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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화를 팔다 – 토토 (TOTO)

메이지유신 개국 이래로 탈아입구(脱亜入欧)의 틀을 갖추고 있던 일본에게 있어 1904년은, 세계무대를 실감할 수 있었던 해이다. 러일전쟁을 앞두고 서구열강들과 교류가 촉진되어 서구식 건축물뿐 아니라 문화가 대거 유입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 초대 사장 오쿠라 가즈치카(大倉和親)는 1903년 도기 기술 시찰을 위해 유럽을 방문하였다가 사업기회를 포착하게 된다.

일본 특유의 극진한 서비스인 “오모테나시”에 따라 쾌적한 화장실이란 일본인에게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욕조, 세면대, 변기와 같은 위생도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면 당시 일본의 열악한 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믿었다. 오쿠라 사장은 위생도기 기술을 배운 뒤 191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시험 판매 결과가 좋아 사업화를 결정한 뒤 후쿠오카현 고쿠라에 공장을 세우고 회사를 창업했다. 고쿠라는 한반도와 일본 규슈에서 양질의 도기 원료를 구하기 쉽고 선탁 산지도 가까울 뿐 아니라 항구와 철도가 인접해 있어서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서구열강과 교류가 이어지던 항구도시 위주로 위생도기의 수요가 증가하긴 했지만, 당시 시장 규모는 터무니없이 작았고 하수도 보급 또한 더뎠다. 하지만, 창업 6년뒤 관동대지진이 일어났고, 지진으로 수많은 일본의 전통 가옥이 무너지거나 불타면서 가능성이 살아났다. 지진 이후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철골 콘크리트 구조로 건물이 신축되고 하수도가 보급되면서, 위생도기 수요가 급증했다. 토토는 이러한 수요를 놓치지 않고 제품을 보급화하여 오늘날까지 일본 내에서 굳건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100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화장실과 관련된 여러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 TOTO는 현재 화장실 위생도기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이며, 9조 9000억원 시장에서 1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 기어1 : 장인정신과 오모테나시

일본의 기본적 문화는 “오모테나시”다. 오늘날로 비유하자면, 방문객이 공항에 도착하여 택시에 탑승한 후부터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화장실을 사용하기까지 모두 “오모테나시”, 즉 “접대”의 일환인 것이다. 접대를 받는 이는 최대한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문화적 프레임은 일본의 경제성장기와 맞물리며 극대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기에 토토는 이러한 니즈를 기반으로 하여 위생도기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상하수도 시설이 확충되면서 위생도기 수요는 급증하게 되었고 이렇게 100년 기업의 도약이 시작되었다.

2017년 3월 중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물 관련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3일 동안 20만 명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한 이벤트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TOTO의 부스였는데, 해당 부스엔 파란빛의 조명을 받고 있는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 욕조가 있었다. 제품명 ‘제로디멘션’, 즉 ‘0차원’이라 불리는 욕조인데, 마치 우주 비행하듯이 무중력에 가까운 감각으로 입욕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제품이다. 종래의 욕조의 경우 욕조 바닥이 인간의 체형과 맞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토토는 이해한 것이다.

토토는 공감에 그치지 않는다. 비데 사용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몸소 겪어보기 위해 노즐 분사 위치를 나노미터 단위로 바꿔가며, 어떠한 상황이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였다. 화장실 사용자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기 위하여 수백 번이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것, 토토의 장인정신이 사용자 공감을 더 수월히 해낼 수 있게 한다.

 

 

 

  • 기어 2 : 쾌적한 화장실을 설계하다.

변기와 욕조 및 세면기는 도기로 만든다. 이 도기엔 미세한 요철이 있어 오염 물질이 쉽게 묻는다. 씻기기는 하지만 물을 그만큼 더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에, 요철을 줄이기만 한다면 물 사용량도 줄이고 위생도 지킬 수 있다. 토토는 1999년 특수한 유약을 발라 요철을 줄이면서 위생도기를 소성하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로 인해 절수 효과를 높이고 청소 횟수도 줄였다. 또한 2002년 개발한 “토네이도 세정” 기술은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즉, 화장실에 들어가게 되는 사용자는 위생적 쾌적함을 느낄 수 있고, 화장실 관리자는 효율적으로 사용자에게 쾌적함을 전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실 맞춤형 액세서리를 제공하는 등 공간적 요소를 서비스에 추가하여 선택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가 있다.

