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미디어/사례

불경기때 더 강렬해지는 ‘한정판매’의 유혹

일정 기간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파는 ‘희소성 마케팅’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던킨도너츠는 ‘무민’이라는 핀란드의 유명 캐릭터를 한정 판매했다. 행사 기간 15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증가했다. 커피점 스타벅스는 한정판 다이어리를 제공하는 연말 이벤트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화장품, 자동차 업계에서도 희소성 마케팅이 유행이다.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Sharma, Eesha and Adam L. Alter (2012), “Financial Deprivation Prompts Consumers to Seek Scarce Good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October), 545-560.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나쁠수록 희소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들에게 과거 혹은 주변 사람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그런 다음 M&M 초콜릿 20알을 주고 원하는 만큼 먹으라고 했다. 이때 초콜릿 15알은 단일 색깔이었고 5알은 각각 다른 색깔이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경제 상황이 현재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느끼는 그룹이 더 많은 초콜릿을 먹었고 특히 희소한 색깔의 초콜릿을 더욱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를 두 무리로 나눴다. 한 무리에는 자신의 경제 상황이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고 다른 무리에는 윤택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다음 자동판매기에 들어 있는 2개의 초콜릿(허시, 트윅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2개의 초콜릿은 가격과 내용물에서 차이가 없지만 한 종류는 자동판매기 10칸 중 8칸을, 다른 하나는 2칸을 차지하도록 했다. 경제 상황이 나빴던 기억을 떠올린 그룹에서는 71%의 피험자가 2칸만 차지하고 있는 희소한 초콜릿을 선택했지만 경제 상황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린 피험자에서는 이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이처럼 희소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기법은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제품의 과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假說 없이 관찰하고 경험하라

친구들에게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는 제안을 하면 대부분은 “제수씨가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할 테니 밖에서 먹자”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의 예상과 달리 아내는 요리해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메모하기도 하고, 난도 높은 음식에 필요한 양념과 향신료를 구하러 멀리 가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은 극소수 친구들은 고급 식당에나 있을 법한 신비스러운 요리 도구와 싱싱한 식재료로 요리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설(假說)은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특히 경영 현장에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가설을 피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종종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잔돈은 가지세요”

BoA2000년대 초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비자(Visa)와 손을 잡고 비자 직불카드를 선보인 뒤 다양한 프로모션을 구사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이 충분히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위 임원 2명을 포함한 5명의 혁신팀을 꾸렸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아이데오(IDEO)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아이데오에서는 디자인 디렉터 로시 기벤시를 포함한 4명이 참가했다.

이 팀은 카드 발급이나 카드 사용과 관련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방식 대신,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가설 없이 진심으로 이해해보기로 결정했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조사 담당자들이 애틀랜타,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의 3개 도시에 가서 아기 엄마들이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관찰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빨리 편하게 계산하기 위해서 달러 이하의 돈을 반올림해서 지불한 뒤 점원에게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고 말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아이를 위해 예금계좌에 저축하고 싶은데 의지가 부족해서 잘 안 되네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었다.

혁신팀은 이 두 가지 인사이트를 묶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했다. 비자 직불카드를 통해서 결제하면, 자동으로 반올림된 금액이 지불되고, 차액은 예금 계좌로 빠져나가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3.43달러짜리 커피를 구매하면 고객의 일반계좌에서 4달러가 지불되고, 차액 57센트는 예금계좌에 저축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잔돈은 가지세요’라는 이름으로 2005년 10월에 등장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년 뒤인 2006년 10월에 확인해 보니, 프로그램에 새롭게 가입한 고객이 250만명이었고, 70만개의 일반계좌와 100만개의 예금계좌가 개설됐다. 가입 고객은 뒤에 1200만명에 이르렀고, 31억달러의 예금액을 올렸다.

