷔페 이용가격에 대입하는 독특한 컨셉을 도입했다. 이러한 독특한 컨셉과 결합한 무제한 뷔페를 통해, 자신들이 개편한 ON요금제의 가격적 이점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홍보 효과를 거두고자 한 것이다. 게다가 팝스토어로 창출한 수익은 전부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다 하고자 하였다.

통신비와 뷔페 이용가격의 관계 – 콘셉트의 시각화

KT는 자사의 통신요금을 뷔페 이용시간에 따른 이용가격에 대입하였다. 로밍ON 가격표와 데이터 ON 가격표를 토대로 뷔페를 이용하는 시간을 최대 1시간으로 정해서 초당 1.98원의 음식값을 지불하거나 인원수 별로 음식값을 정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고객이 요금제의 저렴한 가격을 식당에서 경험하도록 하자’라는 콘셉트가 시각화 된다. 자사 통화료를 음식값에 투영해 그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 것인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먼저 뷔페에 찾을 때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놀라고 그 저렴한 가격이 통화료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뷔페와 핸드폰 요금제를 연관 지어 시각화 시킨 KT의 발상이 얼마나 참신한지는 다음에서도 알 수 있다. 무제한이라는 뷔페의 특성에 맞게 KT의 전화와 데이터 사용 또한 무제한이라는 것도 동일하다. 또한 사람이 뷔페에 가면 초반에는 먹는 속도가 빠르다가 점점 배가 차고 후반부가 가면 먹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KT 데이터 요금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데이터 사용량은 무한이지만 기본 데이터를 소진하고 나면 속도제어가 진행되어 데이터 속도가 느려진다. 이 또한 KT의 데이터라는 무형의 컨셉을 뷔페에서 식사하는 유형의 것으로 시각화 하는 방식인 것이다.

 

 

  • [기어 3] : 통신요금제를 식당에서 마주하다_ 비즈니스 전략

이렇게 KT는 ‘로밍 ON 요금제’와 ‘데이터 ON 요금제’를 식당에 저렴한 가격 경험으로 접목시켰다. 통신상품을 식당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고객입장에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KT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달 간 홍대에서 통신업계 최초로 ‘ON식당’을 개업함으로써, 고객경험을 통한 통신상품의 가치를 알리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다음으로는 KT의 ON식당이 두 가지 요금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식당에 접목시켰고, 어떠한 고객경험으로 접목시켰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ON식당에 담은 로밍 ON 요금제

KT의 로밍ON요금제는 해외에서 로밍을 사용할 경우, 1초당 1.98원의 저렴한 통신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상품이다. KT는 이러한 요금제의 특성을 ON 식당에 반영하여 식당가격을 1초당 1.98원, 30분 3,565원, 60분 7,130원으로 계산하여 모든 음식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또한 로밍 ON 요금제가 적용되는 국가를 요일 별 디너메뉴로 출시함으로써 이를 고객에게 서비스 가능 지역을 재치있게 인지시켰다. 예를 들어, 화요일은 미국의 스테이크, 수요일은 일본의 연어회, 목요일은 베트남의 반미, 금요일은 중국의 딤썸, 토요일은 러시아의 샤쉴릭, 일요일은 태국의 캬오팟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고객은 각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면서, 로밍 ON 요금제가 적용되는 국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ON식당에 담은 데이터 ON 요금제

데이터 ON 요금제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패턴에 따라서 요금제를 달리 했다는 것이다. 웹 서핑을 주로 하는 고객에게는 톡 요금제, 동영상 시청이 많은 고객은 비디오 요금제 그리고 데이터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고객을 위한 무제한인 프리미엄 요금제가 있다(Figure 2. 참조). 이러한 데이터 요금제와 가격을 KT ON 식당에 접목시켜 단체고객을 위한 가격할인혜택을 제공하였다. 1인당 1초당 1.98원의 가격도 저렴하지만, 6명 이상이 방문 할 경우 이보다 더 저렴하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6-8인은 49000원(톡 요금제), 9-11인은 69000원(비디오 요금제), 12인이상은 89000원(프리미엄 요금제)의 가격을 제공함으로써 가격적 이점을 제공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 ON 요금제의 종류도 홍보한 것이다.

 

 

  • 출처
  1. 아시아투데이, “이통사 음성 로밍 경쟁 돌입”,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80930010015872, (2018.09.30)
  2. “KT”, 『네이버백과사전』, 굿모닝미디어(2018)
  3. “KT” , 『나무위키』, KT(2018)
  4. 매일경제, “KT고객관점이용형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86980 (2018.09.18)
  5. 매일경제, “KT ON식당 한달 간 8000명 찾았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97125 (2018.09.21)

 

Written by 조현회, 최민정, 박종욱, 형지원, 이홍한, 욱계적 | 디자인경영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나만의 냉장고를 통한 고객경험 혁신 – GS25

