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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행동 경제학 기법에 적용한 마케팅 실험들

기말고사 전, 소비자행동론 수업은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 윤나영 박사님의 특강으로 마무리 되었다. 우선 강의 내용과 별개로 특강 당시 핀란드 시간이 아침 8시라는 점에서 마음속으로 박사님께 박수를 쳐드렸다. 나는 평소 아침 9시 수업이 있을 때도 수업을 듣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투덜거리며 학교에 겨우 왔는데 강의를 직접 주도하는 사람에게 아침 8시라는 시간은 정말 가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박사님께서는 방긋 웃으시며 우리를 반겨 주셨고 활기찬 목소리로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강의주제는 ‘행동 경제학 기법에 적용한 마케팅 실험들’ 이었고 “못생긴 과일이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위 연구는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연구인데 연구자들은 연구 초반 전세계적으로 싱싱한 식자재의 40%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미적으로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제품들을 거부하며, 못생긴 제품들은 프로덕트의 속성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연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이하고 정형적이지 않은 색상의 농작물은 맛이 덜하다고 느끼며 균일하지 않은 모양의 식자재는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연구 내용을 듣고 나도 평소 엄마랑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과일과 채소를 직접 고르며 모양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색이 진하지 않은 것들은 카트에 담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단순히 못생겼다, 즉 ugly하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않는 식재료에 대해 연구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높이기 위해 못생긴 식자재에 못생겼다고 라벨링을 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험 결과 ‘ugly’ 라벨은 못생긴 식자재의 선택을 높이는데 효과가 신기하게도 분명히 나타났다. 이 실험의 재밌는 포인트는 소비자들은 정말 못생긴 제품을 소비하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정말 못생겨서였고 현업자들의 직관과는 반대로 못생긴 농작물의 미적인 결함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프로덕트의 속성 (대부분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못생긴 농작물의 선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프로덕트에 분명히 드러나는 부정적인 속성이 있을 때 나는 당연히 이런 부정적인 측면은 사람들에게 비춰지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못생긴 제품을 보기 아예 보기 좋은 제품으로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독특한 행동경제학 사례를 보며 제품의 부정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이런 사례가 모든 분야에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농작물처럼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 단점을 우리의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번째 내용은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올바른 제품’을 사지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연구였다. 먼저 이걸 알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속에 다른 생각 안하고 그냥 한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되고 싶은 자아’와 구매를 할 때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해야만 하는 자아’가 항상 싸우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때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Willful ignorance’, 즉 ‘고의적인 무시’ 이다.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 중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비자들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더 하고 싶어할까?” 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잘 합니다” 식의 social comparison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프로덕트일 때, 소비자들의 심리적 갈등 상태를 이해하고,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죄책감 이 들지 않도록 해야 장기적으로 ‘should self’ 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요즘 사회가 굉장히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까지 이어져 내가 평소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제품의 성능보다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더 고려해야 될 것 같은 무언의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제품 후기를 보기 위해 블로그나 유튜브를 참고하면 “이 제품이 친환경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기분이 든다” 라는 블로거와 유튜브들의 후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사실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제품을 구매할 때 나에게 맞는 제품의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친환경 제품라인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환경적인 요소를 먼저 고려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그 제품이 화장품인 경우 나의 피부 타입과 맞지 않아 구매한 행위를 후회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구매 실패 사례가 늘어나며 나는 자연스레 should self 한 소비와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부분을 많은 제조 기업들이 아직 착안하지 못한 것 같은데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나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은 꼭 이런 연구 결과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사님께서 정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 사례를 이야기 해주셔서 굉장히 재밌고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박사님께서 처음에 소개를 해주실 때 마케팅, 디자인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이렇게 세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또 세 가지를 조합하여 연구를 하고 계시는 점이 아직 분명한 진로를 정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신기하고 부럽게 들렸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 단순히 여러 마케팅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재밌어 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 다른 교수님의 ‘마케팅’ 수업을 듣다 보니 생각보다 마케팅이라는 과목이 이 안에서도 분야가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소비자행동론’ 이라는 수업은 인간의 심리나 행동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마케팅에 적용하는 사례를 보는 것이라 흥미롭다고 생각했으며 오늘 강의 내용에서도 박사님께서 유익한 사례를 훑어주셔서 내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저런 부정적인 측면은 수정하여 제품을 판매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짧게 나마 들게 만들었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아 어떤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부해야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박사님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진로를 정하게 된 것처럼 나도 우선 경영학과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하고 수업을 들으며 나의 관심 분야를 몇 가지 정하고 이를 접목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ritten by 김유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나는 벌어들이는 수입의 10~20%를 꾸준히 내가 관심 있는 패션/뷰티 분야에 소비한다. 그렇기에 월말마다 내가 한 소비가 합리적이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는 한다. 구매를 결정할 땐 가격과 디자인, 그 효용을 모두 고려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소비 내역을 되돌아봤을 때 비합리적인 소비를 발견한 적이 많았다. 소비자행동론 수업을 듣고 나서 내가 왜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게 됐고 그 이후 실제로 ‘비합리적인 소비’가 줄었다. 하지만 소비자로부터 하여금 이러한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 아닐까? 나는 수업 후 내가 자주 둘러보는 패션/뷰티 플랫폼이 어떤 식으로 행동경제학을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야가 조금씩 열렸고 과연 나라면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좋은 기회로 소비자행동론 강의에서 현재 행동경제학을 전공하고 계시는 윤나영 선배님의 강연을 듣게 됐고 이 강연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패션/뷰티 업계의 마케팅을 바라봤을 때 새롭게 느끼게 된 감상을 적어보고자 한다.

