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소비자 행동

물건 고르는 재미?… 대안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역효과

‘선택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對案)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선택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쇼핑센터에서 어떤 날은 6종류의 잼을 진열하고 다른 날은 24종류의 잼을 진열했다. 24종류의 잼이 진열된 날 더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실제 판매량은 6종류의 잼이 진열된 날보다 적었다.

Mochon, Daniel (2013), “Single-Option Avers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 (3), 555-566.

하지만 대안이 너무 적어도 문제다. 미국의 한 부엌용품 판매점에서 매장에 279달러짜리 토스터를 가져다 놓았는데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429달러짜리 토스터를 같이 들여놓자, 이 비싼 토스터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옆에 있는 저렴한 토스터의 판매가 두 배 증가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새로 들어온 토스터의 높은 가격 때문에 원래 있던 토스터 가격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불러왔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가격비교 효과 때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단 하나의 대안만 주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를 ‘단일대안 회피성향’이라고 말한다.

최근 미국 툴레인대 연구진이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비슷한 성능과 가격의 소니와 필립스 DVD 플레이어를 준비해 놓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소니 제품만, 다른 그룹에는 필립스 제품만 보여줬다. 각각 9%, 10%의 응답자만이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그룹에는 두 제품을 함께 보여줬다. 그랬더니 32%는 소니 제품을, 34%는 필립스 제품을 사겠다고 말했다. 따로 보여줬을 때보다 함께 보여줬을 때 사겠다는 사람의 수가 각각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선택의 역설’과 ‘단일대안 회피성향’은 마케터와 창업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대안을 제시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 제품 하나만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상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대안임을 보여주거나, 최소한 비교한다는 느낌이라도 들 수 있도록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불황때 남아용 옷보다 여아용 옷이 많이 팔리는 까닭은?

아들과 딸을 가진 부모에게 누구를 더 아끼는지 물어보자. 대부분 동등하게 대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자녀의 성별에 따른 차별을 부모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럿거스대와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부모 629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주는 경제적 지원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참가자 대부분이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Durante, Kristina M.,Vladas Griskevicius, Joseph P. Redden, and Andrew Edward White (2015), “Spending on Daughters Versus Sons in Economic Recession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http://dx.doi.org/10.1093/jcr/ucv023.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문기사와 나빠지고 있다는 신문기사, 그리고 경제와 관련 없는 신문기사를 읽게 했다. 그런 다음 갖고 있는 재산을 아들과 딸에게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지를 물었다. 실험 결과, 경기가 좋아진다거나 경기와 상관없는 신문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아들과 딸에게 평균 절반씩을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진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딸에게 좀 더 많은 돈을 배정했다. 특히 자녀가 가임기 청소년일수록 아들보다 딸에 대한 우대가 커졌다.

이 실험은 인간도 다른 포유류 동물처럼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대를 이어줄 가능성이 큰 후손에게 자원을 몰아줌을 보여준다. 포유류 동물의 수컷은 조직 내 서열과 개체의 능력에 따라 새끼의 수가 크게 갈린다. 힘센 수컷은 많은 암컷과 교미해 많은 새끼를 갖지만, 약한 수컷은 아예 번식을 못한다. 반면 암컷은 대부분 하나 이상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 즉, 새끼를 하나 이상 가질 확률은 수컷보다 암컷이 높다. 그래서 인간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대를 이어줄 가능성이 큰 딸에게 본능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84년에서 2011년 사이 남아용 아동복 대비 여아용 아동복 소비지출 비율이 경제성장률과 반비례했고 최대 18.9%까지 차이가 났다. 이렇게 경기에 따라서 부모가 어떤 소비 결정을 내리는가를 이해한다면 기업의 상품 기획과 시장 수요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석광고 女모델이 오른손에 반지를 낀 이유는

혼자서 밥을 먹는 ‘싱글족’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현재 네 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1970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관이나 미술관에서 여가를 즐길 때 혹시 남들이 나를 불쌍하게 보지 않을지 걱정한다. 또 아무래도 여럿이 같이 가는 것보다는 재미가 덜할 거라 생각한다

Ratnet, Rebecca and Rebecca Hamilton (2015), "Inhibited from Bowling Alon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DOI: http://dx.doi.org/10.1093/jcr/ucv012.
Ratnet, Rebecca and Rebecca Hamilton (2015), “Inhibited from Bowling Alon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DOI: http://dx.doi.org/10.1093