 

오랄비의 어린이용 칫솔 ‘Gripper’

가설이 아닌 관찰과 경험을 통해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한 다른 사례로 오랄비가 있다. 약 20년 전 이 회사가 5~8세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칫솔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들에겐 고정관념이 있었다. 아이들은 손이 작으니 어린이용 칫솔은 어른용 칫솔보다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데오의 토머스 오버튠이라는 디자이너가 어린이들이 이를 닦는 상황을 직접 관찰하니, 어른들만큼 손이 자유롭지 못해서 칫솔을 모든 손가락을 이용해서 주먹으로 꽉 쥔 채 얼굴을 때리듯이 괴롭게 이를 닦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관찰에 기반을 둬서 만들어진 ‘꼭 쥐다(Grippber)’라는 이름의 어린이용 칫솔은 손잡이 부분을 어른용 칫솔보다 크고 두툼하게 디자인했고, 손잡이 부분에 거북이 등딱지 모양이 돌기를 집어넣었다. 이 제품은 1996년 출시 이후 18개월 동안 어린이용 칫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이후 출시된 많은 어린이용 칫솔의 기준이 됐다.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예상 가설을 기반으로 대답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그런 가설들이 진정한 해결책에 방해될 수도 있다. 만약 다음에 친구가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제안하면, ‘제수씨가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할 것’이라는 가설을 접고 스스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어쩌면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혁신제품 출시 행사는 차분한 진행이 효과적

많은 사람은 애플 워치, 구글 글라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좋아한다. 기업은 이런 신제품을 처음 선보일 때 시끄러운 음악과 풍선 장식으로 가득 찬 매장에서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초대된 손님 중 다수는 흥분되고 각성된 상태에서 제품을 만난다.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Noseworthy, Theodore J., Fabrizio Di Muro, and Kyle B. Murray (2014), “The Role of Arousal in Congruity-Based Product Evalu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December), DOI: 10.1086/678301.

신제품 출시를 맡은 마케터들은 이렇게 화려한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은 소비자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과연 제품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될지 의심했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절반에겐 침착한 느낌의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침착한 상황에 놓이도록 했고 다른 절반에겐 흥분되는 사진들을 보여줘 심리적으로 약간 각성된 상황에 놓이게 했다. 이후 양쪽 그룹 모두에게 세 가지 다른 형태의 패키지에 들어 있는 새로운 음료수를 평가하도록 했다. 첫 번째는 투명한 콜라병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완벽하게 짐작할 수 있는 음료수, 두 번째는 등산용 텀블러처럼 생겨서 무언가 약간 달라 보이는 음료수, 세 번째는 튜브형 베개처럼 생겨서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음료수였다.

실험 결과 심리적으로 다소 각성된 참가자들은 약간만 달라 보이는 2번 음료수를 가장 좋게 평가했고 평범한 1번 음료수를 그 다음으로 꼽았다. 혁신적으로 생긴 3번 음료수를 가장 좋지 않게 평가했다. 이에 비해 침착한 마음 상태의 참가자들은 세 가지 음료수에 대한 선호도에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할 때 사람들을 흥분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평가해야 할 대상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나 구글 글라스였다면 어땠을까. 날개 없는 선풍기는 물리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구글 글라스도 써 보기 전까지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선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편이 호의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불경기에 ‘추억 마케팅’이 뜨는 까닭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웠던 몇 년 동안 이른바 ‘향수(鄕愁) 마케팅’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향수, 노스탤지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혹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떠오르는 감정이다. 2009년 펩시콜라는 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날 모습의 제품을 내놓았다. 식료품 업체인 제너럴밀스도 시리얼 제품을 옛날 느낌이 나도록 포장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스바루에서 선보인 ‘나의 첫 차 이야기’ 캠페인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처음 샀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실시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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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aleta, Jannine D., Constantine Sedikides, and Kathleen D. Vohs (2014), “Nostalgia Weakens the Desire for Money,”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3), 713-729.

프랑스 그르노블경영대의 자닌 라잘레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왜 불경기에 향수 마케팅이 인기를 끄는지 연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향수를 느끼는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약해진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돈을 좇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게 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사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쉽게 포기한다.

라잘레타 교수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예를 들어 절반의 실험 참가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과거의 경험에 대해 글을 쓰도록 했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에겐 과거의 어떤 경험이든 써보게 했다. 그런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5달러씩을 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얼마나 나누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에 비해서 향수 어린 경험을 글로 쓴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약 40% 더 많은 돈을 나누어주겠다고 답했다.

사람에겐 돈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믿을 만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현대인은 이 두 가지 가치에 대한 상충되는 욕구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면서 살아간다. 향수는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욕구는 높이고 돈에 대한 욕구는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를 위해 돈과 멀어질 준비도 하게 만든다. 기업 마케터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정치단체처럼 기부금을 모아야 하는 조직도 향수 마케팅을 이용해봄 직하다.