편의점 공화국, 편의점 업계는 1인 가구의 성장과 더불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15,900개에 불과했지만, 2017년 기준 편의점은 총 39,085개로 2배가 넘는 성장을 이루었다. 현재는 ‘편의점 대국’인 일본을 넘어서는 인구 약 1,300명 당 1곳의 편의점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양적 과포화를 이루었고 생존을 위한 경험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편의점 경쟁력의 주요 요소인 FreshFood (PB상품 중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뜻함. 이하 FF), 증정 프로모션, 그리고 멤버쉽 및 제휴할인에서 GS25가 ‘나만의 냉장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제공해 고객과 이해관계자의 큰 환호를 받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 기어 1 : 공감을 통한 기회 찾기

GS25 관점: GS25의 FF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퀄리티라는 소비자의 지배적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취급하는 품목은 총 152개로 대형매장조차 모든 품목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소수의 인기상품만을 취급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신상품 개발과 마케팅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신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애로사항이다. 편의점 전체 품목의 25~30% 품목이 증정 행사에 들어간다. 현재 GS25은 약 770개의 상품의 행사를 진행 중 이지만, 이러한 혜택을 고객에게 인지시키는 것 조차 힘든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GS25 통합 멤버십과 통신사 제휴 할인은 충성 고객을 위한 좋은 마케팅 장치임에도 그 신규 가입과 이용이 미미하다.

고객 관점: FF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젊은 20~30대와 1인 가구들이다. 한끼를 먹더라도, 각자만의 욕구가 뚜렷하고 만족을 위한 소비를 추구한다. 손쉽고 간편하게 끼니를 채우기 위해 가까운 편의점을 들렸으나, 내가 먹고 싶은 FF가 팔렸는지 매장에 없다. 바쁘게 이동하는 와중 음료를 하나 샀더니 증정으로 하나 더 준다. 아깝긴 하지만, 지금 가지기는 번거로워 이를 거절한다. 결제 도 중 멤버십과 제휴 할인을 위해 실물카드를 일일이 꺼내는 것도, 어플리케이션을 각각 실행해 보여주는 것도 느리고, 번거로워 모든 걸 생략하고 결제만 한다.

대리점 관점: 새로운 FF가 출시되었으나, 이걸 모두 발주하기엔 진열공간이 마땅치 않고 폐기시 리스크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의 것이다. 손님이 늘 찾는 인기 상품도 많이 발주하기엔 부담이 된다. 현재 매장에 보유 재고가 없는 상품을 증정해야만 하는데, 증정 안내를 하지 않은 채 고객을 속이는 것도 영수증에 찍어드릴 테니 다음에 재방문을 요청하는 것도 서로 불편한 상황이다. 바쁜 시간에 멤버쉽 적립과 제휴 할인을 동시에 적용할 때면 좁은 편의점 안 줄이 늘어지는 건 일상이다. 손님과 캐셔 모두 적립과 할인을 위해 무안하게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 기어2: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재정의

GS25가 찾은 고객들의 결론은 FF, 증정프로모션, 멤버쉽과 제휴할인에 대한 고객 경험의 불편함이다. 구체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FF상품의 진열 부재와 TPO에 관계 없는 증정 프로모션 혜택 제공, 멤버쉽과 제휴 할인의 불편한 적용이다. GS25의 경쟁력을 위해 준비한 위의 요소들이 오히려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경험 제공에 문제를 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고객들의 불편함을 찾은 GS25은 문제점들을 나만의 냉장고’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였다. ‘나만의 냉장고’ 앱의 첫번째 솔루션은 FF 주문 예약기능이다. 점포에 FF공급은 일일 2회뿐이고, 대리점의 소극적 발주로 인해 FF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이 원하는 점포에 원하는 FF를 주문해 수령 할수 있게 하였다. 예약주문으로 고객을 위한 상품이 편의점에 항시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대리점은 초과발주에 대한 리스크와 부담감을 크게 덜 었다. 두번째는, 고객들이 증정품을 앱의 바코드 혹은 전화번호 입력만으로 앱 내 마치 기프티콘의 형태로 전국 GS25에서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한 쿠폰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 인하여 고객은 증정품을 각자의 TPO에 맞게 증정혜택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리점 입장에서도 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증정품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멤버쉽 적립 또는 제휴 할인을 적용을 위한 번거로운 과정은 앱 내에서 타 제휴사를 포함한 하나의 통합 적립 및 할인 코드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앱에서 통합 바코드 하나만으로 모든 혜택을 이용할 수 있고, 편의점의 캐셔들은 빠른 적립 및 할인으로 시간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이렇게 GS25의 ‘나만의 냉장고’  명칭 그대로, 고객 맞춤화 되어있는 서비스 이용의 설계로, 불편함을 최소화 시키고 더욱 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 기어3: 편의점이 아닌 GS25의 가치를 선택하는 고객

성과: 2017년 6월 기준, 나만의 냉장고는 회원수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경쟁사 CU는 98만명). 이 중 순수고객사용자수는 60만명에 달한다. 광고비용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보면 사용자수가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230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불과 6개월 만에 70만 명이 늘어 30%의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매출액 대비 앱 거래액 비중 또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나만의 냉장고는 2017 대한민국디지털브랜드대상에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어플’에 선정됐다.