미국 메릴랜드대와 조지타운대의 연구진은 이런 싱글족의 걱정을 실험으로 확인해봤다. 연구진은 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혼자 지나가는 학생들과 2명이 짝을 지어 지나가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특별 전시를 하고 있는 교내 미술관에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고 한 뒤 7점 척도로 점수를 적어내게 했다. 그리고 실제 미술관에 다녀온 후 얼마나 재미있게 느꼈는지도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혼자 다니는 학생들이 커플들보다 미술관에 대한 기대 점수가 낮았다(4.76 대 5.70). 그런데 미술관에 다녀온 후에는 두 집단의 평가 점수가 비슷했다(5.25 대 5.40). 즉, 혼자서 미술관에 가면 재미가 덜할 것이라 지레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혼자 가나 둘이 가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혼자 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러니 싱글족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은 우선 ‘내가 왕따로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부터 없애줘야 한다. 식당이라면 커다란 공유 테이블을 준비해서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함께 앉을 수 있게 해주면 좋다. 또 커피숍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무선 인터넷 접속을 제공해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는 싱글 여성들을 위해 오른손에 끼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광고한다. 이렇게 싱글족끼리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마케팅 방법도 제품의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접근이다.

특별한 경험 vs 일상의 기쁨… 어느쪽이 더 행복할까

행복은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경험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경험에서 오는 걸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학생들에게 “소년들이여, 현재를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라고 말하며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나온 영화 ‘버킷리스트’는 다른 얘기를 한다. 이 영화는 가족과 함께 부엌이나 뒷마당에서 보내는 편안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뭐가 맞는 얘기일까.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Bhattacharjee, Amit and Cassie Mogilner (2014), “Happiness from Ordinary and Extraordinary Experien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1), 1-17.

최근 미국 다트머스대와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영학자들은 행복의 원천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자랑하는 반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경향이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상적인 경험보다 특별한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젊은층일수록 높았다.

심지어 동일인이라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얼마나 길게 느끼는지에 따라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상품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당신의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직후엔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에 잘 반응하는 반면, ‘당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접한 후에는 ‘일상의 행복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에 상대적으로 더 잘 반응했다.

이 결과는 기존 심리학 연구와도 일치한다. 사람은 젊었을 때 미래 지향적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면 점차 현재 지향적이 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보다는 익숙한 사람들과의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쓴다. 이는 곧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를 겁내지 않는 청년층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더욱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 리더십? 문학작품을 읽어라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TV를 시청하거나 경영 서적 혹은 자기계발 서적은 읽지만 순수 문학은 도외시하는 직장인이 많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북미 지역에서도 대학 졸업자의 약 40%가 졸업 이후 단 한 권의 문학 작품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Djikic, Maja, Keith Oatley, and Mihnea C. Moldoveanu (2013), "Opening the Closed Mind: The Effect of Exposure to Literature on the Need for Closure," Creativity Research Journal, 25(2), 149-154.
Djikic, Maja, Keith Oatley, and Mihnea C. Moldoveanu (2013), “Opening the Closed Mind: The Effect of Exposure to Literature on the Need for Closure,” Creativity Research Journal, 25(2), 149-154.

하지만 문학에는 다른 콘텐츠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다. 2006년 영국 요크대 연구에 따르면 문학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은 타인과 더 잘 공감한다. 공감 능력은 다른 분야 서적의 독서량과는 관련이 없고, 심지어 TV 시청 시간에는 반비례한다.

또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에 따르면, 문학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인지적 종결 욕구’가 내려간다. 인지적 종결 욕구란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고 싶어 하는 욕구다. 이 욕구가 강한 사람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단편적인 결정을 내리고, 한번 내린 결정은 바꾸지 않고 마음을 닫는다. 문학 독서는 어떻게 이런 부정적인 인지적 종결 욕구를 낮춰줄까?

소설을 읽을 때는 가상의 인물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직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없다. 또 좋아하지 않는 등장인물이라고 해도 그 생각과 감정을 상상하고 모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를 사랑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롤리타’를 읽을 때는 주인공의 행동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그의 생각과 감정을 떠올려야 한다.

문학은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감 없이 타인의 생각을 상상하게 해준다. ‘질서’와 ‘체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불확실한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문학은 타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한 법조계와 의학계 종사자들에겐 균형 잡힌 시각을 만들어주고,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큰 금융업과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된다. 최고경영자들 역시 문학 독서를 통해 한번 내린 결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닫힌 마음을 여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무조건 남보다 비싼 걸로” 배란기 여성의 소비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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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nte, Kristina, Vladas Griskevicius, Stephanie Cantu, and Jeffry Simpson (2014), “Money, Status, and the Ovulatory Cycle,”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1 (February), 27-39.

폐경이 오지 않은 여성은 약 28일 주기의 호르몬 사이클을 맞는다.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황체 형성 호르몬이 증가하는 배란기에 있는 여성들은 남성을 만나는 기회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외모를 가꾸는 데 더 많은 돈을 쓴다.