지갑 열게하는 ‘귀요미 마케팅’… 어른들에 더 효과적

Nenkov, Gergana Y. and Maura L. Scott (2014), “So Cute I Could Eat It Up’: Priming Effects of Cute Products on Indulgent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1 (August), DOI: 10.1086/676581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귀여운 디자인에 끌리는 시대다. 강아지 모양의 베개, 알록달록한 인형 등 귀여운 느낌의 수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엣시라는 미국 인터넷 쇼핑몰은 2012년 8억9500만 달러(약 9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귀여운 모습의 브랜드 마스코트도 늘고 있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는 보험 파는 오리를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보수적이어야 할 것 같은 금융회사마저도 상품 홍보에 귀여운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귀여움 마케팅’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최근 보스턴대와 플로리다주립대 공동 연구진이 성인 약 130명을 대상으로 이를 실험했다. 이들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평범한 아이스크림 스푼을 주고 다른 절반에게는 귀엽고 재미있게 생긴 사람 모양의 아이스크림 스푼을 줬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서 먹으라고 했다. 귀여운 스푼을 사용한 참가자들이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었다.

여기까지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다음 실험에서 밝혀졌다. 이번엔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과자와 평범한 모양의 과자를 실험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줬다. 그런데 참가자 절반에게는 “이 과자들은 어린이 전문 과자가게에서 팔고 있다”라고 말했고, 다른 절반에게는 “이 과자들은 일반 상점에서 팔고 있다”고 알려줬다.

어린이 전문 쿠키숍에서 나온 제품들이라고 믿었던 참가자들은 쿠키의 모양에 크게 개의치 않고 고루 먹었다. 오히려 일반 상점에서 파는 제품이라고 믿었던 참가자들이 곰돌이 모양 쿠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이는 상식과 달리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군에서 ‘귀여움’ 마케팅이 오히려 더 효과가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 귀여운 이미지도 잘 골라서 사용해야 한다. 어린 아기의 통통한 볼이나 커다란 눈망울처럼 너무 연약해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소비를 자제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보는 사람의 보호본능을 자극해 행동을 조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톱박스는 TV 부속품이라고? 백자 느낌에 조명까지… 독자 브랜드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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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무선통신사 SK텔레콤은 통신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신시장 개척이 필요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와 하드웨어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 2012년부터 시작해 2014년 초 출시된 고급형 셋톱박스 비박스(B box)는 경험 부족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전통적으로 TV의 부속품이며 차별화가 불필요한 제품이라 여겨졌던 셋톱박스를 독자적인 브랜드 상품으로 바꾸기 위해 이 회사는 다음의 방법을 썼다.

1) 매끈한 백자 도자기 느낌과 무드 조명 기능을 갖춰서 TV 장식장에 처박아두는 셋톱박스가 아니라 밖으로 꺼내놓고 싶은 셋톱박스를 만들었다. 리모콘의 고급화에도 신경 썼다.
2) 홈모니터링(CCTV 기능)처럼 편리한 무료 부가기능을 넣되 TV의 기본인 채널 시청과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놓고 화면 UI를 구성했다.
3) 스마트폰 업체, 인터넷 포털업체 등에서 채용한 개발자들을 상품기획 단계서부터 참여시켜 제품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맞췄다.

마케터여, 갈등 뒤에 숨지 말자

“…이번 호의 스포트라이트 아티클인 조시와 히메네즈의 ‘의사결정이 주도하는 마케팅은 이처럼 불명확한 상황을 영역 간 융합으로 돌파하려는 요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저자들은 마케터가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타 부서들과 협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 과정이 재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타깃의 마케팅 부서가 전략 부서와 협업하기 위해 전략 지침(strategy briefing)을 만들고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부서가 영업 부서와 함께 홍보 자료(collateral materials)를 만들고노드스트롬 마케팅 부서가 IT부서와 협력해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인사이트를 공유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본인이나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빠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저자들이 제안하는 배경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느리지만 협력적인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시장의 변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한 한국 기업의 마케터들은 빠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느리고 협력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점과 제안을 두 가지만 추가로 소개하기로 한다.”

 

우울할 때 예쁜 제품 사면 기분까지 좋아진다는데

Townsend, Claudia and Sanjay Sood (2013), "Self-Affirmation through the Choice of Highly Aesthetic Product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2, 315-428.
Townsend, Claudia and Sanjay Sood (2013), “Self-Affirmation through the Choice of Highly Aesthetic Product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2, 315-428.

