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5월은 평소에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하는 ‘가정의 달’이다. 그중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두 기념일을 대하는 태도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20대 대학생부터 30대 직장인, 50대 부모님까지 여러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선물 소비 증가한 어버이날, 기념 간소화된 스승의 날
한국의 어버이날은 미국의 ‘어머니의 날’의 영향을 받아 1956년 5월 8일 지정된 ‘어머니날’에서 시작됐다. 이후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자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RCY) 단원들이 병환 중이거나 퇴직한 교사를 찾아가 위로를 전했던 위문 활동에서 유래했으며, 1965년부터 5월 15일 스승의 날이 공식 기념일로 지정됐다.
카네이션과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한 어버이날은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과 소비문화 변화에 따라 물질적 표현이 중요시되는 형태로 변모했다. 실용성과 편의성이 우선시되면서 최근에는 용돈, 건강식품 등에 대한 선호가 더욱 높아졌다. 성인 2000명이 응답한 지난해 롯데멤버스 조사에 의하면 어버이날 ‘드리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모두 용돈(각각 83.9%, 70.8%)이었다. 또한, 농촌진흥청이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가정의 달 맞이 농식품 소비 행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가정의 달 선물로 건강기능식품을 가장 선호했으며, 선물 가격대는 10~15만원 대를 가장 선호했다. 카네이션은 여전히 어버이날을 상징하지만, 예전보다는 존재감이 약해져 요즘은 주로 보조적인 선물로 활용되는 편이다.
어버이날의 선물 상품의 소비는 매년 더 활발해지는 한편, 스승의 날은 과거보다 확연히 간소화되는 추세이다. 위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어버이날(55.5%) △어린이날(26.1%) △스승의 날(5.7%) 순으로 가정의 달 기념일을 챙겼다. 스승의 날의 본래 취지와 달리, 한때 촌지와 선물 관행, 사제간 금품 수수 문제가 빈번했다. 1997년 교육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기록한 ‘촌지기록부’가 적발되면서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 문제가 누적되면서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됐고 자연스럽게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나 선물 문화는 크게 위축됐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관련 행사가 대부분 사라졌으며 교사와 학생 모두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날’보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날’로 인식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의 올해 어버이날 기념 계획
20대 공세현(사회·22)씨는 “초·중·고등학생 때는 학교가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챙기는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대학생이 된 후에는 전보다 기념일을 챙기기가 여의치 않아졌다고 덧붙였다. “성인이 되면서 부모님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특히 어버이날의 경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생략되거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김예슬(국제통상·25)씨도 올해 전화로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김 씨는 “초등학생 때는 편지를 썼고, 중학교 때는 용돈을 모아 꽃을 사드렸던 기억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직접적인 표현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30대 박석중 씨는 어버이날을 바쁜 일상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라고 여겼다. 그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하게 돼,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에는 꼭 찾아뵈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이명준 씨는 어버이날 당일에는 일정상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렵지만, 그 주 주말에 시간을 내 본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편지와 용돈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예정”이라며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 찾아뵙는 행위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자녀가 챙겨줄 어버이날에 대해서는 “자녀가 주는 선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 그 자체로 감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버이날, 감사함보다 부담이 먼저 다가오는 이유
어버이날의 표현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기념을 위해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경제적 능력이 생기고 가족 내 역할이 커지면서,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일종의 ‘책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대학생 공세현 씨는 “감사 편지와 함께 번듯한 선물을 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고, 나이가 들수록 점차 부담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물질적 부담이 사회적 분위기와 가정의 달 마케팅의 영향으로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정의 달 마케팅에 대해, “4월 중순부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가정의 달 케이크를 홍보하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관련 광고를 전면 도배하는 것, 또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어버이날 추천 선물 광고 등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기념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30대 박석중 씨는 “매년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용돈”이고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더 성의를 표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며 경제적인 부담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부담의 크기는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기념일을 챙기기 위한 용돈을 별도로 마련해야 했던 대학생 때보다는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서 