미국 텍사스대 경영학과 크리스티나 듀랜트 교수는 배란기 여성들의 무의식적 소비 행동이 단순히 비싼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비싼 물건을 사려는 경쟁적 동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는 30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청받았다. 첫 번째는 ‘다른 여자들은 1만5000달러짜리 반지를 갖고 당신은 7000달러짜리 반지를 갖는 상황’이고, 두 번째는 ‘다른 여자들은 1000달러짜리 반지를 갖고 있고 당신은 5000달러짜리 반지를 갖는 상황’이었다. 실험 결과, 비배란기에 있는 여성들은 두 번째 반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28.8%에 불과했지만 배란기 그룹에선 42.5%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높았다. 즉, 배란기에는 경제적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내가 남들보다 나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듀랜트 교수는 반지가 아닌 집을 구매하는 상황, 그리고 현금을 나눠 갖는 상황 등 다양한 설정으로 추가 실험했다. 여기서도 다른 여성보다 나아 보이려는 경향은 비배란기 여성들보다 배란기 여성들에게서 훨씬 강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남성일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보이지 않았다. 즉, 배란기 여성의 경쟁심리는 같은 여성을 상대로 할 때만 강해졌다.

여성이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호르몬 주기에 따라 크게 변한다. 물론 기업이 개별 소비자의 호르몬 주기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같은 고객이라도 시기에 따라 구매의욕이 크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융통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터치스크린이 마우스보다 소비심리 더 일으켜

데스크톱 컴퓨터 대신 휴대하기 편한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태블릿 화면에 메뉴판을 띄우는 식당과 터치스크린 기기에 최적화된 온라인 패션몰도 점점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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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el, Adam and James Gips (2014), “Tablets, touchscreens, and touchpads: How varying touch interfaces trigger psychological ownership and endowment,”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4 (2), 226-233.

최근 미국 보스턴칼리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마우스 클릭으로 쇼핑할 때보다 손가락 터치로 쇼핑할 때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물건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물건을 구경하면 마우스를 잡고 움직여 클릭할 때보다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를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동부지역 56명의 학생을 3개 집단으로 나눈 후 각각 마우스, 터치패드, 터치스크린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똑같은 스웨터를 구경하게 했다. 그리고 먼저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만일 그 스웨터를 현재 소유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얼마를 받고 팔겠는가를 물었다.

마우스를 움직여 스웨터를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36달러에 구매해서 47달러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터치스크린을 눌러가며 구경한 학생들은 평균 43달러에 구매해 73달러에 팔겠다고 답했다. 터치스크린 쪽이 마우스 쪽보다 구매 의향 가격도 높았고 판매 의향 가격은 더욱 높았다. 터치패드는 그 중간쯤이었다. 스웨터 외에 다른 제품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를 보이고 애착도 높아진다. 온라인 쇼핑몰과 소매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터치스크린 기기를 피하고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경기때 더 강렬해지는 ‘한정판매’의 유혹

일정 기간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파는 ‘희소성 마케팅’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던킨도너츠는 ‘무민’이라는 핀란드의 유명 캐릭터를 한정 판매했다. 행사 기간 15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증가했다. 커피점 스타벅스는 한정판 다이어리를 제공하는 연말 이벤트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자동차 업계에서도 희소성 마케팅이 유행이다.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나쁠수록 희소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들에게 과거 혹은 주변 사람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M&M 초콜릿 20알을 주고 원하는 만큼 먹으라고 했다. 이때 초콜릿 15알은 단일 색깔이었고 5알은 각각 다른 색깔이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경제 상황이 현재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느끼는 그룹이 더 많은 초콜릿을 먹었고 특히 희소한 색깔의 초콜릿을 더욱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두 무리로 나눴다. 한 무리에는 자신의 경제 상황이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고 다른 무리에는 윤택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다음 자동판매기에 들어 있는 2개의 초콜릿(허시, 트윅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2개의 초콜릿은 가격과 내용물에서 차이가 없지만 한 종류는 자동판매기 10칸 중 8칸을, 다른 하나는 2칸을 차지하도록 했다. 경제 상황이 나빴던 기억을 떠올린 그룹에서는 71%의 피험자가 2칸만 차지하고 있는 희소한 초콜릿을 선택했지만 경제 상황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린 피험자에서는 이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이처럼 희소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은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제품의 과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혁신제품 출시 행사는 차분한 진행이 효과적

