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정교화 하라, ‘좋아하는 이유’가 중요한 이유 (Consumption vocabulary)

취향 정교화는 무엇인지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만약 신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신맛이 나는 커피를 왜 좋아하는지 말할 수 있다면, 취향이 정교화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취향이 정교화되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두 가지를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어릴 적에 거실에 깔려져있던 카페트를 보면서 “뭐 이렇게 복잡한 그림을 그려놓았나” 생각했는데 관심을 갖게 되면 달라보이는군요.

– 카페트뿐만 아니라, 안경, 신발, 넥타이 등 세상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취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걸 너무 재미있어해요.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취향을 정교화하기 위해서 운동화, 향수, 음악에 많은 비용을 쓰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찾아와서 스스로의 취향을 찾는 놀이터가 다른 제품에서도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행동경제학개론
취향 찾기
#취향#행동경제학 의 관계
– 취향을 찾아 정교화하려는 노력
– 취향의 결정요소와 #마케팅 에의 활용
#주재우 교수 (국민대 경영학과) #KBS1라디오 #경제라디오 #성공예감이대호입니다 #성공예감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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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West, P. M., Brown, C. L., & Hoch, S. J. (1996). Consumption vocabulary and preference formationJournal of consumer research23(2), 120-135.

Consumers’ understanding of their own preferences can be aided by a “consumption vocabulary”-a taxonomy or framework that facilitates identifying the relation between a product’s features and one’s evaluation of the product. In the absence of such a vocabulary, consumers’ understanding of their own preferences will require more extensive experience and may never fully develop. The effect of such a vocabulary is tested in two experiments in which subjects provided with a vocabulary (1) exhibit better-defined and more consistent preferences than control subjects, (2) show improved cue discovery, and (3) show learning (i.e., increases in consistency over time). All results hold regardless of the functional form of the model used to assess subjects’ preference formation.

“취향을 정교화 하라, ‘좋아하는 이유’가 중요한 이유 (Consumption vocabulary)”의 6개의 생각

  1. 취향 찾기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말할 수 있도록 취향을 정교화하는 것이다. 이는 본인 스스로를 자세히 알게 하는 것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본인의 선호를 구분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물건 구매, 노래 청취, 식사, 여가 시간 등 모든 소비활동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마케팅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 침구류, 특히 폴리 소재 커버가 씌워진 이불을 가장 좋아하고 취미는 ‘슬라임 만들기’이다. 이 행동 경제학 영상을 보기 전까지 나는 내 취향을 정교화하지 못했다. 어른들 말마따나 천성이 게으르고 귀찮음이 많은 성격이라서 하루종일 누워만 있느라 이불을 좋아하게 된 줄 알았고, 단순히 집순이라서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슬라임 만지기를 취미로 갖게 된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취향을 찾기 위해 내가 왜 슬라임과 이불을 좋아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하고 그 근거를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취향을 정교화할 수 있었다.

    나는 촉각에 예민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전신에 닿는 이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내 온 몸을 이불이 다 감싸고 있을 때 안정감을 느꼈던 것이다. 단순히 ‘이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불이 주는 ‘부드러운 감촉’과 ‘안정감’을 좋아했다는 거다. 이는 슬라임을 좋아하는 내 취향으로 연결이 된다. 슬라임이 손으로 지속적인 촉각 자극을 일으켜 안정감을 주는 취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취향을 구체화 한 이후에 나 스스로를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자가용, 버스, 비행기, 카페나 영화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순간에, 손을 상의 안에 넣고 있는다. 정확히는 손을 상의로 덮고 내 배를 만지고 있는 것인데 이 행동은 내 오랜 습관이라 의문을 품지도, 이유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냥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취향을 정교화 한 뒤에 난 이 행동도 ‘부드러운 촉감’과 ‘안정감’을 주는 내 취향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취향 찾기는 내 소비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 동안 예쁘지만 손이 잘 가지 않던 옷의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옷을 살 때, 옷 안감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특히 바지나 아우터 종류에서는 손이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주머니의 유무를 살피는 것이 첫 번째 순서가 되었다. 이러한 내 사례를 통해 정교화된 취향 찾기가 무엇인지, 또 이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 약 1년 가까이 빽다방 아르바이트 하면서 다양한 음료 및 커피 취향을 가진 손님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빽다방은 얼음 양, 샷 추가, 시럽 추가, 베이스 추가, 탄산수 변경 등 옵션이 많아 본인의 입맛에 맞게 커스텀마이징이 유용하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본인의 취향에 맞게 주문하는 게 다반사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많이 본 사례는 기존 음료에 샷이나 토핑을 추가해 먹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손님은 밀크쉐이크에 샷을 추가해 주문하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야샷추에 나티드코코(코코넛펄)을 추가해 드시기도 한다. 이 두 개는 실제로도 직접 해먹은 적이 있기에 손님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밀크쉐이크에 샷 추가를 하면 커피 쉐이크 느낌이 나면서도 밀크쉐이크의 맛이 더 진해 특유의 달달함을 즐길 수 있고 나티드코코 추가를 하면 나티드코코 특유의 물컹하면서도 오도독한 식감 때문에 먹는 재미가 있다.

