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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빵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까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의 부댕 베이커리에서는 사람들이 사워도우와 클램 차우더뿐 아니라 제빵 과정을 직접 보며 제품에 대한 신뢰와 몰입을 높입니다. 오마카세 셰프, 바리스타, 제빵사처럼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면 소비자는 위생과 품질을 안심하고, 눈앞의 노력에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며, AI 시대의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완성된 결과만 보여주기보다 제작 과정과 장인정신을 콘텐츠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 피셔맨스 워프에는 Boudin Bakery가 있다. 천연발효 빵인 사워도우로 유명한 곳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빵의 가운데를 파내 그릇처럼 만든 뒤 조개 스프를 담은 클램 차우더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방문해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빵이나 스프보다 매장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 매장은 한쪽에 커다란 유리창이 있다. 그 너머에서는 제빵사들이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밀가루를 섞고 반죽을 다듬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앞에 서서 작업 과정을 지켜봤다. 마치 공연을 보듯 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어디서든 자주 만난다. 오마카세 식당에서 셰프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구경한다. 왜 그럴까.

기업들은 주로 완성된 결과물에 집중한다.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빵집 유리창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꼭 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결과뿐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관심을 보인다.

과정이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안심이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면 위생 상태나 재료를 신뢰하게 된다. 특히 식품처럼 안전성이 중요한 제품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하지만 안심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사람들은 노력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은 빵이라도 반죽하는 과정을 직접 보면 더 가치 있게 느끼고, 같은 커피라도 바리스타가 직접 내리는 모습을 보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실제 맛이나 품질이 똑같더라도 주관적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본 노력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장인이 만드는 모습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 자체가 제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무엇이든 결과가 너무 빨리 나온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글이 생성된다. 편리하지만,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면 빵집 유리창 너머의 제빵사는 정반대다. 손에 묻은 밀가루와 반복되는 동작, 오븐 앞에서 흘리는 땀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쩌면 사람들은 빵을 보러 온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고 싶어서 멈춰 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In-N-Out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

In-N-Out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도넛 가게 Stan’s Donut은 자동화 시대에도 직원의 직접 응대와 수제 조리 과정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 서비스와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AI·키오스크·무인 주문에 지친 소비자의 디지털 피로감과 불안을 줄이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높인다. 이 글은 미국 도넛 가게 Stan’s Donut과 In-N-Out의 브랜드 경쟁력, AI 시대의 소비자 심리, 인간 중심 서비스와 노스탤지어 마케팅 전략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체인 In-N-Out의 드라이브 스루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 하얀 모자를 쓴 직원이 대기 중인 자동차 사이를 걸어 다니며 직접 주문을 받는다. 효율만 생각하면 이상한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앱 주문과 AI 음성 주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 장면 때문에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더 인간적으로 기억한다.

같은 동네에 있는 오래된 도넛 가게 Stan’s Donut도 비슷하다. 창가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직접 도넛을 만든다. 매장 안에는 오래된 메뉴판과 클래식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최신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없다. 대신 소비자들은 사람이 만든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브랜드들이 단순히 중장년층의 추억을 자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린 소비자들이 이런 공간에 열광한다. In-N-Out에는 대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고, Stan’s Donut에는 아침부터 주문이 몰려서 오후에는 문을 닫는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많은 기업은 소비자가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경험만 원한다고 생각한다. 키오스크를 확대하고, 앱 주문을 유도하고, AI로 자동화를 강화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사람이 보이는 경험을 찾는다.

이런 현상은 AI와 로봇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시대에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과 연결된다. 오늘날 소비자는 하루 종일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간다. 추천 콘텐츠를 보고, 자동 생성된 메시지를 읽고, 무인 주문 시스템을 사용한다. 많은 경험이 걸림돌 없이 너무나 매끄럽게 흘러가지만 동시에 인간의 개입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In-N-Out의 직원이나 Stan’s Donut의 도넛 장인은 단순한 직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소비자는 그 장면에서 “아직 사람이 시스템 안에 남아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과거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아직 시스템 안에 보이던 시절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초기 패스트 푸드 브랜드의 혁신이란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었다. 당시 맥도날드가 보여준 혁신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며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험”이었다.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효율성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서비스는 점점 인간의 흔적을 지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문도, 결제도, 추천도 자동화된다. 소비자는 더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시스템 안에서 혼자 처리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은 (nostalgia marketing) 단순히 복고 감성을 활용하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피로감과 소비자 불안을 줄여주는 역할에 가깝다. 예측 가능한 경험, 인간적인 응대, 오래된 공간의 분위기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In-N-Out과 Stan’s Donut의 경쟁력은 단순한 햄버거나 도넛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아직 사람이 남아 있는 경험”인지도 모른다.