# ‘default’로 재고를 해결하는 방법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을 하나 고르자면, 역시 모양새가 예쁘지 않아서 시장에서 외면받은 토마토를 ‘못생긴’ 토마토라고 라벨링을 했을 때, 기존보다 더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는 사례다. 나는 이 사례를 보고 최근 온라인 패션/뷰티 업계가 재고를 처리하고 있는 방법을 떠올리게 됐다. 패션/뷰티 업계의 타겟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기에 ‘지난 시즌에 발매되었다’는 상품의 특징은 부정적인 속성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울렛’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제품들을 한군데에 모았다. 아울렛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의 재고/이월 상품을 저렴하게 직영 판매하는 오프라인 할인점을 말한다. 기존에 주로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었던, 또 재고 판매의 성공적인 돌파구로 자리 잡은 ‘아울렛’을 온라인 시장에도 도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도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준 것이다. 소비자에게 ‘아울렛’ 상품이라는 기준선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소비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아울렛은 2023년 11월 거래액이 약 140억을 돌파했고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187%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아울렛에 입점하는 브랜드의 수도 1,4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단순히 상품을 할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울렛 상품’이라는 라벨링을 붙임으로써 온라인 플랫폼도 피해갈 수 없는 재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도덕적으로 올바른 제품을 소비자가 기꺼이 구매하도록 하려면

두 번째 사례는 ‘다른 사람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비자들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더 하고 싶어할까?’라는 주제의 연구였다. 청바지의 가격이나 스타일을 더 중요시하게 여긴 소비자는 ‘노동 환경’과 같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속성을 고려한 소비자를 부정적으로 평가(덜 패셔너블하다, 더 가르치려 든다 등)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패션/뷰티 산업은 언제나 환경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사용함과 더불어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산업보다도 소비자의 ‘should self’가 중요시되는 분야이다. 그 속에서 소비자는 항상 심리적 갈등 상태를 겪는다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업사이클링 의류로 효과적인 마케팅에 성공한 ‘래코드’의 마케팅 방식을 찾아보게 됐다. ‘래코드’는 2012년부터 버려진 폐자재들을 업사이클링한 의류를 선보이는 코오롱의 브랜드다. 단순히 ‘친환경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입지 않지만 의미 있는 옷을 다시 리디자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관람객이 직접 업사이클링을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패션 소비자들의 가장 큰 니즈인 ‘좋은 디자인’을 고려하여 사람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인 점 또한 인상 깊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옷을 왜 구매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또한 놓치지 않은 것이다. 브랜드는 스토리를 가질 때 설득력이 생기고 소비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할 수 있다. ‘래코드’는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소비자에게 필수지만 외면당하고 있는 메시지(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해야 한다)를 거부감이 들지 않게 전달하여 소비자를 설득하고 ‘should self’에서 기인한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패션 마케터들이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주재우 교수님의 ‘마케팅’, ‘소비자 행동론’ 수업을 수강하고 수많은 마케터 분들의 경험을 들으며 나도 ‘마케터’로서의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또 많은 사례를 통해서 행동 경제학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지 생각하게 된다. 강의 지식을 단순히 얻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생각할 기회를 주신 주재우 교수님과 윤나영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단순히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떤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요즘이다.

written by 송채영 (국민대학교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