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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스피커의 지속적 사용의도를 높이는 행동 경제학 기법: 의인화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되었지만 많은 사용자가 기술의 미흡함으로 인해 생기는 기기의 오류 때문에 사용을 중단한다. 본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지속적 사용의도를 증가시키는 의인화라는 행동 경제학 기법을 제안한다.

시각적 의인화와 언어적 의인화에 관련된 하나의 가설을 수립하고, 2번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가상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고 이에 시각적 의인화를 시도했다. 실험결과 웃는 눈을 넣어 시각적으로 의인화한 스피커는, 오류를 일으켰을 때에도 사용자들의 지속적 사용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SKT의 누구(NUGU)의 사용설명서를 수정하여 언어적 의인화를 시도했다. 실험 결과 의인화된 설명서가 주어진 스피커는, 사용자가 오류 상황을 만났을 때에도 지속적 사용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의인화를 통해서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자의 제품 사용 중단 문제를 행동 경제학 기법을 활용하여 해결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으며, 실무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법을 제안함으로서 의인화 연구에 대한 폭을 넓혔다.

 

 

“두 실험의 결과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실험에서 사용한 시각적, 언어적 의인화 기법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의 제품 사용 중단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 따라서 첨단 기술이 탑재되는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본 연구의 실험결과를 고려하여, 기술의 한계로 인해 발생되는 사용자의 제품 사용중단 문제를 심리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pg. 52)

 

 

실험 2: 조작 – 언어적 의인화

 

실험 2: 자극 – 음성인식 실패 오류 동영상 (1:22)

 

 

고객의 아이디어 써놓으니 제품 매출 크게 늘어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델, 레고, 스타벅스는 크라우드소싱 (crowd sourcing)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더 나은 신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티셔츠 회사인 Threadless 는 전세계 80만명의 사용자로부터 하루에 150-200개의 프린팅 디자인을 받아서 생산한다. 한국에서도 애경산업과 아모레 퍼시픽은 새로운 샴푸와 화장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경쟁 기반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2017년에는 40대 남성의 냄새를 제거하는 샴푸가 애경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이처럼 크라우드소싱을 통해서 혁신 상품을 기획하거나 기존 상품을 변경하려는 시도는 실무자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소싱으로 나온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유기농임을 알면 더 맛있어하고, 제품이 수작업 생산품임을 알면 더 좋아하고, 기계가 독일에서 만들어졌음을 알면 품질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POP: Point of Purchase) 제품이 고객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 니즈가 더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품을 더욱 좋아하게 될까?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무지 (Muji) 에서 개발하고 판매한 신제품 2개의 일본내 판매 실적을 조사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무지 (Muji)가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을 조사했다. 이 회사는 실리콘 재질의 전자 태그와 앱을 연동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 기획자들이 만보계, 온도계, 알람시계를 생각하는 동안, 크라우드소싱 대회에서는 한번 누르면 시끄럽게 알람이 울리고 한번 더 누르면 알람이 꺼지는 비상용 알람 (Security Buzzer) 아이디어가 나와 최종 선발됐다. 이 아이디어는 1500엔의 가격을 가진 제품으로 실제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비상용 알람이 시장에 선보인 67일 동안의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조사 대상인 46개의 무지 매장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비상용 알람 옆에 전시하는 128 x 91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다르게 조작했다.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단순 신제품임이 명시되었고 다른 23개 매장에 들어간 디스플레이에는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라는 점이 명시됐다. 두 조건에 배정된 23개 매장은 평균 크기, 평균 매장 형태, 평균 지역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POP 디스플레이에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임이 명시되자 총 48개가 더 많이 판매됐다 (330개 vs. 282개). 개별 매장으로 환산하면 매장당 17%의 추가 판매가 있었으며 일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67일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58일)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매장이나 특정 일에 판매가 갑자기 차이를 보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를 확장하기 위해서 무지 (Muji)가 실행한 또 다른 크라우드소싱 결과물인 프레젤 스낵의 판매 실적을 비교했다. 내부 기획자들은 할라피뇨 향을 제안했지만 크라우스소싱에서는 완두콩 향이 최종 결정됐다. 이번 실험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모두 같은 가격의 (105엔) 제품으로 생산되었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프레젤이 시장에 출시된 16일 동안, 128 x 90 mm 크기의 POP 디스플레이 내용을 총 4가지로 다르게 조작하면서 일본 전역의 194개 무지 매장에서 판매 실적을 추적했다.