    근데 직접 주문을 받으며 ‘왜’ 이걸 좋아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바로 미숫가루에 샷을 추가해 드시는 손님이였다. 미숫가루에 커피라? 주문을 받고 만들 때에도 의아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게 과연 무슨 맛일까, 왜 이걸 주문하신 걸까, 각종 궁금증이 들었다. 곧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손님이 일행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미숫가루에 샷을 추가해 먹으면 커피향이 조금 더 진한 오곡라떼를 먹는 느낌이라 이렇게 커스텀 해먹는다고 하셨다. 알고보니 그 손님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알고 더 나아가 ‘왜’ 좋아하는지 잘 아는, 취향 찾기가 완벽히 되어 있으신 분이셨다.

    취향찾기와 관련해 알바 경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특정 메뉴를 자주 사먹는 사람들은 취향 정교화 과정이 매우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빽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즐겨 드시는 손님은 커피의 양이 많아서, 샷이 많이 들어가 있어 맛이 진해서 좋아하시는 게 다반사고 완전망고주스, 완전토마토주스 등 주스류를 시키시는 손님은 다른 블랜드류와 달리 물 베이스의 주스류가 과일맛이 더 진하게 느껴져서 좋아하신다. 빽스치노를 즐겨드시는 손님은 주로 달달한 입맛의, 단 걸 선호하는 손님이 많고 에이드류를 시키시는 손님은 탄산의 청량감과 과일의 상큼함을 동시에 느끼는 걸 좋아하시는 손님이다.

    ‘취향 찾기’와 관련해 잘 몰랐을 때는 손님들이 특정 메뉴를 자주 시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냥 저 메뉴를 저렇게 툭하면 먹어도 안 질리나? 왜 저렇게 자주 시키시는 거지?” 이런 의문만 들었을 뿐 그들이 “‘왜’ 저 메뉴를 좋아할까?”라는 그들의 취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들, 특정 음료를 자주 시키시는 손님들은 그 누구보다 본인의 취향을 잘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 즉 취향 정교화 과정이 잘 되어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3.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 취향을 정교화하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감성적인 영역의 것을 기계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문장같지만서도, 절묘하게 공감되는 문장이다.

    10대 때부터, 필자의 인생은 항상 취향을 만들고 더 깊이 빠져듦의 반복이었다. 벌써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매일을 즐거운 것과 기분좋게 만드는 것들을 찾고 탐구하는데에 빠져있었다.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좋아하는 것은 더 이상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이것을 내가 왜 좋아하는가? 에 대한 부분도 따르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취향은 정교해지고 좋아하는 여러 것들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어떤 것을 목표로 살아갈건지, 그 목표에 어찌 다다를 수 있을지, 역시 답이 나오는 데에 오래걸리지 않았다.

    지금의 목표는 창작물을 만들어 경제적 생활이 가능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나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수요가 있어야 한다. 즉 대중을 감동시켜야 된다는 말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잔잔한 감성의 서정적인 노래들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찾아들었다. 남들은 좋은 노래가 나와도 흘려듣고 말았다면, 필자는 어떻게든 찾아내 듣고 또 들었다. 그런 과정의 반복이 나라는 사람의 감수성의 일부분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경제성을 창출하고 가치를 만들고 싶다.

    여러 사람을 감동시키는 공급자가 되기 위해, 취향을 정교화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사람들의 취향을 공략할 것인지, 어떤 기술과 노력으로 누군가를 만족시킬지를 고민하고 발전하는 중이다. 놀랍게도 이런 까다로워보이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동안의 정교화와 탐구가 나를 목표지향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지금의 목표에 다다를 것이 분명하다.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교하게.

