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향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 론칭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성이 시장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는 취향과 지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좀 더 나은 취향과 지식을 ‘가르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시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시장을 이끌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은 일반인이다. 일반인이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 즉 고객 경험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디스트릭트는 전문가 집단이다. 디스트릭트는 라이브파크와 플레이케이 팝을 통해서 취향과 지식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두 번의 시도 모두 시장에서 실패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했지만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학습했고, 학습의 결과를 세 번째 시도한 아르떼뮤지엄에 적용했다. 아르떼뮤지엄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간극을 줄였고 결국 제품- 시장 맞춤(product-market fit)이 일어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 다. 아르떼뮤지엄의 성공 요인 중 ‘일반인의 생각과 행동법’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1. 전문가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기술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경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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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완성도보다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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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문가가 주는 너무 새로운 경험보다 내가 이해할 만한 적당한 새로움이 좋다
디스트릭트의 과거 전시가 일반인에게 준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은 ‘지나친 새로움’이었다. 매운맛의 정도를 조정해서 순한 맛의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익숙함이 필수적이다. 아르떼 뮤지엄은 제주에 먼저 문을 연 빛의 벙커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명화의 익숙함을 적극 이용했 다. 가든의 명화는 자연이라는 전체 콘셉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이 좋아하는 소재로 포함되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보험 효과를 발휘할 수 있 다. 작품에 담길 명화를 선택할 때도 대중성을 고려했다. 일반인 관람객도 아는 그림이 등장해야만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일반인들이 적당한 정도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은 최근의 명화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이 연구는 미술 작품을 제품 패키지에 사용했을 때 고객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명화 차용 효과(Art infusion)를 조사했다. 국내 미술 교과서를 바탕으로 근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6개의 명화를 선택하고 각 명화를 차용한 6개의 휴대폰 케이스를 가상의 제품으로 제작한 뒤 380명의 대학생 을 대상으로 명화와 명화 차용 제품에 대한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일반인들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차용된 정도가 낮은 명화가 더해진 휴대폰 케이스를 좋아하는 성향이 크게 나타났다. (그림 1)
실제로 2021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의 도심 길거리 예술 대회, ‘어번 브레이크(Urban Break)’에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은 급진적으로 새로운 작품이 아니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예술 작품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다수의 일반인에게는 모두가 아는 기존의 유명 작품에 작가의 터치가 약간 더해진 작품에 인파가 몰렸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 그림에 마스크와 땀 한 방울이 더해졌거나, 다비드 상에 기관총의 탄피가 더해졌거나, 자유의 여신상이 코를 후비고 있는 작품 앞에서 많은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눴다.(그림 2) 이해할 만한 수준의 새로움을 적당히 가미하기 위해서 작가들이 기존 작품을 차용하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 오랜 노력으로 취향과 지식으로 무장된 전문가가 단순 무식해 보이는 일반인에게 귀 기울이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디스트릭트는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뒤 일반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래의 세 가지 방법을 터득했고, 아르떼 뮤지엄에 적용해 시장에서 성공했다.
- 전문가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기술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경험이 좋다.
-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완성도보다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 전문가가 주는 너무 새로운 경험보다 내가 이해할 만한 적당한 새 로움이 좋다.
전문가와 다른 일반인의 특성은 이외에도 무궁무진하다. 디스트릭트는 아르떼뮤지엄에서에서 일반인의 특성을 또 하나 더 배울 것이며 이를 이후의 사업에 적용해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한 차례 더욱 높일 것이다. 학습하는 기업의 미래는 아름답다. 생존을 고민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면 디스트릭트의 사례를 참고해 고객 경험에 대한 학습을 보다 넓고, 더 깊게, 끊임없이 지속하기를 바란다.
주재우 (2022), “고객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취향-지식에 귀 기울여,” 동아비즈니스리뷰, February (2), 7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