의의: 이전까지 편의점의 선택 기준이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면 GS25는 이러한 기준에 변화를 불어넣었다. 먹고 싶은 FF상품을 예약 주문하고, 증정 상품을 저장하는  편리한 기능을 갖춘 나만의 냉장고의 존재가 GS25를 방문할 이유를 만든 것이다. 앱의 이용은 곧 필연적인 GS25 방문의 동기가 되고, 지속적인 충성고객을 낳게 된다. 앱을 통해 고객 경험 만족을 높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된 편의점으로 성장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의 최대 고민은 양적 성장을 넘어 기존의 점포 수익을 늘려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단순히 물품을 사러 오는 따분한 공간에 벗어나 개별 브랜드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만의 냉장고는 고객들로 하여금 GS25만의 서비스와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본사와 점포,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과제: GS25가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좋은 입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 편의점 업체인 CU, 세븐일레븐 모두 자사의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GS25를 뒤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허를 가진 증정품 저장기능 외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업계에서도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이용자 수에서 차이가 나고 있지만, 차별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GS25가 안심하지 못할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GS25는 1인가구가 바로 조리 할 수 있게 요리의 재료와 레시피가 배송되는 ‘심플리쿡’, 매장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앱 내에서 구매 가능한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했다. 각 업체에서 차별화된 편의점을 만들기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GS25 ‘나만의 냉장고’의 행보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Written by 김윤수, 김주호, 정주환, 왕사함, 임격성, 전야, 정걸 | 디자인경영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부 대상자 명확하면 기부자의 마음 더 열려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70%가 정기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구하거나, 자연환경 보존을 목표로 하는 단체에 기부한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10년에도 2009년 대비 3.8% 증가한 연간 2억9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최근에는 약 8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기부단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부를 독려하는 기부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76억 달러가 NGO의 마케팅 활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 마케팅에 관한 보고서와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하지만 기부 마케팅의 효과를 현실에서 엄밀하게 검증한 연구는 드물다. 예를 들어, 헌혈에 대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면 헌혈자가 늘고 복권을 제공하면 기부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보고가 되었으나, 그 보상 효과가 학문적/통계적으로 엄밀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학계에서 제안된 보상 방법은 실험실에서만 효과가 검증되었고 현실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인도 출신의 연구자들은 인도 현지에서 실험을 수행하여, 기부 단체의 마케팅 활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총 4가지 기부마케팅 기법의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중 3가지는 기부 대상자와 기부자의 사회적 거리를 줄여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심리학적 방법이다. (1)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기(identified victim effect), (2) 기부 대상자가 기부자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알리기(in-group vs. out-group effect), (3)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는 점을 알리기(reference dependent sympathy) 였다. 마지막 1가지는 행동경제학 기법으로, 사람들이 적은 액수를 여러 번에 나누면 내기 쉬워한다는 점을 이용한 (4)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a pennies a day: PAD)였다.

 

 

  • 무엇을 발견했나?

HelpAge India는 인도 노년층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는 NGO 단체로 1978년에 세워졌다.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Support a Gran”이라는 프로그램은 노년층이게 최소한의 음식, 기초적인 의류, 최저 생계비를 매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은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매년 3월에 보낸다. 참고로 인도의 3월은 선이 악을 이기는 힌두교 축제 홀리 (Holi)가 있고, 연간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기부를 독려하는 종교적, 경제적 유인책이 이미 존재하는 기간이다.

연구자들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기제를 검증하기 위해서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여러 방법으로 수정하고 무작위로 보낸 뒤, 얼마나 많은 응답자가 얼마나 많은 액수를 실제로 기부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2011년 3월에 수행했다. 즉, 내용을 손대지 않은 기본 편지 1개, 그리고 4가지 기부마케팅 기법을 하나씩 다르게 적용한 12가지의 편지를 마련한 뒤, 기부 경험이 없는 18만4396명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총 13가지 편지 중 1가지 편지를 무작위로 보냈다(각 편지 당 약 1만4000명).

4가지 기법은 다음과 같이 적용했다. 첫째, 기부 대상자를 알리지 않은 편지에는 대상자를 퇴직한 여성 4명이라고 소개했고, 기부 대상자를 알린 편지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한 할머니 한 명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더했다. 둘째, 기부 대상자가 다른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기독교였고, 기부 대상자가 같은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였다. 셋째, 상황이 원래 나빴던 편지에는 대상자가 사별한 후 어떤 상황이었는지 불분명하게 썼지만, 상황이 점차 나빠지는 편지에는 대상자가 은퇴 전에는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PAD) 기법이 적용되지 않은 편지에는 매달 750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고, 이 기법이 적용된 편지에는 하루에 25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실험 결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3가지 기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기부 대상자가 1명으로 명시되면 4명일 때 비해서 기부율이 2.55배 증가했고(0.24% vs. 0.09%) 기부액이 2배 증가했다. 기부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이면 기독교인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42% 증가했고(0.28% vs. 0.19%) 기부액이 77% 증가했다. 기부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고 했을 때는 상황이 원래부터 상황이 나빴던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51% 증가했고(0.23% vs. 0.15%) 기부액이 33% 증가했다.