먼저 고객이 제안한 완두콩 프레젤과 디자이너가 제안한 할라피뇨 프레젤을 비교했다. 최종적으로 고객이 제안한 프레젤이 디자이너가 제안한 프레젤에 비해서 더 많이 판매됐다 (8507 vs. 5533). 또 똑같은 완두콩 프레젤이라도, “무지 고객으로부터 개발된 아이디어”가 명시되면 신제품임만 명시될 때에 비해서 평균 20% 정도 판매가 증가됨을 확인했다 (고객 조건 vs. 기준 조건). 이번 결과는 이전 실험의 결과와 동일했는데, 매장 크기, 매장 내 스넥에 배정된 크기, 매장 형태, 매장 위치, 지역을 고려해서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명시되면 판매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대부분의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아이디어를 얻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크라우드소싱 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객으로부터 환영받고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무지가 일본에서 실제로 실행한 크라우드소싱 제품을 실험 대상으로 정하고 제품 정보를 매장에 따라 다르게 조작한 뒤, 매장 당 실제 판매 실적을 분석했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행한 기존의 연구들보다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결과는 공모전을 통한 크라우드소싱이 자주 사용되는 여러 공공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동일한 공공 정책이라도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나 국민이 제안한 것이라는 단서가 더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친환경 제품 뛰어나도 남성이 잘 안 사는 까닭

  • 무엇을 왜 연구했나?

남자는 여자보다 환경 보호에 신경을 덜 쓴다. 지난 30년의 연구에 따르면, 연령이나 국가에 상관없이, 남자는 여자에 비해서 쓰레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재활용을 덜하며, 지구를 파괴하는 환경에서 사는 데에 죄의식을 덜 느낀다. 이러한 성별의 차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타인에 더 많이 공감하며, 사회를 더 많이 배려하고, 아이가 살 미래를 위해 건강과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들이 있었다.

본 논문의 연구자들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제품 자체에도 남자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친환경 제품을 주로 여성이 구매해 왔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자체가 여성스럽다는 (feminine)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서 남성 고객들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초반 실험에서는 아마존 매캐니컬 터크 (Amazon Mechanical Turk) 서비스를 통해서 모집한 남녀 131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는지 검증했다. 절반의 참가자들은 친환경적인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고 다른 절반은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스스로가 얼마나 여성스러운지, 스스로가 얼마나 남성스러운지에 대해 각각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다.

실험 결과, 당연하게도 여성 참가자들이 (5.34) 남성 참가자들에 비해서 (2.51) 여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고, 반대로 남성 참가자들이 (5.31) 여성 참가자들에 비해서 (2.40) 남성스러움이 높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남녀 모두 친환경 행동을 한 경험을 종이에 적게 했을 때 환경에 나쁜 행동을 한 경험을 적었을 때보다 스스로의 여성성을 평가한 점수가 높았다는 것이다 (3.84 vs. 3.56). 이 때, 남성성 평가 점수는 변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389명의 남성만을 대상으로 성 정체성이 공격받으면 공개적인 구매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꺼리는지 테스트했다. 먼저 이 남성들에게 직장 동료로부터 150달러의 기프트 카드와 월마트의 생일 축하 카드를 받는 것을 상상하게 했다. 그런 다음 성별 혹은 나이 정체성을공격받는 설정을 했다. 즉 분홍 바탕에 여성스러운 폰트로 축하말이 쓰여진 여성스러운 카드를 받게 하거나 바탕색과 폰트가 평범한 디자인의 카드에 “이제 도대체 몇 살 이세요?”라는 장난스러운 말이 더해진 카드를 받게 한 것이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는 3개의 제품 카테고리 (램프, 책가방, 배터리)에서 친환경 제품과 일반 제품 중 하나를 선택했다.

실험 결과, 나이가 공격받을 때보다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공격받을 때 친환경 제품을 더 꺼리게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49.6% vs. 41.9%). 특히 일반 배터리보다 친환경 배터리를 덜 선택했고 (35.9% vs. 48.7%), 일반 책가방보다 친환경 책가방을 덜 선택했다 (28.8% vs. 37.2%). 램프의 경우는 일반 제품과 친환경 제품에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61.1% vs. 62.8%).

추가 실험은 한달 동안 중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3개의 BMW 매장에 들른 7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친환경 자동차로 인식되는 BMW i3 전기차의 광고 문구를 남성스럽게 바꾸면 소비자 선호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했다. ‘2015 BMW i3 Eco-friendly Model’ 이라는 광고 문구를 ‘2015 BMW i3 Protection Model’ 이라고 다소 남성적으로 바꿨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기존 문구를 보여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남성스러운 문구를 보여줬다.

