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노스탤지어

In-N-Out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

In-N-Out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도넛 가게 Stan’s Donut은 자동화 시대에도 직원의 직접 응대와 수제 조리 과정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 서비스와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AI·키오스크·무인 주문에 지친 소비자의 디지털 피로감과 불안을 줄이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높인다. 이 글은 미국 도넛 가게 Stan’s Donut과 In-N-Out의 브랜드 경쟁력, AI 시대의 소비자 심리, 인간 중심 서비스와 노스탤지어 마케팅 전략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체인 In-N-Out의 드라이브 스루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 하얀 모자를 쓴 직원이 대기 중인 자동차 사이를 걸어 다니며 직접 주문을 받는다. 효율만 생각하면 이상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앱 주문과 AI 음성 주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 장면 때문에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더 인간적으로 기억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오래된 도넛 가게 Stan’s Donut도 비슷하다. 창가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직접 도넛을 만든다. 매장 안에는 오래된 메뉴판과 클래식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최신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없다. 대신 소비자들은 사람이 만든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브랜드들이 단순히 중장년층의 추억을 자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린 소비자들이 이런 공간에 열광한다. In-N-Out에는 대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고, Stan’s Donut에는 아침부터 주문이 몰려서 오후에는 문을 닫는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많은 기업은 소비자가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경험만 원한다고 생각한다. 키오스크를 확대하고, 앱 주문을 유도하고, AI로 자동화를 강화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사람이 보이는 경험을 찾는다.

이런 현상은 AI와 로봇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시대에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과 연결된다. 오늘날 소비자는 하루 종일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간다. 추천 콘텐츠를 보고, 자동 생성된 메시지를 읽고, 무인 주문 시스템을 사용한다. 많은 경험이 걸림돌 없이 너무나 매끄럽게 흘러가지만 동시에 인간의 개입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n-N-Out의 직원이나 Stan’s Donut의 도넛 장인은 단순한 직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소비자는 그 장면에서 “아직 사람이 시스템 안에 남아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아직 시스템 안에 보이던 시절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초기 패스트 푸드 브랜드의 혁신이란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었다. 당시 맥도날드가 보여준 혁신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며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험”이었다.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효율성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서비스는 점점 인간의 흔적을 지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문도, 결제도, 추천도 자동화된다. 소비자는 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시스템 안에서 혼자 처리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은 (nostalgia marketing) 단순히 복고 감성을 활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피로감과 소비자 불안을 줄여주는 역할에 가깝다. 예측 가능한 경험, 인간적인 응대, 오래된 공간의 분위기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In-N-Out과 Stan’s Donut의 경쟁력은 단순한 햄버거나 도넛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불경기에 ‘추억 마케팅’이 뜨는 까닭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웠던 몇 년 동안 이른바 ‘향수(鄕愁) 마케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향수, 노스탤지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혹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떠오르는 감정이다. 2009년 펩시콜라는 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모습의 제품을 내놓았다. 식료품 업체인 제너럴밀스도 시리얼 제품을 옛날 느낌이 나도록 포장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스바루에서 선보인 ‘나의 첫 차 이야기’ 캠페인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처음 샀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실시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다.

DML_Pepsi-Mountain-Dew-Throwback
Lasaleta, Jannine D., Constantine Sedikides, and Kathleen D. Vohs (2014), “Nostalgia Weakens the Desire for Money,”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3), 713-729.

프랑스 그르노블경영대의 자닌 라잘레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왜 불경기에 향수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지 연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는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약해진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돈을 좇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게 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사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쉽게 포기한다.

라잘레타 교수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예를 들어 절반의 실험 참가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과거의 경험에 대해 글을 쓰도록 했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겐 과거의 어떤 경험이든 써보게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5달러씩을 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얼마나 나누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에 비해서 향수 어린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약 40% 더 많은 돈을 나누어주겠다고 답했다.

사람에겐 돈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믿을 만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현대인은 이 두 가지 가치에 대한 상충되는 욕구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면서 살아간다. 향수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욕구는 높이고 돈에 대한 욕구는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를 위해 돈과 멀어질 준비도 하게 만든다. 기업 마케터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정치단체처럼 기부금을 모아야 하는 조직도 향수 마케팅을 이용해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