그런데 마지막 행동경제학 기법은 예상과 반대로 효과가 나타났다. 기부액이 월 단위로 제시되면 일 단위로 제시될 때 비해서 기부율이 71% 증가했고(0.24% vs. 0.14%) 기부액이 66% 증가했다.

결국 4가지 기법을 결합하면(기부 대상자를 1명으로 명시하고, 기부자와 기부 대상자가 같은 힌두교 집단에 속하고,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으며, 기부액이 월별 단위로 제안) 그런 장치 없이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낼 때 보다 기부율이 3.3배에 이르렀고 기부액도 3.78배에 달했다. 반대로 기부 대상자가 불분명하고(4명) 일일 기부액이 제안된 편지를 보내면 기본 편지를 보낼 때 비해서 기부율과 기부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발견된 효과가 3월이 아닌 다른 달에는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지진이나 홍수처럼 구체적인 자연재해를 명기하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소규모 실험실에서 검증된 이론이 현실에서 검증되었다는 점이 기쁘고, 무엇보다 기부액 매칭이나 세금 환급과 같이 큰 비용을 들여서 기부를 독려하는 것과 달리 추가 비용 없이 내용만 바꾸어도 기부율과 기부액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을 보여주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본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HelpAge India의 CEO인 Cherian은 “마케팅 활동을 결정하기 위해서 논의를 할 때마다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실험 결과 우리의 직관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론에 기반한 실험이 가져다주는 의의를 확실하게 배웠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기부자는 2000년대 들어서 2013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해서 580만명에 다다랐지만 2014년 이후 감소하여 2015년에는 529만명까지 떨어졌다. 기부자 감소는 소득이 감소하면서 기부 여력이 있는 국민이 줄어들었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기부한 돈이 기부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기부 단체가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부 자체를 꺼리는 심리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부단체에서도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는” 기법을 활용하여, 기부자의 마음도 얻고 단체의 신뢰도도 함께 회복되길 기대한다.

 

 

 

맞춤 광고 만드는 과정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 쇼핑몰 타깃(Taget)은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서 할인 쿠폰을 보내다가 임신한 십대 여학생에게 임산부 관련 상품 할인쿠폰을 보내는 바람에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데이터 기반 추론의 정확성도 놀라웠지만 사생활이 원치 않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맞춤 광고 (target ad)가 등장하면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웹사이트와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모은 개인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높다.

이처럼 개인정보에 기반한 맞춤 광고가 일상화되면서 기업이 개인 정보를 어떻게 모아서, 맞춤 광고를 어떻게 만드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광고투명성 (ad transparency) 이슈가 제기됐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특정 메세지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에 맞춤 광고가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는 기능을 더했다. 다른 많은 회사는 사용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기록하는 쿠키 (Cookie)를 모은다는 점을 밝히며 나아가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런 투명성 제고 노력이 과연 맞춤 광고의 효과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개인정보의 흐름 (information flow)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서 맞춤 광고의 효과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개인정보가 일반적인 관례(norm)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집되고, 또 노출돼서 사용자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광고 효과에 도움이 되지만 만약 사용자가 개인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라면 투명성이 광고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아마존을 통해서 모집한 44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광고 투명성이 타깃 광고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92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인 정보가 어디서 모이는가와 안내 문구가 어떻게 제공되는가에 따라서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92 vs. 3.07, 1~7의 척도로 응답). 웹사이트와 안내 문구를 통해서 정보 흐름의 자연스러움 정도를 조작하기로 결정하고 총 2단계 실험을 수행했다.

첫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이 ‘로건’ ‘라라랜드’ 등 10개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은 뒤 마음에 드는 영화를 클릭하면 마지막에 자신이 클릭한 영화 리스트가 보이도록 했다.정보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는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영화 리스트가 같은 브라우저 창에서 보여였고 정보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새로운 브라우저 창에서 보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맞춤 광고를 보여준다는 설명을 한 후 가상의 온라인 책방인 UBook.com 광고가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됐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고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조건),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외부 (third-party) 웹사이트에서 클릭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가 만들어졌다”고 안내됐다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

