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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여, 갈등 뒤에 숨지 말자

“…이번 호의 스포트라이트 아티클인 조시와 히메네즈의 ‘의사결정이 주도하는 마케팅은 이처럼 불명확한 상황을 영역 간 융합으로 돌파하려는 요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저자들은 마케터가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타 부서들과 협력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 과정이 재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타깃의 마케팅 부서가 전략 부서와 협업하기 위해 전략 지침(strategy briefing)을 만들고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부서가 영업 부서와 함께 홍보 자료(collateral materials)를 만들고노드스트롬 마케팅 부서가 IT부서와 협력해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인사이트를 공유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본인이나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빠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저자들이 제안하는 배경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느리지만 협력적인 의사결정은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다. 시장의 변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한 한국 기업의 마케터들은 빠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느리고 협력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점과 제안을 두 가지만 추가로 소개하기로 한다.”

 

폭풍우 사진 보면 친환경 제품 선호 심리변화, 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구,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에 친환경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많아졌다. 기업 경영자들은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환영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같은 모양, 같은 가격이라면 나무로 만든 밥그릇이 플라스틱 밥그릇에 비해 더 잘 팔릴 것이라 믿는다. 미국 미시간대 디자인사이언스학과 연구팀은 이런 통념에 반박한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소비자의 친환경 소재 선호도가 외부 자극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들을 반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자연의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모습(꽃, 호수, 석양)을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자연의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을 찍은 사진(뱀, 도마뱀, 폭풍우)을 여러 장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밥그릇, 책상, 침대 등 소재가 다른 다양한 제품에 관해 선호를 물어봤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추가 의견을 받아야 하니 새 종이를 한 장 가져오라”는 부탁을 하고 메모지를 넣어둔 종이 소재 폴더와 플라스틱 소재 폴더 중 어떤 폴더에서 메모지를 꺼내는지도 살펴봤다.

실험 결과 남성들은 어떤 사진을 보여주든지 간에 친환경 소재 선호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반면 여성들은 뱀, 폭풍우 등의 사진을 본 다음 친환경 소재 제품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또 종이 폴더가 아니라 플라스틱 폴더에서 종이를 꺼내오는 비율도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러나 본인들은 이런 심리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기업이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소재 제품을 출시할 때 설문조사 등을 과신하지 말고 신중한 전략을 짜야 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신문 지상에 광고를 집행할 때 자연의 부드러운 인상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재해 등 자연의 부정적 내용을 다룬 기사와 나란히 실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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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harin, V., Gonzalez, R. & Andersen, J. (2011). Object and user levels of analysis in design: The impact of emotions on implicit and explicit preferences for ’green’ products. Journal of Engineering Design, 22, 217-234. doi:10.1080/09544820903158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