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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세상입니다. 손님의 경험이 브랜드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 많은 기업이 손님 경험 관리와 손님 여정 지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은 ‘즐거운 경험’을 원한다

지난 50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표적 세분 시장에서의 제품 차별화’라는 마케팅 지상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왔습니다.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식음료(코카콜라), 패션(나이키), 소비재(P&G) 업체들이 선호도가 비슷한 소비자 집단을 분리하고 표적 집단을 선정하기 위해 ST(Segmenting and Targeting) 시장 분석을 했고, 자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어떤 면에서 우위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P(Positioning) 산업 분석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장 분석과 산업 분석을 위해 대규모 설문조사를 하고, 수집한 응답을 통계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시장과 산업을 분석하는 전통적 마케팅 활동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소비자 선호가 세분화되면서 시장 분석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소비자가 등장했기 떄문입니다. 전체 가구의 25%가 1인 가구이고, 고령화 가구가 크게 늘었으며, 삶을 대하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 발뮤다의 공기청정기,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등 개별적 우월함보다 속성의 총합을 ‘경험’하는 것이 즐거운 제품이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또 산업 영역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산업 분석을 통해 경쟁 제품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뚜렷한 산업내에서 정해진 경쟁 상품만 고민하면 되었으나 이제는 쇼핑, 예약, 교통, 배달, 부동산 등 일상 서비스가 웹이나 앱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경쟁사가 등장합니다. 잠을 쫓기 위해 코카콜라 대신 레드불을 마시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쇼핑 대신 집에서 오락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경쟁 구도가 산업 내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손님 경험의 시간 점유라는 점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을 사진 찍듯이 정량적으로 나누지 않고 개별 손님 경험을 정성적으로 분석해 손님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손님 경험에 딥다이브하라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기존에 없던 표적 세분 시장을 발견하고, 경험에 기반한  신규 상품으로 기존에 없던 경험 기반의 차별화가 가능해지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생존할 확률이 커집니다. 결국 마케팅이라는 엔진의 화력을 극대화하려면 시장이나 산업보다 ‘손님 경험’이라는 질 높은 연료를 구하기 위해 탐험을 떠나야 합니다. 기업과 직원들은 손님 경험에 깊이 빠져들어(deep-dive)야만 손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새로 출시되는 수제 맥주와 와인과 커피를 마셔보고, 앱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3D 프린터도 사용해보고, 유튜브나 전문가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어떠한 이유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직접 경험을 분석할 수 있는 정성적 조사방법도 중요합니다. 시장 기반 인류학 관찰이나 인터뷰 기법, UI/UX 분야에서 사용되는 퍼소나와 손님 여정지도도 적극 받아들여야 합니다.

손님 여정에 어떻게 접근할까

디지털 환경에서 손님에게 좀 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손님 여정 지도가 유용합니다. 손님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거쳐가는 여러 단계를 시간순으로 X축에 표시하고 의사 결정과 생각, 감정(do, think, feel)을 Y축에 표시합니다. 손님 여정 지도는 은행 창구 등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상품 기획자, 웹사이트나 앱을 기획하는 UX/UI 디자이너에게는 필수 도구로, 마케터 직군에서 이 기법을 사용하면 기획자나 디자이너와 더욱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성공적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손님 여정 지도의 핵심은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품에 대한 관심이 최초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추가 정보를 얻기 얼마나 힘든지, 다른 상품과의 비교 또는 구매 결정 이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의사결정의 어떤 부분이 구매의 걸림돌로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감정을 떨어뜨리는지 이해하면서 문제의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손님 여정지도를 만들 때는 복수의 손님 여정 지도를 그린 뒤 몇 개를 추리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사전 조사에서 얻은 설문 응답을 분석하여 여러 퍼소나를 준비하고, 개별 퍼소나를 대상으로 복수의 손님 여정 지도를 그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별 손님마다 다른 여정을 가지며, 심지어 동일한 손님이라도 상황에 따라 여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손님 여정 지도의 시작과 끝에 상품과 서비스를 만나기 전과 후의 시간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 손님 경험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사전과 사후의 경험을 좀 더 포괄적으로 그려야만 손님이 여정을 왜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특정 상품과 왜, 어떻게  만나고 만난 이후에는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시간별로 쪼개 이해해야 좀 더 전략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경험 마케팅 전략, 손 , 하나금융그룹 Family Magazine, 하나가득, 108, 2019.11.

합리적인 당신의 비합리적 소비

같은 돈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심적 회계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쓸 때보다 씀씀이가 커진다. 국내 신용카드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가 15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7.7%가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소비 방지를 위해 체크카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똑같은 돈인데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씀씀이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 그 이면을 파헤쳐 보자.

