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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캠페인 성과 높여주는 설득의 노하우

매일 많은 양의 수건과 침대 시트를 세탁해야 하는 숙박업체들은 물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미국 숙박업계는 이 비용을 현재보다 10% 줄일 수 있다면 연간 600만 t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동시에 7억5000만 달러(약 8600억 원)의 운영비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또 미국세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객실당 수건 세탁에 하루 평균 6.5달러(약 7500원)가 쓰이며 투숙객들이 수건을 매일 바꾸지 않고 재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중급 이상 호텔의 경우 연평균 46만 달러(약 5억30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Baca-Motes, Katie, Amber Brown, Ayelet Gneezy, Elizabeth A. Keenan and Leif D. Nelson (2013), “Commitment and Behavior Chang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5), 1070-1084.
Baca-Motes, Katie, Amber Brown, Ayelet Gneezy, Elizabeth A. Keenan and Leif D. Nelson (2013), “Commitment and Behavior Chang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5), 1070-1084.

이처럼 호텔에서 수건을 재사용하면 상당한 환경적,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수건을 하루 이상 재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재사용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문구를 남겨두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다.

심리학적 장치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우선 “이 방에 묵으셨던 다른 투숙객들도 대부분 수건을 재사용했다”고 알리면 재사용 비율이 약 50%까지 증가한다. 더 좋은 방법은 투숙객 스스로 미리 약속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리조트 체인을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사가 고안한 방법이다. 투숙객에게 “나도 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구 옆에 “예” 혹은 “아니요”라고 표시하게 만들었더니 수건 재사용률이 59%까지 올라갔다. 더 나아가 “예”라고 약속하면 “지구의 친구”라고 쓰여 있는 작은 기념품을 준다고 했더니 80%까지 치솟았다. 또 기념품을 받은 투숙객은 받지 않은 투숙객보다 나갈 때 방의 불을 끄는 비율도 15% 더 높았다.

이 연구는 기업과 정부, 비영리단체가 시민과 국민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해야 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거나 우측통행을 유도하기 위해 전단을 붙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약속을 하도록 작지만 매력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물건 고르는 재미?… 대안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역효과

‘선택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對案)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선택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쇼핑센터에서 어떤 날은 6종류의 잼을 진열하고 다른 날은 24종류의 잼을 진열했다. 24종류의 잼이 진열된 날 더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실제 판매량은 6종류의 잼이 진열된 날보다 적었다.

Mochon, Daniel (2013), “Single-Option Avers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 (3), 555-566.

하지만 대안이 너무 적어도 문제다. 미국의 한 부엌용품 판매점에서 매장에 279달러짜리 토스터를 가져다 놓았는데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429달러짜리 토스터를 같이 들여놓자, 이 비싼 토스터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옆에 있는 저렴한 토스터의 판매가 두 배 증가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새로 들어온 토스터의 높은 가격 때문에 원래 있던 토스터 가격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불러왔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가격비교 효과 때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단 하나의 대안만 주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를 ‘단일대안 회피성향’이라고 말한다.

최근 미국 툴레인대 연구진이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비슷한 성능과 가격의 소니와 필립스 DVD 플레이어를 준비해 놓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소니 제품만, 다른 그룹에는 필립스 제품만 보여줬다. 각각 9%, 10%의 응답자만이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그룹에는 두 제품을 함께 보여줬다. 그랬더니 32%는 소니 제품을, 34%는 필립스 제품을 사겠다고 말했다. 따로 보여줬을 때보다 함께 보여줬을 때 사겠다는 사람의 수가 각각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선택의 역설’과 ‘단일대안 회피성향’은 마케터와 창업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대안을 제시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 제품 하나만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상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대안임을 보여주거나, 최소한 비교한다는 느낌이라도 들 수 있도록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보석광고 女모델이 오른손에 반지를 낀 이유는

혼자서 밥을 먹는 ‘싱글족’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현재 네 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1970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관이나 미술관에서 여가를 즐길 때 혹시 남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지 않을지 걱정한다. 또 아무래도 여럿이 같이 가는 것보다는 재미가 덜할 거라 생각한다

Ratnet, Rebecca and Rebecca Hamilton (2015), "Inhibited from Bowling Alon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DOI: http://dx.doi.org/10.1093/jcr/ucv012.
Ratnet, Rebecca and Rebecca Hamilton (2015), “Inhibited from Bowling Alon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DOI: http://dx.doi.org/10.1093