어버이날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윳돈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2030세대 자녀들은 경제적 여유에 따라 어버이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의 크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감사를 표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각종 마케팅과 물질적 표현의 보편화로 인해 그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명준 씨는 “내가 2030세대였던 시절에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당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용돈보다는 상품 선물이 주류였고, 부모님께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며 선물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기념일에 대한 부담이 심해진 현상을 주재우(경영)교수는 ‘감사 자원의 불균형’ 관점으로 분석했다. 과거에는 정성과 노력이라는 ‘시간적 자원’을 투입해 부족한 경제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마음을 전할 수단이 물질적 ‘액수’로 고착화됐다는 해석이다. 주 교수는 “정성을 증명할 길이 돈으로 단일화되며, 자녀들은 각자의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심리적 부채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일의 상업화와 소셜미디어 역시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개개인의 배려가 끼어들 ‘개별적 서사’를 지워버리고, SNS는 고가의 선물들로 대중의 ‘기준점(reference point)’을 과도하게 높여 학생들이 타인에게 휩쓸리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주 교수는 감사의 수단이 돈으로 고착화된 변화를 자녀 세대의 희생만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기업 플랫폼이 선물에 담긴 진심과 감정을 온전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정서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받는 이의 태도’를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부모님이 금액에 상관없이 ‘잘 받았다’, ‘진짜 좋더라’와 같은 명확한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며 선물의 가치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완성됨을 강조했다.
스승의 날, ‘조심스러운 기념일’의 긍정적인 영향들
여러 세대의 인터뷰 참여자는 스승의 날 기념 문화가 축소된 현상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공세현 씨에게 대학교의 스승의 날 분위기를 묻자 “학생회 차원에서 교수님께 카네이션을 챙겨드리는 등의 간소한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행사는 과거보다는 가벼운 의미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이 생겨 거창하게 챙겨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졌다”며 “법 도입 직후에는 작은 선물조차 거절당해 무안할 때도 있었지만, 제도가 안정화된 지금은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면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석중 씨는 현재의 문화를 과거 자신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며 스승의 날 기념 간소화가 학생들이 서로의 경제적 형편을 비교하는 문제를 완화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초등학생 시절 반장이 돈을 걷어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때 어린 나이임에도 가정 형편의 차이를 느꼈다”며 “경제적인 차이에 따른 비교와 같은 민감한 부분이 지켜질 수 있어 더 건강한 문화가 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 세대인 이명준 씨는 “물질의 화려함은 걷어내고, 배움을 주신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카네이션과 편지에 담아 전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은 공공성이 큰 영역이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립학교 교사와 교수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에게도 적용된다. 김현진(교육)교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외에도 공립학교 교사 같은 공무원의 경우 이해 충돌 방지, 청렴의 의무, 품위유지 등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률과 의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금품수수로 인해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법 제정으로 인해 스승의 날 기념에 있어 조심스러움이 과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는 긍정적인 변화도 많다고 강조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느끼던 심적인 부담이 공식적인 법의 제정에 따라 완화됐다”며 “물질에서 벗어나 편지, 문자 혹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추가로 “감사를 나누고자 하는 욕구는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본성적인 감사 표현의 욕구를 법적 문제 없이,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 개최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행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예산 배정이 중요하며 행정적인 절차를 통한 공식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공적인 제도를 통해 감사 표현이 학교의 문화로 정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버이날에는 선물과 용돈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감사함보다는 부담감이 먼저 들기도 하고, 스승의 날에는 제약이 있어 감사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념일을 챙기는 입장, 챙김을 받는 입장 모두 기념일 본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서로 다른 세대 모두 진심이 담긴 편지와 말 한마디가 주는 울림, 함께 하는 시간 자체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표현의 형식보다 받는 이가 체감할 전달자의 마음이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생긴 기념 방식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에 진심을 눌러 담던 기념일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고마움을 전하는 소중한 하루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 “우리 시대의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당신은 어떻게 기념하고 있나요?” 국민대 신문, 2026.05.11. 김지원, 이서령 기자