  4. 영상을 보면서 가장 꽂혔던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취향을 안다는 건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어휘를 갖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제 지난 몇 년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취향을 찾겠다고 정말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운동만 해도 클라이밍, 폴댄스, 발레, 필라테스, 주짓수, 크로스핏, 아이스하키, 요가, 그리고 운동 말고도 DJ도 배웠습니다. 당시 제 마음은 단순했습니다. “재미있는 취미를 갖고싶다.” 필라테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몇 달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왜 필라테스가 좋아?”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껏 한다는 대답이 “그냥 나랑 잘 맞아서”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필라테스가 좋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 좋음을 조각내서 설명할 단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필라테스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다른 운동들을 겪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아이스하키, 크로스핏, 주짓수는 전부 상대를 이기거나 기록과 경쟁해야 하는 운동이었습니다. 순간적인 재미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점수가 날 때, 기록이 깨질 때, 상대를 제압할 때의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 달 이상 붙들고 가기에는 제 성격과 맞지 않았습니다. 경쟁에서 오는 긴장이 저에게는 피로로 쌓이는 쪽이었습니다. 이 세 운동이 저에게 남겨준 문장은 “나는 경쟁을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였습니다.

    클라이밍은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클라이밍 센터에 가보면 대부분 동호회나 무리가 함께 와서 서로 봐주고 파이팅 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본인 차례를 기다렸다가 친구가 올라갈 때 밑에서 응원하고, 끝나면 모여서 영상을 돌려보고. 그게 클라이밍의 매력인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조용히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분위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운동을 경험해보며 “나는 무리 지어 하는 운동은 맞지 않는다” 가 남았습니다.

    폴댄스는 전신을 한꺼번에 써야 하는 운동이었습니다. 한 동작을 할 때도 팔, 코어, 다리가 전부 동시에 긴장해야 했습니다. 온몸이 동시에 일해야 하니 어느 부위에도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신을 한꺼번에 쓰는 운동은 집중이 흩어진다” 는 감각이 이때 생겼습니다. 요가는 정반대 문제였습니다. 동작이 정적이고 느려서 제가 원하던 방향이긴 했는데, 운동으로서 자극되는 느낌 자체가 약했습니다. 끝나고 나면 “뭔가 움직이기는 했는데 근육이 일한 건가?” 싶었습니다. “정적인 것은 좋지만, 자극이 없는 건 운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가 그때 남은 문장입니다.

    이렇게 ‘나와 맞지 않는 이유’들을 말하고 나서야 필라테스가 ‘왜 좋았고 나와 잘 맞는지’를 비로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라테스는 경쟁이 없고, 무리와 섞여서 하지 않고, 전신이 아니라 몸의 한 부분을 쪼개서 그곳에만 의식을 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강사가 “골반을 말아주세요”라고 하면 평소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던 부분을 인지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부위를 인지하면서 움직이는 감각이 저에게 가장 잘 맞았습니다. 필라테스만 해봤다면 이 문장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일곱 가지 운동이 ‘아닌 것의 목록’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비로소 ‘맞는 것’의 윤곽이 잡힌 것입니다.

    영상을 본 후 취향 어휘는 사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중요한 자산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객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기획자는 무엇을 팔아야 할지 짐작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객이 자기 취향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 고객은 자기 취향에 맞는 상품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제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도 필라테스 센터를 고를 때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체형분석을 해주는 센터를 등록합니다. 체형분석을 하는 센터에 가야 강사의 동작 지시가 정확해진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석 없이 수업을 하는 센터에서는 강사가 “복부에 힘 주세요”, “어깨 내리세요” 같은 지시를 모든 회원에게 합니다. 반면 체형분석을 해본 센터에서는 “회원님은 왼쪽 어깨가 더 말려있어서 왼쪽 날개뼈에 더 집중해야합니다” 같은 지시가 들어옵니다. 같은 수업이지만 제 몸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돌이켜 보면 그 센터가 저에게 판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제 몸을 설명할 수 있는 어휘였습니다. 기획자 관점에서 보면, 와인 소믈리에, 향수 컨설팅, 퍼스널 컬러 진단같은 서비스가 비싼 가격에도 꾸준히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품의 기능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선물하고, 그 언어가 다른 서비스의 질까지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좋다 / 별로다”로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구분선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이미 좋아하고 있던 것들의 정체가 한 꺼풀씩 더 선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취향 찾기는 좋아하는 것을 새로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좋아함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5. 나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식당 반찬에 ‘분홍소시지’가 있으면 그 메뉴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맛만 놓고 보면 스팸과 같은 가공육이 더 풍부하고 자극적이지만, 나는 오히려 분홍소시지를 더 선호한다. 이번 영상을 통해 ‘취향 정교화’라는 개념을 적용해보면서, 나의 선택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를 가진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향 정교화란 단순히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것을 넘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 역시 이전까지는 분홍소시지를 ‘그냥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지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만의 취향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분홍소시지의 밋밋한 맛과 미지근한 온도에서 오는 익숙함을 좋아한다. 스팸이 자극적인 맛과 풍부한 육즙을 제공한다면, 분홍소시지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감각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이러한 선호는 과거의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일을 하느라 바쁘셨던 엄마는 종종 분홍소시지를 급하게 부쳐두고 외출하셨다. 그 소시지는 늘 식탁 위에서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고, 나에게는 기다림이 아닌 즉각적인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이자 혼자 있는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분홍소시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안정감과 익숙함을 주는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연상 학습’과도 연결된다. 특정 대상이 특정 감정과 반복적으로 결합되면서, 그 대상 자체에 감정이 내재화되는 과정이다. 나에게 분홍소시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혼자서도 괜찮았던 순간의 감정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취향의 정교화는 현재 나의 소비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부러 빠르게 요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식이 약간 식어 용기 안에 수증기가 맺힌 상태에서 더 큰 식욕을 느낀다.