실험 결과, 남성 참가자는 기존 문구에 비해서 남성스러운 문구를 본 경우 BMW i3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3.05 vs. 3.95). 이와 반대로 여성 참가자들의 경우 선호도가 감소했다 (2.93 vs. 3.91).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선입견 때문에 남성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므로,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스럽다는 선입견은 친환경 제품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기부, 사회적 공헌 활동 등 기업의 다양한 친사회적 (pro-social) 활동에 전반적으로 더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활동에서도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면 단기적 판매나 장기적 브랜드 강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롭게도, 아웃도어 산업 전문가들은 본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조사기관인 NPD 그룹의 아웃도어 산업 분석 담당자인 맷 파월 (Matt Powell)은 “친환경 제품이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업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쩌면 현재 판매중인 모든 아웃도어 브랜드가 친환경을 내세우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보다 더욱 강한 반대 의견은 아웃도어 브랜드 중 가장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가진 파타고니아 (Patagonia) 에서 나왔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에 창립 때부터 지속가능성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환경에 쓸데없는 해를 끼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또 판매한 의류를 수선하고 재사용하는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이 회사의 브랜드 철학 담당인 빈센트 스탠리 (Vincent Stanley)는 파타고니아 고객은 남녀가 절반이고 제품을 구매하는 남자들이 대부분 자신을 위해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친환경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제품을 남성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전하면서 대신 성 중립 (gender-neutral) 전략을 취한다고 했다. 그는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일에 성별의 차이를 두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러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을 더 많이 고려하겠다” 라고 전했다. 제품의 남성성이나 여성성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이슈에 대한 고객의 기본 성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유 느낌 강할수록 지갑을 더 활짝 연다

  •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이제 북미에서는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킨들을 구매해서 e북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고 넷플릭스 서비스에 가입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종이에 인쇄된 신문이나 잡지 대신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LP나 CD 대신에 MP3플레이어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긴다. 책, 영화, 신문, 잡지, 음악뿐만 아니라 사진, 논문 등 대부분의 정보 콘텐츠가 디지털 형태로 변환됐다. 디지털 콘텐츠는 저장하고 공유하기 쉽다는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존의 콘텐츠 형태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물리적 형태를 가진 콘텐츠는 시장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판매 증가세가 주춤해진 e북보다 종이책은 여전히 많이 팔리고, 블루레이 DVD에 담긴 영화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 또 디지털 사진을 종이 사진으로 인화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또 지난 몇 년간 내가 찍은 사진을 하나의 전자기기 안에 몽땅 집어넣고 다닐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굳이 돈을 내고 종이책을 사고, 종이에 사진을 인화할까?

이에 대해서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진은 콘텐츠가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물리적 형태에 담겨 있으면 사람들이 잡거나, 만지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소유하기만 하면 가치를 더욱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단순 소유 효과·mere ownership effect), 물리적 콘텐츠 특유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서 심리적으로 소유한다는 느낌(psychological ownership)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에 비해서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보스턴의 역사 관광지인 올드노스처치(Old North Church)에 방문하는 86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사진에 얼마를 지불한 것인지 물어봤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로 분장을 한 연구 조교가 방문객에게 다가간 뒤 사진을 함께 찍고 원하는 액수를 역사 재단에 기부할 것인지 물어봤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2개의 조건으로 나누어졌는데, 한 조건에서는 Fujiflix Instax Mini 90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물리적 형태의 사진을 받았고, 다른 조건에서는 LG G2 13MP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e메일로 사진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조건과 관계없이 사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물리적 형태의 사진을 받은 관광객이(1.57달러) 디지털 사진을 받은 관광객에 비해서(1.02 달러)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아마존의 메케니컬터크(Mechanical Turk, 온라인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사이트)를 통해서 모집한 400명을 대상으로 영화와 책이 두 가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봤다. ‘배트맨 다크나이트’ 영화를 아이튠즈에서 구매한다면 5.07달러를 지불한다고 응답했지만 DVD라면 80%를 높여서 8.98달러를 지불한다고 응답했다.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책이 킨들에 들어 있다면 6.94달러를 지불하지만 종이책이라면 9.59달러를 지불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영화와 책 모두 물리적 형태가 있을 때가 디지털 콘텐츠일 때에 비해서 심리적으로 소유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물리적 형태의 콘텐츠라도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느낌이 약해지면 디지털 콘텐츠와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지 검증했다. 275명의 경영대 학부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제 물리적 형태가 있는 오프라인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에 얼마를 낼 것인지 물어봤다. 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교과서를 구매한 뒤 계속 자신이 갖고 있는 경우에 관해서 응답했고,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은 교과서를 180일 동안 빌린 뒤 나중에 반납하는 경우에 대해서 응답했다. 실험 결과,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교과서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물리적 교과서에(87.81달러) 디지털 교과서에 비해서(44.90달러)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교과서를 빌린 뒤 반납하는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소유하는 효과가 약해지기에 물리적 교과서(58.97달러)와 디지털 교과서(47.17달러) 사이에 지불 의향에 따른 가격 차이가 없었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여러 실험 결과, 사람들은 물리적 형태를 가진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지만 디지털로 변환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약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현실에서 남의 물건을 훔치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느끼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수백만 달러를 훔치는 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느끼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도덕적 잣대를 다르게 적용하는 하나의 이유로 물리적 형태를 가진 제품에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사람들이 콘텐츠를 반납해야 하는 경우에는 심리적 소유 효과가 줄어들고 따라서 물리적 콘텐츠라고 해서 디지털 콘텐츠보다 더 큰 가치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제품이나 콘텐츠를 빌려주는 임대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제품의 가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디지털 콘텐츠가 가진 태생적 한계다. 만지거나 잡히지 않기 때문에 소유한다는 느낌이 충분하지 않고, 따라서 프리미엄 가격을 매기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이 문제는 콘텐츠뿐 아니라 스마트 제품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디지털 제품에도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핸들을 손으로 잡고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에 비해서 무인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는 소유한다는 느낌을 덜 주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면,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매자들이 소유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심리적 소유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시작 단계부터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 화면을 직접 터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요즘 제품 키워드 게임하듯 즐겁게

