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북미와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 차이

이번 특강에는 북미전문 해외수출 컨설팅사 LPR Global Inc. 대표 겸 베스트셀러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을 틀리지 않고 쓰는 법“) 저자인 Mikah Lee (미카 리) 님께서 오셔서 북미와 한국의 문화 차이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알려주셨다.

넓디 넓은 국민대학교 경영관 301호는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로 가득 메우기에 역부족으로 커다란 대형 강의실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강의실은 언제나 그랬듯 몹시 추웠고, 해외에서 한국의 수출을 담당하는 한 기업의 CEO가 무대에 올라 강연을 하기에는 조금 초라한 수의 청중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던 찰나였다. 불이 꺼져있는 강당 위를 당당하게 걷고는 환하게 웃으며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강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아, 이 사람은 Core가 정말 단단한 분이시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나 환경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언제나 놀라운 에너지와 배울 것들이 무궁무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강의는 크게 두 챕터 형식으로, ‘북미와 한국의 문화 차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그리고 이메일 뿐만 아니라 근래에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보는 부분으로 나뉘었다. 동서양 문화가 극명하게 갈렸던 과거와는 다르게 인터넷으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많이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를 할 때에 있어서는 작은 디테일이 중요한 법이다. 연사자님께서는 Introduction으로 북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웃을 수 있는 상황이나 좋은 대화주제, 다양한 민족성 뒤에 잘 보이지 않는 세계관, 그리고 건드리지 말아야할 개인적인 영역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실제로 개인적인 예시를 하나하나 들어주셔서,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무엇보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부분은, ‘수출 성공 핵심요소’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단순히 문화 차이나 수출 성공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우리의 삶과 미래에 대한 자세에 있어서 배울게 정말 많았다. 수출 성공 핵심요소의 첫 번째는, 바로 ‘타겟을 알아라’였다. 우선 북미는 매우 큰 시장이기 때문에 유통구조가 한국과 전혀 다르고, 이로 인해서 타겟 역시 함께 바뀐다는 것이다. 전 세계 무선 마이크의 마켓쉐어 1위를 자랑하는 준성테크는 해외로 수출할 때, 한국처럼 강사나 선생님들이 주요 고객층이라고 여겨 메인 타겟을 정했으나, 1차원적으로 미국에는 학원과 같은 사교육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카탈로거들이 이러한 고가 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성 테크의 무선 마이크 수출이 위험해 빠졌었다. 그래서 새롭게 눈을 돌린 곳이 미국의 거대한 스포츠 마켓이었고, 매우 성공적으로 수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배운 점은, 벽에 부딪혔을 때 한 곳을 계속해서 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서서 더욱 넓게 그림을 바라볼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다른 예시로 페이팔도 맨 처음 비즈니스가 현재의 페이팔과는 많이 달랐으나, 벽에 부딪힐 때마다 한 가지 관점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넓게 시장을 바라보고 빠르게 Pivot을 하여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 수 있었다. 상품을 기획 할 때는, 고객의 use에 대해서 주도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실패하더라도 뒤로 물러서서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레슨을 얻었다.

두번째는 ‘지속적으로 바이어를 컨택하라’ 였다. 역시 고객사였던 우진기계를 예로 들어주셨는데, 정말 놀랐던 것은 이 고객사의 마음을 얻게 되던 과정의 이야기였다. 자동차 부품을 Tenaco에 팔기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하는데만 1년이 걸리셨다고 한다. 대부분은 몇개월 정도 follow-up email을 보내다가 포기하고 말지만, 집요하게 근성으로 연락을 하시다가 마침내 연락이 닿아 미팅이 잡혔는데, flight이 캔슬되어 미팅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누가 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포기할 법하지만, 기차와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셨고, flight이 캔슬 된 것을 알고있던 담당자는 이를 보고 감동을 받아 사람 뿐만 아니라 기업을 믿고 계약을 하여 결국 우진 기계의 수출비율이 20%에서 90%까지 오르게 되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1년간 반도체 프로그래밍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던 나는, 홀로 회사 마케팅 부서를 이끌어야 했다. 내가 해야했던 수많은 업무들중, 초반에 실제로 많이 고생했던 부분이 바로 우리 회사와 관련된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에게 직접 컨택하고 새로 생긴 이슈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끊임없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회상과 함께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비즈니스를 성사하는데에 있어서 더욱 집념을 가지지 못 했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Generalist가 아닌 Specialist가 되어라’는 것이었다. 창조 이엔지가 어떻게 미국에서 포지셔닝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시면서, 연사님은 본인의 회사는 화장품 같은 대중적인 제품은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크게 공감이 갔다. 대기업과 같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보유하지 않은 이상, 넓은 시장을 공략할 자본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북미는 한국과 탕 크기와 인구 밀집도가 다르고, 사용자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방안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 될지도 모르는 넓은 시장을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 연사님의 회사처럼 확실한 B2B시장을 잡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연사님은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의 성공요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주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이메일을 잘 읽힐 수 있도록, 그리고 답이 올 수 있도록 써야한 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보통 이메일에서도 인사 치례를 종종 하고는 하는데, 그게 아니라 최대한 간략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동사를 활용하고, 관계사와 같은 것들은 최소화 하며, Subject line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하면서 생각의 흐름이 논리적으로 전개 되어야 한다. 또한 이메일의 전후 과정에 있어서, 단순히 내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수신인의 이름을 알아내고 그들이 관심을 갖을 만한 제목을 선택하면 읽을 수 있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것. 이 부분은 직접 체험해본 경험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굉장한 꿀팁이라고 생각 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메일의 내용을 질문형으로 하여 답이 오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읽고 확인만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인상 깊게 들었던 문장이 있을 것이다. 바로 ‘대단한 일은 찌질해서라도 하는 것’. 동양의 문화에 체통이라는 단어가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있어서 성사만 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하고,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더라도 그 아래에는 엄청난 발짓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과 이유를 불문하고라도 반드시 ‘해내는’ 것인 것 같다. 강연이 끝나고 나가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 좋은 강연을 소수밖에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쉬워 했지만, 우리라도 들을 수 있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꾸만 궁금증이 들던 그녀의 엄청난 에너지에 대해서, 강연을 듣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Written by 조성재, 국민대학교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