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출시된 ‘트리오 곡물설거지’는 우윳빛을 띠고 구수한 누룽지향이 나는 제품으로 ‘주방세제는 투명하고 상쾌한 과일향이 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애경은 원료에서 계면활성제의 비율을 낮춰 기존 ‘마일드’ 세제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지면서도 저자극, 친환경이라는 느낌을 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곡물 콘셉트를 이용했다. 그 결과 글로벌 경제위기, 포화될 대로 포화된 시장, 사내의 회의적인 시선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연평균 50% 가까운 성장세를 달성했고 1년 만에 CJ, LG생활건강 등 경쟁사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저가마일드’라는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됐다.
기업경영에 Design Thinking이 꼭 필요하다면 경영자에게 디자인 마인드를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디자이너가 경영자 수업을 받도록 해야 할까? 이미 스탠퍼드(미국)와 인시아드(프랑스) 등 대부분의 해외 명문 비즈니스스쿨들은 MBA 학생들에게 Design Thinking 관련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반대로 파슨스(미국), 임페이얼 칼리지 오브 아트(영국)와 같은 유명 디자인스쿨은 기업경영 관련 코스를 늘리고 있다. 전자의 대표격인 토론토 대학교 로트만 스쿨 (Rotman School of Management)의 DesignWorks 프로그램 디렉터인 헤더 프레이저 (Heather Fraser) 교수와 후자의 대표격인 뉴욕 Parsons School for Design의 에린 조(Erin Cho) 교수를 만나 Design Thinking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본다.
Panasonic lady shaver by Rosenthal and Capper 2006
신제품 개발에는 많은 투자가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 출시돼 살아남는 제품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제품의 시장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데 엔지니어들이 자주 사용하는 품질의 집(House of Quality)과 마케터들이 쓰는 컨조인트 분석 등이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디자이너가 포장, 광고, 브랜드 등 제품 개발 이후의 부수적인 업무를 뛰어넘어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 콘셉트를 개발하는 등 제품 개발의 핵심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신제품 개발에 디자인에 대한 투자나 디자이너 채용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품개발의 전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디자이너들이 흔히 사용하는 기법들도 기존의 제품개발 프로세스에 접목되면서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요즈음 디자인과 경영을 통합적으로 가르치거나 적용하는 학교들과 기업들은 시장조사와 콘셉트 개발에서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1) 공감 기법과 (2) 프로토타이핑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거나 적용하고 있다. 이 두 기법은 Design Thinking을 실무에 적용할 때 가장 흔히 쓰이는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