많은 사람은 애플 워치, 구글 글라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좋아한다. 기업은 이런 신제품을 처음 선보일 때 시끄러운 음악과 풍선 장식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초대된 손님 중 다수는 흥분되고 각성된 상태에서 제품을 만난다.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신제품 출시를 맡은 마케터들은 이렇게 화려한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은 소비자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과연 제품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지 의심했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절반에겐 침착한 느낌의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침착한 상황에 놓이도록 했고 다른 절반에겐 흥분되는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약간 각성된 상황에 놓이게 했다. 이후 양쪽 그룹 모두에게 세 가지 다른 형태의 패키지에 들어 있는 새로운 음료수를 평가하도록 했다. 첫 번째는 투명한 콜라병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완벽하게 짐작할 수 있는 음료수, 두 번째는 등산용 텀블러처럼 생겨서 무언가 약간 달라 보이는 음료수, 세 번째는 튜브형 베개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음료수였다.

실험 결과 심리적으로 다소 각성된 참가자들은 약간만 달라 보이는 2번 음료수를 가장 좋게 평가했고 평범한 1번 음료수를 그 다음으로 꼽았다. 혁신적으로 생긴 3번 음료수를 가장 좋지 않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침착한 마음 상태의 참가자들은 세 가지 음료수에 대한 선호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할 때 사람들을 흥분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평가해야 할 대상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나 구글 글라스였다면 어땠을까. 날개 없는 선풍기는 물리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구글 글라스도 써 보기 전까지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선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편이 호의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을 대체하는 디자인 접근법

DML_20141118(1)“고객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 체계 전반에 디자인적인 시각과 방법을 가지고 접근을 시도해야” (한국 마케팅 학회 MOM: Master of Marketing)

이론적으로 마케팅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됩니다.

  • 자사, 경쟁사, 고객의 리서치 (Research)
  • 세분화, 타겟팅, 포지셔닝의 전략 (Strategy)
  •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의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그러나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자주 바뀌고 있으며 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마케터는 이러한 변화를 분석하고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디자인 접근법 (Design process)

디자인 주도의 혁신을 강조한 P&G 등 최근 성공한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디자인 씽킹이나 디자인 접근을 시도한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래 디자인 에이전시들 또한, 기존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벗어나 전략을 접목하여 비즈니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vs. 마케팅

이제는 마케팅에도 디자인적인 시각과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근본적인 사고 방식 뿐만 아니라 리서치/전략/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마케팅의 3단계 모두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근본적 사고 방식: 디자이너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창조”하려고 하기에 기존 제품에 관심이 없습니다. 마케터는 경쟁사에서 고객을 빼앗는데 집중하기에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합니다.
  • 1. 리서치: 디자이너는 고객이 변한다는 가정하에 트랜드를 조사하고, 마케터는 시장을 이루는 고객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나누기에 집중합니다.
  • 2. 전략: 디자이너는 전체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전략을 고민하지만, 마케터는 시장을 세분화 하여 작은 시장에서 이기는 것에 집중합니다.
  • 3.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는 사용자 인사이트, 반복 테스팅을 통해서 제품을 개발하지만, 마케터는 소비자 집단의 질문 응답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디자인 마케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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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는 장볼 때 계산하는 소비자를 관찰한 결과 빠르고 편리하게 결제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반올림하고, 아기 엄마들이 의지가 부족해서 저축을 못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의 체크 카드로 결제하면, 반올림을 해주고 반올림한 차액을 Savings account에 자동으로 저축해 주는, Keep the Change 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했고, 런칭 후 1년만에 1200만명의 신규 고객이 가입했습니다.
  • 파나소닉 (Panasonic)은 여성용 면도기 제품의 개선을 위하여 샤워할 때 기존 전기 면도기를 사용하는 여성을 관찰하였습니다. 관찰결과 ‘도심에 사는 젊은 여자’ 들만 면도를 열심히 하고 있으며, 반짝거리는 겉면은 미끄럽고 전기가 통할까봐 싫어했고, 무릎 뒤와 발목은 면도하기 힘들어 했으며, 욕실에 충전기를 둘 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미끄럽지 않고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겉면을 도자기로 바꾸고, 면도하기 쉽도록 면도날 부분을 곡면 형태로 만들었으며, 충전할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 충전기가 면도기를 지지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 애경 산업은 Home stay 관찰 및 인터뷰를 통해 4개국 30개 매장에서 액체 세제를 사용하는 주부를 관찰하였습니다. 관찰 결과 세탁물이 엉키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세제가 무거워서 액체를 뒤집어 부을 때 손목이 아픈 것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세탁물이 엉키지 않도록 세탁볼을 만들어 세제와 함께 넣게 해 주었으며, 세제가 무겁지 않도록 구멍을 아래에 뚫은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