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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Persona(퍼소나)는 무엇인가요?

이번 강의는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디자인과 영문학을 공부하신 후, 한국에서 혁신 디자인 컨설팅 그룹 pxd를 이끌어가는 이재용 대표님께서 해 주셨다.

 

  •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졌다. 

가위를 사용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누구나 가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기 때문에, 가위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위질은 인류가 오랜 시간동안 개발하고 훈련해서 습득한 결과이므로 직관적이지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나 핸드폰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오랜 시간동안 학습하던 것을 이제는 짧은 시간 안에 배워야하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하나의 학문 단위, 또는 하나의 직업 단위가 되었다.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와 전자 제품에서 무척 활발하게 논의된다. 왜냐하면,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누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누르는 것이라고 약속만 하면 누르는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인터페이스가 무척 중요해졌고 따라서 퍼소나가 필요해졌다.

 

  • Persona와 마케팅은 다르다

Persona와 마케팅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마케팅은 “우선 많이 팔아야 잘 쓴다”는 생각에 판매가 중요하다. 하지만 Persona는 ‘어떻게 하면 잘 쓸까’에 관심이 많다. Persona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원하도록 쉽게, 잘 쓸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케팅 전략이 나오기도 한다. 추가로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고,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광고할지를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Persona의 첫 단계는 ‘소비자들은 왜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다. 이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이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소비자에게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설문한 결과는, 제품 출시 후에 소비자가 보이는 실제 행동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마케팅 조사를 하면, 실제 구매 의향이 없더라도 진지한 고민 없이 사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응답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내고 제품을 구입할 때는 꼼꼼하게 따진 뒤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마케팅 조사 결과를 있는 보이는 디자인이나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무언가를 검색해서 소비자에게 접근한 뒤 이에 맞추어 상품을 만들면, 예상과 달리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물어보지 않고,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20141007_Chaeyong Yi @ DesignMarketing (4)

 

퍼소나는 다음 3가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1. Persona는 관점을 전환시켜준다

“아래아 한글이나 MS 워드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쓰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정도” 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워드 프로세스 기능 중 평소 사용하는 기능은 30% 미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정도” 라고 대답하는 이유는 몇 안 되는 기능만 사용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드 프로세서로 하루에 10분동안 작업하는 일을 30년 동안  한다고 해서, 고급 기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작업에 집중하는 시기가 있어야 고급 기능을 사용하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어떤 일은 어떤 시기에 미친듯이 해야 수준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워드 프로세서를 미친듯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끝내 중급 사용자에 머무른다.

하지만,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은 워드 프로세서만 종일 고민한다. 그리고는 곧 전문가로서 자신이 하는 일에 고민을 덜 하는 일반인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쉽게 잊어버린다. 즉, 전체 기능의 100%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전문가는, 전체 기능의 30% 미만을 사용하는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특정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면서 비전문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사업을 운영할 때에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에도, 전문가는 그 일을 하지 않는 비전문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3주 동안 준비해서 공모전에 나갈 때 제일 놓치기 쉬운 것은, 공모전 문서를 30초만에 보는 심사위원의 심리 상태이다. 실제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가 몇날 며칠을 고민하여 만든 첫 화면도, 사용자는 순식간에 무심코 지나친다. 즉,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이 어렵다. 공모전에 서류를 제출하면, 공모전 심사위원은 어떤 마음일까? 과제를 제출할 때 교수님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 번쯤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객이 누군지, 내가 만든 제품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개별 의견에 바이어스 되지 않고 고객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을까?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동창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다니면서,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님의 주변 사람들은 고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품을 무조건 좋다고 말해주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행위이지 사용자로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실제 고객이 아닌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하면 이상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실제 사용하는 고객을 굉장히 잘 알아야 한다. 좀더 근본적으로는, 제품을 만들 때 “누구를 위해서”라는 질문을 항상 떠올려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타겟 고객을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Persona를 사용해서 눈앞에 정확히 그려두는 편이, 관점을 훨씬 쉽게 전환할 수 있다. Persona가 힘든 관점 전환을 도와준다.

