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관찰

액체가 아닌 종이로 섬유 유연제 시장 1위를 차지한 LG 생활건강 샤프란 아로마 시트

Problem

피죤 vs. LG 생활건강 샤프란

1978년, 피죤이 처음으로 섬유유연제 시장에 등장 / 당시 주요 섬유 소재였던 나일론, 폴리에스터의 정전기를 줄여주며 좋은 향을 낼 수 있도록 함 / 1979년, LG생활건강이 샤프란 제품으로 섬유유연제 시장 진출 (후발주자) /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생활용품 시장의 특성 상 판도가 쉽게 변하지 않음 / 2009년까지, 32년동안 피죤은 시장 선도자우위를 바탕으로 섬유유연제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킴.

 

LGcare

 

피죤

제품의 기본속성에 머무른 고민 / 더 좋은 향을 내기 위한 고민, 더욱 옷감을 부드럽게 하고, 정전기 방지 기술 등을 위한 노력 /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품 별 기능 간 차이가 크지 않음 / 프로모션, 광고 및 판촉 위주의 경쟁, 가격경쟁력 등 기존 마케팅 기법에 의존

샤프란 

ʹ관찰ʹ을 통한 고객의 Hidden needs를 파악 / 2007년 소비자 관찰조사 실시(샤프란 마케팅 팀), 아래와 같은 Insight를 얻게 됨.

  1. 실제로 대부분의 섬유유연제를 구매하는 고객은 여성
  2. 제품이 여성고객에게 지나치게 무거워 불편함을 야기: 마트 진열대에서 제품을 꺼낼 때, 제품을 카트에 담을 때, 차에 실을 때, 실제로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며 빨래 할 때 (너무 무거워 따르다가 벌컥 쏟아버림)
  3. 액상유연제의 경우 적정량의 계량이 어려움

샤프란 아로마시트 개발 : 편의성의 혁신 / 기존 제품 콘셉트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품 – 휴지처럼 한 장씩 뽑아 쓰는 형태 / 무게가 가벼울 뿐 만 아니라, 한 번 세탁 시 한 장을 넣는 등 계량의 어려움 문제를 해결 / 이후 액체 섬유유연제 대안으로, 10배 고농축 제품을 내놓기도 함.(2010년)

결과 

2010년, 32년만에 샤프란이 피죤을 제치고 섬유유연제 시장 1위 자리 차지 / 시장 점유율: 샤프란 40%, 피죤 22.5%, P&G 다우니 20% (닐슨코리아, 2014년 8월 기준) 2400억원 시장규모

 

Written by 방한결, 최세계, 이수정, 민동오, 조준희 | 디자인 경영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Design Thinking… 생각부터 제품서비스까지 디자인하라

디자인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화두다. 달라진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서 소비자는 더 까다로워졌고,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때 식스시그마나 IS9000 같은 품질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지만 단순히 품질만 좋아서는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시대가 됐다. 시대의 변화는 상상보다 빠르다.

차별화를 위해 주목받는 경영기법이 디자인 경영이다.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디자인적 사고)’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소비자의 경험까지 새롭게 하고, 조직 문화 개선과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이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1990년대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의뢰로 산업용 로봇을 기획한 경험을 비추어 이렇게 말했다. “당시 경영진은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만들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디자인팀은 로봇을 거꾸로 세워볼까, 천장에 매달아볼까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러니 경영자들은 ‘이게 수익이 나겠나’를 우려하고,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나’를 고민하더군요.” 정 교수는 “디자이너들은 때로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지만 디자인적 사고가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DML_Donga왜 디자인 싱킹인가.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별점을 꼽는다. 기존 경영기법은 고객의 구매 이력과 설문조사 결과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설계 방향을 도출한다. 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다. 반면 디자인 싱킹은 ‘현재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객이나 회사 직원 등 이해관계자를 직접 관찰해 당사자 입장에서 문제점을 도출한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고 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체크한다. 이후 정식 제품으로 자리 잡는다.

디자인 경영의 선도 기업으로는 피앤지(P&G)가 꼽힌다. 피앤지가 2000년대 내놓은 최초의 일회용 막대걸레 ‘스위퍼’는 디자인 싱킹을 통해 나온 제품이다. 당시만 해도 바닥청소는 쪼그려 앉아 걸레질을 하는 방식밖에 없었다. 피앤지 관계자는 아프리카 청소부들이 천장에 붙어 있는 거미줄을 빗자루 여러 개를 연결해서 제거하는 것을 보고 스위퍼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피앤지는 부직포에서 나는 정전기를 이용해 바닥 먼지를 제거하는 막대 걸레를 내놓아 대성공을 이뤘다. 시장에선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이혜선 이화여대 교수는 “디자인 싱킹은 겉으로 드러나는 ‘팩트’ 외에도 이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며 “동조(sympathy)가 아닌 공감(empathy)에 기반을 둬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재우 국민대 교수는 “디자인 싱킹의 문제 해결 방안은 데이터가 아니라 관찰과 직관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 경영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직관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자인은 ICT와 결합해 제품의 생산, 유통방식을 아예 바꿔놓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제품을 기획해 대량 생산한 뒤 유통한다. 그러나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시제품을 홈페이지에 올린 뒤 주문자 수가 일정 수를 넘으면 생산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서 미리 결제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비교적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크라우드 펀딩’과도 비슷하다. 또 제품 주문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규모가 작은 디자이너들도 유통망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조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공장을 통한 대량 생산이 아닌 주문 제작, 소량 생산 등을 통해 창작자들이 경영의 주체가 되는 ‘신(新)개인제조’ 시대가 오고 있다”며 “특히 3차원(3D) 프린터 같은 기술은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K(한국)-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디자이너 출신인 스튜어트 그린 인터브랜드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더이상 남들을 따라 하지 말라. 자신감을 갖고 한국만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강조한다. K팝이 증명했듯 ‘뭔가 독특하게 한국적인 것’은 일본, 중국 등 경쟁자에 비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아자동차와 아모레퍼시픽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기아차는 ‘호랑이코 그릴’과 역동적인 디자인을 통해 젊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은 메이크업 베이스와 파운데이션, 선크림을 하나로 합쳐 화장의 단계를 줄였다. 이와 동시에 쿠션을 찍을 때마다 적당량이 나오도록 고안해, 튜브형 제품과 달리 양 조절이 쉽도록 했다. 그린 CEO는 “에어쿠션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유사 제품을 낼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