미국 메릴랜드대와 조지타운대의 연구진은 이런 싱글족의 걱정을 실험으로 확인해봤다. 연구진은 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혼자 지나가는 학생들과 2명이 짝을 지어 지나가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특별 전시를 하고 있는 교내 미술관에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고 한 뒤 7점 척도로 점수를 적어내게 했다. 그리고 실제 미술관에 다녀온 후 얼마나 재미있게 느꼈는지도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혼자 다니는 학생들이 커플들보다 미술관에 대한 기대 점수가 낮았다(4.76 대 5.70). 그런데 미술관에 다녀온 후에는 두 집단의 평가 점수가 비슷했다(5.25 대 5.40). 즉, 혼자서 미술관에 가면 재미가 덜할 것이라 지레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혼자 가나 둘이 가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혼자 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러니 싱글족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은 우선 ‘내가 왕따로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부터 없애줘야 한다. 식당이라면 커다란 공유 테이블을 준비해서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함께 앉을 수 있게 해주면 좋다. 또 커피숍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무선 인터넷 접속을 제공해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는 싱글 여성들을 위해 오른손에 끼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광고한다. 이렇게 싱글족끼리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마케팅 방법도 제품의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접근이다.

터치스크린이 마우스보다 소비심리 더 일으켜

데스크톱 컴퓨터 대신 휴대하기 편한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태블릿 화면에 메뉴판을 띄우는 식당과 터치스크린 기기에 최적화된 온라인 패션몰도 점점 눈에 많이 띈다.

DML_Mouse touch
Brasel, Adam and James Gips (2014), “Tablets, touchscreens, and touchpads: How varying touch interfaces trigger psychological ownership and endowment,”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4 (2), 226-233.

최근 미국 보스턴칼리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할 때보다 손가락 터치로 쇼핑할 때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물건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물건을 구경하면 마우스를 잡고 움직여 클릭할 때보다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를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동부지역 56명의 학생을 3개 집단으로 나눈 후 각각 마우스, 터치패드, 터치스크린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똑같은 스웨터를 구경하게 했다. 그리고 먼저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만일 그 스웨터를 현재 소유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얼마를 받고 팔겠는가를 물었다.

마우스를 움직여 스웨터를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36달러에 구매해서 47달러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터치스크린을 눌러가며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43달러에 구매해 73달러에 팔겠다고 답했다. 터치스크린 쪽이 마우스 쪽보다 구매 의향 가격도 높았고 판매 의향 가격은 더욱 높았다. 터치패드는 그 중간쯤이었다. 스웨터 외에 다른 제품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를 보이고 애착도 높아진다. 온라인 쇼핑몰과 소매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터치스크린 기기를 피하고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기 아이디어가 신사업 성패 갈라… ‘돼지의 귀’ 가설 입증

Kornish, Laura and Karl Ulrich (2014), “The Importance of the Raw Idea in Innovation: Testing the Sow’s Ear Hypothesi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1 (February), 14-26
Kornish, Laura and Karl Ulrich (2014), “The Importance of the Raw Idea in Innovation: Testing the Sow’s Ear Hypothesi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1 (February), 14-26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돼지의 귀로 실크 지갑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위프트의 말처럼, 시장에서 성공하는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 즉 뛰어난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상품기획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경영자들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상품기획보다는 아이디어를 좋은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상품개발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경영자들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돼지의 귀’ 가설이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즉 초기 아이디어의 수준이 완제품의 성공 여부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해봤다.

이들은 신제품 개발을 돕는 웹사이트인 쿼키(Quirky)를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판매된 149개의 가정용품과 공구, 사무용품의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와 기획서를 구했다. 그리고 판매실적에 대한 정보가 없는 1438명의 일반 소비자들과 7명의 전문가들에게 초기 아이디어만 보여주고 완제품을 구매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리고 이를 실제 판매량, 수익률, 판매 가격, 판매 기간 등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 실제 제품의 판매량 및 수익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돼지의 귀’ 가설이 옳았던 것이다. 특히 해당 분야 전문가의 평가보다 일반 소비자의 평가가 더 정확했다. 심지어 단 20명의 일반인 반응 평가만으로도 완제품의 최종 판매량을 예측하는 데 충분했다.

DML_Sow's ear기업 경영자들은 ‘미다스의 손’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손에 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미다스처럼 ‘평범한 사업 아이템도 우리 회사가 시작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신사업의 성공은 얼마나 수준 높은 초기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상당부분 좌우된다. 톡톡 튀는 인재를 상품기획에 활용하고 때로는 외부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불경기때 더 강렬해지는 ‘한정판매’의 유혹

