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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상하이를 옮겨놓은 듯… 고객들은 이미 눈으로 맛을 본다

한국에서의 중국 음식은 파인다이닝(호텔 중식당), 회식과 점심식사 때 주로 이용하는 오피스 상권 중식당, 동네 중국집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주요 고객은 중장년 남성과 가족 단위였다.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들끼리 혹은 커플이 놀러 오고 싶은 트렌디 중식당 ‘모던눌랑’을 기획했다. 유동인구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SNS와 입소문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고 ‘차이니즈 다이닝 바’ 유행을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의 신여성’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를 가져와 고객과 내부 직원 모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듦
  2. 인테리어와 메뉴뿐 아니라 식기와 음악, 종업원 복장, 향기까지 일관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
  3. 기존 중식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짜장면 등 기본 메뉴까지 버리려는 시도

 

 

… 2015년 9월 문을 연 모던눌랑 1호점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강남 센트럴시티 쇼핑몰 옥외주차장 최상층부에 있다. ‘파미에가든’이라 불리는, 사평대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상가 라인이다.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1) 대로변 남측에서 보면 1층이지만 유동인구가 있는 북측(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주차장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높이 차이 때문에 아래쪽에서는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 나머지 세 방향에서는 10차선가량의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특히 매장 정면의 사평대로는 고속버스 전용 도로와 지하차도까지 있어서 도보 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가까운 횡단보도가 300m 이상 떨어져 있다. 강남 한복판이지만 주차장과 차도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같은 입지다. 도보 통행자는 가물에 콩 나듯 보일 뿐이다.

 

 

…필라멘트는 SNS 연관어 분석도 실시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말들과 가장 많이 동시 등장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각각 찾았다. (그림 3) 프렌치 레스토랑은 ‘로맨틱’ ‘야경’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예쁘다’ ‘사진’ ‘플레이팅’이 자주 등장했다. 반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은 ‘고급스럽다’ ‘가족’ ‘맛있다’ 라는 말이 많았고, ‘사진 건지기 힘들다’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종합해 보면, 한국의 중식당들은 캐주얼 식당이든, 파인다이닝이든 모두 맛과 전통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반면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중식당들은 트렌디함과 세련됨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홍콩의 두들스, 영국의 하카산, 야무차 등이 그랬다.

 

 

…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4개의 요소, 즉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기타 요소가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통합된 1개의 컨셉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레스토랑은 차별화되지 않는다. 즉, 모던눌랑을 ‘1930년대 상하이 신여성이 즐기던 공간’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했기 때문에 여러 팀에서 일하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당에 찾아온 고객 역시 그런 하나의 컨셉을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 썬앳푸드의 김경식 팀장은 “우리는 중식 내에서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식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외식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경쟁한다고 보고, 중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수직적 확장과 고급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모던눌랑은 2018년말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메뉴 재정립이다.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등 가장 많이 선택되는 기본 중식 메뉴를 아예 없앨 계획이다.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칵테일도 2종만 남길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고객 중 약 3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좀 더 트렌디하고 젊은 고객층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서치는 꼼꼼하게, 실행은 과감하게. 정체된 입병약 시장 판도 바꾸다

경험이 적었던 B2C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코오롱제약이 첫 신제품 ‘아프니벤큐’로 9개월 만에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1) 겉보기에는 성장이 정체된 구내염 치료제 시장이지만 기존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외돼 있었던 ‘비고객’ 환자 65%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제품을 설계

2) 약사를 공략하는 영업조직의 규모가 작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최종소비자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추진

3) 대표이사부터 담당 부서장과 PM, 외부 컨설팅 업체까지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제품의 철학을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

 

 

 

… 코오롱제약은 이 약물을 세 가지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만능 물약’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플 때 그 특정 부위를 치료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산다. 목이 아프면 인두염약을 사고, 이가 아프면 치은염약을 산다. 미리 약을 사뒀다가 목이 아프면 목에 바르고, 잇몸이 아프면 잇몸에 바르자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즉, 이 약이 세 가지 질병 처치에 모두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중 하나에만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 “기존 제품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들을 스위칭 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대신 잠재 수요자들이 많이 있었다. 입병의 불편함을 참지 말고 가글 1분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구매를 유발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1차 목표는 오라메디와 알보칠의 양강 구도를 깨고 3자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삼국지(三國志)의 천하삼분지계처럼 우리는 삼구지(三口志)의 천하삼분지계를 세웠다.”

… 기존 구내염 약품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했기에 장기간의 불편함과 순간적인 아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가글 형태로 만들어진 아프니벤큐는 두 가지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대신 “가글이 약효가 있을까”라는 새로운 문제를 얻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병엔 가글이 치료제입니다”를 통해 혁신 제품의 효력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생각의 전환만으로는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고와 패키지 디자인이 동원돼 사용행동과 구매행동의 전환을 유도했다. 광고는 가글이라는 다소 낯선 행동을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뜯고 붓고 1분 동안 가글가글”이라고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병에 담거나 사각형 파우치 대신 스틱형 파우치로 포장하면서 가글이라는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효가 극대화되는 3일 동안 하루 3번의 가글을 유도하기 위해서 9개를 포장했다.

… “무엇이 필요하다”처럼 니즈를 가르치려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무엇이 좋다”처럼 전문가의 까다로운 입맛을 가르치면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시장에서 실패한 세그웨이나 3D TV의 경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니즈를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다수의 초기 애플 제품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형태, 색깔, 촉감, 소리를 통해서 더 나은 경험이 제공된다’는 점은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애플은 소비자 조사 결과의 가중치를 낮추고 CEO와 CDO를 포함한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시장 성공과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한꺼번에 작동하지만 소비자에게 수준 높은 선호(취향)를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접근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