  •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몇몇 기업들이 자사의 신제품을 게임과 함께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나이키는 새로운 신발 라인 ‘Shox’를 소개하면서 ‘Nike Shox’라는 농구 비디오 게임을 선보였고, 아우디는 새로운 사륜구동 기술을 소개하면서 ‘Audi A4 Quattro Experience’라는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이용했다.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면 각 신제품에 적용된 신기술에 관해 자세하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발을 신고 농구를 플레이하거나 새로운 사륜구동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로 레이싱을 플레이하면서 제품의 성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스위스와 캐나다의 저자들은 신제품 정보를 게임 형태로 제공하면 2가지 이유로 소비자가 신제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는 소비자가 게임에서 얻는 정보가 분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에(vivid) 신제품에 관한 장점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게임에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playful) 신제품에 관한 호기심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 무엇을 발견했나?

유럽의 한 자동차 회사와 함께 수행한 첫 번째 연구에서는 1494명의 실제 자동차 구매 고객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거나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 한데 모인 운전지원 시스템(assistance system) 패키지라는 신기술을 얼마나 선택하는지 검증했다. 모든 고객은 자동차를 선택한 뒤 엔진, 트림과 패키지, 외부 장식,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지원 시스템 등 옵션을 순차적으로 선택했는데, 일반 조건의 고객은 모든 옵션을 순서대로 선택하게만 했으나 게임 조건의 고객은 지원 시스템 패키지 옵션을 보기 전에 3개의 질문으로 이뤄진 퀴즈 게임을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예를 들어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 운전지원 시스템의 여러 기능 중 가장 독특한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a)차선 지원, (b)주차 지원, (c)예상 효율 지원 등의 보기를 제시했다. 특히 정답을 맞히면 버튼의 색깔이 변한다든가, 오답을 선택하면 피드백이 제공되는 등 게임 형태의 정보가 제공됐다.

실험 결과, 게임 형태의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일반 조건의 655명 고객 중에서는 12.37%가 지원 시스템을 선택했고, 게임이 주어졌으나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설명만 읽은 585명 고객 중에서는 13.68%가 지원 시스템을 선택했다. 게임에 직접 참여한 254명 고객 중에서는 20.47%가 지원 시스템을 선택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제품을 구매할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도 게임 형태의 정보가 유용한지 검증했다. 자전거가 움직일 때마다 자전거 바퀴의 바람 넣는 밸브 뚜껑에서 빛이 나는 ‘빛나는 밸브(Glow Valve)’라는 새로운 자전거 액세서리를 얼마나 받아들이는지 여부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한 2551명 중에서 1028명의 실험 참가자를 2개의 그룹으로 나눠 일반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제품에 관한 정보를 텍스트로 제공했고, 게임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온라인 게임을 수행하도록 요구했다. 이 게임은 화살표 버튼을 이용해 자전거의 방향을 조작하면서 어두운 밤에 최대한의 거리를 가는 것이 목표인데 속도를 올리면 Glow Valve가 빛나면서 길 위에 있는 장애물이 좀 더 쉽게 보였다. 그런 다음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에게 제품의 실제 사진과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만약 이 신제품의 테스트 유저가 되고 싶다면 e메일 주소를 등록하라고 요청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가 등록 페이지까지 진행한 비율은 일반 조건에 비해 게임 조건 참가자가 더 많았고(43.93% vs. 51.92%), 등록 페이지에서 e메일 주소를 남긴 비율(59.53% vs. 68.70%)도 더 높았다. 결과적으로, 테스트 유저가 된 비율(위의 두 비율을 곱한 것)은 상당한 차이(26.15% vs. 35.89%)를 보였다.