일정 기간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파는 ‘희소성 마케팅’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던킨도너츠는 ‘무민’이라는 핀란드의 유명 캐릭터를 한정 판매했다. 행사 기간 15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증가했다. 커피점 스타벅스는 한정판 다이어리를 제공하는 연말 이벤트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자동차 업계에서도 희소성 마케팅이 유행이다.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나쁠수록 희소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들에게 과거 혹은 주변 사람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M&M 초콜릿 20알을 주고 원하는 만큼 먹으라고 했다. 이때 초콜릿 15알은 단일 색깔이었고 5알은 각각 다른 색깔이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경제 상황이 현재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느끼는 그룹이 더 많은 초콜릿을 먹었고 특히 희소한 색깔의 초콜릿을 더욱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두 무리로 나눴다. 한 무리에는 자신의 경제 상황이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고 다른 무리에는 윤택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다음 자동판매기에 들어 있는 2개의 초콜릿(허시, 트윅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2개의 초콜릿은 가격과 내용물에서 차이가 없지만 한 종류는 자동판매기 10칸 중 8칸을, 다른 하나는 2칸을 차지하도록 했다. 경제 상황이 나빴던 기억을 떠올린 그룹에서는 71%의 피험자가 2칸만 차지하고 있는 희소한 초콜릿을 선택했지만 경제 상황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린 피험자에서는 이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이처럼 희소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은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제품의 과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혁신제품 출시 행사는 차분한 진행이 효과적

많은 사람은 애플 워치, 구글 글라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좋아한다. 기업은 이런 신제품을 처음 선보일 때 시끄러운 음악과 풍선 장식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초대된 손님 중 다수는 흥분되고 각성된 상태에서 제품을 만난다.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신제품 출시를 맡은 마케터들은 이렇게 화려한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은 소비자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과연 제품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지 의심했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절반에겐 침착한 느낌의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침착한 상황에 놓이도록 했고 다른 절반에겐 흥분되는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약간 각성된 상황에 놓이게 했다. 이후 양쪽 그룹 모두에게 세 가지 다른 형태의 패키지에 들어 있는 새로운 음료수를 평가하도록 했다. 첫 번째는 투명한 콜라병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완벽하게 짐작할 수 있는 음료수, 두 번째는 등산용 텀블러처럼 생겨서 무언가 약간 달라 보이는 음료수, 세 번째는 튜브형 베개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음료수였다.

실험 결과 심리적으로 다소 각성된 참가자들은 약간만 달라 보이는 2번 음료수를 가장 좋게 평가했고 평범한 1번 음료수를 그 다음으로 꼽았다. 혁신적으로 생긴 3번 음료수를 가장 좋지 않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침착한 마음 상태의 참가자들은 세 가지 음료수에 대한 선호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할 때 사람들을 흥분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평가해야 할 대상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나 구글 글라스였다면 어땠을까. 날개 없는 선풍기는 물리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구글 글라스도 써 보기 전까지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선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편이 호의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을 대체하는 디자인 접근법

DML_20141118(1)“고객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체계 전반에 디자인적인 시각과 방법을 가지고 접근을 시도해야” (한국 마케팅 학회 MOM: Master of Marketing)

이론적으로 마케팅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됩니다.

  • 자사, 경쟁사, 고객의 리서치 (Research)
  • 세분화, 타겟팅, 포지셔닝의 전략 (Strategy)
  •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의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그러나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자주 바뀌고 있으며 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마케터는 이러한 변화를 분석하고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디자인 접근법 (Design process)

디자인 주도의 혁신을 강조한 P&G 등 최근 성공한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디자인 씽킹이나 디자인 접근을 시도한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래 디자인 에이전시들 또한, 기존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벗어나 전략을 접목하여 비즈니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vs. 마케팅