두 단계의 조작 이후, 맞춤 광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기 위해서 UBooks.com 웹사이트에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 UBook.com에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두 개의 질문에 7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또 개인 사생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위해서 추가로 10점 척도로 응답을 요청했다. 실험 결과, 정보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조건의 경우 맞춤 광고의 효과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3 vs. 3.56). 또한 이런 조건에 처할때 사람들이 사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47 vs. 6.97).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개인 정보의 구매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월마트, 애슐리메디슨, 에퀴팍스는 개인정보 유출로 큰 비난을 받았다. 2018년 3월에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27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서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CEO가 의회 청문회에 호출됐다. 2018년 5월에는 모든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일반 개인정보보호법 (GDRP,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기업이 사용자에게 쿠키 사용 동의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문제는 종류와 양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에 호의를 보인다. 디지털광고협회 (Digital Advertising Alliance)와 마케팅, 광고 기관이 협력해 만든 AdChoices 아이콘은 개인 특성이 반영되었음을 알리기 위해서 맞춤 광고 한 구석에 파란색 아이콘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도 “내가 이 광고를 왜 보고 있나요?” 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고객이 정보의 흐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광고 효과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들이 직접 인정했듯 가상의 실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법은 현실성이 떨이지고 한계점이 많다. 아쉽게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연구 용도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에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많은 기업이 공동 연구를 수행해 현실적으로 의미있고 효과가 강력한 연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로고에 힘이 없다면 ‘동작 얼리기’ 기법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브랜드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로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브랜드에서 사명(이름)이나 다른 글씨를 줄이고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추세에 따라, 로고가 단독으로 회사의 시각적 사인(sign)이 되거나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도 로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로고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영국의 정유회사 BP Amoco 는 1억3600만 파운드, 펩시는 100만 달러, 런던 올림픽은 40만 파운드를 썼다. 로고에 관해서는 실무적 관심만큼이나 학문적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됐다. 이제 우리는 로고의 역할이 시선을 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로고 디자인의 어떤 부분이 사람의 인지, 감정, 의미 파악과 연관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 심지어 최근의 한 연구는, 로고를 의도적으로 미완성시켜서 신뢰감을 포기하는 대신 혁신적이라는 느낌을 얻으라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로고는 어떠할까? 화가들은 움직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순간을 캡쳐해서 그리는 ‘동작 얼리기(frozen motion)’ 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릴 때 이 기법을 사용했다. 신의 손가락과 아담의 손가락이 닿을락말락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미국 미시간대와 브리검영대 연구자들은 로고에 이러한 기법이 사용되면 고객이 브랜드를 더욱 좋아할 것이라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두 사람이 시소를 타는 로고를 제작했다. 하나는 양쪽의 무게가 같아서 동일한 높이에 멈춘 모습을 그린 정적(靜的)인 로고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이 아래로 내려간 동적(動的)인 로고였다. 11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실험을 수행한 결과, 2개의 로고는 예쁜 정도, 복잡성, 정보전달, 친숙함, 새로움에서 차이가 없고, 오직 움직이는 느낌에서만 차이가 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본 실험에서는 74명의 대학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눠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각 로고가 가리키는 브랜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9점 척도로 물어보았다 (1=싫어함, 9=좋아함).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일 때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 (5.58 vs. 4.75).

다음 실험에서는 ‘뉴턴의 진자’ 이미지를 이용해 로고를 제작했다. 정적인 로고는 4개의 진자가 가만히 모여 있는 모습이었고, 동적인 로고는 4개 중 오른쪽 끝에 있는 진자가 위에서 떨어지면서 아래의 진자를 곧 때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64명의 학부생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 중 하나의 로고만 보여준 뒤 브랜드 선호도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로고가 동적이면 정적일 때 비해서 응답자들이 브랜드를 더 좋아했다(4.94 vs. 3.83).

추가 실험에서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로고의 한계를 검증했다. 17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어떤 오케스트라에 대한 선호를 물어보았다. 절반의 응답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과거의 음악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 반면에, 다른 절반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을 반영하는 대표주자이며 최신 음악 트렌드에 따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응답자를 무작위로 나누어 이전 실험에서 사용한 뉴턴의 진자 로고 두 가지 중 하나를 이 오케스트라의 로고라며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오케스트라가 미래 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에는 로고가 동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5.11 vs. 4.25). 하지만 이와 반대로 오케스트라가 전통음악의 대표주자로 설정된 경우 로고가 정적일 때 오케스트라 선호도가 높았다 (4.60 vs. 5.36).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동적인 이미지가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는 사실은 교통 표지판을 가지고 수행한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다. 예를 들어 표지판에 그려진 보행자 그림에 각도를 주어서 마치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때 표지판을 보는 운전자가 더 빠르게 반응했다. 동적인 표지판은 도로뿐만 아니라, 동물원, 바닷가, 위험물질 취급 상황 등 무언가 주의해야 할 때 종종 등장한다. 본 연구는 로고를 동적으로 만드는 ‘동작 얼리기’라는 구체적인 기법을 제안했으며,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동적인 이미지에 더 깊게 정서적으로 관여하고 더 좋아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러나 동적 로고의 효과는 전통과 과거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밝혀냈다.

동적 느낌을 주는 표지판, 로고, 광고에 관한 연구가 연속적으로 등장했지만, 동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다이나믹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자동차, 기차, 배 등 여러 운송기관이 승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유선형의 내외관을 가진 건물에서는 사람이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 등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동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적 이미지가 가져다주는 비용과 효익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화장을 오래 하는 여성 도덕-윤리와 무슨 관계?