 

  •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에 출시된 신제품 중 80%는 5년 이내에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신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즉, 소비자의 신제품 수용도를 낮추는 방어막(new product adoption barrier)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기존에는 신제품과 관련된 부정적 감정인 불확실성이나 사용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시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본 연구는 신제품과 관련된 긍정적 감정인 호기심과 즐거움을 극대화하려는 새로운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게임 형태의 정보는 최근 마케팅과 행동 경제학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별을 모으는 스타벅스 ‘My Starbucks Reward’, 보드게임을 적용한 맥도날드 ‘Monopoly ticket’, 챔피언스리그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문제를 푸는 하이네켄 ‘Star Player Game’ 등이 대표적 예다. 운동, 금연, 분리수거, 에너지 절약 등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행동 경제학에도 문제 맞히기, 점수 모으기, 경쟁에 참가하기 등 게임 형태의 정보가 종종 적용됐다. 미래에는 게임 형태의 정보가 더 많은 영역에 적용돼 직원 교육처럼 아직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기업의 문제들이나 세대 갈등처럼 구조적으로 풀기 어려운 사회 문제들도 조금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부족한 환경이 창의성 높여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예전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놀라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의 일상에도 창의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짜는 한 줄의 새로운 코드나 상품 기획자가 발견하는 새로운 시장, 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즐겁게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은 모두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돈을 쓸 때에도 창의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독특한 패션 소품을 사고, 나만의 비법이 담긴 요리를 하고, 스스로 디자인한 신발을 구매하는 등 예전보다 창의적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쓴 미국 일리노이대, 존스홉킨스대의 마케팅 연구자들은 서구 사회의 풍족함이 창의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자원이 풍족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고, 반대로 자원이 부족해야만 제품이 가진 전통적인 기능에 고착(functional fixedness)되지 않기 때문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원이 부족해서 한계가 주어지면 제품의 주어진 기능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품 사용에 있어서 창의성이 증대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95명의 실험 참가자가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동일하게 주어진 Krinkles (LEGO와 비슷하게 생긴 조립 장난감)를 가지고 얼마나 창의적인 장난감을 만드는지 검증했다. 첫 번째 그룹은 곧바로 장난감을 주었고, 두 번째 그룹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게 한 뒤 장난감을 주었고, 세 번째 그룹은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장난감을 주었다. 그 후 15명을 추가로 모집해 앞서 사람들이 만든 장난감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새롭고, 독창적인지를 7점 척도로 측정해 평균을 내게 했다. 그 결과, 부족한 성장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쓴 뒤 만든 장난감은(3.72), 풍족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쓴 뒤 만든 장난감이나(3.04), 아무 이야기도 쓰지 않고 만든 장난감에 비해서(3.17)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창의성 점수를 얻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60명의 실험 참가자를 2개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쓰라고 하고,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부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이후 대학교가 처한 실제 문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결하는지 과제를 주었다. 문제는 이랬다. 최근 포장이사 회사가 실험실의 컴퓨터를 옮기면서 250개의 뽁뽁이 포장지(bubble wrap sheets)를 버리고 갔는데, 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5개의 뽁뽁이 포장지를 샘플로 실험실에 비치했으며, 실제로 얼마나 뽁뽁이 포장지의 전통적인 기능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지 5가지 추가 질문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더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20명을 추가로 모집해 제안된 아이디어가 얼마나 새로운지 측정하게 했다. 그 결과, 부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제안한 아이디어의 평균 점수는(3.52)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제안한 아이디어의 평균 점수에 비해서(2.98)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참가자들이 뽁뽁이 포장지의 기본적인 기능(충격 흡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았음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왜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까?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일반적으로 저항이 가장 적은 방법(POLR · Path Of the Least Resistance)을 떠올린다. 이렇게 해야만 머릿속의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고픔을 해결할 때에는 근처 피자집에 전화해서 빠른 시간 내에 피자를 배달받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자원 부족으로 제약 조건이 생겨나면 머릿속의 에너지를 사용해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피자를 살 돈이 없거나 주변 식당에서 배달이 너무 늦어지는 경우 냉장고를 열고 남은 음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요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부족함에 맞닥뜨려지면 자원을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유도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오래된 제품을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의 제약을 받으면 더욱더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자원의 풍족이란 창의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물질 만능시대인 오늘날에는 자원의 부족, 한계, 제약이 창의성을 촉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본 연구는 단기적으로 신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는 기획자와 마케터들이 풍족함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신규 상품을 찾거나 새로운 콘셉트를 검증하는 집단 인터뷰인 포커스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실행할 때에는 참가자들에게 자원이 풍족하지 않고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음성인식 제품 쓰다보면 인간관계 소홀해질까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음성 인식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애플은 시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빅스비, SK텔레콤은 누구, KT는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주변에 음성 인식 제품이 많아지면서 강의실이나 집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사용자의 목소리와 헷갈린 아이폰의 시리가 강의 중인 교수님에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혼자 대답하는 경우도 있고, 버거킹 광고(미국)에 삽입된 “오케이 구글, 와퍼가 무엇이지?”라는 목소리에 반응한 구글이 위키피디아에서 와퍼에 관한 설명을 자동으로 열기도 한다. 음성 인식 제품은 특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친구가 돼주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음성 인식 제품과 쉽게 대화를 시작하며 언젠가는 영화 ‘그녀’에 나오듯이 좋은 대화 상대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 배제돼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 실제 인간이 아닌 의인화된 (anthropomorphic) 제품과 상호 교류를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거나 온라인 공간의 인간관계를 확인해서 외로움을 극복해왔다. 예를 들어 봉사단체에 가입하거나 페이스북의 친구 숫자를 늘리곤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사회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도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교류를 하면 실제 인간과의 관계를 만들거나 확인하는 활동을 덜 하거나 중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실험에서는 ‘Amazon Mechanical Turk(아마존이 운영하는 지식 아르바이트 중계 플랫폼)’를 통해서 327명의 응답자를 모집했다. 먼저 “상상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호 공 던지기 게임”이라는 제목하에 컴퓨터에 등장하는 내 캐릭터와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30번 주고받는 ‘사이버볼’ 게임을 수행하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는 조건의 참가자는 처음 3번만 공을 받은 후 그다음부터는 완전히 배제돼 다른 3명의 캐릭터가 공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만 있게 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는 조건의 참가자는 공을 주고받는 모든 과정에 약 4분의 1만큼 참여하게 했다. 게임이 끝난 뒤 모든 참가자는 3가지 중 하나의 룸바(Roomba) 진공청소기를 봤다. ‘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였고, ‘비의인화된 룸바’는 제품이 90도 옆으로 놓여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고, ‘비의인화이면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룸바’는 90도 옆으로 놓여 있는 동시에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350개 스킨 중 하나인 바닷가 해변 스킨을 씌워두었다. 이렇게 모든 응답자에게 룸바에 관한 구매의도를 물어본 다음에 핵심 질문인 “다음 달에 가족이나 친구와 전화로 통화할 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통화할 예정인가요?”에 7점 척도(1 = 평균보다 훨씬 적게, 7 = 평균보다 훨씬 많이)로 응답했다.

