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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등급 매기는 ‘불평등 마케팅’… 자칫하면 역효과

해외여행은 즐겁지만 여행지까지 가는 비행은 괴롭다. 비행기를 타려면 번거로운 출국 수속과 보안 검사를 받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탑승 후에는 좁은 기내 통로를 지나 불편한 의자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주변 승객이 갑자기 의자를 움직이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참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기내에서 사고를 치는 사람도 나온다.

토론토대와 하버드대가 최근 공동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행 중 승객의 정신 상태는 비행기 안의 사회적 구조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좌석 등급이 나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자제력을 잃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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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어느 대형 국제 항공사의 비행 기록 수백만 건을 분석했다. 등급 구분 없이 3등석(이코노미석)만 있는 여객기는 1000회 비행당 평균 0.14건의 기내 난동이 있었다. 그런데 1등석부터 3등석까지 좌석이 구분돼 있는 여객기는 1000회당 기내 난동이 1.58건으로, 이코노미 전용 비행기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많았다.

특히 탑승구가 비행기 앞쪽에 있어서 3등석 승객이 1, 2등석 승객들 사이로 지나가야 하는 경우 기내에서 말썽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 3등석 승객만 짜증을 내는 게 아니다. 1, 2등석 승객 역시 3등석 승객과 접촉이 많을수록 기내에서 사고를 칠 확률이 올라갔다. 특히 승무원이나 옆자리 승객 등 타인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비율은 1, 2등석 승객이 3등석 승객보다 훨씬 높았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회에서 상위 계층이나 하위 계층에 속한다는 걸 느끼는 순간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크게 바뀐다. 비행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넓은 임원실 바로 옆에 일반직원용으로 좁은 칸막이 자리를 마련해 놓은 회사나, 영화가 잘 보이는 좋은 좌석에는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맨 앞줄에만 할인을 해주는 영화관 같은 곳에서도 사회적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돈을 더 쓰게 만들려고 일부러 불평등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에는 언제나 사건사고의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