  •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름다우면 호감을 산다는 ‘뷰티 프리미엄’은 심리학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이 더 쉽게 기억하고, 실제로 돈도 더 많이 번다. 뷰티 프리미엄은 여성에게서 더욱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여성이 스스로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강한 압박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투자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화장품 브랜드 메이블린 (Maybelline)의 슬로건은 “어쩌면 원래 타고났는지도 몰라. 어쩌면 메이블린일지 몰라(Maybe she’s born with it. Maybe it’s Maybelline)”이다. 이 슬로건은 자사의 화장품이 적당한 수준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화장을 통해서 매력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과한 노력과 급격한 변화는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애리조나주립대 샘퍼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외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쓰는 여성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궁금해 했다. 구체적으로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것은 일시적으로(transient) 본래 모습을 바꾸기(transformative) 때문에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예비 실험에서는 14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아침 외출 준비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는 것을 남에게 말하기 싫어하는지 검증했다. 절반의 참가자는 옷을 고르고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는데 총 90분 걸린다고 상상하도록 요청받았고, 다른 절반은 30분 걸린다고 상상하도록 요청받았다. 외출 준비에 걸린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꺼려지는지 7점 척도로 물어보았더니, 외출 준비를 오래했다고 상상한 참가자들이 더욱 꺼렸다 (4.18 vs. 2.80).

본 실험에서는 102명의 일반인(여성 33.3%)을 대상으로 외출 준비에 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덕성이 훼손되는지 검증했다. 우선 제나(Jenna)라는 가상의 24세 여성 직장인을 상정한 후 제나의 하루 일과를 들려주었다. 이 때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제나가 화장과 머리손질 등 외출 준비를 1시간 45분 동안 한다고 알려주었고 다른 절반에게는 10분 만에 끝낸다고 알려주었다. 그런 다음 제나가 얼마나 윤리적인 사람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도덕, 윤리, 성실, 진실과 같은 형용사에 대한 질문에서는 5.13 vs 5.62의 결과가 나왔고,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 잃어버린 지갑 찾아주기 등 윤리적 행동에 대한 질문에서는 4.30 vs. 4.89의 결과가 나왔다. 즉 응답자들은 제나가 외출준비를 짧게 할 경우 더 윤리적인 사람일 것이라 봤다.

다음 실험에서는 300명의 여성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자세한 실험을 했다. 제나가 저녁파티에 참석한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외모를 꾸미는데 들이는 시간뿐 아니라 준비의 종류 역시 3가지로 분류했다. (1) 머리와 색조화장 (2) 다리에 태닝 스프레이 뿌리기 (3) 스킨클렌저와 보습크림 바르기였다. 그런 다음 제나의 도덕성과 진실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앞서 실험과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은 제나가 머리와 색조화장을 하고 태닝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외모를 꾸미는데 시간을 많이 쓸 수록 덜 윤리적인 사람일 것이라 평가했다.(2.33 vs. 1.43, 3.03 vs. 2.10) 하지만 스킨클렌저와 보습크림을 바르는 데는 시간을 오래 들인다 해서 도덕성 평가점수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1.91 vs. 1.74).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도덕과 윤리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외모를 꾸미는데 시간을 적게 들였고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이득이다. 실제로 몇몇 화장품 광고는 “몇 분만 들이면 잡티없이 보인다”는 광고를 통해 준비시간이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통해 원래의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샘퍼 교수는 화장품이 넘쳐나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가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항상 도덕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취업 인터뷰를 위해서 화장할 때는 오래 준비하더라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지 않으며, 화장이 아니라 운동으로 외모가 변하는 경우에도 비윤리적이라고 비난받지 않는다.

즉 급격한 변화의 이유가 모두가 납득할 만큼 분명하거나 또는 급격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결과를 확장하면, 영구 눈썹문신 시술이나 성형수술처럼, 화장과 달리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서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도덕성 평가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매장 내 제품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텅 빈 공간의 힘

  • 무엇을, 왜 연구했나?

포시즌스호텔은 다른 호텔 체인에 비해서 방값이 비싸다. 뉴욕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포시즌스의 하룻밤 가격은 약 90만 원. 깔끔한 욕실을 제외하면 방에는 침대 하나와 테이블 위에 놓인 스피커 하나가 전부다. 비슷한 이치로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나 야구장의 VIP 박스, 럭셔리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은 비치된 물건의 숫자가 적고 단순해 보인다. 이처럼 한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숫자를 제한하거나 아니면 공간을 넓혀서 혼잡도를 낮추면 혹시 더 비싸고 좋아 보이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연구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공간의 혼잡도 (crowdedness), 공간 내 사람들의 사회계층 (social class), 공간 내 제품의 가치가 각각 연동된다는 가설을 설정했다. 즉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혼잡한 공간에 가서 가치가 낮은 제품을 구매하고, 높은 계층의 사람들은 덜 혼잡한 공간에 가서 가치가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했다. 이에 따라 똑같은 제품이라도 혼잡도가 낮은 공간에 놓이면 더 비싸고 좋아 보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먼저 474명의 온라인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공간의 혼잡도에 따른 인식을 조사했다. 우선 이들에게 두 매장의 조감도를 보여줬다. 각각 21명의 손님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는데 첫 번째 매장은 넓어서 덜 혼잡했다. 두 번째 매장은 첫 번째 매장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좁아서 혼잡했다. 응답자들은 넓은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사회계층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04 vs. 3.34, 1=최상위 계층, 5=최하위 계층, 숫자가 낮을 수록 사회계층이 높음). 또 연간 수입도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6만7000 달러 vs. 5만9000 달러).