실험 결과. 사회에서 배제된 조건에서는 사람 얼굴처럼 보이게 해 놓은 룸바를 본 응답자들이(3.25) 다른 룸바를 본 응답자들에 비해서(3.87, 4.15) 가족이나 친구에게 더 적은 시간을 쓸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룸바의 의인화/비의인화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통화 시간 예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우 의인화된 제품과 상호 작용을 하면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의도가 줄어든다는 가설을 지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2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절반에게는 중요한 이벤트에서 스스로가 배제됐던 경험에 대해서 쓰고, 다른 절반은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응답자들은 똑바로 놓여 웃는 얼굴처럼 보이는 의인화된 룸바를 봤는데 이 중 절반의 응답자에게만 “룸바가 당신을 향해서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라 기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더해주었다. 이후에 본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가를 측정하는 8개의 글에 대해서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어봤다(예, 내 옆의 친구가 없다면 내 삶이 불가능하다, 항상 나와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등).

실험 결과, 어제의 일과를 쓴 응답자들은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있건 없건 간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3.48, 3.48). 하지만 사회에서 배제된 경험에 대해 적은 응답자들의 경우에는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없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고(3.14), 의인화된 룸바가 기계라는 설명이 있으면 사람에 대한 필요가 증가했다(3.78). 즉, 별도의 설명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웃고 있는 모습의 룸바가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배제돼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에 룸바를 통해서 인간과의 상호작용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만약 누군가 최근에 아이폰 시리와 여러 번 대화를 주고받았다면 외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가 실제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사회적 니즈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최근의 많은 신제품은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 교류가 필수적이었지만 인간의 형태를 가진 제품(humanlike products)의 등장 때문에 실제 인간관계는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이지는 않으며 제품과 사람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없어진다. 결국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여주면서 동시에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지는 않는, 인간적인 음성인식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욱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도 컴퓨터나 휴대폰을 잠시 멈추고 진짜 인간을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 만져보니 다르네” 감각불일치는 유용하긴 한데…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아이폰은 얼핏 보기에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예상과 달리 차갑고 무거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처럼 시각에서는 플라스틱을 기대하지만 촉각에서는 금속을 느끼는 것처럼 하나의 물체를 여러 감각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감각 불일치(sensory disconfirmation)’라고 부른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흔히 ‘룩앤필(look and feel)’이라고 부르는 시각과 촉각에서 발생하는 감각 불일치는 소비자들의 신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는 사람처럼 성격도 갖고 있다. 이를 브랜드 퍼스널리티(brand personality)라 한다. 특히 혁신적(innovative) 브랜드와 진실된(sincere) 브랜드는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 버진, MTV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혁신적인 브랜드이지만 노키아, 포드, 홀마크 등은 현실적이고 진실한 브랜드의 전형이다.