 

 

DML_Signature이러한 추세를 담아 국내 기업들은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구를 닮은 TV’로 평가받는 신개념 TV ‘세리프 TV’를 선보였다. 유명 가구 디자이너인 부룰레크 형제와 협력해 만든 TV다. ‘커튼 모드’라고 해서 TV를 보고 있지 않을 때의 인터페이스까지 디자인해 주변 인테리어 소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YF 쏘나타’를 시작으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연한 역동성)’를 내세웠다. 지난해 출범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는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제품 철학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수석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으로 영입했다.

LG전자는 지난달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혁신적인 성능 못지않게 예술 작품처럼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미로 ‘가전이 아닌 작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포스코는 2월 월드프리미엄(WP·자사 고유기술로 만든 고부가가치 제품) 스테인리스 강재를 적용한 ‘전기자동차 완속 충전기’를 개발했다. 이는 2014년 출범한 ‘디자인솔루션 개발전담조직’이 고안한 제품이다. 이 조직은 고객의 수요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발족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임직원들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GS타워 본사 27층에 열린 소통 공간 ‘지음(知音)’을 마련했다. 디자인을 통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도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假說 없이 관찰하고 경험하라

친구들에게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는 제안을 하면 대부분은 “제수씨가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할 테니 밖에서 먹자”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의 예상과 달리 아내는 요리해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메모하기도 하고, 난도 높은 음식에 필요한 양념과 향신료를 구하러 멀리 가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은 극소수 친구들은 고급 식당에나 있을 법한 신비스러운 요리 도구와 싱싱한 식재료로 요리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설(假說)은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특히 경영 현장에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가설을 피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종종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잔돈은 가지세요”

BoA2000년대 초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비자(Visa)와 손을 잡고 비자 직불카드를 선보인 뒤 다양한 프로모션을 구사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이 충분히 생겨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위 임원 2명을 포함한 5명의 혁신팀을 꾸렸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아이데오(IDEO)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아이데오에서는 디자인 디렉터 로시 기벤시를 포함한 4명이 참가했다.

이 팀은 카드 발급이나 카드 사용과 관련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방식 대신,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가설 없이 진심으로 이해해보기로 결정했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조사 담당자들이 애틀랜타,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의 3개 도시에 가서 아기 엄마들이 식품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관찰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빨리 편하게 계산하기 위해서 달러 이하의 돈을 반올림해서 지불한 뒤 점원에게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고 말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아이를 위해 예금계좌에 저축하고 싶은데 의지가 부족해서 잘 안 되네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었다.

혁신팀은 이 두 가지 인사이트를 묶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했다. 비자 직불카드를 통해서 결제하면, 자동으로 반올림된 금액이 지불되고, 차액은 예금 계좌로 빠져나가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3.43달러짜리 커피를 구매하면 고객의 일반계좌에서 4달러가 지불되고, 차액 57센트는 예금계좌에 저축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잔돈은 가지세요’라는 이름으로 2005년 10월에 등장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년 뒤인 2006년 10월에 확인해 보니, 프로그램에 새롭게 가입한 고객이 250만명이었고, 70만개의 일반계좌와 100만개의 예금계좌가 개설됐다. 가입 고객은 뒤에 1200만명에 이르렀고, 31억달러의 예금액을 올렸다.

 

오랄비의 어린이용 칫솔 ‘Gripper’

가설이 아닌 관찰과 경험을 통해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한 다른 사례로 오랄비가 있다. 약 20년 전 이 회사가 5~8세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한 칫솔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그들에겐 고정관념이 있었다. 아이들은 손이 작으니 어린이용 칫솔은 어른용 칫솔보다 크기가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데오의 토머스 오버튠이라는 디자이너가 어린이들이 이를 닦는 상황을 직접 관찰하니, 어른들만큼 손이 자유롭지 못해서 칫솔을 모든 손가락을 이용해서 주먹으로 꽉 쥔 채 얼굴을 때리듯이 괴롭게 이를 닦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관찰에 기반을 둬서 만들어진 ‘꼭 쥐다(Grippber)’라는 이름의 어린이용 칫솔은 손잡이 부분을 어른용 칫솔보다 크고 두툼하게 디자인했고, 손잡이 부분에 거북이 등딱지 모양이 돌기를 집어넣었다. 이 제품은 1996년 출시 이후 18개월 동안 어린이용 칫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이후 출시된 많은 어린이용 칫솔의 기준이 됐다.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예상 가설을 기반으로 대답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당연해 보이는 그런 가설들이 진정한 해결책에 방해될 수도 있다. 만약 다음에 친구가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고 제안하면, ‘제수씨가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할 것’이라는 가설을 접고 스스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해보시기 바란다. 어쩌면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