‘뷰티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다. 예쁜 제품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속설이다. 이는 생존 가능성이 외모에 비례한다는 진화론적 가설에 기반을 둔다.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은 이를 뒤집어 생각해봤다. 예쁜 것이 사랑받는다면, 반대로 예쁜 것을 고르는 행위가 사람의 기분과 행동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연구진은 우선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디자인이 예쁜 커피메이커와 디자인은 덜 예쁘지만 품질은 더 좋은 커피메이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런 다음 동물을 의학용 실험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제3자의 글을 읽게 하고, 그 글을 쓴 사람이 얼마나 지적이며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적인지 평가하게 했다.

실험 결과, 디자인이 예쁜 커피메이커를 선택한 쪽이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제3자가 지적이며 그의 주장이 설득적이라고 대답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이는 곧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가 타인의 의견에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걸 보여준다.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더 찾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우울하거나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았을 때 가게에 들러 예쁜 제품들을 사면서 손상된 마음을 치유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쇼핑 행태를 비이성적인 중독 행위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의 실험에서 보듯이 예쁜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는 실제로 자존감을 높이고 남의 의견을 좀 더 개방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기업, 정치, 공공정책 영역에서는 특히 예쁜 제품을 사용하거나 공공시설물을 아름답게 설계하는 것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주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까?

DML_Innovation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실체가 불명확하다. 디자이너 개인의 독특한 사고방식이기도 하고, 디자인 팀의 업무 프로세스이기도 하고, 디자인 조직의 경영 기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 씽킹이 혁신의 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처럼 디자인 씽킹이라는 용어가 경영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 데에는 IDEO스탠퍼드 D 스쿨(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토론토 로트만 경영대학(Rotman School of Management)의 전 학장인 로저 마틴(Roger Martin)의 활약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음은 이 두 사람이 2014년 2월 6일 로트만 경영대학에서 출판 기념회 겸 대담을 한 내용이다…

… “제 평생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주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가입니다 (My life-long question is how to innovate routinely).” 데이비드 켈리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여러 전공의 학생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현실화시키는 학생들을 만났는데, 평범한 학생도 단계별 접근을 한다면 혁신적인 학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의 창의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creative confidence), 학교나 조직에서 작은 성공을 여러 번 경험하면(guided mastery), 다른 사람들과 열린 사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디자인 씽킹이 가능하다고 했다(design thinking). 즉,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로 만드는 것을 여러 번 성공하면, 결국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단계별 접근은 그가 최근에 출간한 책인 Creative Confidence (한국어판 제목: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읽어보라고 했다…

우아한 형제들 社內 분위기가 장난스러운 까닭은

스마트폰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은 재치 있는 광고문구와 귀여운 디자인으로 젊은층의 눈길을 끈다.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코믹해 보이는 한글 글자체도 직접 만들었다. 배우 류승룡이 등장하는 TV 광고도 웃음을 준다. 이렇게 재미를 강조하는 브랜딩 전략이 먹히면서 하루 10만 건의 음식 배달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성장했다.

이 앱을 만든 ‘우아한 형제들’이란 회사는 광고와 앱 디자인처럼 외부로 보여주는 모습뿐 아니라 회사 내부 환경에서도 장난스러운 느낌을 유지하려 애쓴다. 창업자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사업 초기부터 ‘키치’를 강조했다. 키치는 독일어로 ‘저속한 예술’을 뜻하지만 요즘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싼티 나면서 재밌는 것’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김 대표는 사무실 인테리어와 사무용품, 사원증에도 키치스러운 디자인과 문구를 집어넣었다.

이렇게 ‘보이는 브랜딩(visible branding)’과 ‘보이지 않는 브랜딩(invisible branding)’을 조화시키는 게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의 트렌드다. 과거 기업이 진행하는 브랜딩은 광고, 제품 포장, 유통채널 등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것들에 집중됐다. 고객에게 브랜드라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우선 내부의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이 투영된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기업의 핵심 철학인 키치를 조직원들이 공유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이 만든 ‘배달의 민족’ 앱에도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볼 때 어색하지 않다. 이 회사의 사례처럼 보이는 브랜드와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역할이 조화를 이룰 때 기업 브랜드가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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