    과거에는 이러한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입맛이 저렴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나는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감과 온도를 통해 과거의 감정과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취향 정교화를 통해 나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이상 타인의 기준으로 소비를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고유한 취향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취향은 실제 소비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이 더욱 세분화되며 ‘나노 단위’로 나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제는 단순한 광고나 할인과 같은 일방향적 접근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소비자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소비자의 정교화된 취향을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의 핵심임을 확인할 수 있다.

  6. “제일 잘 나가는 조합으로 해주세요.” 서브웨이에 가면 항상 내가 했던 말이었다.

    나의 기존 소비 패턴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피로감을 느껴, 항상 제일 인기가 많거나 일반적으로 평가가 좋은 아이템을 소비해 오는 식이었다. 내가 게으르고 덤덤하기 때문에 세세하게 알아보지 않고 구매하는구나 하고 생각해 왔으나, 영상을 보고 오히려 행동경제학의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내 취향을 탐구하기 귀찮아하는 ‘게으른 소비자’가 아니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제한된 자원(돈, 시간, 에너지 등) 내에서 탐색 비용을 줄이고 실패라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나 ‘취향 정교화’ 영상은 나에게 “실패를 피하는 효율적인 선택이 과연 최고의 만족을 가져다주는가?”라는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 주었다.

    대중적인 조합으로 소비하는 것은 마이너스(실패)를 막아줄 수는 있어도,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여 만족도를 플러스로 극대화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실패를 피하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파악하여 ‘진짜 내 취향’을 가질 기회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스스로 취향 정교화를 진행해보았다.

    1단계: 취향 배우기

    서브웨이에서 나는 샌드위치를 구성하는 재료들을 하나씩 뜯어보았다. 그동안 알바생이 알아서 넣어주던 무난하고 맛있는 샌드위치가 빵의 식감, 치즈의 풍미, 채소의 종류, 소스의 조합이라는 세부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지했다.

    2단계: 취향 찾기

    단순히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를 넘어, 각각의 재료를 나의 선호도에 대입해 보며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내 입맛의 구체적인 형태를 정리했다.

    빵은 처음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재료이기에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줄 수 있는 ‘화이트’를 선호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 안에서 햄의 향을 강하게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칫 육향을 가려버릴 수 있는 ‘피클’을 싫어한다는 디테일한 미각적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소스는 새콤함과 달콤함까지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랜치와 스위트 어니언 조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3단계: 취향 확정하기

    나는 이제 서브웨이에 가면 더 이상 “제일 잘 나가는 조합으로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빵은 화이트에 피클 빼주시고 소스는 랜치와 스위트 어니언으로 주세요.”라고 주문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취향 정교화’가 완성된 것이다. 나의 시간과 인지적 에너지를 투자해 직접 조합한 샌드위치를 먹을 때, 과거 ‘잘 나가는 조합’을 먹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대중적인 선택을 따르는 것은 피로한 일상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효율에만 집착하면 ‘진짜 내 취향’이 주는 만족감에 다가갈 수 없다. 비록 메뉴들을 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들고 조금 맛없는 조합이 탄생하는 리스크가 있더라도, 대상의 속성을 뜯어보고 나의 기호를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샌드위치 하나부터 다수의 정답이 아닌 내 취향을 찾아갈 때, 소비에서 얻는 진짜 효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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