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을 가진 부모에게 누구를 더 아끼는지 물어보자. 대부분 동등하게 대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자녀의 성별에 따른 차별을 부모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럿거스대와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부모 629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주는 경제적 지원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참가자 대부분이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각각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문기사와 나빠지고 있다는 신문기사, 그리고 경제와 관련 없는 신문기사를 읽게 했다. 그런 다음 갖고 있는 재산을 아들과 딸에게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지를 물었다. 실험 결과, 경기가 좋아진다거나 경기와 상관없는 신문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아들과 딸에게 평균 절반씩을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진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딸에게 좀 더 많은 돈을 배정했다. 특히 자녀가 가임기 청소년일수록 아들보다 딸에 대한 우대가 커졌다.
이 실험은 인간도 다른 포유류 동물처럼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는 대를 이어줄 가능성이 큰 후손에게 자원을 몰아줌을 보여준다. 포유류 동물의 수컷은 조직 내 서열과 개체의 능력에 따라 새끼의 수가 크게 갈린다. 힘센 수컷은 많은 암컷과 교미해 많은 새끼를 갖지만, 약한 수컷은 아예 번식을 못한다. 반면 암컷은 대부분 하나 이상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 즉, 새끼를 하나 이상 가질 확률은 수컷보다 암컷이 높다. 그래서 인간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대를 이어줄 가능성이 큰 딸에게 본능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84년에서 2011년 사이 남아용 아동복 대비 여아용 아동복 소비지출 비율이 경제성장률과 반비례했고 최대 18.9%까지 차이가 났다. 이렇게 경기에 따라서 부모가 어떤 소비 결정을 내리는가를 이해한다면 기업의 상품 기획과 시장 수요 예측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폐경이 오지 않은 여성은 약 28일 주기의 호르몬 사이클을 맞는다.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황체 형성 호르몬이 증가하는 배란기에 있는 여성들은 남성을 만나는 기회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외모를 가꾸는 데 더 많은 돈을 쓴다.
미국 텍사스대 경영학과 크리스티나 듀랜트 교수는 배란기 여성들의 무의식적 소비 행동이 단순히 비싼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비싼 물건을 사려는 경쟁적 동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그는 30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갖는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청받았다. 첫 번째는 ‘다른 여자들은 1만5000달러짜리 반지를 갖고 당신은 7000달러짜리 반지를 갖는 상황’이고, 두 번째는 ‘다른 여자들은 1000달러짜리 반지를 갖고 있고 당신은 5000달러짜리 반지를 갖는 상황’이었다. 실험 결과, 비배란기에 있는 여성들은 두 번째 반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28.8%에 불과했지만 배란기 그룹에선 42.5%로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높았다. 즉, 배란기에는 경제적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내가 남들보다 나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듀랜트 교수는 반지가 아닌 집을 구매하는 상황, 그리고 현금을 나눠 갖는 상황 등 다양한 설정으로 추가 실험했다. 여기서도 다른 여성보다 나아 보이려는 경향은 비배란기 여성들보다 배란기 여성들에게서 훨씬 강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남성일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보이지 않았다. 즉, 배란기 여성의 경쟁심리는 같은 여성을 상대로 할 때만 강해졌다.
여성이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호르몬 주기에 따라 크게 변한다. 물론 기업이 개별 소비자의 호르몬 주기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같은 고객이라도 시기에 따라 구매의욕이 크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융통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