미국 오리건대와 캐나다 요크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시각-촉각의 감각 불일치와 브랜드 성격이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가지는지 연구함으로써 감각 불일치가 신제품을 판매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브랜드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한 커피숍에 찾아온 207명의 북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커피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실험을 위해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2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6개의 상황을 설정했다. 먼저 브랜드 성격을 제공하지 않는 통제집단의 경우 ‘JAUNT’라는 가상의 커피 브랜드를 하얀 배경에 Ariel 폰트로 썼다. 또 웹사이트에는 이 브랜드에 관련된 그림이나 글, 브랜드 태그라인(tagline) 등을 넣지 않았다.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거나 진실한 조건의 경우 웹사이트의 5가지 핵심 속성(색상, 그림, 폰트, 내용, 태그라인)을 이용해 JAUNT라는 브랜드를 적절히 변경했다. 이렇게 세 가지 변형 중 하나의 브랜드 성격을 접하게 한 이후 두 가지 감각 상황을 제시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burlap)처럼 보이면서 실제로 감촉도 마대인 포장용기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고(감각 일치),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마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이 재질인 봉투에 들어 있는 커피의 구매 의도를 물어보았다(감각 불일치).

이렇게 실험한 결과, 브랜드 성격이 ‘진실’한 경우 마대에 들어 있는 감각 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5.00 > 3.66). 브랜드 성격이 ‘혁신’적이면 반대로 마대처럼 보이는 종이봉투에 들어 있는 감각 불일치 커피가 구매의도가 더 높았다(4.48 > 3.63).

또 다른 실험에서는 276명의 북미 학부생을 대상으로 3가지 브랜드 성격(통제집단 vs. 혁신 vs. 진실)과 3가지 감각 상황(감각 일치 vs. 긍정적 감각 불일치 vs. 부정적 감각 불일치)이 결합된 총 9개의 상황 중 하나의 상황에서 신규 팝콘 제품의 구매 의도를 응답했다. 먼저 이전 실험과 동일하게 웹사이트 구성을 통해 MAKKA라는 팝콘 브랜드의 성격을 세 가지로 달리 조작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세 가지 용기 중 하나를 제시했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질의 통이거나(감각 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루미늄 통이거나(긍정적 감각 불일치),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얇고 값싼 종이 재질이거나(부정적 감각 불일치)였다.

실험 결과, 브랜드가 진실된 경우에는 감각 일치 팝콘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더욱 높았지만(3.57 > 2.84, 2.51), 브랜드가 혁신적인 경우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각 불일치 팝콘 모두 감각 일치 팝콘에 비해서 구매 의도가 높았다(3.41, 3.30 > 2.62). 즉, 브랜드가 진실되면 감각 일치가 선호됐지만 브랜드가 혁신적이면, 심지어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각 불일치가 선호됐다.

특히 이 실험에서는 제품의 정통성(perceived authenticity)이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은 진실된 브랜드일 경우 감각 일치가 되는 제품의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고 혁신적인 브랜드는 반대로 감각 불일치일 경우 정통성이 높다고 느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브랜드가 다르면 제품도 달라야 한다. 사람들은 애플이나 버진과 같은 혁신적 브랜드에는 조금 거칠지만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대한다. 노키아나 홀마크 같은 진실된 이미지의 브랜드에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제품을 기대한다. 즉 소비자들은 신제품이 그 브랜드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경쟁자로 가득찬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서 감각 불일치를 집중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가 혁신적이라면 심지어 제품의 포장비용을 줄인다고 하더라도(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종이 패키지) 감각 불일치가 소비자에게 흥미롭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진실하다면 억지로 감각 불일치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형성된 브랜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마케팅 YES/NO ‘버튼의 힘’

무엇을 왜 연구했나?

우리는 종종 신규 서비스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하단에 “가입하려면 여기를 누르세요(Click here to enroll)” 또는 “가입하려면 로그인하세요(Login to enroll)”와 같은 버튼이 붙은 e메일을 받는다. 대부분은 무시한다. 입장을 바꾸어보자. 당신이 신규 서비스를 e메일로 마케팅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버튼을 클릭하고 신규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잘 알려진 것은 옵트아웃(opt-out,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체크) 방식이다. 즉, 무언가 정해진 디폴트(default) 옵션이 이미 선택돼 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만 사용자가 클릭하는 것이다. 옵트아웃 방식은 장기기증, 은퇴연금 가입, 독감 예방주사 등 많은 분야에 사용돼 왔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라 서비스 가입을 유도해야 하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는 이렇게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는 옵트아웃은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이다. 그래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두 연구자는 옵트아웃 방식을 사용할 수 없는 기업의 e메일 마케팅 상황에서 옵트인(opt-in, 내용에 동의하면 체크) 방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은 “예, 가입하겠습니다”와 “아니요, 가입하지 않겠습니다”라는 Yes/No 버튼을 제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예”라는 버튼을 누르고 프로그램에 가입할 것으로 가정했다. 위험해 보이지만 매우 간단한 이 방법은 사람들이 “예” 버튼을 디폴트로 본다는 성향, 부정 버튼에 비해서 긍정 버튼을 쉽게 누르는 성향, 1인칭으로 대답할 때에는 긍정적으로 대답하려는 성향이 합쳐져서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북미의 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서 총 2만3863명의 프로그램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내는 e메일을 통해 실시했다. 모든 e메일은 아래 문구로 동일하게 시작했다. “당신은 우리가 제안한 체력증진 프로그램에 가입했지만 지난 35일 동안 육체 활동에 관한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체력 증진 활동이란 아이와 놀아주거나, 춤을 추거나, 계단을 걷거나, 집을 청소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 다음 3개 그룹으로 나눠서 각기 다른 문구를 제공했다. 1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으면 ***에 로그인하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고, 2번 그룹 응답자들에게는 “이번 주 당신의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다면 여기를 누르세요”라는 옵트인 버튼이 하나 제공됐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건의 응답자들에게는 “예,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습니다”와 “아니요, 나는 이번 주 체력 증진 활동을 트래킹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Yes/No 버튼 두 개가 제공됐다.