스타벅스가 닫은 문, 더치 브로스가 여는 미래

미국 틱톡에서 더치 브로스는 드라이브 스루 중심 매장과 시크릿 메뉴, 개인화된 음료 조합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치 브로스의 강점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브로이스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가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고카페인·고당 음료 중심의 인기는 건강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서는 개인화와 웰빙의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 틱톡에서 가장 뜨거운 커피 브랜드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더치 브로스(Dutch Bros)’다. 매장 앞에서 음료를 인증하는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아직 매장이 없는 동부 지역 학생들이 이 커피를 맛보기 위해 서부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다.

2025년, 스타벅스는 매장 400개를 폐쇄하고 900명을 감축했다. 반면 더치 브로스는 1,100개 매장을 확보하면서 미국 4대 커피 체인으로 올라섰다. 스타벅스가 도심에서 임대료가 비싼 매장을 유지하는 동안, 더치 브로스는 도심 외곽에 드라이브 스루 중심의 소형 매장을 촘촘히 배치했다.

두 브랜드는 매장이나 비용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한 명의 소비자가 개인으로서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 더치 브로스는 만들어진 커피를 파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소비자가 원하는 에너지 조합을 찾아주는’ 공간에 가깝다. 공식적인 커피 메뉴보다 팬들 사이에서 확산된 시크릿 메뉴가 더욱 유행하는데, 초콜릿과 카라멜이 결합된 ‘골든 이글(Golden Eagle)’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아샷추’가 유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브로이스타(Broista: 더치 브로스와 바리스타의 합성어)’와의 상호작용도 제품의 일부가 된다. 브로이스타는 응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을 확인하고 새로운 조합을 제안하기도 한다. 즉 소비자는 기성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동적 소비보다 능동적 생산에 가치를 두는 최근의 사회 성향과 맞닿아 있다.

물론 이 모델은 구조적 리스크도 있다. 소비자들은 단기적인 각성 효과와 단맛이 과한 음료에 열광한다. 예를 들어 ‘골든 이글’ 라지 사이즈 한 잔에는 카페인 370mg과 설탕 139g이 들어있으며 총열량이 900kcal에 이른다. 짜릿한 순간의 경험을 추구하다 보면 건강 이슈를 피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브랜드 지속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다.

결국 더치 브로스의 성장은 표준화된 대형 브랜드가 놓친 ‘개인화’의 힘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구성하고 표현한다. 다만 표현된 취향이 장기적인 웰빙과 함께해야만,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비쌀수록 더 건강해 보이는 이유

로스앤젤레스에는 Erewhon (에러원) 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매장이 있다. Erewhon은 1872년에 출간된 사무엘 버틀러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 단어는 ‘nowhere’를 뒤집은 표현으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사회를 의미한다. 버틀러는 당시 사회가 지나치게 도덕과 규범을 기반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을 비판하고자 했다. 특히 산업화 이후 확산된 자기 책임과 도덕적 판단 기준을 풍자하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 속 Erewhon 사회는 매우 독특하다. 사람들은 질병에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 반대로 금융 사기와 같은 범죄는 병으로 간주된다. 즉, 몸이 아프면 벌을 받고 범죄를 저지르면 치료를 받는다. 이 사회에서는 건강이 개인의 도덕성과 책임의 문제로 여겨진다. 아프다는 것은 개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설정을 알고 나면, Erewhon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브랜드명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건강이란 개인의 선택이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이 이름을 가진 식료품점은 실제로 그 메시지를 기반으로 공간을 구현하고 있다.

Erewhon은 단순히 비싼 식료품점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미국 전역에 있는 체인이 아니라, 남부 캘리포니아 특히 로스앤젤레스 지역에만 존재한다. 대부분의 매장이 고소득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 매장은 부유한 주거 지역에 위치한다. 캘리포니아 바깥에는 매장이 없다. 이 제한된 확장은 Erewhon이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특정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Erewhon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료품점으로 알려져 있다.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은 유기농이거나 건강을 강조한 상품들이다. 일부 제품은 유명 인물의 이름을 붙여 판매된다. 예를 들어 Hailey Bieber (헤일리 비버) 의 이름이 붙은 스무디는 18달러에 판매된다. 작은 참치 스시 롤 하나도 14달러에 판매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32온스 스테인리스 컵이 65달러에 판매된다. 가격만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장을 둘러보면 가격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근 하나, 잎채소 한 장까지 정교하게 정렬되어 있다. 마치 식재료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 공간처럼 보인다. 채소는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이 장면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관리된 식재료라면 더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기에는 중요한 소비자 심리가 작동한다.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은 더 비쌀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모든 건강식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가격을 단서로 건강함을 추론한다. 비싼 가격은 품질과 효능을 설명하는 신호가 된다.

