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의는 제품 디자인의 진행 과정을 주제로 Play Lab의 정현 대표님께서 해주셨다. 생활과 밀접해있지만 어렵다 생각되어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던 제품 디자인에 대해 알게 된 매우 흥미로운 강의였다. 국내 제품 디자인 산업은 북미, 유럽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업체 수는 다른 디자인 선도 국가들에 버금갈 정도로 많이 있는데, 이러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제품 디자인 업계를 이끌어 온 Kodas Design 의 제품 디자인 사업 부문이 분사하여 설립된 Playlab의 여러 사례를 소개해 주셨다.
제품 디자인이 이루어지는 과정
- 클라이언트가 제품 디자인 전문회사에 디자인 개발의뢰를 하면, 제품 디자인 전문회사는 해당 제품의 특징과 업무 범위 등을 검토하여 예상 비용 및 소요 일정에 대해 클라이언트에게 제안을 하고 상호 협의를 통해 계약을 맺음으로써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 경쟁사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용도로 쓰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 등 제품 자체에 대한 리서치를 수행하고,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사용행태는 어떠한지 등 사용자 경험 리서치를 수행하면서, 디자인 개발 방향 (Research & Design concept) 을 정한다.
- 디자인 개발 방향에 부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형태를 시각화 (Idea Sketch, Rendering) 하고
-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화 (2D Drawing, 3D Modeling) 과정을 거쳐
- 실제 양산될 제품의 외관과 똑같은 형태/크기의 모형 (Design 또는 Dummy Mock-up)을 제작한 뒤
- 사용성과 디테일에 대한 검증을 통해 수정/보완 사항을 반영한 최종 이관데이터/CMF 시방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디자인 개발이 완료된다.
- 이 후 기구설계와 양산과정에 대한 Follow-up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 의료기기를 조사한다 하면, 유사 제품을 분석하고, 실제 병원을 방문하여 기계는 어떻게 작동이 되고 의사들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터뷰와 관찰을 하며 개선할 점을 찾는다. 특히 흔히 접할 수 없는 제품이라면 현장 방문과 관찰은 더욱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조사를 통해 개발 방향을 정하면 이를 클라이언트와 공유하여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게 되는데,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의 비중이 매우 크다.
정말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제품이라면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디자인을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을지 모르나, 대부분의 보통 제품은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기 때문이다. 즉, 눈에 보이는 외관상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사용성에 대한 디자인 (사용하기 쉬운) 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은 디자인 제품이냐, 기술 제품이냐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다른데, 디자인 제품은 브랜드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기술 제품은 기술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 제품이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문화적 특성이나, 마케팅 컨셉, 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REVO와 ASSA는 모두 디지털 도어락 (Digital Doorlock) 제품이며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외관 디자인은 철저히 달랐다. 동일한 기능의 도어락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미국에서 선호하는 장식적인 디자인은 이미지 만으로도 확연히 다르다.
사용자를 생각하는 디자인
대표님께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례들 중 2가지를 소개해 주셨다. 프로젝트는 위에서 정리했던 과정대로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인도의 온수기 디자인을 의뢰 받은 경우에는 Research를 위해 직접 인도로 가서 실제 온도기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가 되는지, 그리고 설치되는 공간의 크기는 어떤지 등 환경에 대한 조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셨다고 한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Sketch, Rendering 등의 과정을 통해 디자인 안을 제시하였는데, 인도 사람들이 인도 풍의 패턴이 들어간 제품을 좋아한다는 것을 반영하였으며, 하나의 디자인으로 고가용과 저가용 제품을 따로 만들었다고 하셨다. 이렇게 만든 제품을 인도로 보내서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떤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선호도와 그 이유를 조사하셨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야쿠르트의 electric cart, 즉 리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이 끌고 다니는 리어카는 보관이나 이동에 문제가 있었다. 이에 야쿠르트는 제품을 보관하는 아이스박스가 냉장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아주머니들이 좀더 편하게 리어카를 끌면 좋겠다는 것을 의뢰하였다. 이에 회사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리어카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고, 아주머니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를 하는지를 조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리어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조사했다. 아주머니를 따라다니며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관찰 조사를 통해 리어카 수납 공간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 신제품을 홍보하는 광고판이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동과 휴식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주머니들의 평균 신장을 고려하여 제품은 어떻게 꺼내고 보관을 하시는지, 광고판은 어떻게 관리를 하시는지, 리어카를 끌 때의 시야는 얼마나 확보가 되는지, 그리고 리어카의 핸들은 어디에 있으며 그립감은 어떤지 등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예전 리어카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새로 디자인을 할 경우 제품이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기능 (예, 안전장치나 눈, 비를 막아주는 캐노피 등)을 포함한 디자인을 개발하였다. 디자인을 한 뒤 다른 업체를 통해 만든 리어카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판매 지역에 따라 노면상태나 경사 등 기타 항목에 대한 리서치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들을 디자인에 반영하였다. 이렇게 발전시킨 스케치로 너무 첨단이 아니면서도, 아주머니가 끌기에 어울리고, 특히 야쿠르트의 정겨운 이미지에 어울리는 디자인, 즉 향후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개발하셨다고 한다.
강의를 들으면서
대표님께서는 회사에서 진행했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셨는데 가전 제품, 디지털 제품, 산업 제품, 의료 기기 등 다양한 제품들을 보여주셨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제품 디자인이 현재 쓰이는 제품의 디자인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선행 디자인이라고 해서, 미래 제품을 디자인한 것도 보여주셨는데, 이는 5년이나 10년 뒤에 생산해서 판매할 법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지금 기술로는 해결이 안되지만 향후 나올 것 같은 제품을 디자인한 것인데, 지금은 보급화되기가 힘들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디자인을 한 제품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신선한 충격이라고 한 이유는 제품 디자인이라 하면 현재 사용자들이 쓰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소비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를 삼고 이를 개선할 점을 의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재 만들어진 제품만이 아니라 기술력이 확보되고 나서의 미래 사용자들까지 고려를 한다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앞선 시간에 들었던 다른 강의들이 생각이 났는데, 10월달에 PxD 이재용 대표님께서 해 주신 퍼소나 (Persona)에 대한 강의와 The idea group의 김은영 대표님이 설명해 주신 관찰 조사기법 (Ethnography)이 떠올랐다. 소비자의 사용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사용 패턴을 파악하는 퍼소나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인사이트를 찾는 관찰 조사기법이 정현 대표님이 말씀해 주신 제품 디자인과 일맥 상통한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제품을 쓰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거나 직접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사용상황을 보고 불편한 점을 파악하는 것이 결국 관찰 조사기법을 통해 퍼소나를 발견한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는 마지막 특강인 만큼 가장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총 5번의 특강을 들으면서 배웠던 내용들이 실제로 반영이 되면 어떤 결과물이 보여지는 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내용의 이론들을 들으면 ‘저런 과정으로 인사이트가 발견이 되는구나’를 알 수 있었고, 실제로 대표님이 진행하셨던 프로젝트를 보면서는 ‘그런 이론들이 반영이 되면 저런 결과물이 나오는구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좋은 강의를 해 주신 정현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Written by 백다혜,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Honor Class (특강 위주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