다른 실험에서는 매장의 넓이는 일정하게 유지하되 매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숫자를 조정해서 혼잡도를 3단계로 조작했다. 혼잡도가 낮은 매장(4명), 혼잡도가 중간인 매장(14명), 혼잡도가 높은 매장(35명)이었다. 그리고 각 매장에서 브랜드나 색깔 등의 정보가 없는 구두를 보여주고 이 구두 한 켤레가 얼마인지, 만약 산다면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봤다. 앞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혼잡도가 낮을 때 매장 내 사람들의 사회계층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고(1.85 vs. 2.46 vs. 2.72), 연간 수입도 높을 것이라고 응답했다(14만3000달러 vs. 10만1000달러 vs. 9만1000달러). 또 혼잡도가 낮은 매장에 진열된 구두의 평가 가격이 더 높았고(253달러 vs. 193달러 vs. 166달러), 응답자들의 지불 의향 금액도 높았다(86.07달러 vs. 74.08달러 vs. 55.90달러).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추가 실험에서는 응답자가 스스로를 매장 내 사람들과 얼마나 동일시하려는지 측정했다. 응답자들은 매장의 혼잡도가 낮을수록 스스로를 매장 내 사람들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2.53 vs. 1.98, 1=다름, 5=같음).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이 올라갈수록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한다. 비행기는 일등석이 더 넓고, 높은 지위의 직원은 더 큰 사무실에서 일한다. 우리들은 사회 계층과 공간의 혼잡도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결국 넓고 탁 트인 공간에 한가롭게 놓여진 제품은 좁고 혼잡한 공간에 어지럽게 놓여진 제품에 비해서 돈과 시간이 풍족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구매하는, 비싸고 가치 있는 제품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빈 공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더 많은 돈을 낼 용의가 있을 것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종종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사용하려 한다. 빈 공간 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많은 제품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텅 비어있는 공간은 제품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제품을 구경하는 바람에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장 내 사람의 수와 제품의 수를 제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객의 아이디어 써놓으니 제품 매출 크게 늘어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델, 레고, 스타벅스는 크라우드소싱 (crowd sourcing)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은 신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티셔츠 회사인 Threadless 는 전세계 80만명의 사용자로부터 하루에 150-200개의 프린팅 디자인을 받아서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애경산업과 아모레 퍼시픽은 새로운 샴푸와 화장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경쟁 기반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2017년에는 40대 남성의 냄새를 제거하는 샴푸가 애경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크라우드소싱을 통해서 혁신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상품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실무자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소싱으로 나온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유기농임을 알면 더 맛있어하고, 제품이 수작업 생산품임을 알면 더 좋아하고, 기계가 독일에서 만들어졌음을 알면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POP: Point of Purchase) 제품이 고객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 니즈가 더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품을 더욱 좋아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무지 (Muji) 에서 개발하고 판매한 신제품 2개의 일본내 판매 실적을 조사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무지 (Muji)가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을 조사했다. 이 회사는 실리콘 재질의 전자 태그와 앱을 연동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기획자들이 만보계, 온도계, 알람시계를 생각하는 동안, 크라우드소싱 대회에서는 한번 누르면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고 한번 더 누르면 알람이 꺼지는 비상용 알람 (Security Buzzer) 아이디어가 나와 최종 선발됐다. 이 아이디어는 1500엔의 가격을 가진 제품으로 실제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비상용 알람이 시장에 선보인 67일 동안의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인 46개의 무지 매장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비상용 알람 옆에 전시하는 128 x 91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다르게 조작했다.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단순 신제품임이 명시되었고 다른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라는 점이 명시됐다. 두 조건에 배정된 23개 매장은 평균 크기, 평균 매장 형태, 평균 지역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POP 디스플레이에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임이 명시되자 총 48개가 더 많이 판매됐다 (330개 vs. 282개). 개별 매장으로 환산하면 매장당 17%의 추가 판매가 있었으며 일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67일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58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매장이나 특정 일에 판매가 갑자기 차이를 보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기 위해서 무지 (Muji)가 실행한 또 다른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인 프레젤 스낵의 판매 실적을 비교했다. 내부 기획자들은 할라피뇨 향을 제안했지만 크라우스소싱에서는 완두콩 향이 최종 결정됐다. 이번 실험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모두 같은 가격의 (105엔) 제품으로 생산되었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프레젤이 시장에 출시된 16일 동안, 128 x 90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총 4가지로 다르게 조작하면서 일본 전역의 194개 무지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먼저 고객이 제안한 완두콩 프레젤과 디자이너가 제안한 할라피뇨 프레젤을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고객이 제안한 프레젤이 디자이너가 제안한 프레젤에 비해서 더 많이 판매됐다 (8507 vs. 5533). 또 똑같은 완두콩 프레젤이라도,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가 명시되면 신제품임만 명시될 때에 비해서 평균 20% 정도 판매가 증가됨을 확인했다 (고객 조건 vs. 기준 조건). 이번 결과는 이전 실험의 결과와 동일했는데, 매장 크기, 매장 내 스넥에 배정된 크기, 매장 형태, 매장 위치, 지역을 고려해서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명시되면 판매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대부분의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크라우드소싱 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객으로부터 환영받고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무지가 일본에서 실제로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제품을 실험 대상으로 정하고 제품 정보를 매장에 따라 다르게 조작한 뒤, 매장 당 실제 판매 실적을 분석했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행한 기존의 연구들보다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결과는 공모전을 통한 크라우드소싱이 자주 사용되는 여러 공공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동일한 공공 정책이라도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나 국민이 제안한 것이라는 단서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친환경 제품 뛰어나도 남성이 잘 안 사는 까닭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남자는 여자보다 환경 보호에 신경을 덜 쓴다. 지난 30년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에 비해서 쓰레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재활용을 덜하며, 지구를 파괴하는 환경에서 사는 데에 죄의식을 덜 느낀다. 이러한 성별의 차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에 더 많이 공감하며, 사회를 더 많이 배려하고, 아이가 살 미래를 위해 건강과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들이 있었다.