Erewhon은 이 점을 매우 정교하게 활용한다. 유기농 식재료, 정돈된 진열, 유명 인물과의 연결, 그리고 높은 가격이 하나의 일관된 경험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는 건강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시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소비자는 단순히 음식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는 감각을 함께 소비한다. 비싼 가격은 오히려 그 선택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마케팅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자주 강조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가격을 높이는 것이 더 강한 설득이 된다. 특히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울 때, 가격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Erewhon은 건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가격과 공간을 통해 구체적으로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가격은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을 정당화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단순히 더 좋은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산다. 그리고 그 확신이 가격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것이 Erewhon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이는 기술은 다르게 기억된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운동화가 있다. 밑창이 여러 개의 구름처럼 나뉘어 있는 신발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스위스 브랜드 On의 러닝화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러닝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On과 Hoka의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미국 캠퍼스와 러닝 트랙에서는 On, Hoka, New Balance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통적인 러닝화 강자인 Nike보다 이 세 브랜드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On은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이 강했다.

On의 시작은 단순했다. 전직 철인 3종 경기 선수였던 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더 부드럽게 착지하면서도 다시 강하게 튀어 오르는 러닝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실험을 반복하다가 밑창에 고무호스를 잘라 붙여 보았다. 착지할 때는 눌리고, 디딜 때는 다시 튀어 오르는 구조였다. 이 단순한 프로토타입이 오늘날 CloudTec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러닝화는 비슷한 언어로 설명된다. 가볍고, 쿠셔닝이 좋고, 반발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그 차이를 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신발은 기능을 신발 안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On은 기술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밑창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구름 모양의 구조는 착지와 반발이라는 기능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소비자는 신어 보지 않아도 무엇이 다른지 추론할 수 있다.

여기서 Hoka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Hoka 역시 두꺼운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그러나 소비자가 특정 기술 이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반면 On은 CloudTec 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름 기술”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다. 소비자가 직접 부를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다. 기술이 설명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 명칭이 된다.

비슷한 사례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우디는 사륜구동 기술에 Quattro라는 이름을 붙였다. Quattro는 기술을 넘어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소비자는 이 단어 하나로 성능을 떠올리고, 브랜드를 기억한다.

On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쿠셔닝이라는 일반적 기능을 CloudTec이라는 이름으로 고정시켰다. 고무 호스에서 시작한 구조는 이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기술이 눈에 보이고,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때 소비자는 그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한다.

러닝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수많은 브랜드가 가볍고 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기억하는 것은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구조와 입에 붙는 이름이다. 기술은 좋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보이고 불려질 때 브랜드는 강해진다. On의 출발은 단순한 실험이었지만, 그 실험을 드러내는 방식이 오늘의 차이를 만들었다.

같은 티셔츠 다른 가격

야구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물건은 선수 이름이 등에 적힌 티셔츠다. 같은 티셔츠지만, 어떤 이름이 적혀 있는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티셔츠의 원가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티셔츠를 두고도, 팬과 일반 소비자는 전혀 다른 가격을 받아들인다.

2025년 8월 현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의 티셔츠를 예로 들어보자.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3루수이면서 1600만 불의 연봉을 받는 “Matt Chapman”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에 팔리고 있고, 팀의 주축 투수인 “Logan Webb”의 티셔츠는 39달러 99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현재는 팀을 떠나 Los Angeles Angels로 팀을 옮긴 “Jorge Soler”의 티셔츠는 19달러 99센트로 크게 할인되어 있었다. 디자인과 소재는 동일하지만, 선수의 현재 위치와 팬의 관심도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인 이정후 티셔츠의 가격이었다. 이름이 알파벳으로 표기된 “J.H. Lee”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였는데,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이정후” 티셔츠는 가장 비싼 49달러 99센트였다. 같은 팀, 같은 선수, 동일한 디자인임에도 가격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판매 결과였다.

“J.H. Lee” 티셔츠는 아직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정후” 티셔츠는 이미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가격이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한글 이름이 적힌 제품을 먼저 선택했다. 비슷해 보이는 티셔츠이지만, 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물건이었던 셈이다.

놀랍게도 KBO 리그에서는 반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의 경우, 영문 표기 “Erick Fedde” 티셔츠는 39,000원에 판매되었지만, 한글로 “페디”라고 적힌 티셔츠는 45,000원에 판매되었고 한글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먼저 품절되었다. 영문 표기 제품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있었다.

티셔츠의 가격 차이는 실용성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한글 이름은 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 선수가 한국 야구의 일부가 되었다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반면 영문 이름은 정보에 가까운 표식이다. 같은 제품이지만, 감정의 밀도가 다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지불의향 가격이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실제로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이 지불의향이 제품의 객관적 가치보다, 소비자의 경험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팬에게 선수 티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응원의 표현이고, 소속감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반대로 일반 소비자에게 티셔츠는 합리적 비교의 대상이 된다. 디자인과 가격이 먼저 비교되고, 선수에 대한 감정적 연결이 없다면 높은 가격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같은 제품이지만,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격이 형성된다.

야구 티셔츠 한 장은 이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의미를 산다. 그리고 그 의미가 클수록, 지불의향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것이 마케팅이 가격을 다루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