현금과 신용카드, 같지만 다르다

사람들이 상품권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심적 회계 때문이다. 심적 회계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틸러가 제시한 행동경제학적 개념이다. 심적 회계는 같은 돈이지만 사람들이 돈을 여러 용도, 혹은 계정으로 나눠 인식하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다. 즉 기업이 회계장부를 작성하듯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동일한 돈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은 머릿속으로 ‘손실’, ‘보너스’ 등의 계정으로 돈을 분류한다. 국민대 경영학과 주재우 교수는 “심적 회계란 회계를 머릿속으로 하는 개념”이며 “이 과정에서 같은 돈을 다르 게 인식하는 등 비합리적인 오류와 실수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MIT의 프레렉·시메스터 연구팀의 실험은 이러한 심적 회계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당시 연구팀은 미국 프로농구경기 입장권을 이용한 비공개 입찰 경매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입장권의 현금 구매만, 나머지 절반에게는 입장권의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진행된 경매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겠다고 나선 사람들 중 현금으로 구매하겠다는 사람의 수는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사람들이 현금결제를 손실로 인식하지만 한 달 후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은 손실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사람들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와는 달리 현금으로 돈을 지불할 때 경제학적 손해인 손실과는 별개로 돈을 지불할 때 느끼는 심리학적 고통이 더해진다”며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심적 회계를 설명했다.

합리적 선택을 위한 행동경제학

심적 회계는 우리의 실생활에서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주 교수는 “비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 항상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토론토대 경영학과 소만 교수의 연구에서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저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급여를 받았을 때 해당 급여를 하나의 계정에 모으지 않고 여러 개의 계정에 나눠 돈을 저축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 돈을 나눠 저축할 경우 실제로 지출액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금액의 돈이지만 100달러가 있는 계정에서 돈을 소비할 때보다 50달러가 있는 계정 2 개에서 돈을 쓸 때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다. 주 교수는 “비합리적인 선택이 나쁜 건 아니다”며 “실제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이용해서 저축을 유도하거나 극복하는 식으로 충분히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융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안세현 기자, 합리적 당신의 비합리적 소비, 성대신문, 2022.04.04.

[특강] 디자인이 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강의 시작 전에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마침 책을 다 읽어서 뒷부분에 쓰여진 작품해설을 보고 있었죠. 내가 책에서 느끼고 해석한 내용과 전문가가 작성한 해설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전문가의 해설은 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틀리게 해석한 것 인가. 오늘 강의 해주신 대신증권 김봉찬 이사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답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한 것도 답일 수 있고, 전문가의 해석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강연자 김봉찬 이사님께서는 본래 디자인을 공부하셨으나, 현대카드 디자인팀에서 오랫동안 일하셨고, 현재는 대신증권 브랜드 전략실 실장을 업(業)으로 삼고 계십니다. ‘브랜드측면에서 디자인과 경영의 협력’이 오늘의 강의주제입니다. 부제로 ‘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것도 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 다르다와 틀리다

김봉찬 이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디자이너는 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정형화된 틀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의 존재를 말씀하신 듯 하였습니다. 반면에 비즈니스는 답만 추구한다고 하셨습니다. 단 하나의 답만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이 차이로 인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다르다’가 쉽게 사용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틀리다’가 더 많이 쓰인다고 하셨어요.

경영학부생으로서 이 말씀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요, 비즈니스는 특성상 수치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숫자 하나가 있고 없음으로 해서 기업의 흥망이 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에서는 명시적으로 ‘틀렸어’라고 짚어야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면 디자인에서는 다름이 쉽게 용인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은 명확한 하나의 답이 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디자인에 답이 하나인 경우는 입시시험 말고 또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사고의 차이가 김봉찬 이사님을 비즈니스업계로 이끌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전공하셨음에도 카드업계로 진출 하신 것을 보면, ‘정답’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답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브랜드에도 답은 여러 개

브랜드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브랜드는 고객이 받아들이는 인식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덧붙이셨어요. (저번 주 강연자이신 신명섭 디자이너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으신 것 같아요.) 모든 접점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곧 답은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증권은 금융업계인 탓에 직원의 손톱, 바짓단 등의 사소한 것이 고객과의 접점이 됩니다. 사소한 것으로 느껴져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중요한 브랜드 형성의 도구입니다. 과거에는 광고, 전단지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주된 방식이 바뀌어 버린 것이죠. 기업 로고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같은 맥락입니다. CI (Corporate Identity) 는 그저 고객과의 접점 하나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그것 하나가 전체 브랜드를 바꾸어 놓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 애플, 나이키, 코카콜라 등을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 맞을 겁니다. 즉, 답은 하나가 아니고 다양한 답이 존재하는 것이죠. 김봉찬 이사님께서 소녀시대를 예로 들어주셨어요. 소녀시대가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생각해보니 ‘단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노래를 잘 불렀고, 춤을 잘 추었고, 연기를 잘했고, 외모가 빼어났어요.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두루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 때에는 하나의 방향성만 설정 한 뒤, 목적지까지의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행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나만의 여행이 되려면, 여행 책을 답습하지 않아야 합니다. 책만 따라가면, 내 여행이 아니라 책을 기록한 사람의 여행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여행을 한 것이 되고 말겁니다. 목적지(방향)만 설정 한 뒤, 그곳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기억에 남으면서 나만의 독특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Bongchan Kim @ NPD