이제는 마케팅에도 디자인적인 시각과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근본적인 사고 방식 뿐만 아니라 리서치/전략/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마케팅의 3단계 모두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근본적 사고 방식: 디자이너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창조”하려고 하기에 기존 제품에 관심이 없습니다. 마케터는 경쟁사에서 고객을 빼앗는데 집중하기에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합니다.
  • 1. 리서치: 디자이너는 고객이 변한다는 가정하에 트랜드를 조사하고, 마케터는 시장을 이루는 고객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누기에 집중합니다.
  • 2. 전략: 디자이너는 전체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고민하지만, 마케터는 시장을 세분화 하여 작은 시장에서 이기는 것에 집중합니다.
  • 3.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사용자 인사이트, 반복 테스팅을 통해서 제품을 개발하지만, 마케터는 소비자 집단의 질문 응답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디자인 마케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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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는 장볼 때 계산하는 소비자를 관찰한 결과 빠르고 편리하게 결제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반올림하고, 아기 엄마들이 의지가 부족해서 저축을 못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의 체크 카드로 결제하면, 반올림을 해주고 반올림한 차액을 Savings account에 자동으로 저축해 주는, Keep the Change 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했고, 런칭 후 1년만에 1200만명의 신규 고객이 가입했습니다.
  • 파나소닉 (Panasonic)은 여성용 면도기 제품의 개선을 위하여 샤워할 때 기존 전기 면도기를 사용하는 여성을 관찰하였습니다. 관찰결과 ‘도심에 사는 젊은 여자’ 들만 면도를 열심히 하고 있으며, 반짝거리는 겉면은 미끄럽고 전기가 통할까봐 싫어했고, 무릎 뒤와 발목은 면도하기 힘들어 했으며, 욕실에 충전기를 둘 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미끄럽지 않고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겉면을 도자기로 바꾸고, 면도하기 쉽도록 면도날 부분을 곡면 형태로 만들었으며, 충전할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 충전기가 면도기를 지지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 애경 산업은 Home stay 관찰 및 인터뷰를 통해 4개국 30개 매장에서 액체 세제를 사용하는 주부를 관찰하였습니다. 관찰 결과 세탁물이 엉키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세제가 무거워서 액체를 뒤집어 부을 때 손목이 아픈 것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세탁물이 엉키지 않도록 세탁볼을 만들어 세제와 함께 넣게 해 주었으며, 세제가 무겁지 않도록 구멍을 아래에 뚫은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불경기에 ‘추억 마케팅’이 뜨는 까닭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웠던 몇 년 동안 이른바 ‘향수(鄕愁) 마케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향수, 노스탤지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혹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떠오르는 감정이다. 2009년 펩시콜라는 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모습의 제품을 내놓았다. 식료품 업체인 제너럴밀스도 시리얼 제품을 옛날 느낌이 나도록 포장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스바루에서 선보인 ‘나의 첫 차 이야기’ 캠페인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처음 샀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실시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다.

DML_Pepsi-Mountain-Dew-Throwback
Lasaleta, Jannine D., Constantine Sedikides, and Kathleen D. Vohs (2014), “Nostalgia Weakens the Desire for Money,”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3), 713-729.

프랑스 그르노블경영대의 자닌 라잘레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왜 불경기에 향수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지 연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는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약해진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돈을 좇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게 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사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쉽게 포기한다.

라잘레타 교수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예를 들어 절반의 실험 참가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과거의 경험에 대해 글을 쓰도록 했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겐 과거의 어떤 경험이든 써보게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5달러씩을 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얼마나 나누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에 비해서 향수 어린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약 40% 더 많은 돈을 나누어주겠다고 답했다.

사람에겐 돈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믿을 만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현대인은 이 두 가지 가치에 대한 상충되는 욕구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면서 살아간다. 향수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욕구는 높이고 돈에 대한 욕구는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를 위해 돈과 멀어질 준비도 하게 만든다. 기업 마케터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정치단체처럼 기부금을 모아야 하는 조직도 향수 마케팅을 이용해봄 직하다.

지갑 열게하는 ‘귀요미 마케팅’… 어른들에 더 효과적

Nenkov, Gergana Y. and Maura L. Scott (2014), “So Cute I Could Eat It Up’: Priming Effects of Cute Products on Indulgent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August), DOI: 10.1086/676581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귀여운 디자인에 끌리는 시대다. 강아지 모양의 베개, 알록달록한 인형 등 귀여운 느낌의 수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엣시라는 미국 인터넷 쇼핑몰은 2012년 8억9500만 달러(약 9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귀여운 모습의 브랜드 마스코트도 늘고 있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는 보험 파는 오리를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보수적이어야 할 것 같은 금융회사마저도 상품 홍보에 귀여운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귀여움 마케팅’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최근 보스턴대와 플로리다주립대 공동 연구진이 성인 약 130명을 대상으로 이를 실험했다. 이들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평범한 아이스크림 스푼을 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귀엽고 재미있게 생긴 사람 모양의 아이스크림 스푼을 줬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서 먹으라고 했다. 귀여운 스푼을 사용한 참가자들이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었다.

여기까지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다음 실험에서 밝혀졌다. 이번엔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과자와 평범한 모양의 과자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줬다. 그런데 참가자 절반에게는 “이 과자들은 어린이 전문 과자가게에서 팔고 있다”라고 말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이 과자들은 일반 상점에서 팔고 있다”고 알려줬다.

어린이 전문 쿠키숍에서 나온 제품들이라고 믿었던 참가자들은 쿠키의 모양에 크게 개의치 않고 고루 먹었다. 오히려 일반 상점에서 파는 제품이라고 믿었던 참가자들이 곰돌이 모양 쿠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는 상식과 달리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군에서 ‘귀여움’ 마케팅이 오히려 더 효과가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 귀여운 이미지도 잘 골라서 사용해야 한다. 어린 아기의 통통한 볼이나 커다란 눈망울처럼 너무 연약해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소비를 자제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보는 사람의 보호본능을 자극해 행동을 조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