실험 결과, 옵트인 방식으로 버튼 하나만 제공된 e메일을 받은 1번 그룹과 2번 그룹의 가입자들은 9.5%가 그 버튼을 눌렀지만 Yes/No 버튼이 제공된 e메일을 받은 3번 그룹 가입자들은 13.3%가 Yes 버튼을 눌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보상이 더해졌을 때의 차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약 1만5000명의 체력 증진 프로그램 가입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하나의 버튼만 주어지는 옵트인 방식, 또는 Yes/No 방식으로  e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각 그룹의 절반씩에게는 “**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포인트가 제공된다”는 정보를 더해주었다.

실험 결과, 이전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옵트인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에 비해서 Yes/No 방식의 버튼이 달린 e메일을 받은 가입자들이 Yes 버튼을 클릭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다(3.2% vs. 7.2%). 또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실제로 가입하는 가입률도 2배 높았으며(1.4% vs. 2.8%), 마지막으로 체력 증진 프로그램에 1번 이상 직접 참가하는 참여율도 높게 나타났다(1.2% vs. 2.3%). 그러나 포인트 제공 정보는 클릭률, 가입률, 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Yes/No 방식은 응답이 강제된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장기를 기증하겠는가?”와 같은 질문에 No라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이 연구에서는 응답이 강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에서도 Yes/No 방식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e메일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클릭률을 높여야 하는 온라인 마케터에게 간단하지만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Yes/No 방식은 온라인에서만 효과가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선택의 가능성을 Yes/No로 열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관계가 행복해지는 지름길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회 계층(social class)이란 규범, 가치, 자신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낮은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의 어려움에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고, 상황이 어려울 때 돈보다 커뮤니티를 우선시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관련성을 더 많이 찾는다. 즉, 계층이 낮은 사람은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관계 맺기에 더욱 집중하지만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 주의를 덜 기울인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돈이나 힘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대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동기적 관련(motivational relevance, 타인이 나에게 보상을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이유로 타인에게 주의를 기울여야할 정도)이 감소한다는 가설을 도출한 뒤 사회적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시각적 주의를 덜 기울이는지 검증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에서는 소형 비디오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구글글라스(Google Glass)를 사용했다. 뉴욕시의 두 곳에서 보행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71명의 신청자 중에서 뉴욕 거주 기간이 2년 이하라서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있는 외지인을 배제한 뒤 총 61명(남자 53명, 여자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구글글라스를 쓴 상태로 평균 58초가 걸리는 한 블록을 걸어야 했고, 걷는 중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하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고개를 돌려서 자세히 쳐다봤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인 모든 것은 VideoBlack이라는 앱을 통해 녹화됐고 실험 이후에 6명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social gaze)와 시간(visual dwell time)을 측정했다.

거리에서의 실험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사람들은 사회 계층을 이야기할 때 주로 빈곤층, 노동자층, 중산층, 상위 중산층, 상류층을 구분합니다. 스스로가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5점 척도의 질문에 응답했다. 실험 결과, 높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에 비해 타인을 응시하는 횟수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타인을 응시하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EyeLink 1000라는 아이트래커(눈 움직임 측정·eye-tracking system)를 사용했다. 77명의 뉴욕대 학부생은 구글 스트리트 뷰에 찍힌 뉴욕시에 관한 41개의 사진 중 무작위로 선택된 하나의 사진을 7초 동안 쳐다봤다. 사진 속에는 공사장 인부, 회사원, 노숙자 등 사람들과 함께 자동차, 나무, 가게 등 여러 사물이 들어 있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과 사물에 시선이 머무는지 측정했고, 참가자들의 사회 계층에 대한 질문 응답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상위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노동자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에 비해서 사물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사람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짧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 계층은 여러 나라에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나 경제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계층 간 불신에 따라서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계층의 간극을 줄이려는 다양한 사회적 노력이 있지만 심리학자들이 수행한 본 연구에 따르면 사회 계층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의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미국에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자산인 한국의 고연령 세대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사회 계층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차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면서 타인에게 둔감해지는 한국의 저연령 세대에게는 이 연구 결과가 익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혼자 먹는 밥도, 혼자 마시는 술도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