 

  • 현대카드와 브랜드

김봉찬 이사님께서는 예전에 현대카드에서 일을 하셨고, 현재는 대신증권에 몸담고 계십니다. 현대카드에서 일하실 적에 디자인팀장으로 계셨습니다. 현대카드의 브랜드를 만드는 다양한 접점 중에 디자인을 담당하신 것입니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을 브랜드에 잘 접목시킨 기업 중 한 곳입니다. 특히 예쁜 신용카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카드사임에도 불구하고 ‘예쁘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결과적으로도 예쁜 디자인이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쁜 카드를 개발해도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쁜 카드는 생산 단가가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를 쉽게 받아들일 경영진은 없기 때문이죠. 또한 디자이너들의 특성상 예쁜 결과물을 만들기는 잘해내지만, 이것을 가지고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하셨어요. 김봉찬 이사님께서도 디자이너들이 이런 부분은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셨습니다. ‘나의 더 좋은 디자인이 왜 좋은 것인지’ 충분히 타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상대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역설하셨습니다.

현대카드는 지금도 예쁜 카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현대카드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논리입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스타일에 기초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현대카드에 있다고 하셨어요. 흔히 디자인은 논리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점을 하나 찍는 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굳이 이 곳에 점을 찍음으로 해서 왜 소비자가 더 만족하는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여러 개의 답 중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대신증권과 브랜드

대신증권으로 이직한 이후 크레온이라는 주식거래 시스템의 브랜드 구축을 진행하셨습니다. 당시 크레온은 뱅키스 (한국투자증권)와 피가로 (하나대투증권)에 밀려 온라인 HTS (Home Trading Service: 인터넷 주식거래) 시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봉찬 이사님께서는 전략을 수정하여 MTS (Mobile Trading Service: 휴대폰 주식거래)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방향을 수정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 방향이 필요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광고를 새롭게 제작하고 앱의 UI (User Interface)를 리뉴얼 했습니다. 브랜드의 방향을 수정하고 나니, 존재감 없던 크레온이라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인지되고 시장점유율도 확대되었습니다.

크레온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존 경쟁사들과 같은 방향을 표방하지 않았다는 사실. 뱅키스와 피가로는 모두 저렴한 수수료를 기치로 내건 브랜드였습니다. 기존업체들과 같은 방향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여 진행했던 것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즉, 해답을 기존의 업체들처럼 저렴한 가격에서 찾지 않고, 다른 답을 추구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과였던 것이죠. 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둘째,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었다는 사실. 크레온은 레드닷 어워드(Red-Dot Award)에서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크레온 앱은 소비자의 행동패턴과 습관 등을 분석하여 최대한의 편리함과 만족감을 제공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가령 스마트폰 화면에 접지되는 면적이라던가, 화면 상/하단에 어떤 기능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상품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 마치며

디자인은 하나의 답을 쫓지 않는 까닭에, 하나의 답만 추구하는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외길을 걷던 경영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조언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배웠던 내용을 상기한다면, 브랜드를 형성하는 요인에 디자인만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강의시간에 김봉찬 이사님이 오셨기 때문에,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광고 전문가가 오셨다면, 광고의 영향을 배웠을 것입니다. (자주 등장하지만) 답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 디자인이 부각되면서 브랜드를 구축하는 과정에 디자인이 강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동안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는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주된 브랜드 메시지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김봉찬 이사님께서 하신 말씀중에 “브랜드는 자기가 잘하는 싸움의 방식을 정해야 한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크레온(동영상 광고)의 경우-김봉찬 이사님의 영향이겠지만-디자인이 주된 싸움의 방식이었던 것이에요.

오늘 강의 도중에 “멋있잖아요, 좋잖아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디자이너이시기에 이런 표현들이 익숙하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답은 여러 개라는 주장을 본인 안에 이미 품고 계셨습니다. 가령, 친구는 A가 좋고 나는 B가 좋다면, 다르게 좋아하면 됩니다. 때로 둘 다 좋아할 수도 있구요.

강의를 듣고 나니, 저도 제 진로의 답을 찾아야 한다라는 과제가 주어진 것 같았습니다. 남들과 같지 않을 길이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려 합니다. 명확한 한 개의 답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설정한 방향이 이미 이 자체로 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길을 모색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창조하시는 김봉찬 이사님의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 강의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답이 여러 개임을 느껴보라”시던 말씀이 마음속에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Written by 박왕선,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dhkdtjs01@naver.com)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Honor Class (특강 위주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