이러한 설계는, 모두 “토토총합연구소”에서 나왔다. 이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화장실 사용 관련하여 대화를 갖고, 직접 최종사용자로서 경험하여 아이디어를 산출해낸다. 이 아이디어들은 화장실과 관련된 일련의 공감적 단계를 넘어서서 이해로 이어지는데,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와 같다. 일반적인 양변기는 가장자리에서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 씻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만큼 오염물질이 쓸려내려가게되는 정도가 현저히 작다. 수차가 위치마다 다르게 작용하므로 세정능력이 떨어지는 것인데, 토네이도 세정은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안에서 돌게 만들어, 적은 물을 사용해 오염 물질을 씻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물이 나오는 가장자리를 없애 오염 물질이 생기지 않게 해 청소하기 쉽다는 장점도 만들어냈다. 토토는 이런 기술을 이용해 1회 세정 시 물 사용량을 3.8L로 줄였다. 말 그대로, 화장실을 사용하며 느꼈을 지저분함을 되도록 피하게 하며,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 제로 디멘션 욕조를 만듦에 있어서도, 총합연구소의 경험적 연구를 토대로, 사용자가 느꼈을 욕조 구조의 체형적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저 “감”에 지나지 않을 쾌적함을 온몸이 불도록 욕조에 몸을 담가 가며 최적 비율을 구했다. 비데의 경우 최적 위치 선정을 위해 센서반경을 더 넓히는 등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센서를 사용하게 되었다.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 토토의 기어2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 기어 3 : 전략, 오모테나시라는 가치를 시대에 맞추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욕조는 그야말로 토토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게 기술제휴를 주며 직간접적으로 화장실 사용의 가치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변화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던 것은 아니다. 가치라는 시대와 상황마다 달리하는 상대적 요소를 토토는 변함없이 탐구하고 포착해낸다. 일본의 고령화 사회에 맞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욕조 안으로 내려가는 자동의자가 달린 욕실, 자연친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춘 절수효과 극대화, 인테리어적 요소에 걸맞은 디자인, 사용자 편의에 맞게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등, 토토는 허브에 해당하는 자사의 시그니처 제품들과 앞서 언급했던 추가 활동들을 연결하여 가치 창출을 용이하게 설계했다. 총합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다양한 전공 출신들이라는 점과, 가치 제안과 전략 수립, 개발 계획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에 장애물이 없는 점이 시장의 변화에 맞게 적응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한 우물만 파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파는 “기술 제1주의”토토는 그렇게 세계 최대 화장실 관련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중국처럼,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의 향상이 위생 관념을 높여주게 되어 비데 소비가 늘어나게 되는 시장도 서서히 공략해야 한다. 경제가 발전된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화장실 문화가 덜 발달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오모테나시”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침투를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일본처럼 ‘화장실도 서비스의 일환이다’라는 생각이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된다면, 화장실에 많은 돈을 들여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공공시설에 이런 발상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본조차도 최근의 일이기에, 해외 또한 환경조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을 알기에, 토토는 자사 홈페이지에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를 설명하고 있고, 최근엔 나리타 공항에 토토 화장실을 설계하여 공항을 오가는 외국인들이 일본의 화장실 문화를 익히도록 조성하고 있다. 즉, 일본 국내 사정에만 공감 및 이해를 할 것이 아니라,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며 동시에 일본의 화장실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인식을 확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 Reference

http://www.news2day.co.kr/87173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1&page=4&t_num=12885

http://www.ilboniyagi.com/osaka/nagoya/toto.htm

http://www.kje.or.kr/index.php/user_info/report_view/140/1004

https://www.toto.com/kr/wtjapan/manners/index.htm

https://livejapan.com/ko/in-narita/article-a0000855/

https://blog.naver.com/mkt90/221208729203

http://www.totokr.co.kr/

Written by 권덕현, 권준혁, 김재현, 허권, 황금성, 알쉐리힌드, 장정 | 디자인경영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