본 논문의 연구자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제품 자체에도 남자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친환경 제품을 주로 여성이 구매해 왔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자체가 여성스럽다는 (feminine)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서 남성 고객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초반 실험에서는 아마존 매캐니컬 터크 (Amazon Mechanical Turk) 서비스를 통해서 모집한 남녀 131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는지 검증했다. 절반의 참가자들은 친환경적인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고 다른 절반은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스스로가 얼마나 여성스러운지, 스스로가 얼마나 남성스러운지에 대해 각각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다.

실험 결과, 당연하게도 여성 참가자들이 (5.34) 남성 참가자들에 비해서 (2.51) 여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고, 반대로 남성 참가자들이 (5.31) 여성 참가자들에 비해서 (2.40) 남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남녀 모두 친환경 행동을 한 경험을 종이에 적게 했을 때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을 때보다 스스로의 여성성을 평가한 점수가 높았다는 것이다 (3.84 vs. 3.56). 이 때, 남성성 평가 점수는 변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389명의 남성만을 대상으로 성 정체성이 공격받으면 공개적인 구매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꺼리는지 테스트했다. 먼저 이 남성들에게 직장 동료로부터 150달러의 기프트 카드와 월마트의 생일 축하 카드를 받는 것을 상상하게 했다. 그런 다음 성별 혹은 나이 정체성을공격받는 설정을 했다. 즉 분홍 바탕에 여성스러운 폰트로 축하말이 쓰여진 여성스러운 카드를 받게 하거나 바탕색과 폰트가 평범한 디자인의 카드에 “이제 도대체 몇 살 이세요?”라는 장난스러운 말이 더해진 카드를 받게 한 것이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는 3개의 제품 카테고리 (램프, 책가방, 배터리)에서 친환경 제품과 일반 제품 중 하나를 선택했다.

실험 결과, 나이가 공격받을 때보다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공격받을 때 친환경 제품을 더 꺼리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49.6% vs. 41.9%). 특히 일반 배터리보다 친환경 배터리를 덜 선택했고 (35.9% vs. 48.7%), 일반 책가방보다 친환경 책가방을 덜 선택했다 (28.8% vs. 37.2%). 램프의 경우는 일반 제품과 친환경 제품에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61.1% vs. 62.8%).

추가 실험은 한달 동안 중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3개의 BMW 매장에 들른 7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친환경 자동차로 인식되는 BMW i3 전기차의 광고 문구를 남성스럽게 바꾸면 소비자 선호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했다. ‘2015 BMW i3 Eco-friendly Model’ 이라는 광고 문구를 ‘2015 BMW i3 Protection Model’ 이라고 다소 남성적으로 바꿨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기존 문구를 보여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남성스러운 문구를 보여줬다.

실험 결과, 남성 참가자는 기존 문구에 비해서 남성스러운 문구를 본 경우 BMW i3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3.05 vs. 3.95). 이와 반대로 여성 참가자들의 경우 선호도가 감소했다 (2.93 vs. 3.91).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남성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므로,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스럽다는 선입견은 친환경 제품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기부, 사회적 공헌 활동 등 기업의 다양한 친사회적 (pro-social) 활동에 전반적으로 더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활동에서도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단기적 판매나 장기적 브랜드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아웃도어 산업 전문가들은 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조사기관인 NPD 그룹의 아웃도어 산업 분석 담당자인 맷 파월 (Matt Powell)은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업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쩌면 현재 판매중인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가 친환경을 내세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보다 더욱 강한 반대 의견은 아웃도어 브랜드 중 가장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가진 파타고니아 (Patagonia) 에서 나왔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에 창립 때부터 지속가능성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환경에 쓸데없는 해를 끼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또 판매한 의류를 수선하고 재사용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이 회사의 브랜드 철학 담당인 빈센트 스탠리 (Vincent Stanley)는 파타고니아 고객은 남녀가 절반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남자들이 대부분 자신을 위해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제품을 남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전하면서 대신 성 중립 (gender-neutral) 전략을 취한다고 했다. 그는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일에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러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을 더 많이 고려하겠다” 라고 전했다. 제품의 남성성이나 여성성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이슈에 대한 고객의 기본 성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