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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츠타야 (Tsutaya) 서점

1980년 전후는 일본 내에서 음반 대여라는 업종 형태가 새롭게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이다. 현재 일본의 최대 서점 ‘츠타야 (TSUTAYA)’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CC)의 사장 마스다 무네아키는 대학 시절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조예가 깊어졌고, 나중에 자신의 기업체나 점포를 운영한다면 동아리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스다는 1982년 3월 츠타야의 전신인 음반 대여점 로프트 (LOFT) 개점을 거쳐, 1983년 3월 히라카타에 츠타야 1호점을 오픈하게 된다. 1호점 개점 후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객 가치와 큐레이션을 기업 철학으로 삼아온 츠타야는 현재 일본 최대 규모 서점으로서 자국 내 1,500개의 점포와 7천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츠타야의 비즈니스를 디자인 웍스의 3기어로 이해해보자.

 

  • 기어1: 공감 – 최종 사용자들의 니즈 파악

마스다는 ‘고객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을 기획이라고 정의하고, 고객 입장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의 어려움도 감수해야한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그에게 매장은 매(賣)장이 아닌 매(買)장이었다. 로프트를 개점할 당시 히라카타에는 음반 대여점이 없어서 입지만 좋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눈여겨본 빈 점포의 주인은 해당 층이 식당가이기 때문에 음식점만 입점할 수 있다고 거절하였기에, 마스다는 입점을 위하여 음식과 음악을 결합한 음반 대여점·카페로 로프트의 문을 열었다. 로프트는 짧은 기간만에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경쟁점 입점 가능성에 위험을 느낀 마스다는 역 반대편 1층에 상가 자리를 찾은 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책·음반 대여 복합 매장을 계획하고 츠타야를 오픈하였다. 심야 영업은 이익 증가나 기업 이미지를 위한 전략이 아니었다. 당시 히라카타역 주변에 밤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심야에도 영상, 음반, 서적을 구매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에 세운, 최종 사용자들의 니즈 및 가치 중심의 전략이었다.

 

 

  • 기어2: 콘셉트의 시각화 – 비전의 재점화

츠타야의 모델은 시대가 바뀌면서 몇차례 변화를 거친다. 첫번째 모델은 책·DVD 판매 및 대여점이었고, 두번째 모델은 카페형 서점 (서점 내에 스타벅스가 입점한 롯폰기점)이었다. 2011년에 문을 연 세번째 모델은 쇼핑·문화·힐링·사교·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큐레이션 라이프스타일 공간 (T-SITE 라는 이름의 다이칸야마점)으로 진화하였다. T-SITE는 한적한 주택가에 2층 높이의 건물 세 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중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유동량을 만들어 내는 시도를 했고 크게 성공하였다. 이 지역에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은퇴한 중장년층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을 참고하여 은퇴자를 주 타깃 고객층으로 삼고, 서점 내 어디에서든 멋진 의자에 앉아 차와 함께 독서를 즐긴다거나 구매한 음반을 최고급 음향 시스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장년층이 편리하게 이동하도록 서점 전용 택시 승강장도 설치했다. 3천 평이 넘는 규모를 인문학적 사유의 장으로 만들어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업을 하며 건물 주변으로 레스토랑, 갤러리, 자전거샵, 애견용품점 등을 배치하는 등, T-SITE 고객들이 츠타야 스타일로 큐레이팅된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편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 구성에 중점을 두었기에, 츠타야는 2012년 일본 서점업계 1위 기노쿠니야를 제치고 연간 서적 판매고 1위에 올랐다.

 

 

  • 기어3: 전략적 비즈니스 디자인 – 전략의 재조정과 실행

마스다에 따르면 소비 사회는 3가지 Stage가 있다. First stage에서는 상품이 본연의 용도만 만족되면 팔리고, Second stage에서는 구매 장소가 선택 기준이 되며, Third stage에서는 상품도 넘쳐나고 구매 장소도 다양하게 제공되는 단계이다. 이제는 상품과 장소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Third stage이기 때문에, 판매자는 고객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안이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단순히 책을 파는 기존의 서점에서 벗어나, 30여 년 동안 축적한 지적 자본을 바탕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T-SITE를 구현했던 것이다.

2015년에는 가전제품 판매점을 혁신하기 위해서 ‘츠타야 가전 (TSUTAYA Electrics)’을 선보였다. 츠타야 가전은 서점과 가전양판점이 결합된 형식의 매장으로, T-SITE와 동일한 방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지만 그 범위를 하드웨어, 즉 가전제품 등으로 확장한 것이다. 츠타야 가전 역시 큰 성공을 거두어 2015년 니혼게이자이 신문 선정 10대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었다. 츠타야가 가전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언어적 한계가 있는 책과는 다르게 한계가 없는 가전제품을 이용하여 일본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017년 3월에는 대형 출판사 도쿠마 서점을 인수했고 2017년 5월에는 중국 정부펀드 산하의 출판사와 자본 제휴를 발표하는 등 출판 분야 독자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제조 소매업으로 변신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같은해 12월에는 도쿄 신주쿠 츠타야 빌딩에 층별 아파트형 도서관인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TSUTAYA BOOK APARTMENT)’를 입점시켜 24시간 북카페 및 캠핑 공간을 선보이는 등의 라이프 스타일 판매업자로서의 새로운 시도도 지속하고 있어 츠타야가 앞으로 어떠한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규모까지 성장할지 기대된다.

 

 

  • 참고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위즈덤하스

“책으로 사람을 끌어당겨라”, 중앙 SUNDAY https://news.joins.com/article/22283792

“[원포인트 경영학] 베스트 셀러 코너 버리고 맞춤형 큐레이션 플랫폼… 일 서점 츠타야 전략”,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7121876338758

라이프 스타일의 혁신: 츠타야 티사이트, 츠타야 가덴 https://1boon.kakao.com/gilbut/5bbf0bc56a8e5100014a3aa4

츠타야의 ‘이유 있는 변신’ 아파트식 서점까지 선보이다, 리테일 매거진http://retailing.co.kr/article/global.php?CN=&mode=view&art_idx=2744

 

Written by 나소현 | UX 마케팅 |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