 

  • 2. Persona는 사용자를 나누어준다

과거에는 통계로 고객의 응답을 분석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평균에만 주목하면 많은 중요한 부분이 무시된다. Persona는 완성된 한명의 인간을 생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 명의 삶이 어떤지 생각하고, 점점 더 깊이 들어가서 생각, 행동, 생활태도에 공감한다. 실제 사람들은 모두 대단히 다른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그먼트마다 동일한 사람을 상상하면서 접근하던 과거의 방법에서 벗어나, Persona를 통해서 개인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다보면 사용자를 나누어서 더 깊게 이해하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문자 메시지를 지우려고 지우기 버튼을 눌렀을때 ‘지우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확인창이 뜨면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을까 또는 나쁠까? 문자양이 적거나 실수로 버튼을 누를 사람이라면 확인창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용자는 확인창을 번거로워할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전화 번호를 모두 한꺼번에 지울 때, ‘지우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확인창은 어떨까? 이 작업은 자주 하지 않고 잘못 지웠을 때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확인창이 있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은 없으며, 누구에게 더 잘 맞는 것이 무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누구를 위해서” 디자인을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용자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무척 힘들기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디자인을 하는지 잘 알아야한다. 만약 본인 의견도 참고하고, 일반 사용자에 대한 예상 경우도 따지고, 드물게 발생하는 이슈도 모두 고려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가는,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기 어려운 디자인이 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앱을 개발한다고 하자. 연령, 지역, 소득, 소비수준, 직업을 정한 뒤 한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사람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면서, 언제 카카오톡을 쓸까, 문자를 쓸까, 이메일을 보낼까, 직접 만날까를 어떻게 정하는지 이해하면 우선 순위가 나오고, 사용 상황, 사용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공감, 또는 관점 전환 (입장 바꾸기: Perspective-taking) 을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때에도 사용자가 누구인지, 반대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면 혁신을 이루어낼 수도 있다. 즉, 사람들의 행동에 기반해서 다른 그룹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Persona를 만들면 단일 대상을 만들어서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결정하게 도와준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는 MP3 플레이어를 더 작고 예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음악 감상이 중요한 “일부” 사람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50GB 용량의 음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음악 중에 원하는 음악만 찾아서, 아침마다 그 음악만 MP3 플레이어에 넣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애플의 iPod은 원하는 곡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휠을 달았다. 추가로, 음질이 중요한 사람들이 원하는 이어폰을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 이어폰 잭을 만들어서 넣었다. 그 결과, “일부” 타겟 고객에게서 iPod은 많은 인기를 끌었고 나중에는 무척 유명해졌다. 만약, 음질이 중요하지만 아무 음악이나 무작위로 듣는 것이 좋은, 또다른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크기를 줄이고, 휠을 없앤 뒤, 플레이/정지/다음 버튼만 넣고, 슬로건으로 “Life is Random, Music is Shuffle”을 내세우며 다른 제품을 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3. Persona는 제품을 개성있게 해 준다

개인의 행동을 깊게 관찰하면 개성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행동이란 태도와 상황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평소 외국 요리를 싫어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한국식당이 없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 있으면, 외국 음식을 먹는 행동이 나타난다. 이처럼 한 사람에게 통째로 공감하면, 태도와 상황이 조합된 행동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개성있는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거나 개성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 명의 사람을 위해서 디자인이 존재하는 순간, 개성있는 제품이 된다.

 

  • Persona는 효과적이고 중요하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대로 후기를 작성하면서 나의 강의 후기를 읽으실 이재용 대표님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강의를 들은 것으로 이재용 대표님에 대해 잘 알기는 어려웠다. 강의가 끝나고 다양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강의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Persona라는 용어가 내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내용을 듣고 보니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심층면접과 같은 방법으로 여러 질문 속에서 소비자 행동의 패턴을 찾고, 찾은 패턴 속에서 유형을 나누어 목적에 맞게 선택하여 집중개발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련의 행동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Persona는 굉장히 기본적인 접근인데, 기존 마케팅 조사방법의 모순을 해결하는 해결책이라는 면이 인상깊었다.

특히, 강의 내용 중에서 ‘관점의 전환’,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가 인상 깊게 남았다. 처음 들어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쉽게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콕 집어 얘기해주셔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많은 정보와 자료 속에서 혼란스러워 최종 목적지를 잃어버릴 때가 많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하면 결론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 행동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Persona를 함께 생각하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강의를 통해서 인간을, 통째로, 더 깊이 공감하는 것이 경영뿐만 아니라 삶에도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기에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Written by 백이영,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Honor Class (특강 위주 프로그램)

 

 

 

 

디자인 바깥에서 바라보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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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은 이미 완성도 높은 모델을 정립하였습니다.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어딜 가나 똑같은 마케팅 수업으로 교육받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듭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마케팅 프로세스에 디자인을 끼워넣으면 어떨까요? 디자인이 마케팅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현재 마케팅 리서치Market Research,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마케팅 커뮤니케이션Marketing Communication 분야에 존재하는 여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씽킹 툴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디자인 씽킹을 갖거나 그게 힘들면 디자인 툴을 활용하고 그것마저 어려우면 디자인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